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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서른일곱의 마은은 “먹고살게 없어” 장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혼자 가게를 한다는 게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 엄마의 선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이 마은의 마음을 돌릴 이유가 되진 않는다. 본인의 이름을 따 ‘마은의 가게’라고 지은 카페에 별다른 특색은 없다. 그럼에도 손수 내린 커피와 구운 디저트를 내놓으며 마은은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어떻게 손님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주변의 자영업자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들이 가게를 지키는 마음과 태도를 살피는 한편, 마은은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며 영역을 침범하려 드는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마은의 가게 단골인 보영은 여자화장실에서 나오던 동료 직원 현수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던 중 마은을 돕기 위해 가게에 달아준 감시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애인이 마은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장편소설
씨네21 추천도서 - <마은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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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황인찬 엮음 / 창비 펴냄
“세계의 가능성을 개진하는 것이야말로 시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창비시선 500번 기념 시선에 실린 엮은이의 말은, 희망과 전망이 부재하는 시기에 읽는 시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안희연, 황인찬 시인이 엮은 이번 기념 시선은 401번으로 1948년생 시인 김용택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2016)부터, 499번으로 2000년생 시인 한재범의 <웃긴 게 뭔지 아세요>(2024)까지를 다시 읽게 한다. 좋아하는 시인의 이름부터 찾아 읽는 일도 가능할 테고, 아무 페이지를 펼쳐 운명처럼 마주하는 시를 읽어내는 시도도 좋을 것이다. 나는 엮은이가 골라 뽑은 본인의 시부터 읽어보았다. 황인찬 시인은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안하다고 하더라>를 골라 실었다. “공원에 떨어져 있던 사랑의 시체를/ 나뭇가지로 밀었는데 너무 가벼웠다// 어쩌자고 사랑은 여기서 죽나/ 땅에 묻을 수는 없다 개나 고양이가 파헤쳐버릴 테니
씨네21 추천도서 -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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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토시 지음 / 권영주 옮김 / 비채 펴냄
오가와 사토시의 소설집. SF와 미스터리 기법을 사용해 기발하고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술사> <한 줄기 빛>부터 <마지막 불량배> <거짓과 정전>까지 총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가족사부터 세계사까지, 시간과 역사를 넘나드는 작품들의 매력이 특히나 눈에 들어온다. 표제작인 <거짓과 정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바꾸어놓은 세계사의 지형을 없던 일로 만들려는 시도를 다루는 이야기다. 1844년 1월9일 영국 맨체스터의 법정 풍경을 보여준 뒤 수십년 뒤 냉전시대의 소련에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다. 한 소련인 과학자가 CIA에 협력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넘기려고 하는데, 우연히 놀라운 발견을 한다. 전자를 이용해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미래에서 온 메시지를 받기도 한 그는, 이 사실을 CIA쪽에 알린다. 도입부의 법정,
씨네21 추천도서 - <거짓과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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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 디아스 지음 /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에르난 디아스의 데뷔작 <먼 곳에서>가 출간됐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었던 <먼 곳에서>는 퓰리처상과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트러스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책이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올해의 책 톱10, <릿허브>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소설 톱2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알래스카의 얼어붙은 바다에서 시작하는 <먼 곳에서>는 온갖 전설로 치장된 호크라는 남자를 보여준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살인자, 사자를 맨손으로 잡는 자, 인디언 추장이었지만, 소설은 이내 그가 아직 어린아이이던 시절의 고향, 스웨덴으로 시계를 돌린다. 호칸 쇠데르스트룀은 찢어지게 가난한 스웨덴의 농가 출신으로, 형 리누스와 함께 아메리카로 가는 배를 탄다. 문제는 배에 타기 직전 형을 놓친 데다 그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 뉴욕
씨네21 추천도서 - <먼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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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 에르난 디아스 지음
<거짓과 정전> - 오가와 사토시 지음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 안희연, 황인찬 엮음
<마은의 가게> - 이서수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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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감 있던 배우의 친근한 이미지부터 이혼 소송과 불륜 등 개인사를 자유롭게 발화할 기회, 시청자 앞에서 사회적 편견을 스스로 무너뜨릴 힘까지, 언뜻 <SNL 코리아>는 배우 황정음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황정음은 내일이 없는 듯한 깡다구를 발휘했다. 자신을 둘러싼 공공연한 소문과 이름표, 추문을 기꺼이 드러내면서도 기죽지 않았다. 당당한 태도와 합리적인 분노는 대중이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프로그램 소개에 명시된 ‘성역 없는 풍자, 거침없는 패러디’라는 말처럼 출연자의 약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것은 <SNL 코리아>가 나아가는 ‘쿨한’ 지향점이다. 그렇다면 <SNL 코리아>의 풍자는 정말 황정음에게 사회적 자유와 해방을 선사했을까. 선거철을 앞둔 <SNL 코리아>는 여느 때처럼 정치풍자 코너를 구성했다. 하지만 야당의 “Xiexie”와 여당의 대파 이야기를 단순 반복하는 패턴에는
