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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식탁에 가위를 올려두나요?” 인터뷰 후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세타 나쓰키 감독이 대뜸 질문을 건넸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위국일기>가 초청돼 한국을 찾은 세타 나쓰키 감독은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서울에 남아 짧은 망중한을 즐기는 중이었다. 한국 여행이 간만이었던 세타 나쓰키 감독의 눈엔 고깃집이든 전집이든 한국 식당에서 음식을 가위로 숭덩숭덩 자르는 풍경이 무척 생경했나 보다. 장례식에서 만나자마자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식구가 된 <위국일기> 속 이모 마키오(아라가키 유이)와 조카 아사(하야세 이코이) 또한 식탁에 덩그러니 놓인 가위를 처음 본 것처럼 서로를 낯설어한다. 한데 가위는 지레의 원리로 작동해 받침점에 물체를 가까이 둘수록 힘점에 힘을 덜 가하고도 쉽게 물체를 자르는 도구다. 무작정 동거를 택한 마키오와 아사 또한 세상살이에 힘을 덜 들일 수 있도록 서로를 가까이에 둔 채 가윗날처럼 교차하고 또 엇갈리며 어느새 각자의 상
[인터뷰] 청소년은 움직임의 미학을 구현하기 좋은 피사체, ‘위국일기’ 세타 나쓰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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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중공업 입사 4년차 강준희 대리(장성범)는 인사팀으로 부서 이동을 명받자마자 구조조정 업무에 투입된다. 이미 일이 손에 익은 이동우 차장(서석규), 정규훈 팀장(김도영)과 준희는 함께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지만, 이들이 사내에서 ‘해야 할 일’을 대하는 숙련도와 마음가짐은 전부 다르다. <해야 할 일>은 부당해고된 노동자의 쟁의를 다룬 숱한 노동영화와 달리 노동자를 해고하는 또 다른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또 <해야 할 일>은 수많은 영화에서 조·단역으로 잠시 스쳤던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운다. 늘 역량보다 작은 배역을 연기하며 재능을 펼쳐 보일 계기를 갈구했던 배우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은 찾아온 절호의 기회 앞에 고대하던 선물을 수령한 듯한 설렘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들이 누린 기회가 단 한번의 요행이 아님을, 세 배우가 분한 배역은 각자의 ‘적역’임을 흔쾌히 동의할 수
[커버] 절호의 기회에 해야 할 일, <해야 할 일> - 장성범, 서석규, 김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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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공간을 넘어 진실의 단면을 전달하는 좋은 통로다. 9월에 열리는 제13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아브델>은 이민 2세, 3세들로 확장 중인 스웨덴 사회의 첨예한 이슈를 서늘하게 파고드는 사회 드라마다. 12살 소년 아브델이 겪는 인종차별과 폭력에 노출되는 과정은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나 단순한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수의사를 꿈꾸는 소년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주변 환경은 소년을 갱단의 전쟁 한가운데로 끌고 간다. 페테르 폰티키스 감독은 보조교사로 일하면서 본인이 직접 겪은 문제를 두 번째 장편영화 속에 입체적으로 녹여냈다. 상황보다 사람에 주목하는 페테르 폰티키스 감독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대신 인물들이 어떤 심경인지 ‘공감’하는 데 주력한다. 첫 번째 관객과의 대화를 마친 뒤 만난 페테르 폰티키스 감독은 “사는 곳이 달라도 우리가 영화를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 스웨덴영화제 개막작으로
[인터뷰] 드라마틱, 시네마틱 - 제13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아브델> 페테르 폰티키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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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소녀성의 소유자이면서, 전생을 기억하는 것 같은 웅숭깊은 눈동자를 천천히 끔뻑이는 배우와 마주 앉았다. 무구해 보이는 첫인상 너머로 영민한 지력을 가다듬은 이 배우는 끊임없이 묻고, 쓰고, 감정과 목소리의 쓰임을 연구하면서 <파친코> 시리즈의 거대한 아우라 바깥으로 이미 저만치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비유하자면 배우 김민하는 한쪽 굴곡이 비스듬히 기운 백자처럼 오묘하기에 아름답다. 그가 풍기는 깨끗함은 연약함이 아니라 기백에 가깝다. 재일 한인 여성의 고된 삶을 그리는 배우가 조준한 지점이 희생의 서글픔이 아닌 특출난 강인함인 것처럼. 수년 만에 마주한 남편 이삭(노상현)의 이른 죽음을 마주하는 장면을 회상할 때 김민하는 이렇게 말했다. “선자라면 절대로 떠나는 사람 앞에서 울지 않아요.” 이토록 담담한 얼굴 아래 배우가 옮겨낸 정동은 굴곡진 역사만큼이나 들끓는다. 동세대 중 단연 정의하기 쉽지 않은 희귀한 체질의 배우. 속 깊고 현명한 언어
