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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마틴은 캐나다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극작가다. <필 굿>에서 그는 마약중독과 트라우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논바이너리 바이섹슈얼로서 이른바 ‘젠더 문제’를 겪고 있는 메이 마틴 본인으로 등장한다. 시스 여성이자 ‘벽장’인 애인과의 갈등, 불안정 애착 관계를 맺고 있는 ‘포식자’ 남성과의 대면, 정신질환과 중독 성향으로 인한 자기파괴의 경험 등을 다룬 에피소드들이 <필 굿>의 두 시즌을 이룬다. 넷플릭스의 분류에 따르면 <필 굿>은 로맨틱코미디지만, 당연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드라마는 단지 그런 보수적인 장르에‘만’ 속하지 않는다. 그보다 <필 굿>은 약물중독과 성적 학대로부터 어쩌다 살아남은 메이 마틴이 어떻게 평범한 연애와 프로페셔널한 직업 세계로의 진입은 물론이고 제때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의 영위에 처참히 실패하는지를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낱낱이 보여주는 일종의 ‘트라우마 이후 스트레스 장애’(PTSD) 코
[이연숙(리타)의 장르의 감정] 그대가 그대의 재앙이라오, <필 굿>과 PTSD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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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전작 <조커>(2019)에서 탄생해 <조커: 폴리 아 되>(2024)에서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요란스럽게 폐기된다. 과연 토드 필립스가 전작에서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 진 빚을 변제할 능력을 갖추었을까는 <조커: 폴리 아 되>에서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의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러나 역시 예측을 벗어나지 않으며 토드 필립스는 자신이 창조했던 조커의 신체를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질식사시키고 장황하게 실패한다. 전작에서 뉴 아메리칸 시네마를 표피적으로나마 계승해보고자 애를 썼던 시도를 뒤로한 채, <조커: 폴리 아 되>는 뮤지컬영화를 장르적으로 차용한다. 이를 위해 토드 필립스가 쓴 전략은 레이디 가가라는 동시대의 팝 아이콘을 할리퀸으로 기용한 것이다. ‘오늘은 농담 없나?’라는 교도관들의 반복적인 질문(이것을 하나의 읽어야 할 ‘신호’로 삽입한 부자연스러운 연출도 달갑지 않다)에도 더이
[비평] 만취한 이미지, 숙취의 잔해, <조커: 폴리 아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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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폐막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선 로렌스 아부 함단의 <하늘의 일기>와 일본의 필름 작가 니시카와 도모나리의 <빛, 소음, 연기, 그리고 빛, 소음, 연기>를 같은 섹션에 상영했다. 이스라엘이 침공한 레바논 상공의 긴급한 기록을 담아낸 비디오 에세이와 일본 여름 축제의 불꽃놀이를 촬영한 16mm 핸드메이드 필름 작업은 일견 별다른 접점을 공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영화는 하늘에서 만난다. 시작도 끝도 없고, 깊이를 확신할 수도 없는 비정형의 대기에서 만난다.
관객들은 상영 순서에 따라 <하늘의 일기>를 본 뒤에 <빛, 소음, 연기, 그리고 빛, 소음, 연기>를 감상한다. 상공에 떠오른 전쟁의 흔적을 눈과 귀에 새겨둔 관객들에게 고요한 밤하늘에 터지는 불꽃놀이의 아름다운 광경과 수많은 사람을 환호하게 만드는 폭발음은 단순한 축제의 기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는 <하늘의 일기>에서 베이루트의 하늘이 폭
[비평] 대기의 교향곡, 전장의 미장센 - <하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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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살인극’이라는 <더 킬러스>의 설정 안에서 배우 심은경의 위치를 상상해보자. 배경보다는 중심, 그중에서도 강렬한 킬러의 역할에 그를 대입하게 된다. 미리 밝히자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빗나간 예측이다.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네편의 단편을 엮은 옴니버스영화 <더 킬러스>에서 심은경은 없어선 안될 주역이자 짧게 스쳐가는 단역으로 여러 차례 외피를 바꿔 등장한다. 그동안 축적되어온 심은경에 관한 모든 인상을 잊어도 좋다. 그 스스로도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 단언할 만큼 전에 없던 심은경의 에너지가 네 단편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배우 심은경이라는 세계를 다시 탐험하고 다시 발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 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출연작이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 시기도 가까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겠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커버] 심은경의 시간, 고민, 사랑으로 채운 점묘화, <더 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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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나는 의식 있는 소비자이자 바람직한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예술이라는 세계의 시민이고 싶었고 교양 없는 속물의 반대편에 서고 싶었다.” <괴물들>은 이 고민을,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에서 시작한다. 폴란스키의 영화들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 “폴란스키 영화에서는 버려도 되는 장면들 또한 단단하게 빛난다.” 고민. 폴란스키는 <차이나타운>을 만들었고, 13살 서맨사 게일리에게 약물을 먹여 성폭행을 했다. 이 모순 사이에서 ‘나’를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랑하던 남자 예술가들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는 경험을 해온, <뉴욕타임스> <파리 리뷰> 등의 매체에서 영화평론가, 출판평론가로 활동해온 클레어 데더러는 괴물의 목록을 작성하는 대신 “관객의 자서전”을 쓰기로 했다. 여기에는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저간의 심리에 대한 언급도 있다. “그 문제의 인물이 아직 생존하고 있어
[CULTURE BOOK]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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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 <괴짜들의 로맨스>, 시리즈 <차시차각> <화신적안루: 불의 눈물> 등 출연
<파묘>
한국의 스릴러, 호러 영화는 무조건 개봉관을 찾아 관람할 정도로 사랑한다. <파묘>는 굿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김고은 배우가 얼굴에 경문을 새긴 채 춤추는 장면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곡성>의 굿 장면도 좋아하는데, 굿 특유의 괴이함에 관해 나와 한국인들이 어떻게 달리 반응하는지 이야기해보고 싶다.
