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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부터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72초 드라마 <오구실> 시즌2. 드라마라기보다는 만화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탄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가 생각난다. 일본에서는 직업여성을 통칭하는 말로 묶여버린 O.L.(오피스 레이디의 약어)들의 이야기. 그녀의 책 제목 그대로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20, 30대 미혼 여성들의 감정을 담담한 그림과 필체로 그려내는, 문고본 판형이 어울리는 만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단한 몸을 전철과 버스에 기대며 직장과 집을 통근하는 수많은 O.L.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지만, 인디 뮤지션 커피소년의 내레이션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어미 처리의 떨림도 거슬린다. 하지만 오구실의 상황에 맞는 사랑스러운 어설픔과 왠지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그마한 따뜻함이 묘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 현실 회사와 상황은 같지만
[김호상의 TVIEW] <오구실> 시즌2 7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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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가씨> 마리 또르망 아가씨
[정훈이 만화] <아가씨> 마리 또르망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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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분노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괴력을 발휘한다고들 한다. 나는 3X년 살면서 그런 경우를 딱 한번 보았고, 딱 한번 들었다.
199X년 XX대학 인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시 끝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조합하며 계산 결과를 도출하던(3년 내내 과외 대신 서빙만 했다, 강남 어머님 상대하느니 주정뱅이를♡) 나는 고민에 빠졌다. 참가비를 올리면 욕을 먹고 참가비를 내리면 적자를 면치 못할진대 전대 학생회로부터 물려받은 빚이 300하고도 몇 십만원, 그렇다면 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스물두살 어린 나이에 거대한 가난 보따리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 숙소 사장을 만난 나는 사들고 온 치킨과 함께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 방 네개만 빼주세요, 60명은 행사 끝나고 나서 강당에서 잘게요. 딜 성사, 플러스 마이너스 0원, 나 경영대 갈걸 그랬나봐, 아, 성적이 안 됐지. 하지만 인생의 본질은 배신이다.
잔금을 치르던 아침, 사장은 말했다, 27만원 더 내. 뭐라고요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초능력자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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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박찬욱 감독의 단편 <심판>(1999)을 다시 보았다.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굳이 지금의 박찬욱을 설명할 수 있는 진정한 출발이라고 부른다면, 직전에 만든 <심판>에서 지금의 박찬욱을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엿보여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는 <아가씨>에 대해 신년호인 1036호(박찬욱,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나홍진 표지 촬영 및 좌담)와 창간 21주년 기념 1051호(박찬욱, 김상범, 류성희, 정서경, 오달수, 류승완 좌담)를 통해 거듭 ‘믿음’에 관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심판> 또한 그 믿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특히 <심판>의 배우 기주봉, 고인배는 죽은 여자의 시신에 얼굴까지 나란히 맞대어 제각각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하며 대립하는데, 그들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각각 대립하는 남한군과 북한군으로 나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믿거나 말거나, 아가씨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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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크린 도어가 열리자 백색 마스크 군단이 쏟아져나온다. 행여나 서로의 몸이 닿을세라 미묘하게 움찔거리면서. 누군가 밭은기침을 내면 그 주변인들의 미간에 주름살이 간다. 주의와 경계를 넘어선 어떤 적개. 옆칸에 탈 걸, 다음 기차를 기다릴 걸, 괜스레 집을 나와 이 난리를…. 수많은 가정형의 후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자책한다. 그리고 두렵다. 어느새 자책은 화가 돼 분출된다. 불특정한 다수의 타인이 잠정적인 적이 돼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지하철, 공원, 식당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비일상적인 적개의 감정이 일상의 감정이 된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지난해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메르스가 몰고 온 일시적인 상황 속 감정만은 아니었을 거다. 부정확한 정보와 불확실한 조치는 불신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급기야 무작위적인 불행의 전의에 끝모를 적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02
그때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를 읽게 된 건 우연치고는
[정지혜의 숨은그림찾기] ‘인간적인’ 가능성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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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접했을 때 미셸 공드리라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다. 어떻게 보게 되었나 기억나지 않지만, 짐 캐리가 그저 표정으로 웃기는 코미디 배우가 아니란 건 <트루먼 쇼>(1998)로 알고 있었다. 영화는 2004년에 개봉했고, 한국 개봉이 1년 정도 늦었으니 내가 본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일기를 뒤적이니 ‘그해 본 최고의 영화 중 세 손가락에 든다’고 적혀 있었다. 지금보다 문화생활에 활발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터널 선샤인>을 본 젊은이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이후 미셸 공드리의 팬이 되었다. 후속작 <수면의 과학>(2006)도 극장에서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이 영화 이후 미셸 공드리 자체에 주위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기 시작했다고 기억한다.
이 원고를 쓰기 전, 다른 글을 하나 정리하다가 그야말로 문득 《이터널 선샤인》 사운드트랙이 생각났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가 부른 O.S.T 두 번째 곡 &
[마감인간의 music] 이런 영화도 있구나 -《이터널 선샤인》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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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들은 흔히 먹잇감을 찾아 눈을 번뜩이는 승냥이로 치부되곤 한다. 그들은 어슬렁댄다. 누군가의 주검이나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장면은 외면하기 힘든 훌륭한 사냥감이다. 으르렁 찰칵, 크르렁 찰칵. 카메라를 든 승냥이들은 찰칵거림으로 으르렁댄다. 허나 그것이 맛있다!는 감탄사일까.
