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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4년,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 밤하늘의 달님을 보며 “아~ 진짜 죽고 싶다. 진짜 진짜 죽고 싶다”라고 말한다. 옆의 친구는 죽는 것 말고 다른 소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은 “아~ 진짜 야자(야간자율학습) 째고 싶다”이다. 다큐멘터리 <잠자리 구하기>가 담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입시의 압박은 죽음의 충동과 웃기지만 무겁게 비견된다. 감독 자신을 포함한 고등학생 친구들의 입시 지옥과 그 악영향을 찍은 약 10년의 기간, 이 상황에 대한 인물들의 진솔하고 응축된 감정은 <잠자리 구하기>의 무게감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2024년 지금은 어떨까. 홍다예 감독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아이들은 험난한 사회의 풍경을 버티고 있다. 날아가다 유리 벽에 몸을 부딪치거나 물에 빠져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잠자리들처럼 말이다. 2년 전 인터뷰에서 <잠자리 구하기>를 ‘인류학적 반(反)성장 보고서’라
[인터뷰] 재난 같은 감정과 몸에 붙인 카메라, <잠자리 구하기> 홍다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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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에 도착한 배우 유준겸이 해사한 얼굴로 다감한 한국어 인사를 건넸다. 눈앞의 그가 <구룡성채: 무법지대>에서 거친 액션을 선보인 행동대장 ‘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해 영화 데뷔작인 <비욘드 더 드림>(2019)으로 제26회 홍콩영화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준겸은 이후 <매염방 Anita>(2021), <잠행>(2023) 등을 통해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그런 그에게도 정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처음 발을 내디딘 미지의 영역은 오히려 유준겸의 열정을 끓게 했다. “전과 다른 연기에 도전하면서 내 능력치를 넘어서는 경험이 흥미롭다”라고 밝힌 유준겸과의 대화 중 차츰 호기로운 신이의 모습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80년대 홍콩 액션영화의 정취가 짙게 담겨 있다. 당시 홍콩 액션물을 좋아했나.
한
[인터뷰] 현대무용이 액션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구룡성채: 무법지대> 배우 유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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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세상은 동생인 가을(김민주)로 가득하다.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인 가을을 응원하며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할 날만을 염원하고 있다. 가을이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돕는 시간 외에는 수어를 배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여름의 일상에 용준(홍경)이 등장한다. 용준은 여름을 좋아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하며 접근하고, 그런 용준으로 인해 여름의 세상은 차츰 넓어진다. 여름을 연기한 노윤서는 2022년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데뷔한 뒤 영화 <20세기 소녀>, 드라마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일타 스캔들>의 해이 역으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 작품 연기한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각인시켜온 그는 겉으로 표현되지 않는 여름
[인터뷰] 너에게 닿기를, <청설> 노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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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에 열정이 있고 목표가 분명한 친구. 언니 앞에서는 여려지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 배우 김민주가 분석한 <청설>의 서가을은 곧은 직선 같다. 걸 그룹 아이즈원의 주축 멤버로서 근면 성실하게 활동했던 시간들은 배우 김민주에게도 소중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아이돌 활동은 김민주가 가을로 거듭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안무를 완벽히 익혀야 했던 과정은 수어를 몸으로 빠르게 체득하게 했고, 초 단위로 임팩트를 남기는 무대 위의 시간은 눈에 띄는 표정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배우 김민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몸으로 조형하는 언어의 바다로 빠져들기 위해 그는 먼저 이들의 문화 속에 젖어들었다.
-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관객과의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나.
관객들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인터뷰] 포기하지 않는 마음, <청설>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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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꿈이나 목표 없이 살아가던 용준은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부모님의 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게 된다. 도시락 배달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여름(노윤서)에게 용준은 첫눈에 반한다. 여름이가 용준의 존재를 자각하는 속도는 본인의 것에 비하면 한없이 느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올곧게 여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청설>을 보다보면 용준을 직진하게 만드는 힘의 근원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배우 홍경은 ‘첫사랑’이라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용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청설>은 영화 <댓글부대>, 드라마 <악귀> <약한영웅 Class 1>에서 한동안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배우 홍경의 청량한 얼굴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쏟은 시간과 마음이 <청설>에 잘 담긴 것 같아 몽글몽글하다”라는 그의 말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 <청설>의 어떤
[인터뷰] 솔직함의 힘, <청설> 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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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부재한 세계. 그러나 서로를 위하는 진심만으로도 이들의 삶은 충만해진다. 청각장애를 지닌 수영선수 가을(김민주)의 목표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언니 여름(노윤서)은 그런 가을의 꿈을 전적으로 응원하며 가을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그런 여름과 가을 앞에 용준(홍경)이 등장한다. 취업을 준비하던 중 잠시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돕게 된 용준은 우연히 마주친 여름에게 첫눈에 반한다. 용준은 여름과 친해지려 노력하지만, 가을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여름에겐 용준에게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여름과 가을, 용준 세 청춘의 관계를 그린다. 발화된 말이 아닌 인물들의 손과 표정, 몸짓의 언어에는 변함없이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용준, 여름, 가을만큼이나 싱그러운 세 청춘, 배우 홍경, 노윤서, 김민주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청설> 홍경, 노
[커버] 이토록 충만한 몸짓의 언어를, <청설> 홍경, 노윤서,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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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으로 독일 베를린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 천쓰홍의 이력에는 영화배우, 번역가라는 직업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대만적이기 때문에 널리 읽힐 수 있었을 데뷔작 <귀신들의 땅>은 퀴어와 여성, 영미문학의 고전과 귀신들, 가족과 공동체를 아우르며 숨막히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그가 서울국제작가축제와 <67번째 천산갑> 출간을 맞아 서울을 찾았다. 동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여성의 오랜 우정과 헌신, 상처와 이해를 담아낸 <67번째 천산갑>을 비롯해 그의 성장기와 소설, 영화 그리고 삶에 대해 들었다.
