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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드라마의 핵심은 음식이 아니다. 요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화면 너머로 맛의 감동을 전하는 것은 먹는 사람의 몸짓과 표정이다. <심야식당>, <망각의 사치코>, <와카코와 술> 등 식사의 행위를 질료 삼은 동시대 일본 드라마중 <고독한 미식가>가 지금까지도 큰 반향을 끄는 이유도 ‘잘 만드는’ 일보다 ‘잘 먹는’ 일에 있을 것이다. 그 행위성의 예술에 통달한 자가 바로 ‘고로상’ , 마츠시게 유타카다. 지난 12년간 밥 한 끼에 우롱차를 곁들이며 혼밥의 매력을 설파했던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에 이끌려 감독으로까지 활동반경을 넓혔다. 언어를 넘어선 소통을 탐하는 진중한 배우이자 젊은 후배 들을 살뜰히 챙기는 멋진 어른. 뽀얀 국물처럼 깊고 온화한 마츠시게 유타 카의 말들을 한 그릇 가득 담았다.
- 주연배우를 넘어 직접 각본과 연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일본의 TV 업계가 현재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젊은 스
BIFF #5호 [인터뷰] 누구나 아는 음식이 정답이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감독 ·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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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5호 [정보] 10.07 행사
BIFF #5호 [정보] 10.07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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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부산에 온 건 19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때였다. 남포동에서 영화제가 열리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젊은 관객이 많아 놀랐다. 아시아영화가 전체적으로 활발히 발전하던 시기였다. 베이징 영화아카데미를 다닐 때 두 명의 한국 친구가 있었고, 내가 부산영화제에 왔을 때 나를 인터뷰했다.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한국인 관객들이 나를 ‘짜장면 감독’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지아장커라는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라고 했다.(웃음) 나는 이 닉네임이 정말 좋다. 이런 별명을 매개로 한국 관객과 중국 감독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시상식 전에 한 친구가 ‘어쩌면 네가 상을 탈 수도 있다’는 말을 농담조로 건넸는데 그날 실제로 내가 뉴 커런츠 상을 수상했다. 20대에 상을 탄다는 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의미이기에 정말 흥분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오구리 코헤이 감독님이 계셨는데 내가 학창시절부터 좋아한 분이라 더욱 뜻깊었다.
특히 부산영화제는 아시아영화를 중점적으
BIFF #5호 [뉴스] 지아장커 감독의 비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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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영화의 최전선’ 이 10월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영상산업센터 1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진행은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이 맡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내가 영화를 시작할 때 일본에서는 이제 젊은 사람은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영화는 간신히 아무튼 살아남았다. 하지만 일본의 영화 행사에 참석하는 젊은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 오면 꾸준히 영화를 보는 젊은 관객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마음이 따듯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감독이 생각하는 장르영화의 의미, <클라우드>와 <뱀의 길>의 제작 과정, 그의 영화에 폐쇄된 공간이 반복해 등장하는 이유, 1990년대와 2020년대의 일본 사회의 변화가 작품에 미친 영향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마스터클래스를 마무리하며 “언젠가 한국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 지금까지 커리어와는
BIFF #5호 [뉴스] 장르의 이상한 개척자, 구로사와 기요시 마스터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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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에 / 일본 / 2024년 / 100분 10.07 C3 19:30 / 10.09 L10 11:30
두지에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연출작 <코코넛 나무의 높이>는 사랑이라는 불가해한 감정과 그 감정을 투영했던 대상이 사라지고 난 후의 텅 빈 자리를 응시하는 영화이다. 요리사로 일하는 남자는 어느 날 생선의 뱃속에서 우연히 반지를 발견하고, 이를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며 결혼을 약속한다. 영화는 결혼을 약속한 두 연인과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무력한 일상을 교차편집으로 엮어내며 병치한다. 반지를 선물 받은 후 신혼여행을 계획하던 여자는 남자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지만 계획했던 여행을 감행한다. 홀로 떠난 여행의 목적지에서 여자는 자살한 여자 친구를 유령으로라도 만나기를 기다리며 여관을 운영하는 남자와 조우한다. 드라마 장르이면서 미스테리적 요소가 빈번히 틈입하는 영화는 소중했던 감정과 존재를 상실한 이들에게 완벽한 타인을 우연히 등장시키고, 전소되지 않은 감정
BIFF #4호 [프리뷰] 코코넛 나무의 높이 The Height of the Coc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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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후 / 중국 / 2024년 / 99분 10.06 C3 12:30 / 10.08 L10 16:30
온갖 사물을 흔들어 놓은 지진이 일어난 날 밤, 샤오 리는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난다. 재회의 자리에서 서로를 반기며 대화 나누던 친구들은 자연스레 지진을 화제로 올리고 누군가는 현재 발생한 지진이 12년 전 일어난 지진의 여진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가설일 뿐이지만 샤오 리와 그가 좋아했던 송챈을 비롯한 친구들의 현재를 보면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들이 겪은 12년 전 사건은 그들 삶에 크고 작은 파열을 냈고 저마다 상실과 죄책감을 안고 편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유려하게 교차해 가는 <동쪽으로 흐르는 강>은 인물들의 생이 진동하는 순간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샤오 리가 어린 시절에 썼던 「물속 괴물」이란 신비로운 소설을 아득한 기억처럼 들려주는 가운데 영화는 아버지와 친구,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 인물의 삶에 침전한 감정과 비밀을 서서히
