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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곶매의 <파업전야>(1990)와 함께 바리터의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1990)라는 영화가 있었다. <파업전야>가 ‘경찰이 필름을 압수하고, 경찰 12개 중대와 헬기까지 동원해 상영을 저지한 영화’로 신화화되고, 개봉 30년 만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올해 5월 1일 노동절에 재개봉하며 여전히 한국 독립영화의 불굴의 전설로 회자된 반면, 같은 해 만들어진 김소영 연출, 변영주 촬영의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는 한국 여성영화사에 있어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오직 ‘구전’으로만 전해졌을 뿐, 그 어디서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심지어 한국영상자료원과 <씨네21> 홈페이지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존재 자체가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올해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주년, 그리고 한국 최초의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의 30주년을 기념하며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를
[주성철 편집장]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 꼭 복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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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을은 저녁의 냄새다. 정확한 언어로 포착할 순 없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던 바로 그 냄새를 어제 처음 맡았다. 이 냄새는 나에게 음악을 자극한다.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노래 하나를 찾았다. 권순관의 <그렇게 웃어줘>다. 이 곡, 적시해서 말하자면 ‘피아노 기반의 싱어송라이터 음악’ 정도 된다. 유희열이나 김동률의 계보를 잇는 음악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소속 밴드인 노리플라이보다 훨씬 더 멜로디 지향적인 음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글쎄, 어찌 보면 뻔한 수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렇게 웃어줘>의 진가가 드러난다. 이 곡, 전혀 진부하지 않다. “하늘 아래 이런 곡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권순관은 탁월한 밸런스 감각을 지닌 뮤지션이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오버하지 않고, 다른 악기들과 환상적인 어울림을 일궈낸다. 그중에서도 3분 40초에 시작되는 브리지 부분을 꼭 언급하
[마감인간의 music] 권순관 <그렇게 웃어줘>, 이것이 가을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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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막 등장했을 때는 최신 휴대폰을 갖는 것이 능력의 척도였다면, 휴대전화가 흔해진 지금은 휴대폰을 갖지 않아도 되는 쪽이 오히려 능력자다. 휴대전화가 경제활동의 필수품이 되면서,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에 ‘특별한 소득 활동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상태’라는 새로운 지위가 부여된 셈이다. 소득 활동뿐만 아니다. 현실에서 휴대전화 번호가 없이는 실재하는 본인을 인증할 수 없는 상황에 종종 맞닥뜨린다. 사소한 온라인 쇼핑이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포인트 적립이든 소비자로 살려면 휴대폰을 통한 본인 인증은 필수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유의지의 폭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현실적으로 메신저 앱을 깔지 않을 자유가 있을까? 공동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전체 공지를 단체 대화방이 아닌 수단을 통해 전달받는 것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까? 만일 당신이 다른 방식의 정보전달을 원한다는 말을 저항감 없이 내뱉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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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지만, 새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제작진은 꼭 첫회에 중년 남성 탤런트 C씨를 부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입담이 좋고 능숙하게 분위기를 띄우기 때문에 뭘 해도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아니 그때나 지금이나 믿고 섭외할 만한 ‘1회 전문 게스트’는 이효리인 것 같다.
유재석이 그날의 초대손님과 함께 육체노동을 하며 번 일당을 각자 좋은 일에 쓴다는 형식의 tvN <일로 만난 사이>는 아주 새롭거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에는 예능적 ‘재미’가없고, 일을 제대로 하다 보면 토크는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나 유재석 하면 어려워하고 ‘유라인’으로 가고 싶어 하고 재석형~ 재석 오빠~ 이러는데, 뭐 저는 그럴 필요는 없으니까”라고 말해도 미움받지 않는 유일한 연예인 이효리는 예측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시청자를 집중하게 만든다. 월경이나 부부간 스킨십 얘기를 꺼내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든 그
<일로 만난 사이>, 본 투 비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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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씨네21>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영화 굿즈들! 이번 추석에도 아낌없이 나눠드립니다. 9월 27일(금)까지 독자엽서에 영화퀴즈 정답을 보내주시면 추첨 후 1225호에 당첨자를 발표합니다(엽서 도착일 기준). (문의 [email protected])
* 자세한 선물의 종류와 이미지는 1221호 지면에서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정훈이 만화] 한가위 영화 퀴즈 - 틀리면 화나는 분노의 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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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M. 나이트 샤말란 / 출연 브루스 윌리스, 할리 조엘 오스먼트 / 제작연도 1999년