[커버] 묻고, 쓰고, 소리내기 - <파친코> 시즌2 김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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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애란은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 대해 쓴 글(<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에서 “인간은 참 이상해… 그렇지?”라는 질문을 길어올린 적이 있다. 목격하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기도 한데, 독자와 창작자를 겹쳐내는 이런 자아상은 신작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주인공 중 하나인 지우를 닮아 있다. 만화를 그리는 지우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 돈을 모으기 위해 반려동물인 도마뱀을 소리에게 맡긴다. 지우의 눈에 제법 부러워 보였던 채운은 비극적인 가정사로 인해 반려견 뭉치와 함께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갑작스레 도마뱀을 키우게 된 소리 역시 지우, 채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주해야 할 죽음의 진실을 하나 품고 있다. 꿈과 이야기, 죽음과 이별 사이를 떠돌며 ‘다음’을 향해 가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대해 김애란 작가에게 들었다.
- 과작하는 편이다. 끝까지 소설이 되는 이야기와
[트랜스크로스] ‘여기서 끝나는 게 정중하겠다’ 싶을 때 이야기를 마친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펴낸 소설가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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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부호의 장남으로 태어나 풍각쟁이는 안된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베트남전에 파병돼 2년간 복무했고, 전역 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노래 <님과 함께>를 발매해 대한민국 가수 중 최초로 ‘오빠’라 불렸다. 1980년대 군사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받아 낙향, 도미했지만 이후에도 <빈잔> <둥지> 등이 두번이나 역주행 히트하며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가수로 무대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뽐낸다. 영화래도 ‘이건 설정 과다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 이 서사의 주인공은 가수 남진이다. 영화 <오빠, 남진>은 올해 6월 출간된 동명의 도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근현대사, 대중음악사, 팬덤문화사에서 남진이 차지하는 좌표를 짚고 그가 각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선도했는지 설명한다. 여전히 ‘영원한 오빠’, ‘원조 오빠’로 소개되는 일이 가장 좋다는 가수 남진과 <씨네21>이 나눈 대화를 전한다.
- 한국
[트랜스크로스] 오빠의 긍지, 가수의 책임감, <오빠, 남진> 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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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회를 호령했던 유능한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은 발달장애를 지닌 아이 지우(빈주원)를 낳게 되면서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경력은 중단되고 지우의 치료와 학교생활을 뒷바라지하느라 상연 본인의 인생이 완전히 사라질 정도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상연은 지우의 쌍둥이 누나 지수(이하린)의 따스한 말 한마디, 같은 처지인 대학 선배 영화(김채원)의 현실적인 조언, 지우가 가져다주는 작은 행복에 힘입어 삶을 이어간다. 불가항력적인 삶의 혼란 앞에 선 상연은 대개 슬퍼하며 때론 지나치게 섬뜩하고 종종 묘할 정도로 행복해한다. 이처럼 갈피를 잡기 힘든, 한 인간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김재화 배우의 연기는 평소 인물의 ‘무표정과 심연’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그의 목표에 굉장히 가까이 닿은 듯하다.
