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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10대 소녀 자판(자프린 자이리잘)은 어느 새벽, 생리라는 낯선 변화를 맞닥뜨린다. 불편함과 어색함이 여전하건만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견뎌야 한다. 2차 성징을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판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인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를 마음껏 무너뜨리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아만다 넬 유 감독을 만나 호기롭게 호랑이가 되길 선택한 여자 아이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 <호랑이 소녀>로 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순간의 소회를 말해준다면.
=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인데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해서 무척 신기했다. 모두가 자판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수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수상 발표 전 총평을 먼저 읽어주는데 “외적인 힘과 내적인 힘을 잘 연결시켰다”는 말
BIFAN #6호 [인터뷰] ‘호랑이 소녀’ 아만다 넬 유 감독, 금기를 깨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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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제너레이션> The Doom Generation
그렉 아라키/미국, 프랑스/83분/스트레인지 오마쥬
1990년대 미국, 조던과 에이미는 술과 마약에 절어 지내는 10대 연인이다. 이들은 본인들보다 훨씬 방탕하게 사는 X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X는 귀공자 같은 외양과 달리 동물적인 본능으로만 사는, 요컨대 성욕과 식욕과 수면욕이 전부인 인물이다. 그의 거친 성정은 결국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지고 세 사람은 도피의 길을 떠나게 된다. X의 자유로운 생활 양식에 전염된 조던과 에이미는 셋이 함께하는 문란한 성생활까지 즐기기에 이른다.
90년대 컬트 영화계의 총아였던 그렉 아라키 감독의 ‘10대 아포칼립스 트릴로지’ 중 2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선정성을 전면에 드러내며 90년대 미국의 X세대를 표방하는 퇴폐의 공기를 영화에 가득 담는다. X세대의 의식은 정신 착란을 방불케 하는 영상미와 전복적인 영상 문법에서 선명하게 느껴진다. 가령 대화 장면에선 오버
BIFAN #6호 [프리뷰] 그렉 아라키 감독, ‘둠 제너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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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코> Amiko
모리이 유스케/일본/2022년/105분/저 세상 패밀리
거침없는 초등학생 아미코(오사와 카나)는 자기 손으로 즐거운 나의 집을 끝장낸다. 유산 이후 맥없어진 엄마(오노 사치코)를 위로하고자 죽은 동생의 묘비를 만들었는데, 그걸 본 엄마가 완전히 무너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오빠는 이탈하고 부모는 무력해져 집이 폐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탐구에 열심이던 어느 날, 아미코는 베란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동생의 유령이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평화로운 해변 마을이 배경인 <아미코>는 뜻밖에도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아미코의 순수함과 아이가 초래한 주변인들의 불행을 끊임없이 마찰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기묘한 전조로 사람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초반 묘비 사건 이후 아미코가 언제 또 돌출 발언이나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이가 혼자 있는 장면조차 마음 졸
BIFAN #6호 [프리뷰] 모리이 유스케 감독, '아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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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Privacy
수디프 칸왈/인도, 미국/2023년/85분/메탈 누아르
뭄바이에 사는 루팔리(라지슈리 데슈판데)는 화면 밖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감시통제센터 요원이 그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걸 잘 알고 있지만 직접 현장에 나가 수사하고 범인을 내 손으로 잡고 싶다는 욕망을 막을 길이 없다. 그 갈망은 CCTV 너머로 강도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들끓는다. 결국 모니터 앞을 지키라는 상사의 경고를 한 귀로 흘리고 혼자서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프라이버시>는 압도적인 캐릭터 영화다. 목표에 무섭도록 집중하며 필요하다면 자신까지 미끼로 쓰는 주인공의 카리스마를 동력 삼아 전진한다. 카메라는 종일 모니터링을 하다 남몰래 현장을 둘러보고 유력 용의자를 미행하다가 귀가해서도 CCTV 화면 앞에 앉는 투철한 직업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준다. 영화가 가진 흡인력의 상당 부분은 루팔리를 연기한 배우 라지슈리 데슈판데에게서 나온다. 적은
BIFAN #6호 [프리뷰] 수디프 칸왈 감독, '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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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공포영화 <디 아더스>로부터 영감받아 설계된 부천아트벙커 B39에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고삐 풀린 포크 호러’ 대담이 열렸다. 세션1 ‘21세기 포크호러: 왜 지금?’에는 포크 호러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다큐멘터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를 연출한 키에르-라 재니스 감독,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산업 컨설턴트 제임스 마쉬, 영화 프로듀서이자 장기간 시체스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마이크 호스텐치가 초청되었다. 세 영화인은 포크 호러의 정의에 대해, 또 지금 포크 호러가 재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담을 나누었다.
- 각자 포크호러를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부터 세 분에게 여쭙고 싶다.
키에르-라 재니스 규정하기 쉽지 않은 장르지만 충돌이라는 개념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각자의 신념과 반대되는 것의 충돌, 도시문화와 시골문화의 충돌,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간의 충돌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꼭 시골 배경이 아
BIFAN #5호 [기획] ‘고삐 풀린 포크 호러’ 대담 “왜 전세계는 지금 포크 호러에 집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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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친구 장(주헌양), 한(송백위), 왕(채범희)은 각자가 저질렀던 악행을 대결하듯 풀어낸다. 계속해서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의 마지막 추억으로 나쁜 짓을 함께 저질러보자는 치기 어린 마음이 충동적으로 폭발한다. 그만두는 것은 약함을 인정하는 것. 이젠 누구도 이 질주를 선뜻 멈출 수 없다. 어느새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세 친구는 이제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첫사랑 커징텅으로 설렘을 안겨 주었던 배우 가진동이 긴장감 넘치는 세 친구의 하룻밤을 지휘하는 감독으로 부천을 찾았다. 연출자로 나선 가진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구파도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직접 연출했다. 극본의 어떤 점을 보고 연출을 맡기로 했나.
