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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화제의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 상영 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GV) 자리는 최근 목격한 그 어떤 행사보다 뜨거웠다. 보통 이때 감독과 관객 사이에 흐르는 것은 강 같은 침묵이지만, <주전장>의 GV는 달랐다. 감독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자, 객석은 누구보다 높이 번쩍 든 수많은 손들로 격렬하게 일렁였다. 객석에서 날이 바짝 선 문의, 이의, 항의들이 쇄도하는 장면을 보니, ‘주 전장’은 영화가 끝난 지금부터 펼쳐지는 바로 이 시공간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 그것을 말하는 예의 그 ‘태도’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나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역사와 관련된 일본·미국·한국의 논쟁을 다룬다. 특히 일본군이 주도한 ‘위안부’ 제도는 없었으며, 따라서 일본이 져야 할 ‘책임’ 또한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미국 극우세력의 논변에 집중한다. 기자, 유튜버, 학자, 정치인 등 각계
옳고도 얄궂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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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녀들을 도와줘>는 운전하며 눈물을 훔치는 리사(레지나 홀)의 출근길로 시작한다. 영화는 그날 아침 리사가 우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데, 그의 하루를 뒤따르는 영화를 본 후의 관객은 감독의 선택을 수긍하게 된다. 이 여자에게는 울 만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정적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서빙을 맡는 레스토랑 ‘더블 웨미’의 성실한 매니저 리사는 온 세상을 짊어지고 있다. 못된 남자친구에게 휘둘리는 웨이트리스와 아이 맡길 데가 없는 직원을 도와야 하고, 환풍구로 침입한 도둑과 무례한 손님을 처리해야 한다. 소인배 사장은 직원들의 생활까지 보살피는 리사의 방식을 못마땅해하고 남편은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떠나려 한다. “슬픈 사람들은 내 전공이야”라는 리사의 말에는 본인도 포함돼 있다.
07/15
대학원생 대니(플로렌스 퓨)와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은 4년차 연인이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파경(破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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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 / 출연 송강호, 김상경, 김뢰하, 박해일 / 제작연도 2003년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 현장을 찾은 형사에게 한 소녀가 말한다. “어떤 아저씨가 옛날에 여기서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진짜 오랜만에 한번 와봤다 그랬는데….” 영화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대사다.
2004년 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적한 샌프란시스코 히피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평소 자주 가던 레코드숍에 갔다. 신기한 제3세계 영화나 잡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낯설지 않은 제목의, 쉽게 접할 수 없던 한국영화 DVD를 덥석 집어들고 집으로 향했다.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영화를 본 뒤 ‘봉준호’라는 이름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혔다. 영화를 보고 배우에게 빠진 적은 있어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 궁금하긴 난생처음이었다. 그 후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팬심을 드러내며 DVD를 빌려주곤 했다.
그러던 4월 어느 날 봉준호 감
[내 인생의 영화] 구범석 감독의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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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의 ‘내부 감찰 스릴러’ <왓쳐>의 시작, 경찰청 차장이 ‘카산드라 콤플렉스’에 대해 아느냐 묻는다. 감찰 수사관 도치광(한석규)이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일단 부정하고 보는 자기방어 심리”라고 대답할 때까지만 해도 구구절절 설명으로 초를 치는 한국형 스릴러가 또 나왔구나 싶었다. 오해였다. 이미 할 말을 정해놓은 상급자의 질문에, 딱딱한 정답으로 대꾸하고 본론을 기다리는 것이었을 뿐.
평소 드라마 속 대사를 극중 화자의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로 삼아왔다. 그리고 <왓쳐>는 말이 가닿는 청자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청자는 화면 속 상대역이고, 또 화면 바깥의 시청자이기도 하다. 중요한 청자를 후자로 두는 드라마들은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는 혼잣말의 비율도 높다. <왓쳐>는 거의 모든 대사들이 극 안에서 정확한 수신인을 두고 말해진다. 상황과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오가는 대사는 간결하고 경제적이며, 그렇지 않은 사이에서는 의사소
[TVIEW] <왓쳐>, 시청자와의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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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나랏말싸미>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정훈이 만화] <나랏말싸미> 밖이 왜 이리 소란스러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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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이 지난 7월 21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중에서는 역대 19번째 천만 영화가 됐다. 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 4월 24일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에 이은 올해 네 번째 천만 영화다. 해마다 여름은 설과 추석, 그리고 연말과 더불어 각 투자·배급사들의 총력전이 펼쳐지는 시기다. 특히 2006년 7월 27일 개봉한 <괴물>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뒤로, 지난해 8월 1일 개봉해 역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해 천만 한국영화를 배출한 계절이기도 하다.
한번 쭉 정리해봤다. 2009년 7월 22일 개봉한 <해운대>, 2012년 7월 25일 개봉한 <도둑들>, 2014년 7월 30일 개봉한 <명량>, 2015년 7월 22일 개봉한 <암살>과 8월 5일 개봉
[주성철 편집장] <나랏말싸미> <사자> <엑시트> <봉오동 전투>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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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밴드와 개인 프로젝트, 세션으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세명의 음악가가 밴드를 결성했다. ‘업계’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데뷔 EP 《MIXTAPE》를 발매한 이래 몇 차례 싱글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인 까데호가 첫 정규 앨범을 냈다. 제목은 《FREESUMMER》.