BIFF #4호 [프리뷰] 동쪽으로 흐르는 강 As the River Goes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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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혁 / 한국 / 2024년 / 92분 /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10.07 C7 13:30
출연작이 흥행한 뒤로 이동휘(이동휘)는 코미디 연기로 정평이 나지만 정작 본인은 코미디 배우의 이미지에 매몰되길 원치 않는다. 그런 그에게 임금 역으로 사극 드라마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온다. 배우 이동휘는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얄궂은 운명의 신의 장난처럼 드라마 방송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메소드연기>는 동명의 단편을 연출했던 이기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과 동일하게 이동휘 배우가 주연을 맡고 본명으로 출연한다. 이동휘 배우 본인의 실제 의견이 반영됐다는 이기혁 감독의 말대로 연기에 관한 배우의 고뇌가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비단 배우뿐 아니라 사회적 가면을 쓰고 타인을 대해본 적 있는 이라면 어렵지 않게 극 중 이동휘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의 롱테이크 신에선 이동휘 배우의
BIFF #4호 [프리뷰] 메소드연기 Method A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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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뒤몽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 111분 / 아이콘 10.07 L2 18:00 / 10.09 L4 20:00
뒤죽박죽 엉망진창. 브루노 뒤몽은 확실히 미쳐있다.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자신만의 언어를 발산하는 거장은 코믹 어드벤처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겉옷을 입어도 남다르다. <더 엠파이어>는 브루노 뒤몽의 영화 세계를 집대성한 농담 같은 결과물이다. 다만 이 농담의 터무니 없는 스케일은 존재를 탐구하는 심연에 가닿는다. <스타워즈>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버무린 것 같은 이 영화에는 두 세력이 등장한다. 세상을 허무로 돌리려는 외계종족 0s과 이들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는 1s의 대립은 시각적인 디자인부터 세계관의 대립까지 층층이 이어진다. 이들의 충돌은 선과 악, 빛과 어둠, 존재와 부재, 육체와 영혼으로 대립에 머물지 않고 복합적인 인간 본성의 심연 앞에 관객을 데려가고, 브루노 뒤몽의 독창적인 연출은 가벼운
BIFF #4호 [프리뷰] 엠파이어 The 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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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타 비카리오 / 이탈리아, 스위스 / 2024년 / 106분 / 월드 시네마 10.07 B1 20:00
1800년 이탈리아 베니스, 고아 소녀들을 돌보며 음악을 할 수 있게 가르치던 수녀원이 있다. 이곳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테레사는 우연히 지하실을 청소하다 예배장의 지배자 펄리나가 숨겨둔 피아노를 발견한다. 그는 피아노를 재미 삼아 연주하다 자신이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수녀원의 성가대 소녀들 사이에서도 테레사의 피아노 연주가 화제로 떠오르고 그들은 음악을 매개로 매일 밤 교류하기 시작한다. 한편 새로 취임한 교황이 수녀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펄리나는 이를 기념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그에겐 좋은 곡을 만들어낼 만한 능력이 없고, 대신 테레사와 수녀들이 그간 쌓아온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글로리아!>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 예술가들에게
BIFF #4호 [프리뷰] 글로리아!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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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 한국 / 2024년 / 80분 / 오픈 시네마 10.07 BT 20:00
흔들린 순간, 변화는 시작됐다. 다큐멘터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에는 BTS의 리더 RM이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을 제작하는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극중 RM은 현재까지 자신이 이룬 것에 안주하기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틀 밖으로 나오길 시도한다. 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작업 방식으로 앨범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RM은 자신의 고민과 불안을 주저없이 솔직하게 내보인다. 매체를 통해 접해온 그의 모습과는 또 다른 일면의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RM은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싶던 이야기를 발견해간다.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가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제작기이자 RM 스스로에 대한 탐구기로 변
BIFF #4호 [프리뷰]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 RM: Right People, Wrong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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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너스 본 혼 / 덴마크, 폴란드, 스웨덴 / 2024년 / 122분 / 월드 시네마 10.06 L6 20:00 / 10.10 C7 20:00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코펜하겐, 전쟁터로 떠난 남편의 생사를 확신할 수없는 카롤리네는 그의 죽음을 짐작하고 공장장과 새로운 만남을 갖는다. 아이를 가졌지만 새 가정을 꾸리는 데 실패한 그는 설상가상으로 실직까지 한 채 길거리를 떠돈다. 그때 카롤리네 앞에 나타난 초로의 여성 다그마르는 아이를 온화하고 부유한 가정에 입양해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그들은 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 날에 함께 모르핀을 나누고, 적적한 날이면 영화 구경을 하가며 빠르게 가까워지지만 다그마르가 보여주는 카롤리네의 현실은 지극히 비참하고 비극적이다. 카롤리네처럼 자신의 아이를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다그마르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카롤리네는 마음속에 움트는 죄책감을 꿋꿋이 외면한다. <바늘을 든 소녀>는 1910년대 덴마크의 유아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
BIFF #4호 [프리뷰] 바늘을 든 소녀 The Girl with the Need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