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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란 세상의 이치나 도리를 뜻한다. 으레 지켜져야 할 도리 없는 세계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과거나 현재나 어디나 있다. ‘나’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방관하는 어머니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감행한다. 가정 밖 세계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뒷골목과 모텔촌을 전전하며 무리 지어 다닌다. 단속을 피해 화장실에서 잠을 청하고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를 채우는 한편, 과감히 소매치기하거나 주점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번다. 때로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시도하는 어른을 골라 협박하는가 하면, 달리는 자동차에 일부러 접근해서 자해 공갈로 돈을 버는 위험한 짓도 한다. 언젠가 BMW를 사서 몰고 다니는 멋진 어른이 되리라 꿈을 꾸지만, 대체로 계산 없이 충동적으로 현재만을 위해 거칠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미래가 없고, 따라서 성장도 불가능한 세계에서 계속 만족스럽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노숙자가 구해준 방에서 가출 청소년들과 살던 나는 우연히 경우를 만난다. 경우가 내
씨네21 추천도서 - <경우 없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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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_백온유 지음
아오이가든_편혜영 지음
파스칼 키냐르의 수사학_파스칼 키냐르 지음
육왕_이케이도 준 지음
1미터는 없어_양지예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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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보듬어주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공동체로 갈수록 부모는 ‘고졸’ , ‘자영업’, ‘특이사항: 청각장애인’으로 분류되며 점점 멀어졌다는 고백.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오가며” 자란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감독이자 작가 이길보라의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공간도 있다. 농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갤로뎃대학교는 미국 수어를 공용어로 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 앞에서 음성통화를 하면 정보 소외가 일어나기 때문에 음성전화가 오면 숨어서 받거나 영상통화 혹은 문자메시지로 바꾸어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농문화가 존중받는 공간에서는 같은 농인이라도 다양한 정체성이 있고 때로는 갈등과 어둠이 존재한다고 머뭇거림 없이 드러낼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를 상영하고 글을 쓰면서, 코다를 비롯하여 단선적으로 정리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여러 존재를 마주한다. 다큐멘터리영화 <반짝이는
씨네21 추천도서 -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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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소박하다. 20년 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 중화상창이 허물어지던 날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실종되었다. 자전거는 우리 가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때 여섯 아이를 다 먹여살릴 수 없어 다섯째 누나를 다른 데로 보내려던 아버지를 붙잡으려고 어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정신없이 기차역으로 내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나를 살리려고 아버지는 자전거에 나와 어머니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도합 130킬로그램을 실은 자전거가 무사히 움직인 덕분에 나는 살아났다. 그랬던 아버지가 사라졌고, 나는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행복표 자전거를 찾기 시작했다. 고물장수 친구 덕분에 마침내 아버지의 행복표 자전거 모델 넘버가 찍혀 있는 자전거를 찾아내지만, 정작 자전거 주인은 그 자전거를 팔 생각이 없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는 자전거 바퀴와 딱 붙어 시간을 달려온 아시아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책을 펼치면 바닷가 포격을
씨네21 추천도서 - <도둑맞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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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른이 되었는지, 돌이켜보면 부모를 제3자처럼 바라보기 시작한 때 같다. 엄마라는 여자, 아빠라는 남자의 성격을 남에게 묘사할 때야 비로소 분리가 된 것 같았다. 특히나 어머니의 삶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희생, 인고로 해석됐다. 아버지가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었다면 희생하는 어머니의 골짜기는 더 깊어진다. <아버지가 되어주오>의 딸은 아버지의 과거를 조목조목 따져 물으며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사과하”라고 비난한다. 아버지는 가해자였고 한쪽(어머니와 자식들)은 피해자 집단이라고 생각해서다. 행적을 보면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엄마를 대변해 따진 것을 기특해할 줄 알았으나 엄마는 딸에게 되묻는다. “넌 네 엄마 인생이, 그렇게 정리되면 좋겠니?”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엄마는 덧붙인다. “네 말대로라면 내 인생 참… 슬프지 않겠니?”
