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우다> _ 현기영 지음
<미래는 허밍을 한다> _ 강혜빈 지음
<엘레나는 알고 있다> _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아구아 비바> _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휴가지에서 생긴 일> _ 마거릿 케네디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7월의 책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은 발상의 혁명적 전환을 보여주는 건축물 30개를 지역별로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유럽 지역에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빠질 수는 없는, 20세기 전반의 건축을 대표하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작품이 등장한다. 철근 콘크리트로도 다채로운 공간을 연출한 ‘빌라 사보아’, 벽면에 구멍을 내서 빛이 밤하늘의 별 같은 그림을 그리게끔 만든 ‘피르미니 성당’, 좁은 공간에서 이용자가 최대로 편하고 개성적으로 살 수 있게끔 궁리한 마르세유의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까지 한번쯤 직접 가서 경험하고 싶은 건축들이다. 베를린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했을 ‘독일 국회의사당’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노먼 포스터의 이 작품은, 돔을 유리로 만들고 내부에 전망대를 지어 최고 권력자만이 아니라 누구든 높은 곳에서 도시 전망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북아메리카의 창의적 건축으로는 고든 번샤프트의 ‘바이네
씨네21 추천도서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 장성주 옮김 / 비채 펴냄
SF계의 거장 옥타비아 버틀러가 그려낸 디스토피아 ‘우화’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가 겹쳐 ‘말세’ 혹은 ‘역병기’로 불리는 2015년에서 2030년이 소설의 배경이다. 평화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던 소녀 로런은 혼란의 시대에 느닷없이 공격당해 집과 가족을 잃고 고생하다 남편 반콜레를 만나고, 산속에 에이콘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었다. 갈 곳 없는 약한 사람들을 하나둘 받아들인 것이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영향 속에서, 로런은 새로운 종교 지구종을 창시한다. ‘변화가 곧 하느님이다’라는 믿음으로, 지구뿐만 아니라 바깥의 우주 세상으로도 생명의 씨를 뿌리고자 하는 종교다. 공동체 모두가 지구종을 믿지는 않지만, 다들 성실하게 농사를 지어 작물을 내다 팔면서 위험한 세계 속에서 한 조각의 평온을 찾는다. 로런이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초공감자’라는 설정은, 등장인물이 어떤 고통과 기쁨을 느끼며 삶을 꾸
씨네21 추천도서 -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
김멜라 지음 / 창비 펴냄
김멜라 작가의 첫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의 아세로라는 도끼를 들고 그야말로 설친다. 요가 매트 위에서도 도끼를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창밖에서 욕지거리로 이웃이 싸우는 소리가 들릴 때에도 도끼를 손에 쥔다. 누구를 해칠 용도는 아니다. 사람에게 눈, 코, 입, 손이 있듯이 도끼가 원래 아세로라에게 쥐어진 존재와 같다. 소설은 두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앞장에서 아세로라에 의해 동거인으로만 소개되는 인물이 아세로라의 할머니 사귀자씨다. 2장이 할머니 하이쎈스의 이야기다. 아세로라와 하이쎈스는 남산빌리지라는 낡은 상가 건물의 없는 층에 산다. 할머니와 아세로라가 사는 2층에는 주소가 없다. 왜 주소가 없냐고 묻자 할머니는 답한다. “처음부터 그랬어. 주소는 못 만들었어.”
