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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곰은 곰이다
[정훈이 만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곰은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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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캐롤>의 테레즈(루니 마라)는 사물과 풍경의 사진을 즐겨 찍지만 사람 앞에서는 머뭇거린다. “프라이버시 침해처럼 느껴져서”다. 토드 헤인즈 감독도 테레즈와 같은 생각이다. 본다는 행위는 한없이 내밀해질 수 있다. <캐롤>은 테레즈와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숏까지, 응시의 연쇄로 사랑의 내러티브를 한줄 한줄 써내려간다. 두 여자는 군중 틈에서, 눈발 너머에서, 성에 낀 유리창 건너 기어코 상대를 찾아내고 시야에 담는다. 테레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르는 캐롤을 향해 처음 셔터를 누른다. 캐롤은 테레즈가 자신을 보았으며 보았다는 사실을 필름에 새겼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나도 봤다”고 신호를 타전하기 위해 살짝 고개를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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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시나리오작가 에런 소킨(<어 퓨 굿 맨> <웨스트 윙> &l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조물주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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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는 그 동영상에 대해 “굴욕적인 사과”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자아비판’ 형식을 본뜬 사과라고 했다. 대만의 한 여성은 한글로 작성한 호소문에서 “총만 없다 뿐이지 흡사 IS가 인질을 죽이기 전에 찍는 동영상”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의 사과 동영상, 근래 본 동영상 중 가장 끔찍한 영상이었다. 화장기도 없고, 핏기도 없는, 파리한 얼굴의 17살 소녀가 미리 준비된 사과문을 읽어내려가는 1분27초 분량의 영상 속엔 정작 쯔위의 진짜 목소리는 없었다. 그저 정치적 힘의 논리와 자본이 어린 소녀의 등을 떠밀어 연출한 복화술에 다름없었다. 나고 자란 조국의 국기를 흔든 게 그렇게 잘못인가. 쯔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이라고 말했지만,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게 잘 가르치는 일인가? 쯔위의 대만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잔혹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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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대충 초등학교 시절이겠거니 하고 검색을 해보니, 1976년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KBS에서 방영해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깄다…’를 흥얼거리게 되는 주제가도 한몫했다. 폴이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을 두드리고 롤러코스터와 같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평범한 고3 학생인 장단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노답’인 인생을 매운 편의점 짬뽕과 컵 떡볶이로 달래면서, 곧 치러야 할 수학능력시험은 ‘폭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여고생이다. 수능 당일 비가 내리는 놀이터를 걷다가 우연히 밟아본 물구덩이가 그녀에겐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이 되는데…. 그 이상한 나라는 조선시대고, 기우제를 지내는 세종대왕의 앞에 ‘단비’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세종대왕과 고3 단비의 우정이, 또 사랑이 갖가지 시
[김호상의 TVIEW] 웹드라마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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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영화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자문자답(自問自答)의 과정을 기승전결의 서사로 풀어낸다. 물론 그렇지 않게 보이는 소설과 영화도 있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일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는 소설이나 플롯과 스토리보다는 비주얼과 무드가 주가 되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라 해도, 처음 수수께끼를 내고서 나중에 문제를 무효로 해버리는 방식 자체는 어쨌든 자문자답이라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시작과 끝은 곧 문제와 답이며, 이것은 작품 안과 밖에서 시간의 지배를 받는 서사 예술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최소한의 형태다.
모든 영화는 어떠한 문제를 푸는 어떠한 연산이다. 낼 수 있는 문제가 다양한 만큼 할 수 있는 답에도 한계가 없다. 문제는 작가 마음대로 낼 수 있지만 그 답은 관객의 마음에 도달해야 한다. 정해진 답을 향해 달려가는 편협한 작위의 영화가 있고, 문제를 풀다보니 도착하는 불가해한 삶 같은 영화가 있다. 이 세계와 마찬가지로 결국 중력의 영향을 받는 영화는, 이기적인 인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실패한 수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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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요리 열풍이 불기 훨씬 전인 1990년대에 이미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다. 남자였고 학생이었고 자취를 했다. 다시 말해 힘과 시간은 남아도는데 돈은 없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런 처지가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강제로 주머니 털어 나온 돈으로 장을 봐서 돈 주고는 못 먹을 음식을 먹는 거.
요리의 나라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 아이는 산동네 자취방에 월계수 잎과 가쓰오부시,곰국 끓이는 들통을 두고 있었다. 다진 고기와 야채와 토마토를 볶다가 월계수 잎을 곱게 띄워 약한 불에 끓여 미트소스를 만드는 그 애를 보며 아, 조기교육의 힘이란 굉장하… 긴, 여기 앉아 있는 우리가 몽땅 조기교육의 폐해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프랑스 살았다고 다 요리 잘하면 나는 고향(무려 전주다)에서 한정식 배워 상경했겠다. 우리 엄마는 집에 가면 즉석국 사줘, 그게 더 맛있대, 너도 아까운 고기 버리지 말고 그냥 인스턴트 소스 써.