= 처음 시나리오를 읽는데 이 영화의 메시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명확한 단계로 나눌 수 없다
BIFAN #5호 [인터뷰] ‘흑교육’ 가진동 감독, “사실적인 연기와 연출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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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교육> Bad Education
가진동/ 대만/ 2022년/ 77분/ 부천 초이스: 장편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세 명의 친구 장(주헌양), 한(송백위), 왕(채범희)은 아무도 없는 폐건물 옥상에서 술을 마시며 자축을 한다. 그때 다른 두 친구를 도발하는 장의 말. "아무도 모르는 비밀 말해볼래? 자기가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는지." 세 친구는 암묵적인 서열을 저울질 하듯 그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가감 없이 뱉어낸다. 장애인 성폭행, 노숙자 살인 등 충격적인 실토가 이어지고 이들은 10대가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나쁜 짓을 해보기로 한다. 치기 어린 세 친구는 길거리 갱 단원을 습격하고, 이들의 하룻밤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 <흑교육>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는 '책임'이다.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모든 사람은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이제 장, 한, 왕은 새로운 결단의 순간에 이른다. 무엇으
BIFAN #5호 [프리뷰] 가진동 감독, '흑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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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름을 바꿔서 찍어도 모르겠는데···.”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공동 연출자 우치다 에이지 감독과의 협업을 이렇게 평했다. 두 감독은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에서 사랑, 가족, 그리고 일본의 사회 문제를 여기는 태도에 있어 구분 불가능할 만큼의 동질성을 보여준다.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는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에 모인 인물들이 가족의 붕괴, 사랑의 실패로부터 겪는 갖가지 비극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는 등장 인물들에게 탐정, 외계인, 닌자나 전문 암살자 등의 독특한 캐릭터와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B급 영화의 키치를 탁월하게 견지한다.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슬로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이야기’다.
- 공동 연출의 계기는?
우치다 에이지 처음엔 마리코 역의 이토 사이리 배우를 중심으로 한 옴니버스 영화를 기획했다. 열 명 정도의 감독이 릴레이 형식으로 작품을 찍어 합치는 방식이었다. 몇몇 프
BIFAN #5호 [인터뷰]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우치다 에이지, 가타야마 신조 감독, B급영화의 문법으로 그린 일본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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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씨딩> The Seeding
바나비 클레이/미국/2023년/95분/부천 초이스: 장편
남자 등산객이 황무지를 헤맨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소년을 쫓는다. 그러다가 사막 한가운데 구덩이에 갇힌다. 사방은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엔 외딴 오두막이 하나 있다. 오두막엔 성인 여성 한 명이 살고 있다. 어떻게든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이미 구덩이 속 일상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연신 구덩이를 오르려 하지만 구덩이 위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년들이 그를 방해한다. 심지어 소년들은 남자와 여자에게 생필품과 음식을 내려주며 사육하듯 관리한다. 남자는 이러한 일상에 적응하는 듯하다가도 종종 찾아오는 공포감과 무력감, 분노를 이기지 못한다. 종국에 인물들의 갈등은 격해지고 남자의 심신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피폐해진다.
데시가하라 히로시의 <모래의 여자>를 참고한 듯한 우화 영화다. <모래의 여자>처럼 사회의 젠더 구조를 모래
BIFAN #5호 [프리뷰] 바나비 클레이 감독, '더 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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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소녀> Tiger Stripes
아만다 넬 유/말레이시아/2022/95분/부천 초이스: 장편
또래 친구들에게 브래지어 입는 것을 자랑하는 자판(자프린 자이리잘)은 이제 막 2차 성징에 접어든 어린 소녀다. 화장실 한 칸에 여러 친구들과 함께 들어가 비밀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고, 하굣길엔 작은 계곡에 들러 물놀이를 즐기는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자판에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찾아온다. 바로 생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젠 너도 더러워졌다." 부정적인 엄마의 첫 반응부터 자신을 둘러싼 학교 친구들의 쑥덕거림까지 자판은 갑자기 많은 것을 참아야 한다. 교실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생리를 시작한 여자는 어떤 저주에 걸릴 수 있다고도 한다. <호랑이 소녀>는 여성 청소년이 겪는 2차 성징의 낯섦을 사회적 시선으로 풀어내면서 '변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생리의 시작과 함께 격변하는 교우관계, 고민 없이 자신을 훼손하는 자해적 증상, 쉽게 통
BIFAN #4호 [프리뷰] 아만다 넬 유 감독 ‘호랑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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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뽕>으로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등 4관왕을 휩쓴 뮤지션, 동시대 K-POP의 대표주자 걸그룹 뉴진스의 곡들을 만든 프로듀서. 250(이오공) 프로듀서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유 중인 수식들이다. 이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코리안 판타스틱: 영화 + K-Pop’이란 프로그램으로 <뽕>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를 상영하고 250 프로듀서와의 메가토크를 개최했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 ‘영화+’를 통해 영화와 영화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부다. <씨네21>은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현장을 찾은 후, 250 프로듀서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뽕>을 만들었다는 그의 음악 지론은 비단 음악 만들기에만 국한되지 않을 모든 창작에 대한 자극제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7월1일 한국만
BIFAN #4호 [기획] ‘뽕을 찾아서’ 250 프로듀서와의 만남, “뽕짝은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