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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두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한 신예 영화감독 미겔 고메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영화잡지 <시네마스코프>의 영화평론가 마크 페란슨은 다짜고짜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네게 마땅한 얼굴>은 도대체 뭐야?” 고메스는 황당하다는 듯이 그게 진짜 질문이냐고 반문한다. 질문을 받는 연출자의 황당한 반응이 이해되면서도 고메스의 영화를 볼 때면 이 어처구니없는 의문을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가 없다.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스크린을 통해 무엇을 본 것일까. 미겔 고메스의 영화는 막연하고 혼란스러운 세계 안에서 자꾸만 헛디디고 미끄러지는 인간을 묘사하고, 이로 인해 스크린을 지켜보는 이들의 현실 감각은 조금씩 달라진다. 고메스가 자기 영화의 원점으로 즐겨 인용하는 <오즈의 마법사>의 여행처럼, 우리는 그의 영화를 보며 알 수 없는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타부>의 초반부에서 중년의 여성은 옆집에 사는 노인 아우로라에게 꿈 이야
BIFF #3호 [스페셜] 세계는 무너지고 우리는 규칙을 믿을 수밖에 없기에, 특별기획 프로그램 ‘미겔 고메스,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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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 고등학교 3학년인 창우(유이하)는 친구 우재(양지운)와 함께 중소기업 공장 실습을 나간다. 금세 실습을 포기한 우재와 달리 창우는 묵묵히 버틴다. 현장이 익숙해진 창우의 시선엔 선임들과 에이스라 불리는 실습생 성민(김성국)이 차츰 눈에 들어온다. <3학년 2학기>는 <휴가>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이란희 감독이 청소년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90년대 중반 극단에서 활동하던 시절,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청소년 노동자 문송면씨의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몇 년 전부터 실습생들의 소식이 자주 보도되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차기작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다만 실습생들의 사망·사고 소식이 주를 이루는 뉴스 및 관련 콘텐츠와 달리 이란희 감독은 “현장에 적응해가는 살아있는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직업계고에 다니는 학생들, 직업계고 출신의 대학생, 직장인, 비정규직 노조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영화에 반영됐다. “아이들은 전부 피해
BIFF #3호 [인터뷰] ‘모두에겐 처음의 순간이 있다’, <3학년 2학기> 이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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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중년 여성의 삶을 탐구하던 황슬기 감독이 그 끝에서 자신을 발견한 것은 잠시 편찮으신 어머니를 간호하게 되면서다. “돌봄 노동과 여성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나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중년 여성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이자 돈을 위해 어머니 서희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홍이의 오늘에는 그가 직접 보고 겪은 30대 여성의 애환이 녹아 있다. 동시에 “삶의 원인과 결과로만 홍이를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지 않았”던 황슬기 감독의 의지에 의해 홍이는 별다른 전사가 없는 모호한 인물로 그려졌다. 홍이의 무표정 또한 사람의 “가장 일상적인 표정”을 담으려는 의지의 산물이다. 한편 서희의 경우 “초기 치매 환자도 몸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에어로빅과 산책 등 활동성을 강조했다. 홍이의 수강생과 서희 같은 중년 여성에게서 “자기 삶을 주도하지 못하는 서투른” 모습을 발견한다는 그는 “솔직함”의 부재를 모녀의 파국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서희의 강한
BIFF #3호 [인터뷰] ‘냉정한 시선으로 마련하는 새로운 시작점’, <홍이> 황슬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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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불도저에 탄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 초청됐던 박이웅 감독이 두 번째 장편 <아침바다 갈매기는>으로 다시 부산을 찾았 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선장 영국(윤주상)이 젊은 선원 용수(박종환)가 바다에 빠졌다는 실종 신고를 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기상 <불도저에 탄 소녀>보다 늦게 만들어졌지만,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박이웅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전문사 시절 졸업 작품으로 준비하던 영화다. “처음엔 쇠락해가는 작은 시골 마을의 소동을 떠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 소멸, 인구수 저하, 빈부 격차 같은 문제들이 서서히 부각됐다.” 자신이 다루려던 주제가 단순히 시골 마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 박이웅 감독은 극의 서사를 확장하고 구체화했다.
영화에선 일반적으로 떠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곤 한다. 하지만 박이웅 감독은 “남겨진 인물들은 어떤 태도로 어떻게 삶을 살아갈 수
BIFF #3호 [인터뷰] ‘날아오르는 갈매기처럼’, <아침바다 갈매기는> 박이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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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홋카이도의 풍광, 집과 직장을 오가는 열차의 경적, 차분히 내린 커피의 향. 감각을 기분 좋게 간질이는 난연한 화원 위에서 사랑을 잃은 여자와 심장을 얻은 남자가 만난다. 일본 멜로의 대표 주자 아리무라 가스미와 사카구치 겐타로의 조합은 환상의 설정을 품은 연애담인 <이별, 그 뒤에도> 에 당장이라도 만져질 듯 구체적인 정서의 밀도를 더한다. 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창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모든 답변에 앞서 서로의 의향을 살피며 한 마디 한 마디 신중을 기했다. 그 모든 눈길과 말결에 사랑이라는 불공평한 운명의 장난을 성실히 마주하는 두 주인공의 순수한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 <나라타주> <그리고, 살아간다> 등 여러 작품을 함께했다. 연기의 측면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
아리무라 가스미 동료 배우로서 파장이 맞는 느낌이다. 함께 있을 때도 자연스럽고, 함께 여러 작품을 겪어낸 전우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
BIFF #3호 [인터뷰] ‘순도 높은 기쁨과 슬픔’, <이별, 그 뒤에도> 배우 아리무라 가스미, 사카구치 겐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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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준비한 세 개의 특별 기획 프로그램 중 하나는 ‘미겔 고메스,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다. 포르투갈 출신의 영화감독 미겔 고메스는 영화 <타부>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알프 레드바우어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이후 <그랜드 투어>로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그랜드 투어>는 1917년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가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 버리고, 몰리가 그의 뒤를 쫓아 태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을 거치는 여정을 그린다. 이번 회고전을 기념해 미겔 고메스 감독이 한국을 방문했다. 자신이 본 “아름다운 것들을 관객과 나누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감독에게선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그간 연출한 장편들을 한국에서 상영하게 됐다.