그의 도전이 낳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맛의 비밀은 기다림일까 조미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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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가끔 서로 다른 버전의 개봉영화가 존재했다. 유쾌한 ‘광동빵’ 뮤지컬 장면으로 유명한 <도협2: 상해탄도성>(1991)은 주성치와 공리가 주연한 영화지만, 공리가 아닌 다른 여배우가 주인공인 다른 버전의 같은 영화가 있다. 중국 본토 출신의 공리가 광둥어에 능숙하지 못하기에 거의 대사도 없다. 마찬가지로 왕가위의 <중경삼림>(1994)에 출연한 중국 본토 출신 왕정문의 대사가 별로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아무튼 공리가 중국 배우이기 때문에 대만에서는 다른 여배우가 출연한 버전의 <도협2>가 개봉한 것이다.
또 대만 내에서도 외성인(外省人)과 내성인(內省人)의 갈등이 있다. 대표적인 대만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동년왕사>(1985)가 자신의 외성인으로서의 소년 시절을 회상한 영화라면, <연연풍진>(1986)은 시나리오를 쓴 우니엔진의 내성인으로서의 소년 시절 이야기다. 내성인이란 청조 이후 오래전부터 대만으
[에디토리얼] 허우샤오시엔과 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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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에 매혹당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아니, 그 이전에 매혹이란 어떤 성질의 현상일까를 고민해봤다. 그건 아마도 ‘되돌아갈 수 없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매혹당하기 이전으로 돌아가려 아무리 애써봤자 별무소용인 상태. 매혹은 또한 ‘출구 없음’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매혹이란, 당신이라는 세계 속에서 내가 속수무책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최근에 이런 유의 노래를 만났다. 방백이 부르는 <동네>라는 곡이다. 새벽 1시쯤 되었을까. 음반을 쭉 듣다가 거의 마지막에 위치한 이 곡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마도 나는 이 곡을 듣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으며, 꽤 오랫동안 이 곡의 세계 속에 머물러 있을 거라는 예감이 머릿속을 쓰윽 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이 곡이 일궈낸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 방백이 인터뷰에서 밝힌 ‘어른의 음악’이라는 고백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먼저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마주할 수 있다. “눈 시린 한밤중에/ 우린 사라지는
[마감인간의 music] 어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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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구스범스> 조폭만화 외길 30년
[정훈이 만화] <구스범스> 조폭만화 외길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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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의 결말을 포함한 상세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처음으로 공주 아닌 여성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픽사가 이제 문화적 다양성에도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굿 다이노>와 묶어 상영 중인 단편 <산제이의 슈퍼 팀>은 인도계 소년과 아버지의 이야기로 백인 아닌 인간 캐릭터가 주역인 픽사 최초의 작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산제이 파텔 감독의 자전적 회고담인 <산제이의 슈퍼 팀>은, 가족의 힌두교 전통에 거리감을 느끼던 인도계 미국 소년이 아빠의 신을 친근한 애니메이션 우주로 끌어들여 슈퍼 히어로로서 사랑하게 되는 일화를 그린다. 부모에게는 신앙인 종교가, 자식들에겐 문학일 수도 있다. 한 거실에서 화목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겠냐고 파텔 감독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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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에 대한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나씩 적어보기로 한다. 일단 <헤이트풀8>의 앙상블이 여덟명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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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들의 개는 뚱뚱한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외롭기 때문에 개에게 먹이를 지나치게 많이 준다는 거였다. 나와 9년을 같이 사셨던 할머니는 틈만 나면 내게 먹을 것을 주셨지만 나는 딱히 할머니가 외롭다고 생각지 않았다. 실은 잘 모르겠다. 굳이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로봇 청소기에 말을 거는 사람들은 아마 할 수만 있다면 청소기에 먼지가 아니라 음식을 먹이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집에서는 늘 개를 길렀다. 이상하게도 가족들이 전부 개를 좋아했다. 그 덕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몇년 전까지 늘 개와 함께 지냈다. 개는 일종의 접착제 구실을 했다. 할 말이 없는 사이라도 개를 기른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세 마리의 개를 동시에 키운 적도 있다. 주워오거나 얻어온 개들이었다. 개들은 차례대로 죽었다.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막내이자 적장자의 구실을 하고 있다. 가족들의 카톡방에서는 늘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개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