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이스트빌리지 시네필들의 성지, 킴스비디오를 아는가. 이곳은 쿠엔틴 타란티노와 스파이크 리의 단골 비디오 대여점이자 코엔 형제가 600달러의 연체료를 저당 잡힌 대여점이었다. 1986년 개업 이래 10개의 체인 지점이 생길 정도로 성업한 킴스비디오는 비디오 문화의 쇠퇴로 2008년 폐업을 결정한다. 킴스비디오의 단골이었던 두 감독 데이비드 래드먼과 애슐리 새이빈은 다큐멘터리 <킴스비디오>를 통해 킴스비디오의 현재와 김용만 대표의 흔적을 추적한다. 5만 5천여 개에 달하는 컬렉션이 보관 중이던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소도시 살레미는 정치 스캔들로 상황이 복잡해지고 래드먼 감독은 킴스비디오의 컬렉션들을 다시 뉴욕으로 들여오고자 한다. 그리고 두 감독은 마침내 김용만 대표와 연락이 닿는다. 여럿의 노력으로 킴스비디오는 2022년 3월 재개장한다. 킴스비디오는 곧 김용만 대표의 한결같은 영화 사랑의 현신이다. 그를 만나 70, 80년대 영화광들의 삶, 킴스비디오의 찬란한 과거와
JEONJU IFF #4호 [인터뷰] '킴스비디오' 김용만 대표, ‘킴스비디오’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한제이/한국/2023년/112분/한국경쟁
최근 Y2K로 통칭되는 세기말을 낭만적으로 회고하는 풍경에는 그 시절 뿌리 깊게 자리한 폭력성의 민낯이 거세되어 있다.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에서 고등학교 태권도 부원 주영(박수연)과 소년원 학교를 다니는 예지(이유미)의 퀴어 로맨스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둘의 계급적 위치다. 주영은 막역하게 지내는 남자 친구 민우(김현목)가 “김희선을 닮았다”며 짝사랑하는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예지와 돌연 한집에 살게 된다. 주영의 어머니가 소년원 학생들의 자서전을 검토하다 삶의 목표가 딱히 없고 그저 잘 죽는 것을 지향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예지를 일시적으로 보살피게 된 것.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 예언이 존재하던 불안 속의 설렘이 공존하던 시대, 영화는 주영과 예지, 민우 그리고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을
JEONJU IFF #4호 [프리뷰] 한제이 감독,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우.천.사)’
-
<파더 앤 솔저>
마티유 바드피에/프랑스, 세네갈/2022년/ 100분/월드시네마
제1차 세계대전, 프랑스는 식민지 세네갈에서 젊은 남자들을 강제 징집해 전쟁터로 내보낸다. 소를 몰며 생계를 유지하는 바카리(오마르 시)는 프랑스 군대가 나타날 때마다 아들 티에르노(알라산 디옹)를 지키려 애쓰지만 결국 아들마저 전장에 끌려가게 된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자식을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바카리는 자원입대를 감행하지만 탈출에 실패한 부자는 전선에 결국 내몰린다. 식민지의 젊은 청년에게 전쟁 영웅이 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가치인 양 호도하는 군인, 혼란한 전쟁터에서 전쟁 기계가 되어가는 아들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휴먼 드라마의 틀 안에서 전쟁의 무상함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영화의 목표에 효과적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이었던 <파더 앤 솔저>는 기술적으로도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촬영감
JEONJU IFF #4호 [프리뷰] 마티유 바드피에 감독, ‘파더 앤 솔저’
-
<레볼루션+1> REVOLUTION+1
아다치 마사오/일본/2022년/75분/마스터즈
일본의 신화적인 영화감독 아다치 마사오의 신작이다. 60~70년대에 격렬한 정치 운동으로서의 영화를 만든 그는 오시마 나기사, 와카마쓰 고지 작품에서 배우 및 각본을 맡기도 했던 전방위적 영화인이었다. 더하여 70~90년대엔 중동지역의 혁명군으로 활동하면서 비범한 기인의 궤적을 그려오기도 했다. 말하자면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팔방으로 몸소 증명해 온 이다.
