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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4호 [기획] ‘뽕을 찾아서’ 250 프로듀서와의 만남, “뽕짝은 슬픔이다”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3-07-02

<뽕을 찾아서> 250 프로듀서와의 만남

앨범 <>으로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등 4관왕을 휩쓴 뮤지션, 동시대 K-POP의 대표주자 걸그룹 뉴진스의 곡들을 만든 프로듀서. 250(이오공) 프로듀서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보유 중인 수식들이다. 이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코리안 판타스틱: 영화 + K-Pop’이란 프로그램으로 <>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를 상영하고 250 프로듀서와의 메가토크를 개최했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 ‘영화+’를 통해 영화와 영화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부다. <씨네21>은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현장을 찾은 후, 250 프로듀서와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과거의 슬픔에서 벗어나고자 <>을 만들었다는 그의 음악 지론은 비단 음악 만들기에만 국한되지 않을 모든 창작에 대한 자극제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뽕을 찾아서> 메가토크

7월1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뽕을 찾아서> 상영 후 메가토크가 진행됐다. <뽕을 찾아서>는 5년 전부터 올해 5월까지 유튜브에 차례로 공개된 6부작 다큐멘터리다. 이를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판본이 상영됐다. <뽕을 찾아서>에서 250 프로듀서는 뽕짝의 거장인 <몽키매직>의 이박사, 이박사와 함께 작업해 온 김수일 작곡가,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 등 이전 세대의 뮤지션들을 수소문해 만난다. 또 뽕짝과 관련된 여러 시민을 인터뷰하며 ’뽕‘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뽕짝에 어울리는 레트로 성질의 영상미,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유로운 다큐멘터리의 구성, 난데없는 B급 코미디가 그의 여정을 뒷받침한다. “한국에서 댄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뽕짝 음악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한 250 프로듀서는 “작년 3월에 앨범을 발매한 이후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그중에서도 오늘 관객과의 대화는 가장 예상 못 했고 특별한 순간”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서 “그래서 뽕을 찾으셨나요?”란 관객의 질문이 찾아오자 그는 “뽕은 250의 첫 번째 앨범”이라고 답했다. 더하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뽕에 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내가 뽕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규정할 권리는 없는 것 같다. 결국 내 선에서 최선의 답은 내 앨범의 제목이 뽕이라는 것 정도다”라는 첨언이 이어졌다. 한편 그는 자신에게 뽕짝 음악의 정수란 “슬프지만 춤추게 되는 음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250 프로듀서 인터뷰, “유년 시절의 슬픔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 <뽕을 찾아서> 상영 및 메가토크를 끝낸 소감은?

= 아직 생각 정리가 잘 안 된다. 정말 처음 겪는 신선한 경험은 보통 이렇더라. 나중이 돼서야 이 일이 내 인생에서 어떤 순간이었는지, 내가 정말 뭘 했던 건지 알게 되는 것 같다. 몇 년 뒤 오늘의 기억을 떠올리면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잘 꿰맞춰지지 않을까.

- 작품을 극장에서 보니 어땠나.

= 관객과 함께 감상하는 호흡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뽕을 찾아서>를 다른 사람과 함께 본 것도 처음인데, 심지어 난생처음 보는 이들과 스크린 속의 내 얼굴을 마주하는 상황이 신기했다. 내가 웃고 싶은 순간마다 관객들이 먼저 웃어주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 남들과 함께 무언가에 반응하는 경험이 순수하고 강한 즐거움으로 찾아왔다.

- 다큐멘터리에서 임권택의 <서편제>를 언급하고, <> 중 한 노래의 제목을 <이창>(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 짓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느껴진다.

= 어릴 적 가족들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 새벽 1~2시가 되면 EBS에서 틀어주던 영화를 보곤 했다. 나 홀로 있던 이색적인 밤들, 그때의 향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영화는 이런 것 같다. 영화 하나를 둘러싼 거대한 기억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는 느낌이다. 특히 <시네마 천국>을 봤던 때의 감상은 너무 깊었기에 일부러 그 작품을 다시 보지 않고 있다. <서편제> 역시 너무 감당하기 무거운 이야기인 탓에 딱 한 번만 감상한 작품이다.