- <밀수> 인터뷰 때 양양으로 이사 갔다는 근황을 전했다. 생활은 어떤지.
= 이사 간 지 만으로 딱 2년째인데 아주 만족스럽다. 아예 자리를 잡으려
[인터뷰] 상연이 재화에게, <그녀에게> 배우 김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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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기억법> <너는 나의 봄> <돼지의 왕>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로운 사기>까지. 2020년대 들어 배우 김동욱은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택해왔다. 그렇기에 그가 코믹극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하 <강매강>)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그 안엔 일찍이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2007)이 있었고 MBC 연기대상 수상작인 오피스 코미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2019)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SNL 코리아>에 2번 출연했고, 2022년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선 “코믹 연기는 내가 제일 잘하는 분야라는 자부심이 있다”라는 말까지 한 적 있다. 그러니까 사실 김동욱은 코미디 장르와의 재회를 그 어떤 배우보다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그에게 선택받은 <강매강>은 <하이킥!&g
[인터뷰] 코미디에 진심, <강매강> 배우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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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쁜 남자’가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다. 로맨스 드라마의 가난한 여자주인공에게 적대적인 말을 쏟아붓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벽에 여자를 밀치며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사랑’이라고 포장되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헤테로 로맨스를 소비하던 여성들은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의 범람을 경계하며 공생 가능성 있는, 최소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은 남성의 조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년간 ‘선하게 잘생겼다’며 각광받던 남자배우들, 이를테면 박보검이나 차은우의 인기를 이같은 맥락에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상한가를 올린 정해인 역시 ‘무해함’의 대표주자로 호명되던 스타였다.
오랫동안 정해인은 누군가에게 험한 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남자였다. 선하고 해사한 얼굴로 다정하게 말하는 그가 위협의 주체가 되는 것은 좀처럼 상상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우리 편’, ‘나쁜 편’을
[커버] 과시 없이 본질에 가닿는, <베테랑2>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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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한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스핀오프로 넷플릭스 시리즈 <정강 경찰서>가 나왔다. 전작의 산업적 성공이 시리즈화에 끼친 영향이 있나.
청웨이하오 <메리 마이 데드 바디>에 대한 시장 반응을 알기 전에 시리즈화를 결심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촬영할 때부터 이미 허광한과 배우들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남다르다는 것을 확신했고, 이 그룹을 중심으로 범죄 코미디 시리즈를 확장한 것이다.
인전하오 황당하게 웃기면서도 범죄 수사를 정교하게 풀어나가는 코미디가 목표였다. 동시대 시청자들에게 유효한 오락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나름의 답이기도 하다.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 있는 미니시리즈에 일상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봤다. <정강 경찰서>는 그리 길지 않은 에피소드 구성이기 때문에 시리즈를 한번에 몰아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 ‘잘못
[인터뷰] '한끗 차이로 웃기기',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 찾은 넷플릭스 시리즈 <정강 경찰서> 청웨이하오, 인전하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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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와 굿즈 대란부터, 푸바오를 보며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고백까지. 대한민국 최초의 자연번식 판다 푸바오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거대한 신드롬이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중국 반환이라는 이별 소식은 대중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는 예정된 작별의 순간을 앞둔 푸바오와 주키퍼들의 시간에서 출발한다. 가장 가까이서 푸바오를 향한 송가를 써낸 이는 심형준 감독이다. 사진, 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예능, 미술과 밴드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가 그려낸 푸바오 이야기는 어떤 형태였을까. “떠나보내는 이들의 감정에 온전히 싱크를 맞추었다”고 고백한 심형준 감독으로부터 <안녕, 할부지>의 촬영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 사진작가로 시작해 뮤직비디오나 CF 등 비주얼이 강조되는 작업을 이어왔다. 기존 작업과 다큐멘터리 촬영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 촬영에 들어가기 전엔 이미지를 중시한 내 성향을 따라 뷰
[인터뷰] 저마다 다른 이별의 방식대로, <안녕, 할부지> 심형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