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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거나 가족을 파탄으로 이끌고 간 사람의 이야기, 한 다리만 건너면 흔하게 들을 수 있다. 누구네 아버지가, 혹은 할머니가 그랬다는 풍문을 전해 들을 때마다 우리는 “아니, 멀쩡한 사람이 도대체 왜? 가족들은 안 말리고 뭐했대?”라고 순진한 의문을 품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 포섭되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거나 정보에 무지하고 무언가에 쉽게 중독되는 심약한 종류의 인간일 거라고 짐작하기 쉽다.
한국계 미국 작가 권오경의 <인센디어리스>는 광신적 종교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의 심연을 파고드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인센디어리스’는 방화, 선동적이라는 의미. 소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인물과 그의 연인, 그리고 종교 집단 교주의 내면을 묘사하며 인간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이며 우리가 거기서 얻고자 하는 진리란 무엇인지 모색한다.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피비에게 어머니, 그리고 피아노는 인생의 전부였다. 딸이 주체적으로 살길 바라던 피비
씨네21 추천도서 - <인센디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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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화차>나 <모방범>을 감명 깊게 읽었다면 사회파 작가라고,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시리즈(<기타기타 사건부> <외딴집> 등)를 좋아한다면 옛날이야기 전문가로 기억할지도. <용은 잠들다>나 <브레이브 스토리> 등에서는 판타지 미스터리를 선보이기도 했던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는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과 SF적인 요소들이 간혹 엿보인다. SF 앤솔러지 잡지에 연재 제안을 받은 작가가 “그동안의 ‘어쩐지 SF’가 아니라 ‘제대로 SF’인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것은 이전 소설에 묻어났던 ‘어쩐지 SF’적인 요소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다. 10년간 발표한 SF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은 신간 <안녕의 의식>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노인이 된 작가
씨네21 추천도서 - <안녕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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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의 의식_미야베 미유키 지음
인센디어리스_권오경 지음
마음편지_구본형, 홍승완 지음
밑바닥에서_김수련 지음
러브 몬스터_이두온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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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1.7배 빠른 속도로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만일 모두가 일반적인 미국인처럼 소비한다면 1.7배는 5배가 될 것이다. 그건 마치 매년 연봉을 전부 써버린 다음, 자녀에게 물려주려 했던 저축액에서 연봉의 절반 이상을 꺼내 다 써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J. B. 매키넌의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가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시작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쇼핑을 멈춰야 하지만 멈추지 못하는 소비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이 쇼핑을 멈추는 날’을 가상으로 보도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매키넌은 현 상황을 짚어가는 작업부터 시작하며 미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에콰도르의 소비자 생활방식을 탐사하고(이 책에 따르면 만일 모든 인구가 현재 한국인처럼 사는 한국 행성이 있다면 4개 이상의 지구가 필요하지만 에콰도르 행성에서 산다면 딱 지구 한개면 충분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일요일 쇼핑
씨네21 추천도서 -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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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여자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둔 부정한 기운”을 가진 여자들이 마녀의 집을 찾아 온갖 하소연을 쏟아내고 해결책을 구한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 육신의 고통과 불면증, 꿈에 나타난 죽은 식구나 친척, 산 사람들과 티격태격한 일, 아니면 돈-거의 대부분은 돈 문제”에 대하여. 마녀에게는 제대로 돌보는 법이 없는 딸이 하나 있었고, 마녀가 죽은 뒤 딸은 어머니의 지위- 마녀- 를 물려받아 어머니가 해온 역할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살해된다. 멕시코에서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한 마을에서 마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는 소설인 <태풍의 계절>은 어둡고 슬프며,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태풍의 계절>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여러 이유로 자기 자신만 돌보기도 지독하게 벅찬, 혹은 약물에 절어 있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 인물들 대신
씨네21 추천도서 - <태풍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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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용 소극장 무대 한가운데서 시체가 발견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연극 활동을 병행하던 젊고 잘생긴 남자가 피해자다. 유서가 발견됐으며 피해자가 죽음을 암시하는 전화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수사 방향은 자살로 향한다. 한편 사건 보고서를 읽던 오 형사는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의 수상작 <그날, 무대 위에서>는 형사과장이 시체가 발견된 연극 무대를 자세히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객석을 비추는 빛과 주검 위로 쏟아지는 푸른색과 보라색 빛, 피해자의 차림새와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품들, 소극장에서 연극 무대로 향하는 계단과 동료 연극인들의 발걸음까지 선연하게 그려지는 묘사는 읽는 이가 마치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한국추리문학상은 그해 발표된 단편 추리소설 중 한편에 ‘황금펜상’을 수여해왔다. 2022년 수상작품집은
