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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의 귀환. 1973년 <벌집의 정령>으로 세계 예술영화사의 거장으로 단숨에 등극한 이래 세 번째 장편 <햇빛 속의 모과나무>(1992) 이후 종적을 감췄던 빅토르 에리세가 돌아왔다. 복귀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프리미엄 상영되며 “가슴 시린 시네마의 고별 무대”(<할리우드 리포터>)라는 소문을 풍겼고, 31년 만에 돌아온 거장이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전세계 영화 팬들의 가슴을 강하게 건드렸다. 이 감응을 마주하고자 <씨네21>은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 대한 애틋한 리뷰와 뾰족한 비평을 비롯해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널리 조망했다. 더하여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왜 20세기 메타 영화의 끝을 예견하는지를 살폈다. 마지막으로 빅토르 에리세 감독이 <클로즈 유어 아이즈>를 두고 밝힌 자신과 영화의 관계를 덧붙였다. 영화의 죽음, 극장의 쇠퇴란
[특집] 영화의 존재론을 말하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리뷰와 비평, 빅토르 에리세 감독론과 20세기 영화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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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요청금지> <보편적인 노래> <졸업>…. 평범한 말과 음을 모아 비범한 음악을 만들어온 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정규 앨범으로는 5년 만에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로 돌아왔다. 정식 발매 전부터 공연과 온라인 감상회를 열어 리스너들의 호응을 쌓아온 이번 앨범엔, 자신과 세상의 필패를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도모하기 위해 지금 노래하려는 자의 위로가 정겹게 서려 있다. 19년째 한 밴드에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과 류지, 객원 기타리스트로 함께하다 올해 밴드의 정식 멤버로 합류한 동혁이 <씨네21>을 브로콜리너마저의 작업실로 초대했다. 유자차 대신 커피를 마시며 들은 신보의 제작기를 전한다. 개인 사정상 인터뷰에 함께할 수 없었던 키보디스트 잔디는 부드러운 말이 가득한 편지로 답을 보내왔다.
- 지난 5월 앨범을 발매하기 전 미리 오프라인 음감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4집의 미출시
[트랜스크로스] “이 앨범은 보편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발매한 브로콜리너마저 덕원, 잔디, 류지, 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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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노예가 된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검투사가 되어 콜로세움에 설 수 있었던 건 검투사들의 주인이자 상인인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 덕분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두 황제의 입안의 혀처럼 굴던 마크리누스는 루시우스를 앞세워 서서히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덴절 워싱턴은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과 오랜만에 합을 맞추며 역사적 인물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마크리누스를 창조했다"고 전했다.
- <글래디에이터 Ⅱ>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에이전트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신작을 준비 중이고 대본을 보낼 것이다”라고 알려주었고, 리들리 스콧 감독도 직접 연락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아메리칸 갱스터>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있기에 그의 신작 <글래디에이터 Ⅱ>라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참여할 이유는 충분했다. 대본도 훌륭했기에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인터뷰] “대담하고 폭력적이며 야심차다”, <글래디에이터 Ⅱ> 배우 덴절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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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아들 루시우스는 전장에서의 복수를 꿈꾸며 콜로세움에 모습을 드러낸다. 적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루시우스는 영화 <애프터썬>, 드라마 <노멀 피플>에서 폴 메스칼이 연기해온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고, 폴 메스칼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에 끌렸다”고 말한다.
-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은 남성성에 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곤 한다. <글래디에이터 Ⅱ>에서의 본인 역할이 할리우드의 남성 캐릭터에 대한 관점이 변화했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나.
루시우스는 전통적인 주연에 가깝다. 그래서 큰 변화가 있기보다는 그것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에 가깝다. 배우로서의 내 역할은 내가 익숙한 남성성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인물에 필요한 남성성을 연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그 과정이 즐거웠고 이는 남성이라는 존재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루시우스는 전통적인
[인터뷰] “침묵 속 무게 있는 권위를 보여주고 싶었다", <글래디에이터 Ⅱ> 배우 폴 메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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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로마의 세계가 다시 구현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24년 만에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을 내놓았다.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죽음 후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와 황제의 딸 루실라(코니 닐슨) 사이에서 태어난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새로운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다. 전쟁 노예가 되어 로마에 발을 들인 루시우스는 전장에서 잃은 소중한 이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검투사 신분으로 콜로세움에 입성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여러 인물의 욕망이 교차하는 로마를 다시금 화려하게 재건해냈다.
- 24년 만에 <글래디에이터>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속편을 만들게 된 계기는.
영화가 성공했을 때 나는 바로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곤 한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20여년간 다른 영화를 20여편 만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여전히 <글래디에이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루시우스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
[인터뷰] “좋은 서사는 여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글래디에이터 Ⅱ> 리들리 스콧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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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쓰레기통에서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유서 형태의 편지가 발견된다. 상황을 덮으려는 학교측과 달리 정 선생(노진업)은 편지의 주인을 찾고자 한다. 학생들의 글씨를 일일이 대조해보던 정 선생은 유년 시절, 자신이 바라는 어른의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일기를 쓰던 한 10살 소년을 상기한다. 2023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관객상을 거머쥔 데 이어 2024 홍콩금상장영화제, 2024 홍콩감독조합상에서 연이어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젊은 창작자가 등장했다. 장편 데뷔작 <연소일기>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탁역겸 감독은 자살과 우울증이라는, 자국 홍콩이 마주한 사회문제를 소년 요우제(황재락)의 삶에 투영한다. 요우제의 부모는 또래보다 늦되는 그를 영재 동생 요우쥔(하백염)과 비교하며 매순간 몰아붙인다. 부모의 기대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요우제에게 돌아오는 건 그를 무시하는 주변인들의 가시 돋친 말뿐이다. 탁역겸 감독은 “육체적 상처는 시간
[인터뷰] 자살과 우울에 대한 깊은 이야기, <연소일기> 탁역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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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시작으로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오슝영화제, 자카르타 필름위크까지. 김민하 감독은 첫 장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각국 영화제를 순회한 뒤 막 돌아온 참이었다. 핸드폰 사진첩에 가득 쌓인 추억을 공유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희색이 감돌았다. 그는 해외 영화제에서 여고생들이 수능 답을 얻기 위해 귀신과 숨바꼭질에 도전한다는 한국 호러 코미디가 세계 관객에게 용기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했다. 폭소가 끊이지 않는 극장의 풍경도 목격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 많은 사람을 즐겁게 만들겠다고, 영화의 유속에 맞춰 더 멀리까지 가보겠다고.
