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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아, 오랜만이야. 넌 행복하니? 갑자기 행복이라니 참 뜬금없지? 근데 사람들도 뜬금없이 행복이라는 말 잘 쓰잖아. 지금 당장 어느 고객센터라도 전화해보면 ‘행복하세요, 고객님’이라고 인사할걸? 식당의 물티슈에도, 라디오 DJ의 단골 멘트로, 하물며 연예인에게 사인을 부탁해도 흔히들 ‘행복하세요’라고 쓰잖아. 이렇게 세상 모두가 우리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데, 난 잘 모르겠어. 행복이 뭘까? 행복하다는 게 그렇게 좋기만 한 걸까?
솔직히 행복이란 게 말이나 되긴 하니? 행복의 정의가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쁜 마음의 상태, 그걸 자신이 온전히 누리고 있다는 거잖아. 그게 가능한 일이냔 말이야. 바다는 죽어가고, 숲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땅은 병들고 동물은 멸종 중이야. 대기 중엔 미세먼지가, 우리 혈관에는 미세플라스틱이 흐르고 있어. 기후변화와 혼란은 막을 수 없는데,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는 별로 없어.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사회는 어떻고. 그런데 뭐라고?
당신의 불행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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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리 톰슨, 토머스 F. 윌슨, 엘리자베스 슈 / 제작연도 1989년
영화 <엑시트>는 미래영화다. 2019년 7월 31일에 개봉했지만 영화 속 유독가스 테러사건이 벌어지는 날은 2019년 9월 7일이다. 근미래지만 미래, 의도치 않게 데뷔작으로 미래영화를 찍게 된 셈이다. 물론 지금 시점에선 모든 것이 과거가 돼버렸지만.
슬프지만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백 투 더 퓨처2>가 개봉하자 막내 삼촌은 나와 누나를 데리고 시내에 있는 극장으로 향했다. 친구 집에서 비디오로 본 1편이 충격적으로 재밌었던지라 몇 정거장만 더 가면 2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굉장히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비도 오는 데다가 어린애 둘을 데리고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았을 터, 우린 결국 상영시간에 늦게 도착했고 영화 초반 10분을 놓친 뒤 좌석에 앉게 됐다. 얼마나 기다렸던 2편인데 10분이나
[내 인생의 영화] 이상근 감독의 <백 투 더 퓨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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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vN <최신유행 프로그램> 새 시즌이 시작했다는 사실을 여기저기 뜨는 ‘짤’(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사진, 그림이나 짤막한 영상)을 보고 알았다. 몇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던 ‘100일 기념 이벤트로 번화가에서 하회탈 쓰고 상모놀이 펼치다가 여자친구에게 차인 썰’을 재구성해 찍은 콩트는, 원글의 클라이맥스인 “여자친구를 유혹하려는 것처럼 어깨춤을 추면서 다가갔다가 멀어졌다가 다가갔다가 멀어졌다” 장면을 실로 완벽히 구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행한 모든 ‘드립’과 유머 코드를 쏟아부어 이를 공유하는 시청자로부터 웃음을 낚는 예능이다. 그래서 아는 만큼 웃기기도 하고, 보이는 만큼 찜찜할 때도 있다. 수평적 문화와 독창적 비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젊은 꼰대인 대표(권혁수)의 기분에 좌우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IT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코너 ‘스타트엇!?’에는 노골적인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구도’가 등장하다
<최신유행 프로그램>, 모든 것은 드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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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조커> 코미디 같은 세상에 나만 맨 정신이었던거야.
[정훈이 만화] <조커> 코미디 같은 세상에 나만 맨 정신이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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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엑시트>가 천만 영화가 되길 바랐건만 941만 관객에서 그쳤다. 아깝게 천만 관객에 다다르지 못한 다른 영화들로는 970만 관객의 <검사외전>(2016), 935만 관객의 <설국열차>(2013) 등이 있다. 아무튼 그러길 바랐던 이유는 <엑시트>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한국영화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유일하게 20대 주인공이 등장하는 천만 영화가 되기 때문이다. 믿기 힘들지만 1761만 관객의 <명량>(2014)부터 1008만 관객의 <기생충>(2019)에 이르기까지, 총 19편의 역대 천만 한국영화들 중 동시대를 다룬 영화에서 20대 주인공은 찾아보기 힘들다. 1174만 관객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에서 장동건과 원빈이 연기한 두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확실히 20대 이하일 테지만, 동시대 영화는 아니다. <암살>(2015)의 독립군과 <실미도>(2003)의 부대원들도 20
[주성철 편집장] 20대 관객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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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t Badass Asian. MBA를 처음 알게 된 건 래퍼 딥플로우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다. “오늘 나온 MBA 크루 앨범 강력 추천. 엉뚱한 애들 빨지 말고 앞으로 대세에 얘네 넣어라.” 딥플로우가 멋있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그와 나는 힙합을 보는 눈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멋의 기준 말이다. 그 ‘멋’을 바꿔 말하면 ‘태도’가 될 수도 있다. 힙합이 다른 어떤 장르보다 스스로의 고유한 태도를 유별날 정도로 중요시해왔다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리고 MBA는 최근 몇년간 한국 힙합을 통틀어 힙합의 그 속성을 가장 강력히 떠올리게 하는 크루다. 암, 그렇지. 힙합은 태도지. 처음부터 끝까지. MBA의 노래 <무리>는 태도 그 자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힙합 고유의 태도 그 자체다. MBA는 이 노래에서 우린 무리라고 말한다. 우린 집단이고 뭉쳐 있으며 형제이고 식구라고 말한다. 발라드를 즐겨 듣는 사람은 이 노래 앞에서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힙합을 좋아하는
[마감인간의 music] MBA <무리>, 힙합은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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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생략된 ‘은희’와 ‘지숙’의 두 번째 투숏은 지숙의 방 침대에 누워 ‘sex’를 발음하는 전자사전 기계음을 반복 청취하며 자지러지는 모습이다. 사적 공간인 ‘방’에서 기계음을 빌려 크게 발음해보는 섹스, 섹스, 섹스…. 영화가 대서사시처럼 그려낸 10대 여성의 “광대한 마음의 지도”, “정서적 스펙트럼”의 한축은 분명 온갖 종류의 ‘친밀성’에 대한 갈구다. 그건 ‘성애적인 것’을 포함하며, 결코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만 작동하지도 않았다. 영화 <벌새> 이야기다.