[이자연의 TVIEW] ‘SNL 코리아’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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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서민의 계급 격차 사랑, 시한부, 기억상실 등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는 그간 우리가 보아온 익숙한 설정이 전면에 등장한다. 지겨울 만도 한데 ‘아는 맛’이 무섭다고 우리는 그 익숙함에 즐겁게 빠져든다. 하지만 박지은 작가 드라마의 매력은 단지 ‘아는 맛’에 있지 않다. 그걸 살짝 비트는 매력이 있달까. <눈물의 여왕>은 재벌 계급 남자주인공과 소위 ‘캔디렐라’로 불리는 서민 계급 여자주인공의 사랑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비틀어 ‘개천’이 아닌 ‘용두리’에서 나온 인재, 백현우(김수현)와 ‘퀸즈’ 그룹의 실세, 홍해인(김지원)의 로맨스라는, 성별 반전 서사를 등장시킨다. 단지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데 꽤 새롭다. 우리가 벗어나야 할 ‘클리셰’가 계급 격차 로맨스 드라마만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듯, 우리에게 익숙한 가부장사회의 관습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재현한 덕분에 통쾌하기도 하다. 물론 ‘가부장제’의 자리가 ‘자본’으로 대체된 설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오수경의 TVIEW] ‘눈물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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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망각과 불안은 팔기 쉬워도 라면은 팔기 어렵다. 손님의 대다수를 돌려보내는 마트, “무엇이든 팔지만 아무거나 팔지 않는” 킹 프라이스 마트는 어딘가 범상치 않다. 이 기묘한 장소의 주인인 배치 크라우드는 “최고의 장사꾼 혹은 최악의 사기꾼”이라 불린다. 남다른 사업 수완으로 한때 ‘배치의 천원 숍’ 점포를 전세계 2만여개까지 확장 개업했으나 돌연 모든 것을 처분하고 모습을 숨긴다. 그로부터 몇년 후 서울에 ‘킹 프라이스 마트’를 새롭게 개장하면서 다시금 이목을 끈다. 이곳의 유일한 직원은 소설의 화자이자 27살 청년인 구천구다. 유명 무당 억조창생 여사의 셋째 아들로, 킹 프라이스 마트에 일하게 된 것도 어머니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억조창생 여사는 출근길에 오른 천구에게 마트에서 ‘베드로의 어구’를 구해올 것을 부탁한다. 어떤 선거도 53%의 승률로 승리하게 해주는 베드로의 어구로 대통령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천구의 눈앞에 배치 크라우드
씨네21 추천도서 - <프라이스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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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지음 / 창비 펴냄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에 출연했던 정재민이 쓴 한국의 범죄 이야기. 판사로서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이력과 우리 사회의 범죄대책을 마련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일했던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저작이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있을까? 뉴스를 통해 접하는 범죄 소식은 어쩐지 점점 늘어나고, 또한 잔혹해지는 듯 느껴진다.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2~21) 우리나라의 전체 범죄 건수는 약 193만건에서 약 153만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절대적인 범죄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시민의 불안감이 심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정재민은 범죄의 “무차별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통계상 급증하는 범죄는 사기, 마약, 성범죄로, 지난 10년간 24% 이상 늘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고 갈등과 원한을 만들지 않는다고 예방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과학수사의 발전상에 대한 글로 시작해 수사, 재판, 교정
씨네21 추천도서 - <범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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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 김태환, 이경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영화 매체 고유의 힘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영화이론의 고전. 정성일 평론가의 말마따나 “영화이론의 고전주의 시대가 있다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이 책은 그 마지막 위대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에 따르면 영화는 본질적으로 사진의 연장선에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와 사진은 동일한 매체적 특성을 공유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에게는 사진작가보다 조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폭넓게 열려 있다. 영화의 가능성이 사진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차원까지 아우르므로. 그렇다면 사진이나 소설이나 연극과는 구분되는 특징으로서의 ‘영화적’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 이 책은 영화와 다른 매체를 구분 짓는 가느다란,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선에 대한 분석이다. 읽기 쉽지는 않지만 읽기가 괴롭지만은 않은 이유다. <
씨네21 추천도서 - <영화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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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지음 / 황석희, 조은정, 임지윤 옮김 / 을유문화사 펴냄
셀린 송 감독이 쓴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12살 때 토론토로 이민 간 나영과 서울에 남은 해성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다. 12살 때 헤어지고, 12년 후에 온라인으로 재회했다 다시 소원해지고, 다시 12년이 흘러 두 사람은 뉴욕에서 비로소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나영은 그사이 아서와 결혼한 상태. 나영과 해성의 재회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전생’을 뜻하는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인연’이다. 인연이라는 말은 꼭 해피엔딩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악연도 인연이며, 헤어짐 역시 연이 다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이 복잡한 마음의 행로를, <패스트 라이브즈>는 차분하게 따라간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추천하는,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영화에서 배우의 행동을 통해 유추해야 했던 인물들의 속마음과
씨네21 추천도서 - <패스트 라이브즈 각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