어느 날 아세로라는 우연히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신문보도안, 남산 아래 간첩 조직 일망타진. 하숙을 경영하며 소시지 반찬으로 하숙생을 포섭, 암호명 하
씨네21 추천도서 - <없는 층의 하이쎈스>
-
-
공현진, 김기태, 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계절 시리즈도 어느덧 출간 5년째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해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이 단행본 시리즈 덕분에 잘 쓰는 젊은 작가와 여럿 만났다. <소설 보다: 여름 2023> 역시 마찬가지. 공현진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와 김기태의 <롤링 선더 러브>, 하가람의 <재와 그들의 밤>이다. 하나의 주제로 묶이질 않는, 개성이 다른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읽고, 이어지는 작가 인터뷰를 읽는 것이 이 시리즈의 묘미다. 공현진의 단편소설은 암울하고 비관적인 제목과 달리 다정한 온기가 묻어난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에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주호와 희주는 수영장 초급반에서 만난다. 초급반에서 나란히 꼴찌인 두 사람을 향해 강사는 못하는 사람은 뒤로 빠지라고 소리 지르지만 눈치 없는 주호는 끝까지 앞에 선다. 대열에 잘 끼지 못하고 강사의 철칙에 의
씨네21 추천도서 - <소설 보다: 여름 2023>
-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펴냄
김태희, 임지연 두 배우가 주연을 맡은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 소설. 김태희는 주란 역을, 임지연은 상은 역을 연기한다. 소설 <마당이 있는 집>은 김진영 작가의 스릴러로, 마당에서 시체 냄새가 나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마당이 있는 판교 신도시의 주택으로 이사를 한 뒤 친구들을 초대한 주란은 안 그래도 걱정하던 마당의 악취에 대해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자 신경이 곤두선다. 스물네살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고 가정주부로 15년간 살아온 일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회생활이 간단하지가 않아”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면 무능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가라앉는다. 와중에 악취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파보면 되잖아”라는 것도 어쩐지 남편의 눈치가 보인다. 남편이 딱 잘라 거름 냄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상은은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가구 매장에서 판매원
씨네21 추천도서 - <마당이 있는 집>
-
마당이 있는 집 _ 김진영 지음
소설 보다: 여름 2023 _ 공현진, 김기태, 하가람 지음
없는 층의 하이쎈스 _ 김멜라 지음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_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_ 유현준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6월의 책
-
마르그리트 뒤라스, 미셸 포르트 지음 뮤진트리 펴냄
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 영화 제작자인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뒤라스는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의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여러 장소를 옮겨다니며 성장했고, 나중에 파리에서는 여러 아파트에 세 들어 살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자기의 집(<태평양을 막는 제방>의 영화 판권 계약금으로 마련한 노플르샤토에 있는 집)을 갖게 되었을 때를 그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은 내가 이 집에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어쨌든 이 집은 너무도 나의 것이 되어서 내가 있기도 전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의 소유였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예요.” <뒤라스의 그곳들>은 1976년 TV프로그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장소들>을 위해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영화감독 미셸 포르트와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이름을 알린 소설 <연인>과 각본 <히로시마 내 사랑>
[리뷰] 뒤라스의 그곳들
-
박지완 지음 | 유선사 펴냄
“어떤 세계가 나를 위해 기다려준다는 든든한 생각. 아, 설렌다.” <내가 죽던 날>을 연출한 박지완 감독은 에세이 <다음으로 가는 마음>에서 책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고백한다. 아마도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역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제목처럼, ‘다음’을 기약하게 만드는 일상의 여러 가지를 차곡차곡 담아낸 이 책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한 상념을 펼쳐간다. <내가 죽던 날>을 만들던 시기에 대한 글은 ‘40대가 되었다’라는 소제목에서 등장한다.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착수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고통과 희열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는 ‘나’를 새로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돌아보며 회고에 젖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마냥 낙관하지도 않고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일 말이다. 이 사이사이에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영화감독을 업으로 삼은 이가 무엇으로 매일을 채워가는지에
[리뷰] 다음으로 가는 마음
-
로버트 맥키 지음 | 이승민 옮김 | 민음인 펴냄
좋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책을 구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이름이 바로 로버트 맥키다. 가장 먼저 선보인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 이어, <Dialogue: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2>가 출간되었고, 세 번째 책인 <Character: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가 새로 선을 보인다. 제목 그대로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마지막까지 남는 건 캐릭터”라고 단언한다. 스토리가 시대를 벗어나 재해석되는 순간, 현재적 관점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요소가 캐릭터라고 본 것이다.
굳이 캐릭터에 한정하지 않아도, 몰입하게 하는 스토리,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스토리의 필수 요소를 하나씩 짚어가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작가의 무기가 될 10가지 능력’은 다음과 같다. 안목을 기를 것(자기 글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는 데에는 판단력과 근성이
[리뷰] Character: 로버트 맥키의 캐릭터
-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펴냄
실제 발생했던 범죄들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국내외의 범죄들을 짧은 재연과 ‘이야기’로 풀어주는 방송들에는 전문가가 출연한다. 은퇴한 수사관이나 전문 프로파일러들은 현장의 시점에서 사건의 이면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는 들어본 적 없는 덜 유명한 사건도 있지만, ‘범죄자’의 이름만 언급돼도 알 법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도 있다. 깜짝 놀라는 리액션과 함께 사건을 이야기로 한참 들은 후에 범죄 전문가들은 꼭 덧붙인다. 우리는 범죄자의 이름보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고. <형사 박미옥>의 특별함은 이것이다. 탈주범 수사 과정을 읽다 보면 독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자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책에는 그의 이름이 끝내 언급되지 않는다. 저자는 탈주범의 행적에는 티켓다방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기반이 되었음을 주목한다. 흥미진진한 ‘썰’로서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사회 시스템과 취약 계층, 사람
씨네21 추천도서 - <형사 박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