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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경미 / 출연 손예진, 김주혁, 김소희, 최유화, 신지훈 / 제작연도 2015년
중학생 때 친구들과 싸우고 도저히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아 조퇴를 했다. 낮 시간에 학교 밖을 나가는 일탈은 항상 좋았었는데 그날은 교문을 나가기도 전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결국 엉엉 울면서 실내화를 신고 집까지 걸었다. 그런데 막상 집 앞에 도착하니까 들어가기가 싫었다. 이대로 방에 들어가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느끼는 절박한 외로움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며 한참을 서성였다.
<비밀은 없다>는 살면서 무수히 겪었던 그런 의문스러운 감정들을 다시 상기시켜준 영화다. <비밀은 없다>는 “연홍(손예진)이 사라진 딸을 추적하며 사건에 얽힌 비밀을 밝혀 처절하게 복수하는 모성 스릴러”라고 요약할 수 있지만, 이런 사건의 서술만으로는 이 영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저 여자는 왜 비명을 지르는가’, ‘저 여자는 왜 저렇게 이를
[내 인생의 영화] 복길 칼럼니스트의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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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Mnet <신동엽의 톡킹 18금>으로 방송을 시작한 장도연은 14년차 예능인이다. 태연한 얼굴로 상냥하게 독설, 아니 진실을 내뱉고 “어머, 저도 모르게 말해버렸네요!”라며 활짝 웃을 것 같은 장도연의 화법과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에는 은근히 팬이 많다.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박나래가 MBC <나 혼자 산다>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장도연에게도 딱 맞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느 분야나 그렇듯 여성에겐 좀처럼 ‘완벽한 기회’가 오지 않는다.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서 장도연이 맡은 역할은 ‘쇼 MC’라는 애매한 자리다. 호스트 이동욱과 초대손님 공유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장도연은 멀리 떨어진 별도의 무대에서 “여기도 있어요!”라며 손들어 존재를 어필한다. 방청객도 아닌데 화면에는 얼굴도 못 비춘 채 리액션으로만 끼어드는 어색한 상황이 이어진다. 하지만 스튜디오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장도연에게 더 많은 ‘말’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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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 아바타를 선택하시오...
[정훈이 만화] <쥬만지: 넥스트 레벨> 아바타를 선택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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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앞두고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2010년대 베스트’ 목록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그 흐름에 편승해 지난 10년간의 한국영화계 주요 이슈를 정리해본다면, 아마 2019년 한해 동안 충무로 안팎에서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과 더불어 기억해야 할 유의미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최초로 다섯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으며, 역대 최다 기록인 2억 2천만명의 관객(12월 17일 기준)이 극장을 찾았고, 첫 장편 상업영화를 연출한 여성감독들이 한국영화 흥행 순위 10위권에 무려 네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영화제 44관왕’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의 소유자 김보라 감독을 비롯해 강상우, 안주영, 유은정, 이옥섭, 한가람 등의 신진감독들이 한국 독립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또 이정은, 염혜란 등 한국영화계의 ‘신스틸러’로 기능했던 여자배우들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해를 거
[장영엽 편집장] <기생충>과 한국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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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성사된 역사적 첫 내한 공연이었지만 악조건이 많았다. 일단 악명 높은 고척돔의 사운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악기가 적을 때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멤버 전원이 쏟아낼 때는 심하게 뭉개져 들렸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온 것도 문제였다. 나이 든 보노는 초반엔 컨디션 난조로, 후반엔 체력 저하로 힘들어했다. 전반적으로 훌륭했으나 때때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관객 반응도 예상외로 뜨겁지 않았다. 스마트폰 촛불 파도가 장관이긴 했으나 한국 관객의 주특기인 열렬한 떼창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One>을 부를 땐 관객이 가사를 몰라 관객석을 향한 마이크가 민망해지기도 했다. 거장이지만 국내 히트 레퍼토리가 적은 단점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물론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 디 에지는 ‘기타리스트’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베테랑 연주를 선보였다. 반주 정도의 난이도였지만 피아노 연주도 깔끔하게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모습도 자랑했다. <Where the
[마감인간의 music] U2 내한 공연, 결국 우리는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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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하나의 고유한 과제를 수행하는 글이다. 짧은 글임에도 칼럼은 세상사와 사람살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그 의견은 “진리값” 혹은 최소한 진리에 가까운 근사값의 산출을 목표로 한다. 칼럼은 참됨을 찾아가는 짧은 여정이다.
