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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영화가 순위권에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B영화가 C영화보다 상위권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원더키디의 해’를 몇 시간 앞둔 2019년 12월 31일 오후 <씨네21> 회의실의 풍경이다. 이번호 특집 기사인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10’에 소개할 10편의 영화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시작된 회의는 어느덧 자신이 지지하는 영화를 마지막까지 사수하려는 기자들의 ‘썰전’장으로 변했다. 특정 영화가 왜 2010년대의 베스트영화로 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씨네21>이 그 영화를 지지하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열과 성을 다해 ‘변론’하는 기자들 때문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리스트를 확정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밝힌다.
2020년을 시작하며 2010년대를 빛낸 10편의 한국영화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은 건, 단순히 지난 10년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2010년대를 거치며 한국영화가 이뤄온 성취를 현재의
[장영엽 편집장] 연하장과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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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힙합의 상징, 갱스타가 컴백했다. 그런데 잠깐만. 그럴 리가. 구루가 하늘나라에 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맞다. 구루는 이제 세상에 없다. 하지만 컴백은 했다. 갱스타의 남은 절반 디제이프리미어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구루가 녹음해둔 미발표 랩을 이번 앨범에 활용했다. 육신은 없지만 영혼은 함께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모든 것이 우리가 열광하고 사랑했던 갱스타 그대로다. 붐뱁의 아이콘 디제이프리미어의 비트도 여전하고 구루의 공격적인 시도 여전하다. 어떠한 적응도 필요 없다. 심지어 앨범 타이틀마저 친숙하다. 《One of the Best Yet》. 그들이 늘 입에 담고 다니던 구절이다. 그렇다면 시대에 뒤처진 것 아니냐고? 아니다. 이건 클래식이니까. 이건 시간을 초월한 것이니까.
은 이번 앨범의 두 번째 싱글이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구루의 아들이 구루의 역할을 맡았다. 구루가 생전에 입던 패션을 똑같이 입고 나와 구루의 제스처를 연기한다. 진
[마감인간의 music] 갱스타 , 구루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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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경, 용준, 수현, 효진, 종욱, 미정, 경환, 재윤, 수완, 규림…. 한동안 온종일 생각하며 부르고 지냈던 이름들. 작품 속에 등장했던 이름이다.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등장인물 이름 짓느라 시간이 꽤 드는 편이다.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사는 이웃 같은 주인공들이라 자주 들었던 익숙한 이름이어야 하지만, 친근하면서도 고유한 캐릭터가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준호’라는 이름.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자신만의 장르를 만든 영화감독 이름이 이준호나 김준호가 아니라 봉준호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대중적이면서도 남다른 분위기가 있질 않나. 한때 한국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한 남자주인공 이름이 ‘민식’이라고 들었다. 민식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동안 한국영화에 등장했던 남자 캐릭터의 전형성과 어쩐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수라>에서 안남시의 ‘박성배’ 시장은 또 어떤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애틋한 여주인공의 이름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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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폴 다노의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는 1960년 미국 몬태나주의 한 가정에 찾아온 해체의 기운을 14살 아들의 눈을 통해 그린 영화다. 아들 조 역을 연기한 호주 출신 배우 에드 옥센볼드는 스크린 위의 연기자 폴 다노가 그랬듯 비밀스럽고 정확한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인상이다. 대규모 산불을 포함해 <와일드라이프> 속 주요사건의 절반은 그의 얼굴에 일어난 리액션으로 표현된다. 때로 감독은 조가 보고 있는 대상보다 소년의 표정을 먼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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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도 남지 않은 2019년은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의 내 어머니와 동갑이 된 해였다. 열아홉의 나는, 당시 부모님의 삶이란 거의 완성되고 확정된 상태일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지점에 도달한 2019년의 나는 여전히 선택의 갈림길에 자주서고, 모종의 변화를 기다린다. 타인이란 언제나 견고해 보이고 옆방의 소용돌이는 기척조차 감지할 수 없다.
1인칭 내레이션은 없지만 10대 소년의 시점으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패밀리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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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권택 / 출연 신은경, 한정현, 최동준, 정경순 / 제작연도 1997년
지인이 새 TV를 샀다고 해 구경하러 갔다. 크기와 성능에 압도돼 리모컨을 꾹꾹 눌러보는데 마침 공중파에서 <서편제>를 한다.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한국영상자료원과 KBS가 <한국영화 100년 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12편의 디지털 복원작을 매주 한편씩 방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복원작이라 해도 작은 컴퓨터 화면으로 본 게 다였는데 잘 얻어걸렸다 싶어 화질과 사운드에 감탄하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났다. 인생 영화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물론 나에게도 태어나 최초로 본 영화, 영화에 흥미를 갖게 한 영화, 영화를 하겠다 마음먹게 한 영화, 극장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 쏟게 한 영화, 보고 나서 며칠을 앓아 눕게 한 영화…. 많은 순간을 함께한 영화들이 있다. 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스쳐가지만 어쩐지 사적인 이야기와 함께 털어놓
[내 인생의 영화] 김유리 감독의 <노는 계집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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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시즌이 끝나고 연봉 협상이나 선수 영입을 하는 기간을 ‘스토브리그’라고 한다. 각 구단 팬 게시판이 온갖 잡음을 전하는 ‘카더라’ 통신이나 트레이드 기사에 들썩이는 시기. 때마침 팬들이 둘러앉은 스토브에 땔감이 늘었다. 구단 운영팀을 다룬 드라마 SBS <스토브리그> 얘기다.