삼계탕
올해 9월, 인생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대만에서도 소갈비 등 한식을 즐겼는데 한국에 가면 한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출장길을 기쁘게 했다. 지난 방한 당시 먹은 삼계탕이 지금껏 먹은 한식 중 최고다.
테니스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구기종목을 좋아해 한동안 배드민턴에 꽂혀 있었다.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운동은 테니스다. 테니스 경기는 어릴
[LIST] 임백굉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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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거나 나쁜 동재>
티빙/10부작/연출 박건호/ 출연 이준혁, 박성웅, 현봉식 / 공개 10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자기만을 위한 무대에서 주인공 노릇 제대로 하는 ‘우리 동재’.
서동재 검사(이준혁)가 돌아왔다.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그는 청주지방검찰청 형사1부 소속 부부장으로, 스폰서 검사란 꼬리표가 붙어 번번이 승진에서 밀리는 처지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도 유들유들한 처세술과 악바리 근성으로 살아남아 인생에 해 뜰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떨어진 단순 교통사고에서 재기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피해자인 주정기(정희태)가 일부러 사고를 내기 위해 가해자 이경학(김상호)이 운영하는 식당 근처를 맴돌았던 정황이 포착된 것. 여기에 대기업 이홍건설의 남완성 대표(박성웅)가 연루됐고 이경학이 살인범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서동재는 소용돌이 속에 휩싸인다.
확실한 팬 서비스다.
[OTT 리뷰] <좋거나 나쁜 동재>, <마지막 해녀>, <정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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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절친했던 두 친구가 재회한다. 해후의 장소는 취조실이다. 인선(김민하)은 소설가 정상우(이기우)를 살인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다. 형사 민주(최희서)는 그런 인선의 수사를 맡았다.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전선영 감독의 <폭로: 눈을 감은 아이>는 진실을 둘러싼 두 여성의 격동하는 감정이 돋보이는 스릴러다. 작중 끊임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던 인선과 민주처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배우 김민하와 최희서는 끊임없이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 부산국제영화제 첫 상영부터 두 배우의 주연 소식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폭로: 눈을 감은 아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민하 무엇보다 여성들이 주연이고 여성감독이 영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소중하게 다가왔다.
최희서 한국영화에서 여성들이 온전히 서사를 이루는 구조 자체가 드물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었다. 게다가 김민하 배우가 인선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뷰] 진실을 둘러싼 흙, 바람, 물을 읽어내기, <폭로: 눈을 감은 아이> 배우 김민하, 최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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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를 두고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영화에 두드러지는 경향으로 ‘다양한 여성 인물형과 출중한 신인 여배우들의 출현’을 꼽았다. 이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새로운 담론의 물결을 만들고, 그에 동화된 관객의 눈을 마주한 세 독립영화 <새벽의 Tango> <그를 마주하는 시간> <환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먼저 <새벽의 Tango>는 PCB공장에서 일하는 세 여자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다룬다. 배우 권소현이 시종일관 희망을 잃지 않는 주희를 그렸다. <그를 마주하는 시간>은 문예창작과 교수 미투 사건 이후의 시간을 담는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외면하고 숨기기 위해 발버둥치는 수연의 애처로움은 배우 석희를 만나 역동적인 현실성을 갖춘다. 마지막으로 챕터별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환상곡 <환희의 얼굴>은 배우 정이주의 해사함으로 환희를 완성했다. 권소현, 석희, 정이주 세 배우는
[인터뷰] ‘내가 되고 싶은 얼굴’, <새벽의 Tango> 배우 권소현 <그를 마주하는 시간> 배우 석희 <환희의 얼굴> 배우 정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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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머티즘을 오래 앓은 수환(김설진)과 실의에 빠져 알코올중독이 된 영경(한예리).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삶을 버티던 두 남녀의 사랑이 담긴 권여선 작가의 단편 <봄밤>을 읽고 강미자 감독은 언어로 포착할 수 없던 감각을 마주했다. “나이가 들면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깊이 고여 있는 아픔이 찾아온다. 읽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 느껴졌다. 나는 울음이 목젖까지 차올라도 쉽게 뱉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소설 속 영경의 울음이 나를 건드렸다.”
영화화를 결심하자 강미자 감독은 55살의 영경에게서 배우 한예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한예리는 강미자 감독의 첫 장편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2008)에서 연변의 중학생 숙이를 연기했었다. “배우가 승낙하기 전부터 영경은 한예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한예리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고 슬프고, 아름답고, 고통스럽다는 감상을 전하며 흔쾌히 승낙했다.” 소설 속 55살이었던 영경은 한예리와 함께
[인터뷰] 무한 속의 두 남녀, <봄밤> 강미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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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맞이한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강팀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을 호투하며 8회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상 키케 에르난데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감독은 류현진의 타순에 그를 내보내고자 류현진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팀의 승패를 염려하며 타석에, 다음 회 마운드에 서려는 류현진에게 감독은 한마디를 전했다. “너무 걱정 마.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새로운 월셋집에 이사 온 미주(원향라)와 영태(박송열)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버벅거린다. 300만원이 없다는 이유로 동업자에게 버림받은 영태는 아내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라는 메시지만 덜렁 남기고 일하기 위해 떠난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키케가 되어버린 영태를 두고 박송열 감독은 “언젠가 영태가 홈런을 치기를, 꼭 성공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미주는 홀로 자기만의 현실에 묵묵히 임하”지만, 장면 사이마다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은 영태의 안녕을 확
[인터뷰] 불안한 땅을 딛고 일어서면서,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박송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