2022년의 아다치 마사오가 직면한 일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암살 사건이다. 실제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의 인생을 재구성한 것이 <레볼루션 +1>이다. 영화의 프로덕션 기간은 단 8일,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간에 맞춰 개봉했다. 현실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이루어진 현실의 재현인 셈이다. 감독의 전작 중 실제 연쇄 살인마 나가야마 노리오의 삶을 모티브로 만들었던 1969년 작 <약칭: 연쇄 살인마&
JEONJU IFF #4호 [프리뷰] 아다치 마사오 감독, ‘레볼루션+1’
-
-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나선 백현진은 배우·음악가·미술가 등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활동을 선보여왔다. "예술의 본질만 골몰하다 그 안에 갇히기보다,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에 집중"할 거라는 그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와 지향점을 담은 7편의 영화를 선별했다. 큐레이션 리스트에는 감독으로서 연출한 <뽀삐>, <영원한 농담>, <디 엔드>를 비롯하여 루이스 부뉴엘 감독 3부작인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자유의 환영> <욕망의 모호한 대상>, 그리고 신 스틸러로서 배우 백현진을 증명한 <경주> <뽀삐>가 포함된다. 4월 29일, 장률 감독의 <경주> 상영 이후 60분 동안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GV) ‘J 스페셜 클래스'에서는 ‘최현' 역의 배우 박해일이 함께 참여했다. 진행을 맡은 문석 프로그래머의 안내를 시
JEONJU IFF #3호 [스코프] ‘J 스페셜 클래스’ 백현진과 박해일이 회상하는 <경주> 이야기
-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연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는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이민자 아이들의 숭고한 우정을 다룬다. 개막작 선정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은 4월 28일 <토리와 로키타> 상영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윤가은 감독이 진행을 맡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번쩍 손을 들어 올리는 열기를 보였다. 티켓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한 가운데 다르덴 형제로부터 슬픔을 직면하는 방식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떻게 하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는지, 좋은 영화의 기준이란 무엇인지, 창작자로서 주요 메시지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면 좋은지 등 한편으로 추상적이고 한편으로 철학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마치 경험자의 조언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듯한, 영화에의 깊은 갈급함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이
JEONJU IFF #3호 [스코프] 마스터 클래스 '토리와 로키타' 다르덴 형제 감독, 타인이 되기 위한 노력
-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개교 40주년을 맞아 ‘KAFA 40주년 특별전’을 개최한다. 1984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한 KAFA는 허진호(9기), 봉준호(11기), 최동훈(15기) 감독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감독들을 양성해낸 영화 전문 교육 기관이다. 총 40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KAFA 40주년 특별전’의 상영작은 KAFA, 전주국제영화제, 외부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선정위원들의 추천작으로 구성됐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KAFA 40주년 특별전’은 각각 KAFA 졸업생 출신 감독들의 작품 제목을 빌려왔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특별전이 KAFA 출신 감독들의 졸업 작품뿐 아니라, 졸업생들이 재학 중 만든 실습 작품과 KAFA 정규과정 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참여하는 단체 워크숍 부트캠프에서 만들어진 작품들까지 상영작 리스트에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7기 이재용 감독의 영화 제목을 따온 ‘순애보’ 섹션은 로맨스를 소재
JEONJU IFF #3호 [기획] KAFA 40주년 특별전, 황정민, 김태리, 손석구… 스타들의 초기 단편 만날 기회
-
어떤 관객은 영사 사고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밤 산책>은 어떤 소리도 없이 도시와 숲, 골목길과 개울, 도시와 자연의 정적 풍경을 산책하듯 이어 붙인다. 여기에 손구용 감독이 직접 그린 드로잉과 조선시대 문인들의 시가 끼어들어 독특한 정취가 만들어진다. 전작 <오후 풍경>도 도시의 풍경을 포착한 작품이지만 <밤 산책>에선 행인의 움직임까지 덜어내 종종 영화 전체가 사진 이미지의 연속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에 초청된 <밤 산책>을 연출한 손구용 감독을 만나 그의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올초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상영 당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나.