처음 듣고 ‘꽂힌’ 곡은 <여름방학>이었다. <여름방학>은 밴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이번 앨범의 대표곡 중 하나다. 이미 사회인이 된 모두에게 요원한 신나고 활기찬 방학이 아니라 편한 차림으로 집 앞 슈퍼마켓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빨며 내리쬐는 태양을 바라본 어느날이 생각나는 곡이다. 《FREESUMMER》에는 가사가 있는 곡과 없는 곡이 공존하지만 모두 ‘연주로 하는 언어’처럼 들린다. 베이스를 퉁기는 손놀림과 드럼의 섬세한 터치, 기타 선율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본다. 이를테면 멜로디의 보디랭귀지 같다고나 할까.
강렬하게 자신의 매력을 직접 호소하는 음악이 점령한 시
[마감인간의 music] 까데호 《FREESUMMER》, 이것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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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가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 친구는 다소 괴짜로 알려져 있었는데, 특히 길에서 아무 물건이나 주워 그것들로 생활 소품과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솜씨가 있었다. 그날은 품에 한 가득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연구실에 들어왔다. 근방의 공터에서 주웠다며 나뭇가지들이 괜찮아 보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답은 않고 “그것들을 어떻게 집에 가져가려고?”라고 되물었다.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그렇지. 이걸 다 들고 버스를 탈 수는 없지.” 친구는 떠날 때 가장 큰 나뭇가지 하나를 내 연구실에 놓고 가며 말했다. “이건 가져가기 힘들 것 같아.” 나는 별생각 없이 그 나뭇가지를 연구실에 놓아두었다.
그때부터 예상치 않은 일들이 전개되었다. 내 연구실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뭇가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뭇가지가 어떻게 내 연구실에 들어왔는지를 설명하는 일이 간단치 않았다. “저에게는 괴짜 친구가 하나 있습죠. 그 친구는 길에서 물건들을 줍는 취미가 있
나뭇가지에 관한 몇 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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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에 의하면 타인의 고통에 공감 못하는 자는 유죄다. 갑작스런 비극으로 가족 전원을 잃은 <미드소마>의 대니(플로렌스 퓨)에게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잭 레이너)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 애정은 식었지만 악역도 질색인 비겁한 남자는 연인 관계는 유지하면서 대니의 감정은 외면한다. 대니는 무너져가는 관계를 붙들고 둘 사이의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게 된다. 그해 여름 그들이 초대받은 스웨덴의 외딴 마을은 출생부터 죽음까지 공유하는 강력한 공동체로, 대니가 한동안 잊었던 소속감과 위안을 느끼게 한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에서 배신을 목격한 대니는 구토하고 오열한다. 울타리처럼 대니를 에워싼 마을 여자들은 대니와 호흡을 맞춰 통곡하며 울음의 코러스를 연출한다. 같이 울어주기. 그것이야말로 크리스티안이 대니에게 결코 주지 못했던 위로다.
07/04
마블이 크리에이티브를 가져온 두 번째 스파이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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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빌리 와일더 / 출연 잭 레먼, 셜리 매클레인, 프레드 맥머레이 / 제작연도 1960년
아마 제2의 중2병 정도를 앓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15살이 아니라 30살 정도였던 것과, 이 병을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 내 인생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문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이 실제의 중2병과 다른 점이긴 했다. 당시 나는 몇년에 걸쳐서 시네마테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시네필들이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부러 와서 보는 영화들을 반강제적으로 본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의 절반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고 절반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채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가끔씩 나를 졸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정말 ‘재밌는’ 영화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빌리 와일더의 영화들이었다.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보며 이게 과연 한 감독의 작품인가 싶게 만드는 매끈함이 있었다. 빌리 와일더의 영화 중 가장 재밌었던 건 <이중배상>(1
[내 인생의 영화] 안주영 감독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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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보낸 사람과의 인연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21년 전 데뷔해 7년간 인생의 격동기를 함께 보내고, 그 두배가량의 시간 동안 각자의 길을 가다 다시 만난 핑클 멤버들이 여행을 떠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을 보며 든 생각이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친구도 아닌 동료와 함께 살다시피하며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을 만큼 바쁜 날들을 보내던 시절, 각기 다른 성격의 네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갈등을 겪었을지 짐작할 수 있기에 이들의 재회는 더 흥미롭고 반갑다.
고만고만한 남자끼리 모여 밀어주고 끌어주는 예능이 또다시 (지겹게) 쏟아져나오는 요즘, <캠핑클럽>의 크나큰 장점은 짐을 옮기고 캠핑카를 운전하고 장비를 설치하고 불을 피워 요리하고 뒷정리하는 모든 과정을 여자끼리 착착 해내며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오랜 영광과 흑역사를 함께 나눈 여자들이, 별이 쏟아지는 강가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모닥불 앞에 둘
[TVIEW] <캠핑클럽>, 내 여자 친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