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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의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이 성황리에 상연 중이다. 개막 전에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코너 ‘뮤지컬 스타’ 속 넘버 패러디, 배우 최재림이 촉발한 뮤지컬 숏폼 콘텐츠의 흥행 견인 열풍 속에 작품을 잘 모르던 관객층까지 <킹키부츠> 예매 대란에 합류하며 이미 다섯 차례나 사랑받았던 작품이 여섯 번째 공연에서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킹키부츠>는 조엘 에저턴과 추이텔 에지오포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4대째 내려오는 구두 공장 ‘프라이스 앤드 선’을 엉겁결에 떠맡게 된 신참 사장 찰리가 드랙퀸 롤라를 만난 후 남성 표준에 맞는 여성용 구두를 만들어 사양길에 접어든 공장을 재건하는 이야기다. 원작 영화보다 유명해진 <킹키부츠>를 생각하면 작품의 대표 이미지인 빨간 큐빅 구두와 드랙퀸들의 화려한 의상, 신디 로퍼가 자신의 전성기에 불렀을 법한 뉴웨이브록 스타일로 작곡한 모든 넘버 등 화려한 쇼
[CULTURE 스테이지]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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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은 제목부터 '계급 전쟁'이라는 컨셉을 내세우지만 기묘하게도 탈권위주의적 프로그램의 태도가 돋보인다. 먼저 <흑백요리사>는 참가자를 흑수저와 백수저로 나눈다. 명장 계급과 그의 자리를 엿보는 도전자 계급. 얼핏 수직적 구조를 발판 삼은 여느 서바이벌처럼 보이지만 계급 상승의 욕망을 더 자극하기 위해 흑수저간에 세부 계급을 나누지 않고, 흑백이 동등하게 평가받고 겨룬다는 점에서 기존 서바이벌 문법을 벗어난다.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한 블라인드 심사 또한 경직된 위계를 은연중 허문다. 이 설정은 참가자의 정체를 모른 채 공평하게 평가한다는 기본적인 목표를 뛰어넘어 <흑백요리사>의 코어를 이루는 백종원과 안성재의 심사 자격을 시청자가 직접 확인할 기회를 준다. 한 스푼 맛보는 것만으로 재료의 쓰임과 장르, 곁가지 부자재를 추정해내는 그들의 오랜 경험과 섬세함은 <흑백요리사>가
[이자연의 TVIEW]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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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돌아보지 않는 법을 아는 캐릭터를 언제나 부러워해왔다. 현실에 주저앉지 않는 법, 실망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라면 얼마든 자기 계발서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만으로 무력감만이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하는 문제인 것만 같아서. <그레이트 서클>은 모든 것이 ‘나’에 수렴한다는 자기 인식으로 세상 끝까지 날아오르는 이야기다. 거침없고 대담하게.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거대하게 상상할 줄 알았던 두 여성의 이야기는 소설 속 문장을 빌리면 당당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펼쳐지고 또 펼쳐지며, 언제나 끝이 없다. 하나의 선, 하나의 원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앞을 바라본다. 수평선이 있다. 뒤를 본다. 수평선. 지나간 것은 잃어버린 것이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그레이트 서클’은 구 위에서 그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원을 의미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그레이트 서클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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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것은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우리가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몇분 만에 알게 되는 걸까?” 핼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16살 소년이다. 핼은 어릴 때 TV에서 두 소년이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둘은 아서왕의 돌에 칼을 간 뒤 서로의 손을 긋고 두 피를 섞어 맹세한다. “이제 우리는 영원한 단짝 친구야.” 핼은 이때 이후로 언제나 충실하고 서로의 곁을 지켜줄 단짝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는다. 내게도 언젠가 그런 친구가 나타날 거야. 그 경이로운 운명은 어느 날 갑자기 핼의 앞에 나타난다. 핼이 탄 요트가 폭풍에 휩쓸리자 바다에서 갑자기 나타난 배리가 그를 구해주고 집에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너는 어디서 나타나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 거야”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짧은 시간 핼은 배리와 뜨거운 애정을 나누게 된다. 여름에 만난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7주였다. 16살의 여름,
씨네21 추천도서 -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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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디저트를 언제 먹더라. 단것을 무지 좋아해 고속노화의 길을 향해 스피드를 올리고 있는 내 경우에는 단것을 혼자서도 찾아 먹지만, 대부분은 누군가와 식사 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음료와 함께 찾아 먹을 것이다. ‘디저트를 소재로 단편소설을 써주세요’라고 청탁을 받았을 5명의 작가를 상상해봤다. 원하는 디저트를 하나씩 결정하고, 이 디저트를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작가가 디저트를 테마로 완성한 단편소설 앤솔러지 <녹을 때까지 기다려>는 그렇게 탄생한 소설집이다.
