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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도허티 감독의 <크람푸스>는 두 가지 의미에서 잔인하다. 한 아이가 크리스마스에 지긋지긋한 가족들을 불평하자, ‘산타의 그림자’라 불리는 괴물 크람푸스가 나타나 그 아이 혼자만 남겨둔 채 모두 죽여버린다.
희망 없는 세상을 알려주는 가장 잔혹한 해결책이다. <그렘린> <사탄의 인형> <나이트메어> 등 1980년대 호러영화의 진수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괴물들이 대거 등장해 사람들을 온갖 잔혹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크람푸스>는 잔인한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즐거운 가족영화다.
01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형마트에서는 옆집보다 더 행복한 연휴를 보내기 위해 주먹다짐도 불사하는 촌극이 종종 벌어진다. 주인공 맥스네 집 안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격도 취향도 너무 다른 린다 이모네 식구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맥스 집에 들이닥치자 난장판이 펼쳐진다. 겉으론 가족의 의무를 다하고자 모였지만 속으론 모두가 불편해하는 중이다
[김현수의 야간재생] “희망 없는 세상을 알려주마” <크람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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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셋째날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아비치는 2016년을 끝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번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이하 울트라)이 아비치의 마지막 한국 공연이 될 수도 있었다. 팬들의 안타까움을 알았는지, 그는 앙코르로 그의 최대 히트곡 <Levels>를 틀었다. 그 유명한 멜로디가 흐르자 잠실주경기장 전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사흘 동안 녹초가 되도록 놀았던 관객이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모든 에너지를 불살랐다. 올해 울트라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둘째날 헤드라이너 악스웰 앤드 잉그로소도 기억에 남는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Sun Is Shining>이 흐르는 순간, 주경기장 원형 천장을 360도 빙 둘러 수십개의 폭죽이 동시에 터졌다. 팀을 상징하는 시그니처송에 화려한 연출까지 더해지자 감동의 크기는 몇배로 커졌다. 역시 올해 울트라를 상징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올해 울트라를 찾은 관객은 15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EDM
[마감인간의 music] 가능성으로 충만한 -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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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새벽, 비보가 날아들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소식. 50여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총기 사고 중 희생자가 가장 많은 최악의 규모. 또 성소수자 역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었다. 누워 있는 시신들 사이에서 가족들의 전화 소리가 울리고, 헌혈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게이들은 헌혈 금지법 때문에 병원 앞에서 눈물을 터뜨려야 했다.
하루 전에 치러진 퀴어 퍼레이드 때문에 기쁨이 굽이치던 한국의 SNS는 이 소식에 곧장 얼어붙었다. 마음이 비탄에 허옇게 잠식됐다. 6월은 성소수자들에게 축제의 달이다. 1969년 6월28일, 뉴욕의 ‘스톤월 인’ 게이 바에서 마침내 벽장을 찢고 봉기가 일어난 것을 기념하며 전세계에서 행진과 축제가 벌어지는 기간. 하지만 난데없이 올랜드 게이 바가 피로 물들여지면서 전세계 LGBTQ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성소수자들이 최초로 자긍심을 횃불처럼 지폈던 게이 바, 서로의 안부를 토닥이고 사랑을 속삭이고 삶의 춤을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혐오의 시대 - 올랜도 총기 참사 소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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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전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 모두- 책뿐만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를 아주 좋아했고 자주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삶과 가치관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신선한 충격과 생각을 하게 만든 애니메이션에는 <아키라>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이 있고, 사람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영화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 <글루미 썬데이> <클로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레옹> <위대한 유산> <아메리칸 뷰티> 등이 있다. 그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20여년 전에 개봉했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이다. 원래 ‘상’을 받은 영화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상 받은 영화는 예술성을 강조하다보니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꼰대 느낌이 나는 심사위원들의 한쪽으로
[내 인생의 영화] 양재진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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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7일 첫 방송된 JTBC의 <비정상회담>이 100회를 맞았다. 위클리 프로그램으로서 100회라면 2년 남짓, 프로그램의 인기도와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만한 담금질이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일종의 스핀오프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까지 성공적으로 론칭되었다. <비정상회담>으로 쌓아올린 그들과의 친밀도, 궁금증, 캐릭터가 동시에 버무려져 시너지를 만들어낸 프로그램. 벨기에 줄리앙의 집에서, 중국 장위안의 집에서 우리는 비정상들의 가족과 어린 시절을 만나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노르웨이, 이집트, 벨기에, 프랑스, 브라질, 그리스, 네팔, 캐나다, 가나, 러시아, 폴란드…. 대충 기억나는 비정상들의 국적만 헤아려봐도 이 정도다. 이들은 우리말 구사뿐 아니라 우리 문화와 생활 습관에도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비정상회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여과지를 통
[김호상의 TVIEW]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200회를 바라는 나,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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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며느리의 편지