- 중학생 때 <주온>을 보고 놀라 한약을 지어 먹었다는 일화를 들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거쳐 첫 장편으로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약뿐만 아니라 침도 맞고 목사님께 기도도 받았다. (웃음) 호러영화를 선택한 건 신인감독이 그렇게들 데뷔한다는 관례를 따
[인터뷰] 사랑이 공포의 대상을 무찌를 수 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김민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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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과학이나 공학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 때문일까. 그 편견을 깨고 여성 독자에게 호소하기로 마음먹은 듯한 표지를 단 책들이 가끔 눈에 띈다. 젊은 남성 둘이 함께 쓴 과학책의 표지에는 후드티를 입고 안경을 쓴 대학원생처럼 보이는 단발머리 여성이 서 있고 중년 남성 과학자가 쓴 책의 표지에도 언뜻 치마에 실험복처럼 보이는 겉옷을 걸친 여성이 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이 쓴 인공지능 책에는 애교머리를 살짝 뺀 긴 머리에 발그레한 볼을 한 여성 청소년의 옆모습이, 여러 명의 물리학자가 함께 쓴 어떤 책의 표지에는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작은 소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후자의 책을 쓴 저자를 찾아보니 남녀 물리학자가 섞여 있었다.
궁금하다. 도대체 왜 과학책의 표지에 여성 이미지를 쓰는 것일까? 여성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라는 나의 추측이 맞는 것일까? 구매자의 성별과 연령을 보여주는 한 온라인 서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찾아보니 놀랍게도(?) 이 책들을 가장 많이 구
[임소연의 클로징] 과학책 표지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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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스튜디오에 종종 붙는 수식어는,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에 어울리지 않게도) ‘변태’다. 그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디테일에 변태처럼 집착한다. <니모를 찾아서>의 과학 자문을 담당한 어류 생체역학자 애덤 서미스는 제작진에 어류의 이동 방식을 포함해 대학원급 강연을 했다. 제작진은 실제 생물학에 기반한 빛의 질감을 연출하기 위해 물고기 비늘의 광학적 성질이 어떤 색깔로 나타나는지 학습하기 위해 실제 물고기를 해부하며 생물학을 공부했다.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과학적 오류를 이유로 이미 작업 중이던 영상을 꽤 많은 손해를 감수하고 수정한 것이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산호초 지대에 차가운 물에서만 자라는 켈프라는 해초가 있는 것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라따뚜이>는 생쥐가 요리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비과학적인 설정에서 출발하지만 디테일은 집요하다. 레미가 주방에서 겪는 어드벤처(?)를 실감나게 묘사하게 위해 실제 생쥐가 냄비 물에
[임수연의 이과감성] 계속 타오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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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주인공의 눈물을 찍는 것도 주저했다. 한 병역거부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을 때다. 그는 병역거부 선언을 하고 몇 개월간의 경찰 조사, 몇 차례의 재판까지 충실히 겪은 뒤 최종 선고일을 맞았다. 최후진술을 마친 그는 법정에서 나오자마자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자 홀가분함, 슬픔, 그동안의 고생스러움과 앞으로의 고난 등이 떠오르면서 온갖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될 순간이었다. 그러니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야 하는데, 그의 곁에 서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그와 거리를 두고 선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안 찍을 수는 없어서 주저하다가 어정쩡하게 담고 말았다. 첫 작업이었고, 다큐멘터리 윤리 같은 건 생각해본 적이 없던 시절이었다. 상황을 겪고 나서야 자문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 그가 눈물을 흘릴 때 카메라 드는 걸 주저했던 걸까?
누군가의 아픔, 괴로움, 고통 같은 것을 찍을 때면 유독 카메라가 흔들린
[장윤미의 인서트 숏] 흔들리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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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전세계 행복지수 조사에서 매년 1, 2위를 다투는 행복 선진국이다. 10년 동안 덴마크를 수십 차례 방문한 오연호 대표는 교육이 행복한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꿈틀리인생학교를 설립한다. 한국형 ‘에프터스콜레’가 시행되는 이곳에서 학생들은 오로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한해를 보낸다. 건강한 삶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다는 신념으로 교과 공부는 과감히 배제된다.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빈자리를 채운다. <괜찮아, 앨리스>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발자취를 따라 경쟁을 강요하는 현행 교육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입시 중심의 시스템은 학생 대다수를 ‘예정된 낙오자’로 몰아세운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을 병들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엿볼 수 있다. 웃음기가 사라진 아이들에 비해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의 말과 행동은 한없이 맑고 또 깊다.
[리뷰] 아이들의 웃음을 지키기 위한 모든 시도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괜찮아,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