나에겐 너무 어려운 요청이다. ‘내 인생의 영화’라니?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한 내 성격에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영화 중에서 한편을 콕 집어내라니? <매트릭스>를 선택하면 <쇼생크 탈출>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쇼생크 탈출>을 고르면 <유주얼 서스펙트>로부터 날아오는 그 경멸의 눈초리를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 게다가 그 영화와 관련된 사연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도 써달라니?! 한편의 영화와 개인적인 사연이 드라마처럼 엮이는 교집합점이 생각해보고 생각해봐도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생각하면 할수록 ‘내 인생은 뭐 이렇게 물을 탄 술처럼 밍밍하고 맛없는 자질구레한 기억들로만 가득 차 있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내 인생의 영화’라고 쓰고 ‘내 기억 속의 영화’로 읽기로 했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
[내 인생의 영화] 김동현 메리크리스마스 본부장의 <식스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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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 관객을 향해 질주 중인(8월 29일 기준) <엑시트>가 결국 올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매년 3천만명 정도가 극장을 찾는 최대 성수기인 여름(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에 총관객수 250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정도를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김성훈 기자가 이번호 ‘국내뉴스’ 기사로 쓴 것처럼 “올해 여름 극장을 찾은 2500만여명은 2012년의 2423만여명 이후 최저 관객수고, ‘천만영화’가 단 한편도 나오지 않은 여름 시장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여름에 천만 한국영화를 배출해온 기록은 깨졌다. 같은 날 8월 29일 기준으로, 95만 관객의 <나랏말싸미>, 160만 관객의 <사자>, 461만 관객의 <봉오동 전투>가 <엑시트>와 더불어 ‘BIG4’로 불리며 기대감을 높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현재 <엑시트>를 제외하고 이들 중 손익분기점을
[주성철 편집장]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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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여름 노래를 따로 준비한다. 이 연재에서도 여름 노래를 여러 번 다룬 것 같다. 올해 여름도 다르지 않다. 베란다에서 선풍기를 꺼낼 때 몇몇 노래를 함께 꺼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 리스트에 기린의 노래가 꼭 포함돼 있다는 점이 다. <SUMMER HOLiDAY(’97 in Love)> <CITY BREEZE>에 이어 올해에는 <오늘밤엔>이다. 기린과 그의 레이블 에잇볼타운의 음악을 즐겨 들어왔다면 이 노래 역시 낯설지 않다. 유누의 프로듀싱, 제이슨 리의 색소폰, 후디의 코러스, 심지어 김건모를 인용한 어글리덕의 랩 가사까지 모두 기린이라는 세계 속으로 수렴한다. 공식은 비슷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아, 박재범이 함께했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 둘의 작업이 벌써 두 번째다. 노래를 듣다 “낮엔 얘기 못했던 쓸데없는 말들 하려고”라는 가사에 꽂혀 기린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네모 안에 사
[마감인간의 music] 박재범&기린 <오늘밤엔>, 여름밤에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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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한 대학에서 일주일에 두번 시간강사로 일했다. 학생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수업이라서 꽤 긴장하며 수업에 임했다. 봄기운이 가득했던 3월, 장미 넝쿨이 만발한 담을 따라 걷던 5월의 출근길은 행복했다. 햇볕이 공격적으로 따가워질 즈음, 내 근무환경도 따가워졌다. 조교는 종강을 앞두고 시간강사 해촉문서를 보내왔다. 내가 아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편에. ‘기한 내에 수업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교에 감사 나온다’라는 경고와 함께. 이 예정된 ‘해촉’이 왜 그렇게까지 냉담하고 무례해야 했는지 아직도 영문을 모른다. 하지만 ‘냉담’과 ‘무례’가 ‘위법’은 아니므로, 나는 이 일을 그저 내 마음의 법정에 고발했다.
이후 일은, 현재 강사법 통과와 함께 많은 시간강사들이 겪은 그대로다. 강사 공채 마감을 불과 하루 혹은 몇 시간 앞두고 교수에게 ‘친히’ 전화가 온다. 다음 학기 강사 공채에 지원하라고 권유한다. ‘공채’인데 이런 전화가 왜 오는지 의아하지만 ‘난 내정자인가?
고작 이 정도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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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야기라 유야, 기타우라 아유 제작연도 2004년
나는 배경음악이 없는 영화를 못 본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카메라 움직임이 느리거나, 장면이 오래 머무는 작품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꼬맹이 시절 할리우드영화에 흠뻑 젖었던 탓일까. 모름지기 영화란 스토리와 구성이 빡빡하고, 인물과 사건은 무조건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촘촘한 스토리보다 감정이나 정서가 중시되는 영화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어두었다. 이런 나의 영화 취향이 깊이 없고 천박하다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느덧 그게 내 취향이 된 것을. 영화의 여백미를 즐기는 사람이 미식가라면, 나는 분명 초딩 입맛이다. 자극적인 맛을 가진 음식이 건강에도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설탕과 소금, 조미료와 향신료를 듬뿍 넣은 음식은 맛이야 끝내주지만, 내내 그것만 먹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니까. 밋밋하고 슴슴한 밥과 반찬을 오래 먹을 수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겠지. 어떤 면에서는 영화
[내 인생의 영화] 김요한 왓챠 이사의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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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마친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노래방에서 한껏 에너지를 발산한 참이다. “너무 달렸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아.” 10대 끄트머리의 농담, 또래에만 통하는 너스레다. 이들에게 중년에 찾아오는 진짜 노화를 말해봤자, 먼 미래의 육신은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저맘때의 불안과 조바심 역시 막연한 앞날보다 짧은 주기의 촘촘한 과업과 한정된 인간관계 속에 스민다. 매일이 고되고 감정은 버거웠던 10대 시절을 대체 어떻게 견뎠나 싶다.
JTBC <열여덟의 순간>은 여름 시즌 청춘 드라마의 필수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늘이 있는 전학생 소년, 가면을 쓴 모범생,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학습부장, 개그 담당, 불량학생, 수학천재가 나와서 교복을 입고 소나기를 맞거나, 운동장을 질주한다. 그 풋풋한 그림과 겹치는 경험이 전혀 없어도 ‘맞아, 그랬어’ 하고 끄덕일 때가 있다.
과거 회상에 젖어 있던 전학생 최준우(옹성우)의 울적한 표정은 휴지를 말아 귀를 간질이는 옆자리 짝의
<열여덟의 순간>, 10대의 어떤 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