- 과거를 먹고 사는 사람 같다. <>과 <뽕을 찾아서>의 맥락 역시 뽕짝에 얽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 이야기다.

= 그렇다. 뽕을 주제로 앨범을 처음 기획했을 때 자연스레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뽕짝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 고속도로에서 아버지와 들었던 음악, 어딜 가나 들려오던 음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릴 적의 내가 늘 슬픔이나 애수에 빠져 있던 아이였음을 깨닫게 됐다. 지금도 썩 행복 지수가 높은 사람은 아니다. (웃음) 그래서 내가 왜 그랬는지 복기해 봤다. 그 기억의 끝에 <아기공룡 둘리>와 그 주제가가 있었다. 이상하게 예전 애니메이션 노래는 늘 뭉클한 면이 있다. <슬램덩크>만 해도 오프닝은 시원시원한 느낌이지만, 엔딩에선 강백호와 소연이가 바닷가를 천천히 거니는 장면에 짠한 음악이 흐르지 않나.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가는 분명 명랑한 분위기다. 그런데 가사와 작품 내용을 살펴보면 둘리는 엄마를 잃었고, 수억 년을 얼음에 갇혀 있었고, 엄마를 만나려는 찰나 희동이에게 꼬리를 붙잡혀 끌려오던 아주 외롭고 불쌍한 아이다. 여기에 마치 저세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요정이 부르는 것만 같은 가수 오승원님의 목소리가 유년 시절의 슬픔에 방점을 찍었던 것 같다. 둘리에서부터 이어져 온 이 슬픔을 갈무리하기 위해 오승원님께 <>의 마지막 트랙 <휘날레>의 가창을 부탁했다.

- 슬픔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나?

= 어느 정도는. 지금 생각하면 앨범 제작 기간 동안 아주 우울했다. 하지만 내 근본에 있는, 맘속 깊이 잠겨있는 우울함과 슬픔을 극복하고 승화하기 위해선 꼭 작업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뽕짝이란 음악, <> 속의 음악들은 내 성장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배해 온 것들이다. 첫 앨범을 <>으로 완성해서 내 과거를 단단히 다지고 나면 두 번째, 세 번째 앨범에선 뭘 해도 괜찮을 거라 여겼다. 어쨌든 잘 마무리했고 주변의 평가도 좋았으니 슬픔을 좀 해소한 것 같긴 하다.

- 감정적 승화를 위한 작업이었지만, <뽕을 찾아서>에선 기존 뽕짝 음악에 사용되던 다양한 악기나 사운드에 대한 집념도 등장한다. 음악 만들기에서 기술적인 측면의 비중을 어떻게 여기고 있나.

= 기술적 기반은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 감정의 분출을 위해 필요한 사운드를 바로 찾을 수 있게 정리하거나, 내가 모두 만들 수 있거나. 이 둘 중 하나의 창구는 꼭 필요하다. 작업의 기원과 성질은 뽕짝이지만 그 음악을 구현하는 사운드는 현대적이고, 깔끔하고, 좋아야만 한다. 어쨌든 지금 시대, 가령 앨범을 발표한 2022년의 시점에서 내 과거를 표현하는 것이니 말이다.

- 작업의 계기와 과정이 무척 개인적이다. 리스너들의 반응은 딱히 예측하지 않는 편인가?

= 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눠 생각한다. 한쪽은 순수하게 음악의 내적인 요소를 즐기는 분들. 다른 한쪽은 <>처럼 어떤 음악적 시도를 했다는 지점에서 재미를 느끼는 분들이다. 내가 좀 더 의식하는 리스너는 후자다. 뽕짝을 어떤 의식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이전의 뽕짝을 답습하지 않으려 했는지를 생각하는 맥락이 내겐 좀 더 중요하다. 완성도가 좋으니까 그냥 이런 음악을 한 번 더 해봐야겠다는 가치관으론 작업의 갈피가 잡히지 않더라. 특정한 아이디어로 앨범을 마무리해야 하고, 그 아이디어를 충실하게 담아야겠다는 기준이 생겨야 음악이 완성되는 것 같다. 계속 이런 식의 작업을 이어가려 한다.