= 꽤 큰 극장에 관객이 만석이었다. 그런데 무성 영화라 그런지 사람들이 영화를 보다가 기침을 많이 하더라. (웃음) 중간에 코를 고는 사람도 있어서 맨 뒷자리에서 초조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막
JEONJU IFF #3호 [인터뷰] '밤 산책' 손구용 감독, 풍경이 나를 찾아오는 경험
-
<미확인>은 그 제목처럼 알 수 없는 온갖 것들로 꽉 차 있다. 29년 전 지구 상공 곳곳에 다수의 UFO가 출현했단 세계관 아래 다채로운 서사와 형식이 종잡을 수 없이 가지를 뻗친다. 영화의 정체성을 대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이것이 바로 전주영 감독의 기획 의도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자란 후 사회인이 되어서야 한국에 온 전주영 감독은 2018년쯤의 한국 사회를 ‘불가해’로 느꼈다. 집단적 갈등, 청춘들의 불안, 갑질, 부조리가 넘쳐나는 사회의 면면을 마주하면서도 문제의 원천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이 혼란스러움의 감정을 UFO라는 물질로 구현하고 탐구하게 됐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이어 첫 국내 상영으로 전주를 찾은 전주영 감독은 한국 관객들과의 대화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었다.
- 첫 장편영화 <미확인>의 기획 배경은?
= 2018년에 기획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의 세태를 보면 뭔가
JEONJU IFF #3호 [인터뷰] '미확인' 전주영 감독, 한국 사회가 쏘아 올린 UFO
-
<워터> El Agua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스페인/2022년/105분/월드시네마
스페인 촌락의 10대 청춘들은 무료한 고향을 벗어나 도시로의 탈출을 꿈꾼다. 서로 사랑하는 소녀 아나와 소년 호세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 마을에는 강과 관련한 전설이 흐른다. 여름 홍수가 나면 마을의 강은 몸속에 물을 품은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를 수몰시킨다. 홍수의 전조가 보이자 마을에 사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은 각기 다른 대응 태세를 취하고, 새로운 세대의 여성인 아나는 엄습해오는 전설의 무게와 공동체의 폐소성 속에서 숨 막혀한다. <워터>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형태를 빌어 물의 다양한 심상을 변주하며 흥미를 꾀한다. 물은 때론 저주받은 강으로, 때론 연인이 사랑을 키워가는 곳으로, 처리해야 할 오·폐수에서 더러운 몸을 정화하는 곳으로 끊임없이 변모하며 관객들에게 영화에서 물이 갖는 함의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2006)
JEONJU IFF #3호 [프리뷰] 엘레나 로페스 리에라 감독, ‘워터’
-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the Beauty and the Bloodshed
로라 포이트러스/ 미국/ 2022년/ 122분/ 마스터즈
다큐멘터리스트 로라 포이트러스는 줄곧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그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맥락을 탐사해왔다. 그가 이번에 포착한 대상은 사진작가이자 사회 운동가인 낸 골딘이다. 총 7개의 챕터로 나뉜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낸 골딘의 과거와 현재를 병치한다. “삶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삶의 기억을 견디는 것은 어렵다. 이야기와 달리 삶의 경험은 악취가 있고 추잡하며 단순한 결말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이야기의 운을 떼는 낸 골딘의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다. 언니의 자살과 불안정한 가정 내 양육 환경 등으로 인한 사회공포증을 겪던 낸 골딘은 사진을 만나며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언어를 찾는다. 사진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70년대 말부터 낸 골딘은 온갖 정치적 검열과 사
JEONJU IFF #3호 [프리뷰]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