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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우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섰을 때 긴장했던 건 그가 <우리, 집>에서처럼 상대를 꿰뚫어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뉴진스에 푹 빠져 있다”며 환히 웃는 얼굴로 드라마 속 오싹한 기운을 대화 초장에 몰아냈다. 작품에서 연우는 남편‘들’을 죽였다고 알려진 ‘마녀’, 반사회성인격장애를 가진 이세나로 분했다. 심리상담전문의 영원(김희선)과 그의 남편 재진(김남희)을 두고 대립하며 극의 핵심적인 한축을 담당했다. 젊은 여성배우에게 흔치 않게 들어오는 역할의 기회를 잡아 강렬하게 연기하기까지 연우는 대본과 거울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미스터리한 여자 정도로 묘사된 세나에 대한 감을 잡고자 대본을 수백, 수천번” 읽었다. “내가 너보다 위에 있다는 권능에 취해 있는 과시적 인물”이라는 걸 파악한 뒤 신비롭고 어딘가 둔탁한 느낌이 몸에서 배어나오도록 움직였다. 캐릭터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눈을 잘 깜빡이지 않는다는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활용해 세나 특유의 사
[WHO ARE YOU] ‘우리, 집’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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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필연적으로 빨갛게 볼이 달아오르는 시기다. 비단 여드름 때문만은 아니다. 매사 급물살치는 희로애락에 불안정한 내면을 아낌없이 강타당하다 보면,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섬약한 마음을 찢기다가도 이내 타인에게 얼음장 같은 말을 비정하게 내리꽂다 보면, 자연히 뺨이 울긋불긋 날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봄을 생각하는 시기’라는 한자어 풀이처럼 사춘기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꽃이 무성히 피었다 지는 봄철이기도 하다. 애틋해서 아련하고 덧없어 소중한 날들이다.
1인 밴드 볼빨간사춘기의 음악 또한 활동명 그대로 사춘기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상대가 애태울지언정(<좋다고 말해> <나만, 봄>) 그에게 온 우주를 안겨주고 싶다고 고백한다(<우주를 줄게>). 뜻대로 안되는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다가도(<나만 안되는 연애> <나의 사춘기에게>) 바로 울적한 마음을 털고 호기롭게 떠날 계획을 세울 수 있다(<여행>).
[커버] 일상에서 노래를 길어올리며, <볼빨간사춘기: 메리 고 라운드 더 무비> 볼빨간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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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2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플라이 미 투 더 문>. 애플사와 소니사가 함께한 이 작품은 캐스팅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다. 주인공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과 채닝 테이텀은 물론 미스터리한 정부 관계자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 테이텀의 오른팔을 연기한 레이 로마노, 나사 홍보관 역의 크리스천 클레멘슨 등 수많은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쟁쟁한 출연진 속에서도 빛나는 조연들이 있으니 바로 짐 래시와 애나 가르시아다. 짐 래시는 시트콤 <커뮤니티>로, 애나 가르시아는 <슈퍼스토어> 등으로 알려진 배우다. 시트콤으로 단련된 이들은 이번에도 코믹 연기를 기막힌 타이밍에 쏟아낸다. 두 사람 모두 1억달러가 넘는 대작 출연은 처음이라 긴장됐다고. 가르시아는 “오디션을 세번쯤 봤는데 꼭 따내고 싶은 배역이었다”고 회상했다. 프로듀서와 주연을 맡은 조핸슨과 연출을 맡은 그레그 벌랜티에 대한 칭찬도 아낌없이 쏟아냈다. 극 중 조핸슨의 비서로 나온 가르시아는 “주인공과
[인터뷰] 코미디, 로맨스에 약간 케이퍼, <플라이 미 투 더 문> 배우 짐 래시 & 애나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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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미 투 더 문>의 감독 그레그 벌랜티는 2018년 <러브, 사이먼> 이후 오랜만에 연출을 맡았다. 첫 연출작 <실연자 클럽>(2000)부터 팬이었던 필자가, 다음 연출작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냐”고 물었다. 벌랜티 감독은 “본래 연출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이 꼭 해야겠다 생각하는 작품은 연출한다며, 여러 가지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이번 영화가 바로 그 경우라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는데, 스칼릿 조핸슨이 오리지널 작품에 자신의 힘을 실어준다니 기뻤다”고 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도 아니고, 슈퍼히어로영화도 아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다. 거기에 케리 그랜트와 도리스 데이를 연상시키는 1950, 60년대 유행했던 고전적인 로맨틱코미디로, 오랫동안 지속돼온 ‘가짜 달 착륙’이라는 음모설을 풍자에 가깝게 다룬다. 벌랜티 감독은 프로듀서 스칼릿 조핸슨에 대해
[인터뷰] 코미디와 드라마의 균형, <플라이 미 투 더 문> 그레그 벌랜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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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미 투 더 문>에서 주연을 맡은 스칼릿 조핸슨과 채닝 테이텀은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웬만하면 스치며 만났을 법도 하고 서로 알고 있는 지인도 많지만, 실제로는 못 만났다는 것. 하지만 이번 작품은 물론 실제로도 남다른 케미를 자랑한다. 최근 줌으로 진행된 비디오 인터뷰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장난치는 모습들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 프로듀서도 겸한 조핸슨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나사(NASA)의 달 착륙 프로젝트 홍보와 혹시 모를 실패에 대비해 가짜 달 착륙까지 준비하는 마케팅 천재 켈리 존스를 연기한다. 켈리는 나사에 온 이유가 “달을 팔려고”(to sell the moon)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테이텀은 나사의 아폴로 11호 발사를 총괄하는 책임자 콜 데이비스 역으로 묵묵하게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고지식한 군인 출신의 인물로 출연한다. 영화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달 착륙 음모론을 풍자하며 로맨틱하고 코믹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달 착
[인터뷰] 역사적 순간에 불어넣은 새로운 가능성, <플라이 미 투 더 문> 배우 스칼릿 조핸슨 & 채닝 테이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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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시나리오>는 정서경 작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에서 쓴 졸업 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등에서 시나리오 쓰기 워크숍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첫 시나리오’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던 예술학교 학생 정서경이 찾아낸 솔직한 내면에서 출발한 <불쌍한 우리 아기> <대전 일기>는 이후 작가가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현재 촬영 중인 디즈니+ 시리즈 <북극성>(출연 강동원, 전지현) 대본 막바지 작업 중인 정서경 작가를 만나 작법서가 알려주지 않는
세계에 대해 들었다.
