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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영화수용문화의 중심인 비디오숍의 우수 운영자들을 후원하고 전국 곳곳에 숨은 우수 비디오숍들을 발굴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씨네21>은 지난호에서 비디오대여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는 기획 '비디오숍에도 봄은 오는가'를 실었습니다.
이번호에는 이번 '2000 씨네2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에서 뽑힌 30개 숍 가운데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개 숍을 탐방하고 운영자를 소개합니다.
또 비디오숍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대여문화 백양백태를 콩트로 엮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관심갖고 지켜봐준 비디오숍 운영자 및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국영화 컬렉션, 이보다 많을 순 없다
우수 비디오숍 1 - 경희대 앞 미래영상, 손태영씨
통신을 통해, 혹은 비디오를 컬렉션하는
2000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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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적이 있는지. 그들은 마치 졸업앨범의 앳된 모습에서 0.1초만에 세포분열을 백만번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웃고 서 있다. 때가 꼬질꼬질했던 입술 언저리에 거뭇거뭇 난 수염이며 훌쩍 커버린 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나이먹어 가는 동안 그들도 이땅 어디선가 그만큼의 세월을 안고 살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00년 새해 첫날, 10년 만에 만난 <왕룽일가>를 보면서 드는 생각도 그러하다. 89년 수많은 유행어와 인기를 누리며 방영되었다가 어느덧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서 먼지쌓인 채 박혀있는 줄만 알았던 왕룽 동네 사람들. 그들은 사실 우리와 함께 10년의 세월을 먹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10년, 강산이 변해도 안 변하는 게 있다
왕룽(박인환)은 아파트가 된 논, 밭에 대한 보상금으로 앉은 자리에서 몇십억대 갑부가 되었지만 철부지 아들 석구(선동혁)는 사업자금 대달라고 졸라대고, 그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왕룽에게
10년만에 부활한 왕룽일가, SBS <왕룽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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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역류>를 만들 당시의 론 하워드 감독은 혹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의 자리에 자기 영화를 들여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화마(火魔)와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지라, <분노의 역류>의 일차적인 비교 상대가 <타워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고 보면 두 영화는 화재와 그것을 일으킨 음모에 대한 이중 대항이라는 스토리 얼개만이 아니라 당대 스타들을 전시하고 최신의 특수효과를 실험하는 블록버스터란 측면에서도 닮은 데가 있다. 물론 커트 러셀, 윌리엄 볼드윈, 로버트 드 니로, 제니퍼 제이슨 리 등으로 배치된 <분노의 역류>의 스타 라인은 폴 뉴먼, 스티브 매퀸, 윌리엄 홀덴, 페이 더너웨이, 프레드 애스테어 등으로 포진된 <타워링>의 그것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반면, 특수효과가 거둔 실감나는 ‘효과’에선 <분노의 역류>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할
방화광의 쇼타임!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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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난 새 천년의 시작을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새 천년 시작하자마자 답답하고 끔찍스런 일만 계속되어 우울증 증세마저 도지는가 싶더니 이젠 같은 원고를 두 번씩이나 쓰게 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다. 며칠 전 원고 써달라는 전화받고 죽기보다 쓰기 싫은 것을 뭐라도 하는 게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되지도 않는 글을 적어 보냈더니 오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인생의 영화’는 비디오 소개 코너인 만큼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만 대상이 되지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써달란다. 애당초 내가 쓰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정한 원칙도 아니며, 더구나 <TABOO>가 비록 합법적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불법적으로나마 출시(?) 혹은 카피되어 돌아다녔던 포르노 영화인데… 애당초 나는 ‘내 인생의 영화’라고 꼽을만한 영화를 고민 끝에 대충 이런 글을 써 보냈었다.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남세스럽긴 하
[내 인생의 영화] 꿩 대신 닭이라고…, <스미스씨 워싱톤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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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이끄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단편 <탱고>에는 ‘소냐’라는 이름으로 낮과 밤을 달리 사는 여성이 등장한다. ‘산드라’ 아니 ‘소냐’는 탱고를 추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성들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을 기꺼이 호흡한다. 분명 춤은 그녀에게 새로운 육체를 가져다주었고, 무대 위에서의 은밀한 교환은 그녀를 누구보다 당당하게 만든다. ‘댄스’ 영화가 스토리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끊이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에는 위와 비슷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댄스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춤을 통해 변신한다. 엇비슷한 공식이지만 변신의 과정 속에는 파트너로 등장하는 남성과의 갈등과 화해가 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이 묘한 공식이 춤이라는 해방구를 통해 재현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다.