“8892910101010.” 팬들의 눈물도 말랐다는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온 단장 백승수(남궁민)가 암흑기 순위를 뜻하는 ‘비밀번호’를 읊는다. 프로야구 원년 창단에 유통 체인이 있는 모기업이라고 하면 분명 내 팀 같고, 코미디 같은 수비 실책은 그 팀 같고, 모기업의 재정 지원이 열악하다면 또 이 팀인가 싶다. 하위권 팀 팬들이 ‘우리 팀이 모델 아니냐!’고 울부짖을 만큼 구체적으로 못하는 팀을 만들었으니, 말이 되게 재건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팀 4번 타자 트레이드설이 돌자 단장 퇴진 운동을 벌이던 팬들이 그 대신 리그 정상급 1선발 투수가 드림즈로 돌아온다니까 곧바로 ‘갓승수
<스토브리그>, 야구 보는 맛 단짠단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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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캣츠> 가끔 자기들이 고양이인줄 착각합니다
[정훈이 만화] <캣츠> 가끔 자기들이 고양이인줄 착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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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연말연시에 특히 바쁜 직업이다. 저무는 해를 결산하고 다가오는 해의 주요 이슈를 소개하는 것이 숙명이다 보니, 일에 치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새해를 맞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연말이 되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그렇게 야속하고도 부러울 수가 없다.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용산에서 열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시사회에 참석했다가 오후 시간에 극장을 찾은 수많은 인파를 보고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불현듯 울적해졌다. 나는 왜 저 풍경 속의 한명이 될 수 없는가. 어쩌면 되지 못한 게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나는 마감 노동자의 길을 선택했을까. 기자에게 마감은 무엇이고, 마감에게 기자란 무엇인가…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질문의 심연으로 빠져들다 보니 어느덧 다음 정거장은 (<씨네21>이 위치한) ‘당산’이란다. 아차차, 이번주 에디토리얼 원고는 언제 쓰지.
눈앞에 닥친 업무에 고단함
[장영엽 편집장]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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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망원동의 음악 작업실에서 펑크 록밴드 빌리카터의 주축이 되는 둘을 만났다. 탈색한 금발이 잘 어울리는 김지원은 굵게, 마음 깊은 곳으로 호소하는 음색을 악기처럼 조율하며 노래를 부른다. 소녀 같은 웃음과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듯한 김진아는 누구보다 신나고 진지하게 기타를 친다. 2015년 《The Red》라는 EP앨범으로 데뷔한 이들은 곧 척박한 한국 펑크 신의 새로운 얼굴이 되었다. 《The Yellow》 《The Green》 《The Orange》로 이어지는 EP 시리즈는 각각 다른 주제로 그들이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하는 연작이다. 어떤 이야기에는 조용한 새벽의 심상같은 우울한 정서가 저변에 깔려 있고, 어떤 이야기에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날것처럼 느껴진다. 2016년 발매한 《Here I Am》은 밴드 초기의 다양한 면모를 13곡 안에 가득 채운 첫 번째 정규음반이다. 펑크뿐만 아니라 하드록이나 블루스처럼 그들이 영향을 받은 음악과 멜로디에
[마감인간의 music] 빌리카터 《Here I Am》, 로드무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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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두 전시, 노원희의 <얇은 땅 위에>와 윤석남의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는 흥미롭게 대조적이었다. 노원희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대개 얼굴이 없다. 윤곽은 있되 이목구비가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 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영감을 받아 그렸다는 <무기를 들고>에서 여자들은 텅 빈 얼굴을 한 채 한손에 프라이팬을 번쩍 들고 궐기 중이다. 반면, 윤석남은 오랜 벗들의 머리칼 한올, 주름살 하나까지도 세밀하게 그려낸다. 각각의 초상화에는 해당 주인공을 대표하는 물건들을 함께 그림으로써, 이 여성이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오직 그녀’임을 지시했다.
얼굴의 추상성과 고유성에 집중하는 두 재현에 위계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무용하다. 다만 각각의 서로 다른 효과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한국·일본·중국·영국 등지에서 발간된 <82년생 김지영>의 표지에 모두 ‘얼굴 없는 여자’가 그려졌다는 점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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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6년생 사회주의자 켄 로치 감독은 2010년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과 신종 착취를 따라잡는 데에 게으르지 않다. <미안해요, 리키>는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모바일 앱 기반 호출 서비스와 임시직 경제(gig economy)가 만든 노동 환경을 주시한다. 리키(크리스 히친)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자영업자로 일하게 될거라는 배송 회사의 약속을 믿고 운송기사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0시간 계약노동’이 실제로 뜻하는 바는, 회사가 노동자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자유와 벌점의 위협에 쫓기는 노예적 규율이다. 역사적으로 노조가 쟁취한 병가, 유급휴가의 권리를 무화시켜버린 신종 고용 형태는 리키를 신경쇠약으로 몰아넣고 가족과 규칙적으로 대면할 시간을 빼앗아 가정생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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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바움백 감독이 예술가 부부의 이혼을 그린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배우 제니퍼 제이슨 리와 바움백의 이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이별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