누구에게나 최애 디저트가 있을 것이고, 하나의 디저트로 소설을 써야 한다면 어떤 디저트를 선택할까. 오한기는 초콜릿을, 한유주는 이스파한을, 박소희는 젤리를, 장희원은 사탕을, 이지는 슈톨렌을 소재로 썼는데 각기 다른 디저트의 종류만으로도 작가의 개성이 보이는 듯하다. 이것이 소설인지 에
씨네21 추천도서 - <녹을 때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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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책 제목을 읽고 나는 순간 다소 경박하게 소리내 웃고 말았는데, 영화 제목 <헤어질 결심>이 (<헤어질 결심>의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집 제목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으로 바뀐 언어유희가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의 제목은 ‘나는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었는가’의 맥락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지?’처럼 경악을 동반한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게,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한 거야, 혹은 만든 거야? 박찬욱 감독이 쓴 서문에 따르면 <헤어질 결심>은 팬데믹 기간을 관통하여 2022년 5월 경기도 파주에서 완성되었는데, 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찍은 사진들 중 일부를 골라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에 실었다고 한다. “내 주장에 의하면 모두 제작 현장 사진이다.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만들까 대개 그 생각만 하던 때였으니 어디를 가나 내게는
씨네21 추천도서 -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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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할 말이 없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뜻은 아닌데, 할 수 있는 말을 고르는 게 적잖이 괴로워서다. 이 괴로움은 나의 몸 안에서부터 솟아오르기도 하고 바깥을 향하는 시선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침묵 속에서 잠잠히 마음을 놓고 있는 편이 좋게 느껴지는 상태다. 그러다 보면 어라, ‘이 상태를 좀 좋아하는지도?’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기도 한다. 내 안에 고여 있는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썩 괜찮은 기분을, 박연준의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을 읽으며 느꼈다.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박연준의 새 에세이다.
“골동품과 유실물은 같은 공간에 담긴다. 서로를 노려본다. 낡아가는 일과 잊히는 일 중에 무엇이 더 나쁜가 생각한다.”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에서 눈길이 가는 단어들은 모두 시간과 관련이 있다. 맨 처음에 등장하는 시간은 새벽이다.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4등분되어 존재
씨네21 추천도서 -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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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박연준 지음 /창비 펴냄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한유주, 박소희, 장희원, 이지 지음 /비채 펴냄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든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그레이트 서클1, 2>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펴냄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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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비교육’ 교육 1팀 과장 손해영(신민아)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가정위탁’하느라 ‘엄마, 아빠, 나’ 셋이서만 살고 싶다는 소원을 외면한 부모에게 상처받아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능력은 있지만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축의금 손실, 승진 배제 등 회사에서 손해를 봐야 하는 게 싫었던 해영은 순전히 ‘손해 보기 싫어서’ 가짜 결혼식을 한다. 해영의 가짜 남편 김지욱(김영대)은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탓에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 생각하며 누구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tvN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는 ‘가짜’로 시작한 이들의 관계가 ‘진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코미디물이다. 물론 ‘로맨스’만 있는 건 아니다. 계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해영은 사실 공감적이고 이타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부모와 사랑을 나눠 가진 위탁아동을 미워했지만 그들을 가족으로서 돌본다. 또한 ‘남편’인 지욱을 ‘편’이라 부르며 가족으로 여긴다.
[오수경의 TVIEW] '손해 보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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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지은 김선영 옮김 리드비 펴냄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단편집 <가연물>은 추리소설에서의 문장력이 무엇인가를 실감하게 한다. 정보를 충실히 나르는 동시에 명확하고, 독자에게 탐정(역을 맡은 경찰)이 갖는 의문을 드러내 보여주는 동시에 수수께끼의 해소를 까다롭게 한다. 뺄 문장도 더할 문장도 없이 경제적으로 사건과 의문을 전달해 사건 해결까지 뚜벅뚜벅 향한다. <가연물>에는 총 5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모두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경부가 해결의 중심에 있다. 소시민 시리즈, 고전부 시리즈를 통해 캐릭터성 강한 이야기를 선보였던 요네자와 호노부지만 이번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희미하다는 것 또한 눈길을 끈다. 아니, 캐릭터성이 희미하다는 것은 오해일 것이다.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하며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로 식사를 대체하곤 하는 그는 “규범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면서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훌쩍 뛰어넘는” 사건 해결 방식으로 윗선의 은은한
[CULTURE BOOK] '가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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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의 미국. 한 랍비가 유대인 여성 사라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읊는다. 관 속에 누운 사라는 미국에 망명해 유대교의 뿌리를 내린 이민 1세대 여성이다. 그의 손자 루이스는 동성 연인 프라이어와 함께 장례식에 참여하고, 프라이어는 이날 자신의 에이즈 감염 소식을 연인에게 전한다.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 조는 바륨에 중독돼 환각 속에 사는 아내 하퍼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다. 거물 변호사 로이 콘이 그에게 워싱턴 법무부의 요직을 제안하지만 조는 아내를 떠날 수 없는 현실과 신앙에 위배되는 성정체성 속에서 괴롭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링컨> <파벨만스> 등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각본가로도 유명한 토니 쿠슈너의 1991년 초연작이다. 작중 배경인 1985년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 ‘강력한 미국’을 주장하며 보수·반공 정책을 집행했던 레이건 정권기고,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도구 삼아 성소수자를 혐오스러운
[CULTURE 스테이지]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