<살사>에서도 이러한 전개는 마찬가지다.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적절한 우연(알고보니
살사 댄스가 뿜어내는 열기와 쾌락, <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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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딱지의 가치는 기괴한 상상력에 의해 발동 걸린 성적자극의 강도와 비례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 폭력. 성적 자극과 폭력이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헤비메탈 F.A.K.K.2>이 선택한 비법은 줄리의 말랑하고 뽀얀 살결 위에 빨간 가죽 띠를 두르고 칼을 쥐어주는 것이다. 여전사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시선이 아슬아슬한 의상 사이로 향하기 때문. ‘성인용’을 딱히 원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헤비메탈 F.A.K.K.2>는 영양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헤비메탈 F.A.K.K.2>는 1981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2천만달러의 흥행수입과 2백만개 이상의 비디오 판매고를 기록한 <헤비메탈>의 속편격인 작품. 원작은 사이먼 비슬리, 에릭 탈보트 그리고 제작자이기도 한 케빈 이스트만이 함께 만든 만화 <용광로>다. 성인 잡지 <팬트하우스>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헤비메탈 F.A.K.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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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좀더 새로운 재료 찾기, 혹은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요리할 방법 찾기에 골몰하는 할리우드가 주목한 신소재 하나. 바로 <에어 콘트롤>이 파고든 관제사들의 세계다. <에어 콘트롤>의 시작은 96년 <뉴욕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실린 기사로 거슬러올라간다. 다시 프레이가 쓴 그 글은 관제탑 업무와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관제사들에 대한 것이었다. <히트> <파이트 클럽> 등을 제작한 중견 프로듀서 아트 린슨은 일 자체의 극적인 위험과 직업상 독특한 생활문화를 갖는 그들의 세계가 새로운 소재라는 판단에서 이내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인기 TV시리즈 작가 글렌과 레스 찰스 형제가 시나리오를 맡았고, 감독 제의를 받은 마이크 뉴웰은 <도니 브래스코>를 마치고 원래 쉬려던 계획을 접고 합류할 만큼 흥미를 보였다.
뉴웰의 말을 빌리자면 <에어 콘트롤>은 “비행기 충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에어 콘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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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격정에 사로잡힌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다. 그러나 일단 살인이 실행되고나자 스토리는 전혀 예측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남자는 격정과 의혹 사이의 좁은 길로 나 있는 미로에 빠져 허우적댄다. 저 여자는 혹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나를 유혹한 것이 아니었을까? 익숙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플롯이다. 만약 <블랙잭>을 떠올렸다면 당신의 한국영화 사랑은 감동적이다. <보디히트>? 정답들 중 하나일 뿐이다. 충분치 않다. 이 플롯의 원형은 <이중배상>과 <빅 슬립>이다. 그렇다면 <이중배상>과 <빅 슬립>의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레이먼드 챈들러의 손끝 아니 머릿속에서 나왔다.
바바리코트깃을 세우고 줄담배를 피우며 나직한 쉰 목소리로 짧게 말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세상에 닳고 닳은 인간이고, 사랑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남자이며, 돈을 받아야만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설탐정이다. 그
[할리우드작가열전] 추악한 얼굴의 천사, 레이먼드 챈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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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당당히 자신들의 세기로 규정한 미국인들에게 2000년 1월1일은 또다른 미국의 세기가 시작하는 시발점으로서의 의미가 오히려 커 보였다. 그래서인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특별행사들의 주제도 대부분 그들의 위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를 주제로 하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WTO회의중에 이미 한 차례 폭동을 경험한 시애틀이 새해맞이 행사를 취소한 데 이어, 뉴욕의 타임스퀘어 또한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그런 밝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Late Show>의 데이비드 레터먼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12월29일 방송에서 타임스퀘어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관객을 향해, 새 밀레니엄의 첫 테러 희생자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간담이 서늘한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험악한 분위기에도 12월31일 뉴욕의 핵심인 타임스퀘어는 새 천년을 성대하게 맞이하기 위해 별러온 인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
<환타지아2000> 뉴욕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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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의 의미를 적어 달라는 몇몇 원고 청탁에 밀레니엄이란 밀레니엄 밀레니엄 하는 말로 한몫 잡으려는 장사꾼들이나 밀레니엄 밀레니엄 하는 말로 현실의 문제를 덮으려는 정치꾼들에게나 필요할 거라는 독설을 채워 보냈다. 21세기가 된다고 파시스트의 뇌가 갑자기 민주주의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고 21세기가 된다고 결식아동에게 갑자기 밥이 생기는 게 아니며 21세기가 된다고 갑자기 예술에 대한 검열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밀레니엄이니 21세기니 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둘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나 나 역시 21세기 도입부는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지난 세기말 내 몸에 침입한 독감균은 여전히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
기억의 범주 안에서 몸이 아파 병원에 가본 일이 한번도 없는 나로선 지난해 독감이 두 번씩이나 내 몸을 점령했다는 사실이 영 개운치 않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식은땀을 흘리며 나는 이제는 사라진 어린 시절의 질병 공포를 떠올린다. 그 시절 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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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에는 굉장히 커다란 비디오대여점이 있다. 이번에 <씨네21>에서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하면서 일정한 실사기준에 의해 채점한 성적표에 따르면 바로 이 대여점이 4등이다. 좋은 비디오대여점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얼마만한 행운인지는, 이 곳에 이사온지 얼마 안돼 곧 알게됐다. 예전에 나의 비디오대여점 출입은 대체로 개봉관에서 빠뜨린 신작들을 건지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3만편을 소장하고 있는 이 대여점을 드나들면서 목적이 다양해졌다. 개봉관에서 빠뜨린 신작영화 줍기,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연보를 체크해가며 한편씩 봐치우기, 신작 위주의 개봉관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고전들 찾아 보기. 영상자료원이나 사설 시네마테크를 찾아다닐 시간 여유가 없는 나는 ‘내 인생의 영화’들 상당수를 이 비디오숍에서 빌려보았다. 물론, 70년대 이전 한국영화나 세계영화사의 고전 리스트가 몹시 빈약한 한국 비디오산업의 얄팍함을 일선의 비디오숍들이 결코
[편집장이 독자에게] 비디오숍 콘테스트를 진행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