- 차기작으로 알려진 앨범 <아메리카> 역시 본인의 기억 속 미국을 회상하는 과거 지향적 작업으로 알고 있다. <뽕을 찾아서>처럼 <아메리카> 메이킹 다큐멘터리의 제작도 계획 중이다.

= 그렇다. <아메리카>라는 타이틀을 지으면서 처음 떠올린 기억은 초등학교 때다. 그때가 한창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생기던 시기다. 그곳에서 마운틴듀나 웰치스를 처음 봤다. 칠성 사이다랑 비슷한 음료 같긴 한데 뭔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다. 모양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 (웃음) 이런 느낌을 <아메리카>로 표현하고 싶다. <>은 뽕짝의 촌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한 음악이었다. 사실 남을 의식하면서 뭔가 있어 보이려다가 삐끗하는 순간이 정말 촌스러운 순간이지 않나. <아메리카>는 그런 촌스러움의 위기를 감수하더라도 실컷 멋을 내는 음악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

- 차후 계획에 대해 계속 묻자면, 영화 음악 작업에 대한 의지도 있다고 들었다.

= 뮤지션이라면 모름지기 한 번은 꿈꾸는 일이다. 영화 만들기라는 긴 호흡 내에서 그 서사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꾸린다는 것은 누구나 탐내는 작업이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셋 중 하나가 류이치 사카모토인 이유도 있다. 그의 완벽한 커리어 중 정점은 <마지막 황제>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하이힐>도 마찬가지고.

- 나머지 둘은?

= 신해철 그리고 프린스.

- <뽕을 찾아서>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이 작품은 뽕짝이란 과거의 유산을 기록, 보존하는 문화인류학적 연구로도 보인다. 일종의 직업적 책무 의식을 느끼기도 했나?

= 그렇진 않다. <뽕을 찾아서> 역시 개인적인 작업이었다. 평소에도 어떤 장르, 예를 들어 사람들이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에 관해 고심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럼 좋아하는 이유와 그 요소를 포착해서 다른 장르와 섞어보는 거다. 그럼 나도 예상 못 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니까. 한 가지 더, 내가 관심을 가지는 취향은 어려운 음악이나 문화가 아니다. 누가 들어도 좋은 음악, 알기 쉬운 음악을 줄곧 좋아했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관심사들에 집중하고 이리저리 섞어본 것이지 책무 의식 같은 동기는 없었다.

- <뽕을 찾아서>에서 얼굴과 눈을 클로즈업해서 길게 지속하는 장면이 많다. 메가토크에선 영상감독과의 기 싸움이었다고 너스레를 떨긴 했으나 <> 앨범의 <로얄 블루> 뮤직비디오에도 비슷한 방식의 클로즈업이 쓰이는 것을 보면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그냥 내가 좀 슬프고 우울하게 생겨서인 것 같다. (웃음) 가만히 얼굴만 찍어도 이 사람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걸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 얘기했듯이 내가 <>에서 그린 뽕짝의 정서는 슬픔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내 슬픈 얼굴에 집중된 것이 아닐까 싶다.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 “뭐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앨범 만들 필요가 있냐”라고 할 때가 있다. 그냥 내 생김새가 척 봐도 고생하는 사람 같고 힘들어 보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 <>으로 많은 축제와 공연을 순회 중이기도 하다.

= 이맘때쯤이면 <> 활동이 끝나고 다음 챕터에 완전히 돌입할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연장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론 김수일, 나운도, 오승원, 이박사, 이정식, 이중산 선생님 등 <> 작업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하는 공연도 한 번쯤 진행해 보고 싶다. 프로듀서란 ‘저 사람이 어떤 옷을 입으면 최선일지 아는 사람’이다. 그들을 어떻게 무대에 세울지, 어떻게 맞는 배경을 채워줄지, 또 어떤 사람과 협업할지를 계속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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