씨네21 추천도서 -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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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기사 읽기를 즐긴다. <씨네21>에도 다양한 기획의 대담 기사가 실리는데 보통의 인터뷰와 대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점으로 대화가 모이지 않고 목적 없이 넘실대는 말의 틈새에서 저마다의 진의를 파악하는 재미? <뒤라스X고다르 대화>는 장뤽 고다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작품 세계를 구축한 후 성사된 만남에서의 대화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1997년, 1980년, 그리고 1987년 세번에 걸쳐 진행된 뒤라스와 고다르의 대화는 서로의 작품 세계를 염탐하듯 시작한다. 뒤라스와 고다르 모두 연출자이기에 각자의 최신작에 대한 소회로 문을 연 대화는 점차 물감이 강물에 퍼지듯 마구잡이로 확대된다.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견해 차이를 거쳐 영화와 텔레비전, 당시 활동 중이던 다른 예술가들의 근작에 대한 소회, 문화와 대중에 대한 견해, 영화 이미지 재현의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등 대화는 파편처럼 이리저리 튄다. 가식적인 존중과 배려보다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드
씨네21 추천도서 - <뒤라스×고다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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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의 김나지움에서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비 오는 어느 날 출근길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한다. 모국어가 “포르투게스”라는 여성의 대답에서 묘한 매력을 느낀 그는 시계처럼 정확하고 실수 없던 일상을 버리고 충동적으로 리스본을 향한다. 원래는 컬러텔레비전의 생생함도 참지 못하고, 너무 빨리 새로운 세계로 인간을 안내한다는 이유로 비행기 여행도 싫어하던 사람이었으니, 엄청난 일탈이다. 그레고리우스의 손에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한 아마데우 드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작가의 매혹적인 책 <언어의 연금술사>가 들려 있다. 리스본에 도착한 그레고리우스는 원래 쓰던 두꺼운 안경을 실수로 깬 다음 새로운 안경을 맞춘다. 가볍고 날렵한 새 안경으로 선명하고 강렬한 세상을 어색하게 바라보는 그레고리우스의 모습은, 기존의 삶과 이별하고 프라두라는 아름답고 낯선 존재의 삶을 들여다보는 리스본에서의 여정을 은유한다. 학창 시절의 프라두는 진부한 언어 사용을
씨네21 추천도서 -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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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에 열린 고 노회찬 의원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의 강의를, 2023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뭇 새롭고 묘하게 다가온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우리 사회는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많이 변했다. 강의를 시작하며 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마무리된 2016년의 촛불집회가 사회적 불평등 및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으로 촉발되었다고 지적한다. 상위 2%의 소득과 하위 90%의 소득 격차가 점점 커지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강원랜드 사례처럼 불법 채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가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권력에 관대한 사법부를 비판하며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 결과를 보면 과연 이 사회가 권력층 봐주기에 비판적인 입장인지, 더 큰 이익 앞에서는 적당히 봐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노동문제 전문가로서
씨네21 추천도서 - <우리가 꿈꾸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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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_노회찬 지음
리스본행 야간열차_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뒤라스×고다르 대화_마르그리트 뒤라스, 장-뤽 고다르 지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2·제16회_김세화, 한새마, 박상민, 김유철, 홍정기, 정혁용, 박소해 지음
태풍의 계절_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디컨슈머: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_J. B. 매키넌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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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운동과 식단 관리로 예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보디프로필에 도전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도 있었다. 귀동냥하니 운동만큼 사진 촬영이 중요해 전문 스튜디오가 따로 있으며, 단기간에 보디프로필용 몸을 만들어주는 유명 트레이너들은 예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촬영 전날에는 물만 마신다는 ‘보디프로필용 식단’을 보니 건강과는 이억 광년 떨어져 있다 싶지만, 자기 계발의 연장선에서 성취를 찾는 이들을 욕할 순 없다. 운동과 근육량 증진이 병행되는 보디프로필을 프로아나와 동일선상에 둘 순 없지만, 프로아나 도전기를 기록한 SNS 글에서 동시에 읽히는 것이 바로 이 몸을 통제함으로써 따라오는 자기 효능감이다. 살이 빠진 후 달라지는 주변 반응에 도취한 감각도 읽힌다. 자기 관리라는 미명하에 우리 몸은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 연애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이상형을 물으면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답하고, 혹여 외모가 아닌 커리어 이상형으로 읽힐까봐 “뚱뚱한 사람은 게을러 보인다”고 당당
씨네21 추천도서 -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