영광이다. 부산영화제에서 한 감독에게 포커스를 맞춰 특별전을 여는 게 일반
BIFF #3호 [인터뷰] ‘영화엔 모험과 여행이 필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감독 회고전으로 내한한 미겔 고메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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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시리즈의 팬들에게 동재는 아픈 손가락이다. 지방대 출신 ‘흙수 저’에 이렇다 할 라인도 없지만 나름 자기 살길 찾겠다는 생존본능이 그를 스폰서 검사로 만들었다. 이창준(유재명)의 마지막을 목격한 뒤 갱생하려는 의지도 보여주지만 결국 동재는 사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시즌2에서는 납치 사건에 휘말려 시청자들을 마음 졸이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 디즈니+ <비질란테>에 이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이준혁은 서동재의 캐릭터를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그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완성했다. 있는 그대로 동재의 투명함을 보여주되 그를 애써 선해하는 술수를 쓰지 않는 이준혁의 정공법은 시리즈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캐릭터로 별개의 드라마가 제작되게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한국 드라마 업계에서 스핀오프 드라마가 나온 것은 <좋거나 나쁜 동재>가 처음이다.
- 예
BIFF #3호 [인터뷰] ‘서동재는 클리셰를 전복하는 캐릭터’, <좋거나 나쁜 동재>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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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비프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부산 중구 일대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커뮤니티비프 홈페이지(http://community.biff.kr)를
참고할 것.
BIFF #3호 [정보] 10.05 행사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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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화 <소피의 세계>로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비전 섹션에 처음 초청되었다. <소피의 세계> 가 나의 첫 장편 데뷔작인 만큼 부산행이 무척 의미 깊었다. 지금 내가 연출하는 모든 영화는 아내 김수민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아주고 있어서 부산영화제에도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 당시 아내는 영화제 도중 다른 일정으로 서울에 돌아가야 했고 나는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혼자 부산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날 김수민 촬영 감독이 나 몰래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바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사연을 하나 보낸 거다. 우리의 영화가 처음으로 부산영화제에 초청되었다고. 꼭 배철수 아저씨의 응원 한 마디를 받고 싶다고. 실제로 우리 부부가 <배철수 음악캠프>에 아주 오랜 팬이다. 저녁 6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라디오를 켤 정도다. 그렇게 폐막식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빨리 라디오를 들을 수 있으면 들으라
BIFF #3호 [뉴스] 이제한 감독의 비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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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일 오전 11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뉴 커런츠 심사위원들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감독 모함마드 라술로프(이란)을 비롯하여 감독 이명세(한국), 배우 주동우(중국), 배우 카니 쿠스루티(인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바냐 칼루제르치치(크 로아티아)가 참석한 기자회견의 진행은 박도신 부집행위원장이 담당했다. 모함마드 라술로프 심사위원장은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을 발굴한다는 뉴 커런츠상의 의의를 강조하며 “신진 감독들만이 지니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심사 기준을 명확히 했다. 바냐 칼루제르치치 집행위원장은 “부산은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다. 뉴 커런츠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감독들이 향후 월드 시네마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라며 아시아 영화가 지닌 저력에 대하여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시아 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엔 신인감독들이 제작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 10편이 후보에 올랐다. 뉴
BIFF #3호 [뉴스] “아시아 영화만의 새로운 시각을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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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 매달리고 힘들어했던 나날들에 관한 이야기로.” 인서트 감독으로 일하는 남자와 촬영 현장에 무심코 들어온 여자의 기이한 만남을 담은 <인서트>에는 애증이 군데군데 서려 있다. 필경 영화에 대한 영화지만, 하염없는 예찬보다는 뾰족한 일갈이 깃든 이유는 영화에게 “사랑했다가 차인 기분”을 느낀 이종수 감독의 속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서트>에는 날카롭게 현실을 저미는 유머가 돋보인다. GV 내내 중언부언하는 답변들. 비틀거리는 술자리의 주정들. 심지어 배우를 면전에 두고 현학적인 영화 지식을 늘어놓는 주인공의 말들은 음소거된다. “대사의 알맹이보단 대화라는 행위 자체로 인식되길 원했다. 배우들에게 상황을 던져준 채 그들의 형상을 담는 데 집중했다”고 제작기를 밝힌 이종수 감독에게 말들은 쉽게 흩날리는 쭉정이에 가깝다. 대신 익숙하면서도 투명한 대화의 행간마다 괴이한 공기들을 감지할 수 있다. “나름대로 진지한 사람들이 아등바등 기싸
BIFF #2호 [인터뷰] 애증을 담은 설화같은 이야기, <인서트> 이종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