- <귀신들의 땅>이라는 제목은 대만 자체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중국어로 귀신이라고 할 때 ‘귀’(鬼)라는 글자를 쓰는데, 일상생활에도 많이 쓰이는 단어다. 이 단어는 ‘아직 문명에 도달하지 않은 것’을 뜻하기도 하니까, 뜻을 한정지을 수 없다. 또한 대만 사람들은 대만을 ‘귀도’(鬼島, 직역하면 귀신섬이라는 뜻으로 한국의
[인터뷰] 인간은 울어야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귀신들의 땅> <67번째 천산갑> 소설가 천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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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위세를 떨치던 삼합회라도 지레 겁을 먹고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공간. 지저분하고 낡은 외관 속에 전선과 수도관, 방과 계단이 암세포처럼 무한 증식하던 공간. <성항기병> <아비정전>부터 사이버펑크 장르에 이르기까지 구룡성채는 대중문화에 아이코닉한 건축물이었다. 정바오루이 감독은 미로 같은 공간 속에 홍콩 액션영화의 짙은 노스탤지어를 담아냈다. 도술에 가까운 무예로 좁은 성채 안을 이리저리 활강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쉽게 80년대 홍콩영화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 정바오루이 감독은 여야의 원작 만화를 읽자마자 “제아무리 어려워도 쉽게 이 프로젝트를 놓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한국을 찾은 그와 만나 <구룡성채: 무법지대>에 담긴 감독의 야심을 들어보았다.
- 구룡성채라는 공간은 흡사 영화의 주연처럼 작동한다. 1993년 철거된 구룡성채를 영화에서 재현하기 위해 어
[인터뷰] 구룡성채는 과도기적 공간이었다, <구룡성채: 무법지대> 정바오루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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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의 로맨스, 재일 한국인과 일본인의 드문 우정, 시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가족의 유산까지. <파친코> 시즌2에선 국적과 세대, 역사적 비극을 넘나드는 사랑의 물결이 더욱 세차게 흐른다. 2022년 <파친코> 시즌1 성공에 이어 시즌2를 이끈 쇼러너 수 휴에겐 “원작 소설 이상의 디테일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파친코> 시리즈 이후 Apple TV+와 계약을 맺고 신작 작업에 착수 중인 그는 지금 할리우드 드라마 시장이 주목하는 프로듀서이자 작가다. 작가방에서 이력을 시작해 작품 제작의 전반을 아우르는 쇼러너, 총괄 프로듀서(EP, Executive Producer),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직함을 넘나들게 된 수 휴와 <파친코> 시즌2에 관해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영상 작업으로 각색하는 데 핵심 역할을 맡았다. 원작 소설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확장력을 갖기 위해 시즌2에선
[인터뷰] 다음 세대에 횃불을 건네는 이야기, <파친코> 시즌2 쇼러너 수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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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볼 수 있다면 행복할까.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준우(정재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날부터 가까운 미래에 누군가가 죽는 장면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에게서 생기를 앗아갔다. 이번에 준우가 본 예지는 오늘 밤 12시, 정윤(박주현)이 칼에 찔려 쓰러지는 순간이다. 가까스로 사건 발생 6시간 전에 정윤을 만난 준우는 예지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그의 곁을 지킨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NCT 127 재현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자 배우 정재현의 시작점이다. 버석한 얼굴에 무채색의 차림으로 일상의 거리를 걷는 준우를 통해 그는 자기만의 보폭과 호흡으로 연기할 준비를 마쳤음을 분명히 알렸다.
- 해외 스케줄을 위해 오른 비행기 안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출연 결정을 빠르게 내렸다고 들었다. 무엇에 끌렸나.
그때가 새벽이라 좀 피곤했는데도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다. 점점 읽는 속도가 붙는 게 느껴져 신
[인터뷰] ‘이끌리는 곳으로, 한 스텝 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배우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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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로 전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막 마쳤다는 야마다 나오코 감독과 배우 스즈카와 사유가 설렘이 감도는 해사한 얼굴로 촬영 현장에 등장했다. 토츠코 목소리를 연기하며 처음으로 성우에 도전한 스즈카와 사유는 모든 질문에 세 친구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며 답을 전했고, <너의 색>의 안전한 세계관을 완성한 야마다 나오코 감독은 빛과 색에 중첩된 오래된 고민을 들려줬다. 사람들을 마주할 때 고유한 색깔이 보이는 토츠코, 학교를 그만둔 이후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지 못한 키미, 엄마가 바라는 장래희망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달라 고민하는 루이까지 세 아이들은 자기만의 고민을 조용히 끌어안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난하지도 누군가를 탓하지도 않는 이들은 마음 한구석에 켜켜이 쌓아온 이야기를 밴드음악으로 표출한다. 알록달록한 색깔들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에서 묘한 해방감이 드는 건 아마도 자기가 직접 만든 행복을 경험한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영롱한 미소 때문일 것
[인터뷰] 각각의 빛으로 어우러지는 색깔들, 야마다 나오코 감독, 배우 스즈카와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