은희는 “우리 키스하자”라며 남자친구 지완과 이성애 행위를 실험하지만, 그와 나란하게 교차되는 것은 록카페에서 “X” 맺기로 결의한 “보이시한” 후배 ‘유리’, “짧은 머리”에 담배를 피우며 은희를 매료시킨 ‘영지’와의 관계다. 그 관계들은 순식간에 돌변하고 상실된다는 점에서, 은희에게 공평하게 소중했고 가혹했다.
유리 옆에서 은희가 <사랑은 유리 같은 것>을 부르는 장면은 단연 최근 본
사랑은 유리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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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크 웹 /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디샤넬 / 제작연도 2009년
23살 때였던가. <500일의 썸머>를 처음 영화관에서 봤을 때 나이가. 당시 23살의 나는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내 앞에 놓인 여러 과제들을 버겁게 해내고 있었고 불투명한 미래에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한편 그때의 난 매일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활기찬 에너지가 넘쳤으며, 또 영원할 것만 같은 20대의 사랑을 하고 있었다. 여러 의미로 나에겐 역동적인 시기였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내레이션으로 아주 경쾌하게 시작된다. 각기 다른 환경과 가치관으로 자라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임을 알려줄 그들의 성장배경이 짧은 필름으로 지나간다. 칙칙한 사무실에서 자신의 꿈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던 톰(조셉 고든 레빗)의 인생에 파란색 나비를 달고 나타난 썸머(주이 디샤넬)의 해맑은 웃음은, 그녀가 그에게 앞으로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사랑을 가져다
[내 인생의 영화] 강한나 배우의 <500일의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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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산 게장 골목에서는 딸이나 며느리에게 게장 저작권과 상속권이 승계된다. 요리를 하는 여성이 권력을 잡고 그들의 남편이나 아들은 식당 주차요원을 하거나 손님에게 파인애플을 판다. KBS <동백꽃 필 무렵>에는 요식업이나 식재료를 취급하는 여성 사장만 여덟이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외지인 동백(공효진)도 게장 골목에 술집 ‘까멜리아’를 열고 나름 6년을 버텼다. 술을 판다고 막 대하는 사람들 틈에서 상처를 입던 동백이 각성하고 변화하는 이야기인 만큼 이웃의 면면에도 눈이 간다. 특히 ‘3대 며느리 게장’의 CEO 박찬숙 역의 김선영 배우를 보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화려한 부인복의 목깃을 세우고, 귀걸이와 목걸이는 늘 세트로 맞춘다. 푸른빛 도는 회색의 눈썹 문신, 진한 립스틱은 입술 안쪽이 지워져 테두리만 남아 있다. 동백 네 개업 떡을 잘라 입에 넣는 손가락의 매니큐어가 군데군데 벗겨진 것까지 구현하는 디테일에 감탄만 나온다.
찬숙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상대방 말꼬리를
<동백꽃 필 무렵>, 김선영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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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레플리카> 이게 붕어빵 가족으로 보이십니까? 복제인간입니다.
[정훈이 만화] <레플리카> 이게 붕어빵 가족으로 보이십니까? 복제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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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omplete me.” <제리 맥과이어>(1996)에서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제리(톰 크루즈)가 도로시(르네 젤위거)에게 고백하며 유명해졌던, ‘넌 나를 완성시켜주는 존재’라며 멜로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 대사는 <다크 나이트>(2008) 취조실 장면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에게 하기도 했다. 선이 있으면 악도 있고 배트맨이 있는 세상에 조커도 있다는 의미로, 조커는 그렇게 배트맨을 필요로 했다. 자신에게 쨉도 되지 않는 재미없는 경찰들에 비하자면 배트맨은 그야말로 흥미로운 적수였기 때문이다.
올해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코믹북 원작 영화 중 최초로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가 된 <조커>에는 바로 그 조커(호아킨 피닉스)의 영혼의 파트너 배트맨이 등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배트맨이 될 어린 브루스 웨인과 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브렛 컬런)이 등
[주성철 편집장] <조커> 보며 <펭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