스물두살에 아이를 낳고, 아홉살 많은 남자에게 발목 잡혀 평생을 참고 산 어머니, 딸이 써내려간 엄마의 인생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인생을 어
씨네21 추천도서 - <반에 반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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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 하나씩 결여된 인간들이다. 특수한 재능이 있되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거나, 우주 원리와 칼 세이건에 대해서는 줄줄 외면서도 자기 감정에 대해서는 한줄도 설명하지 못하는 식이다. 그 어려운 물리 현상이나 공식은 빠삭하게 알지만 가장 친밀한 관계에 대해선 이해하지 못해서 줄곧 “널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되뇌기도 한다. 전부 일인칭 시점 소설들이기에 독자는 화자가 설명하고 바라보는 대로 소설 속 세상을 따라가고 이내 주인공이 나사가 하나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읽는 사람은 인물의 결핍을 간파하지만 주인공만은 끝까지 퀘스트를 달성하지 못하고 “GAME OVER” 문구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일인칭 소설이며 단문인 소설의 특성상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음에도 독자는 화자보다 전지적 위치에 존재한다. 이는 작가가 매우 유기적으로 논리적 구조를 쌓아올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잔혹한 현실 세계에서 승자가 되기에는 모자란 인물들. 소설 속에서 그들
씨네21 추천도서 - <외계 문학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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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 소음에 특히 예민한 석원은 꼭대기층에 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아래 14층에 살게 된다. 어느 날 위층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온 후 밤마다 콩콩대는 소리가 들린다. 오후까지는 아무 소리도 나질 않다가 잠을 청하려 눕기만 하면 귀신같이 들려오는 불쾌한 소음. 참다못해 항의하러 위층에 올라가지만 그 집 문에는 이러한 경고문이 쓰여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지 말 것. 절대.’ 초인종을 누르기라도 했다가는 무슨 사달이 생길지, 이후로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지 흥미진진하지만. ‘어길 시 법적 조치’ 운운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 문 앞에서 석원은 돌아선다. 관리소에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도 희한하다. “어쩝니까.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데. 연락하면 큰일 난다고 하는데요.”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위층과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 같지만, 예민하고 소심한 우리의 주인공 덕분에 더욱 황당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순간을 믿
씨네21 추천도서 - <순간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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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믿어요_이석원 지음
외계 문학 걸작선_이갑수 지음
반에 반의 반_천운영 지음
도둑맞은 자전거_우밍이 지음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_이길보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3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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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이 고갈되고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랑은 위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사치와 낭비에 불과하다.” 냉혹해 보이는 진단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의 정의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겠지만.
이두온의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는 인구 증가 정책에 힘을 쏟는 지방 소도시에서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면으로 문을 연다. 이내 그 자리의 참석이 거부된 데 대한 분노에 사로잡힌 누군가가 만남이 주선되는 광장의 천막을 덮친다. 그리고 일대는 정전이 되는데, 그중에는 수영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이빙을 하는 순간 정전을 경험한 허인회의 상황에서부터 <러브 몬스터>는 숨가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허인회는 죽을 뻔했다가 수영 강사 조우경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이 사건의 진실은 소설 후반부에서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허인회의 남편 오진홍은 오랫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불륜 상대인 염보라가
씨네21 추천도서 - <러브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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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지만 그렇게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구성원이 조용히 희생하고, 때로는 죽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밑바닥에서>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암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7년간 근무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대구의 코로나19 중환자실로 파견되어 근무한 김수련 간호사의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최근 몇년간 간호사들이 직접 병원 근무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가 자주 나왔는데, 희망을 품은 책이든 냉정한 시선을 보이는 책이든 공통점이 있다면 병원 간호사, 특히 신규 간호사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중환자실은 언제든 갑자기 혈뇨가 나오거나 인공호흡기 서킷이 분리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상황이 다급히 돌아가는 와중에 전화벨이 울릴 수 있다. 시간에 맞춰 투약, 체위 변경, 구강 간호 같은 일 말고도 물품 개수를 확인하고 전산 입력을 하고 보호자와 레지던트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보고서를 제
씨네21 추천도서 - <밑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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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기 계발서 열풍을 불러온 작가로 손꼽히는 이가 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이다. 회사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1인 기업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는 제안은 ‘자기 브랜딩’ 같은 말들이 당연한 지금에야 익숙한 이야기지만 21세기 초반에는 IMF 이후 달라진 직장 풍속과 어우러져 큰 영향을 미쳤다. 구 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작업하던 원고 ‘마음편지’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문장들로 저자가 질문을 던지면 독자가 보내온 답으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2013년에 세상을 떠난 저자를 대신해 ‘콘텐츠랩 심재’ 홍승완 대표가 원고를 보완하고 그에 대한 답까지 채워 책을 완성했다. 여느 자기 계발서가 그렇듯, 이 책 또한 나 자신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다룬다. 그 과정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있어야 가장 어울릴 사람인지 따져보며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평생 신념과 열정에 충실했던 버트런드 러셀의 사상을 음미하며 잊고 있던 내면의 열정을 짚어보자고 한다. 운명처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