[정훈이 만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며느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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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고등학교 재단은 버스 회사였다. 그래서 수학여행을 남들 다 가는 제주도 대신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설악산과 서울로 가야 했지만(서울 구경이라니, 수치스러웠다) 그렇다고 버스 대여비를 안 받은 것도 아니었으니 대체 누구를 위한 수학여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제주도 가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학여행을 교복 입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어, 근데 우리 학교는 교복이 가지색이지, 꿈돌이 보러 단체로 교복 입고 대전 엑스포 갔다가 우리가 구경거리 됐다고. 그 소식을 듣고 성난 소녀들은 주동자도 없는데 입실을 거부하며 운동장에서 생애 최초의 침묵 시위를 벌였고, 첫날만 교복을 입기로 재단쪽과 대타협, 그렇게 하나로 뭉친 민중의 힘을 경험했다고 믿었으나… 정말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골 버스 회사가 관광버스를 수십대씩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버스가 모자랐다. 게다가 때는 봄날, 1년에 두번 있다는 버스 회사의 대목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택시 기사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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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영화는 루키노 비스콘티의 <센소>(1954)였다. 박찬욱 감독이 비스콘티의 열렬한 팬인 데다가,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한 <아가씨>처럼 <센소> 또한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때를 배경으로 금지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동성애와 이성애의 차이는 있지만, <아가씨>에서 조선과 일본의 경계처럼 <센소>에서는 이탈리아 귀족 여성과 오스트리아 점령군의 젊은 장교가 사랑에 빠진다. 박찬욱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센소>를 추천, 상영하면서 ‘비스콘티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 평하기도 했고, 그즈음 서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해서는 전용관 건립과 자료 보존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센소>의 예를 들기도 했다. <센소> 도입부에 베니스 펠리체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박찬욱과 비스콘티, 나홍진과 코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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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 이십대 후반의 십분의 일 정도는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에 바쳤을 거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워크래프트> 1편을 처음 접한 날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내 고등학교 성적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주범은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였지만 블리자드 게임 중 내가 가장 사랑했던 건 단연 <워크래프트> 시리즈였다. 요컨대 나는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 대해 절대 중립적일 수 없다. 북미의 처참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미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연루자의 심정으로 영화를 봤고, 이 장면 하나를 건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정신승리해본다.
나는 두껍고 뭉툭한 손가락을 좋아하나 보다. 어릴 적 아버지의 두꺼운 손이 얼굴을 한번에 덮는 게 좋았고, 사촌 형이 뭉툭한 손가락으로 프라모델을
[송경원의 덕통사고]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에 대한 원작 게임 팬의 편파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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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먼저 던져본다. ‘제이. 로’ 하면 당신은 누구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나. 만약 제니퍼 로렌스를 연상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그래도 늙지 않았다. 그런데 제니퍼 로페즈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면? 역시나 축하한다. 옛날 사람. 옛날 사람. 어쨌든 1990년대 라틴 열풍의 주역이었던 제니퍼 로페즈가 신곡 <Ain’t Your Mama>로 돌아왔다. 곡은 도입부부터 자신이 제니퍼 로페즈산(産)임을 숨기지 않는다. 극도로 절제되었지만 들썩이는 라틴 비트가 딱 제니퍼 로페즈 음악에서 들어왔던 시그니처 사운드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니멀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퍼커션 연주는 그가 음악도 음악이지만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를 설계했음을 말해준다. 기실 사람들(적시해서 말하자면 남성들)은 제니퍼 로페즈의 보험 든 엉덩이로 대표되는, 그의 섹시한 이미지만을 거의 폭력적인 시선으로 소비해왔다. 그는 비욘세의 1990년대 버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비욘세가
[마감인간의 music]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 제니퍼 로페즈, < Ain’t Your Ma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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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될 일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었으니 발 뻗을 데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뜻은 고마우나 돌아가라는 얘기였다. 입이라도 맞춘 걸까. ‘두 어른’의 말씀이 같았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허나 우리 고집도 셌다. 예술이 별건가. 완고한 세상에 금을 내려는 몸부림이 예술이라면, 당신들의 삶은 온통 불순하였고, 거리에 내던진 말과 몸짓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우리의 작가가 되어 달라. 두 어른. 어찌 모르겠는가. 빨갱이 타도와 애국결사를 외치며 버르장머리 없는 이 땅의 자식놈들에게 2만원짜리 회초리를 휘갈겨대는 어버이들의 나라에서 두분의 존재는 이미 가냘프다는 것을. 어쩌면 평생 종이호랑이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고함이 포효가 아니었는가.
문정현은 일흔여덟살이다. 1975년 인혁당 수형자들이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이 되고 시신마저 탈취당할 때, 영구차를 가로막고 몸을 던진 젊은 사제였다. 1976년 박정희 영구집권에 반대하는 3•1구국선언 사
[노순택의 사진의 털] 종이호랑이 두 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