1993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굶주려 엎드린 아이와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듯한 검은 독수리를 찍었던 케빈 카터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찬사와 동시에 비난이 쏟아졌다. 카터는 자살했다.
2015년 터키 해안에서 엎드려 죽은 채 발견된 3살배기 시리아 난민 쿠르디를 찍었던 닐루페르 데미르에게 쏟아진 것 또한 ‘용기 있는 찰칵’에 대한 찬사와 ‘타인의 죽음을 볼거리로 전락시킨 찰칵’에 대한 비난이었다. 데미르는 어땠을까. 카터를 떠올린 적은 없을까.
‘인간이라는 드라마’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고통이라는 사실은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관심사임을, 고통의 장면이야말로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만다는
[노순택의 사진의 털] 찍히는 모욕 찍는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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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이 없어진 걸 안 것은 택시에 탄 뒤였다. 순간 택시비 생각에 막막했지만 친절한 택시 기사는 냉큼 찾으러 가보라며 요금 따윈 운운하지 않고 바로 세워주었다. 지나온 궤적을 따라 걸으며 지갑을 찾았지만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고 너무 어두웠다. 검은색 지갑이 눈에 띌 리 없었다. 지갑을 포기하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후배를 택시 내리는 곳까지 오게 해서 계산을 시키고 지갑 잃은 상실감을 핑계로 술을 퍼마셨다. 어차피 지갑이 없어 술값도 내 몫이 아니니 맘 놓고 술이 잘 들어갈 수밖에. 우연히 만난 배우 일행과 합석을 했다. 그날따라 왜 그랬을까. 평소라면 무례한 발언에 허허실실 넘어가는데 예민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내쪽에서 걸고넘어졌다. 일행 중 섞여 있던 초면의 남자가 날 얼마나 안다고 본인의 여자 후배들에게 하듯 꼰대짓을 하기에 노골적으로 욕지거리를 해주자 그제야 당황한 주변인들에 의해 자리가 정리됐다.
속도 아프고, 지갑 생각에 하루 종일 우울했다. 현금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돌아온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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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가 고향이다. 충주는 사과가 유명하다. 사과는 피부 미용에 좋다. 피부 미용엔 온천도 좋은데, 온천 하면 수안보다. 수안보는 충주에 있다. 충주는 피부 미용에 좋은 도시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의 영화가 <겟잇뷰티>라도 되는 거냐고?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유명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자신의 파우치를 개봉하는 순간 ㄴr는 ㄱr끔 눙무를 흘ㄹL다. 그리고, ㄱr끔 ㅇㅣ렇ㄱㅔ ㄱH소리를 하눈 ㄴHㄱr 별루ㄷr.
2001년 어느 여름, 반복되는 수안보 온천욕에 더이상 뽀송해질 곳도 없던 나는 강원도 인제로 피서지를 틀었다. 부자 친구가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가 인제에 별장이 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만 아주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들뜬 마음으로 도착한 별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별안간 술 냄새가 진동했다. 아저씨 네댓명이 이미 얼큰해져 있었다. 부자 친구를 쳐다봤다. 부자 친구는 먼 산을 바라보며 경치가 좋다는 애먼 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애초에 부자 말은
[내 인생의 영화] 박정민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헐 저 아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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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의 감독 데뷔작은 <쾌락의 정원>(1925)이다. 영화의 주 배경은 런던이지만, 데뷔작부터 히치콕은 이국정서를 자극하는 지리적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알다시피 낯선 곳에 대한 열망은 히치콕 영화의 중요한 서사적 동기다. 데뷔작에서 강조된 장소가 이탈리아 북부의 코모 호수(Lago di Como)다.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영화는 ‘쾌락의 정원’이라는 카바레에서 일하는 두 여성 댄서 각자의 사랑 이야기다. 둘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한 여성이 영악한 남자의 꾐에 빠져 신혼여행을 가는 곳이 바로 코모 호수다. 남성은 식민지 아프리카로의 전출을 앞두고 결혼을 서두르고, 여성은 그 계획을 사랑으로만 해석한다. 여성은 아름다운 꿈을 꾸듯 남자를 따라 호수로 향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히치콕은 데뷔 때부터 스릴러를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히치콕, 코모 호수에서 데뷔작을 찍다
<쾌락의 정원>의 ‘코모 시퀀스’는 호수 주변에 있는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히치콕의 스릴러에서 코먼의 호러까지 <쾌락의 정원> <007 카지노 로얄> <로코와 그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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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의 번역가 박완(고현정)은 엄마 난희(고두심)의 초등학교 동문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구두쇠 남편(신구)이 약속했던 세계일주를 기다리는 정아 이모(나문희). 자식들에게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 가셨어야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희자 이모(김혜자). 유부남과 연하남 스캔들에 휘말렸던 연예인 영원 이모(박원숙)는 화통하고 다감하며, 카페를 하는 충남 이모(윤여정)는 가난한 예술가와 어울리는 재미에 취해 있지만 그들에게 물주 취급 받는 것을 모른다.
노희경 작가의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이 없다. 개성이 강한 60, 70대 여성들을 ‘이모’라는 호칭으로 묶어 서술한 것은 나이 든 이를 꼰대 같다며 귀찮아했던 완이 그들의 회고를 전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그들의 인생에 주석을 붙이는 내레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주석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불편할 때가 있다.
안개 자욱한 시골 도로에서 정아와 희자가
[유선주의 TVIEW] <디어 마이 프렌즈> 분명히 말해야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