한달에 한번, 매번 다른 사안과 주제에 대해 참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문득 한없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칼럼을 시작할 때는 가볍게 생각하곤 했다. 재밌게 써보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마음으로 써보자. 독자들과 수다 떠는 마음으로 써보자. 문제는 쓸거리가 없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쓸거리는 늘 차고 넘쳤다. 수많은 칼럼들이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상이한 세계관과 문체로 작성되지만 칼럼은 대체로 동일한 규칙을 따른다.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한 참된 의견의 제시. 나 또한 그러한 규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모두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나마저 거기 동참해야 하나 싶어 침묵하다가도, 때로는 떠밀리는 마음으
당분간 의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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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에런 에크하트, 매기 질렌홀, 마이클 케인 / 제작연도 2008년
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영화가 찍고 싶어졌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다. 무작정 동아리 선배의 DV 캠코더를 빌려 동네 친구들을 모았다. 막무가내로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것을 알았고 영화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되는 건 딱히 없었던 20대 초반, 허탈한 마음에 극장으로 향했다. 그때 본 영화가 <다크 나이트>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지막 터널 신의 두근거림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런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스치듯 했던 것 같다. 복학 후,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단편을 찍으며 연출부 생활을 했다. 그들과 마침 개봉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함께 보며 어렴풋이 감독을 꿈꿨다. 졸업이 닥쳐올 때까지도 여전히 되는 건 없었다. 우물 속 어린 브루스 웨인처럼 두려운 마음으로 포기
[내 인생의 영화] 심찬양 감독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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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낀 별장. 형편이 크게 차이나는 두쌍의 부부가 주말여행을 왔다. 여자들은 학교 때 친구고 남자들은 사업상 아는 사이다. 엄마와 산책하던 아이는 우물이 딸린 폐가 앞에서 녹슨 못을 주웠다가 잔소리를 듣고 길가에 도로 버렸다. 사인이 뭐가 되었든, 분위기는 분명 누군가 죽을 판이다. 하지만 사건은 별장 바깥에서 일어났다. 검은돈을 수송하던 차량이 도로 옆으로 굴러떨어져 운전자가 사망하고 수십억원의 현금 다발은 잠시 주인을 잃었다. 새벽에 별장을 나와서 호수로 걸어들어가던 여자. 정서연(조여정)은 그 돈을 가로챌 결심을 한다.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 이야기다.
“너 같은 년은 소싯적에 사고를 아주 크게 쳤든가 앞으로 치든가 둘 중 하나여.” “표정에 미스터리가 있어요.” 방문 청소를 다니는 서연이 가는 곳마다 듣던 이야기다. 대체 어떤 얼굴이기에 이렇게들 한 마디씩 말을 얹을까? 수차례 정면 클로즈업으로 잡히는 서연의 얼굴엔 무슨 소리를 들어도 항의하지 않
<99억의 여자>, 돈은 그녀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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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이리시맨> 회장이 꽤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군
[정훈이 만화] <아이리시맨> 회장이 꽤 흥미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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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결산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각종 시상식과 결산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로 빼곡한 메일함만 열어보아도 2019년이 저물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씨네21> 기자들도 한주 뒤로 다가온 올해의 영화, 영화인 결산 기사 마감을 앞두고 놓친 영화들을 챙겨보는 한편, 영화인들을 만나 송년 인사를 전하느라 분주하다.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고’도 겪었다. 수요일 밤, 모 영화사 송년 파티에 참석한 뒤 I 기자의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다. 차 밖으로 나가 시속 100km 이상 질주하는 차들을 옆으로 보내려 온 힘을 다해 팔을 휘저었는데,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었다. 추위에 떨며 함께 팔을 휘젓던 I 기자가 물었다. “선배, 저 이번주 기사 마감 할 수 있겠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다음날 원고 마감을 걱정하는 주간지 영화기자의 삶에 애도를. 다행스럽게도 I 기자는
[장영엽 편집장] 영화계의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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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하고 압도적인 것. 그와 반대로 소박하고 예쁜 것.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내 선택은 전자일 확률이 높다. 나는 확실히 스케일에 압도되는 걸 즐기는 유형인 것 같다.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서서히 덩치를 불리고, 이내 몰아치듯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노래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최근에도 이런 곡을 하나 만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런 곡의 영상에 쏙 반했다. 바로 멈퍼드 앤드 선스의 《Delta》 라이브다. 멈퍼드 앤드 선스는 국내와 해외의 인기 온도차가 극심한 걸로 유명하다. 해외에서는 몇만 관객이 꽉 들어차는 아레나형 공연장을 단숨에 매진시키는데 한국에서는 얼마 전 1천석 단위의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물론 이 공연, 전에 없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멈퍼드 앤드 선스 역시 대만족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무대가 스펙터클할수록 그들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자, 이제 유튜브에 ‘Mumford & Sons 《Delta
[마감인간의 music] 멈퍼드 앤드 선스의 《Delta》 오투(O2) 아레나 공연, ‘진짜’ 소름 돋는 라이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