- 책의 서문에서 학생들에게 시나리오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썼던 첫 번째 시나리오를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내가 예술학교를 다닐 때 시나리오과 학생이 5명뿐이라 선생님과 일대일로 수업하다시
[인터뷰] <나의 첫 시나리오> 정서경 작가, 나로부터 시작하는, 나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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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팀이 푸켓 포상 휴가에서 돌아온 뒤 만난 송건희는 조금 탔다며 웃어 보였다. 극 중 소녀들이 ‘우윳빛깔 김태성’이란 피켓을 들고 열광하던 ‘얼짱’의 청초한 얼굴만큼은 여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송건희는 선재(변우석)와는 다른 순정남을 연기했다. 김태성(송건희)은 고등학교 밴드부 에이스였던 2008년에서든 형사가 된 2023년에서든 임솔(김혜윤)에 대한 마음을 시크한 웃음 안에 숨긴 채 좋아하는 여자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시청자는 삼각관계의 긴장감과 또 다르게 즐길 만한 로맨스 서사를 책임지면서도 메인 커플의 사랑에 훼방놓지 않는 이성적인 서브남주에 열광했다. “계획적이고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송건희는 자기만의 캐릭터 구축법에 맞춰 작품을 준비했다. 여기서 구축법이란 “나름의 서사를 만들어서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하는 작은 역할을 하던 시절”에 만들어놓은 방식이다. 그는 “대본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떠오른 태성이의 이미지를 2008
[WHO ARE YOU] ‘선재 업고 튀어’ 배우 송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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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가까워지려고 하고 한 사람은 달아나려 할 때 좀더 외로운 쪽은? <탈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는 아무래도 보위부 장교인 현상(구교환)이지만, 그의 무시무시한 집념에도 불구하고 종국에 애처로워지는 한 사람도 현상이다. 일찍이 <반도>(2020)에서 디스토피아의 광기를 애절하게 풀이한 바 있는 구교환의 해석력은 이번에도 인물의 옆구리를 비스듬이 파고들어 여기 숨겨진 상처와 흉터들을 좀 보라고 넌지시 가리킨다. 규남의 아버지를 운전기사로 고용한 고위층의 자제로 러시아 유학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고, 그때 묘령의 남성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인물에 대해 우리가 거듭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확장하기 시작한 뒤 구교환은 곧잘 추격자였다. 주인공을 가로막는 안타고니스트로서의 지위는 <반도>의 서 대위, 아신을 쫓는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과 흡사하다. &l
[인터뷰] 너무 노련해지지 말기로 하자, <탈주> 배우 구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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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전방 내무반에 밤이 찾아오면 오직 한 사람만이 눈을 뜨고 탈출 연습을 시작한다. 전역을 앞둔 중사 규남(이제훈)의 목표는 탈북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내 앞길, 내가 정”하기 위해서다. 출신성분이 낮은 탓에 사회로 복귀해도 지위 상승은 요원하고 무엇보다 자유가 없다는 걸 견딜 수 없던 규남은 적어도 실패할 기회가 주어지는 남한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이 그의 질주를 가로막고 규남은 난관에도 자기 꿈을 이루고자 더 빠르게 달린다.
그간 배우 이제훈은 온기를 전제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다. <박열>의 독립운동가 박열이 폭발할 듯 뜨거웠다면 <시그널>의 박해영 경위, <모범택시> 시리즈의 김도기 기사, <수사반장 1958>의 박영한 형사는 비정한 한국 사회에서 차라리 과열돼버리기를 택했다. <내일 그대와>의 유소준과 <여우각시별>의 이수현은 로맨스물의 남자주인공으로서 사랑을
[인터뷰] 후회 없이, 남김없이, <탈주>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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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하는 이제훈과 추격하는 구교환. 쫓고 쫓기는 두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영화적인 구도가 완성된다는 것을 <탈주>는 보기 좋게 증명해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후 4년 만에 개봉하는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는 언뜻 짙은 국방색의 분단 스릴러라는 인상을 준다.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펼쳐지는 군인들의 영화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영화로는 사실상 최초로 북한 인물들로만 이야기를 구성한 대담함, 삽입곡 <양화대교>(자이언티)가 전하는 의외의 말랑함이 말해주듯 설정에서 추측되는 매력에 국한되지 않는 감수성이 <탈주>의 요체다. 고참 군인 규남(이제훈)은 비무장지대에 매복된 지뢰의 위치를 모두 외울 정도로 긴 시간 탈주를 꿈꿔온 청년. 남한으로 귀순해 인간답게 살기를 꿈꾸는 그의 앞에 북한 보위부 소속 장교 현상(구교환)이 나타나 그의 행로를 차단한다. 오래전부터 모종의 인연을 맺어온 두 남자가 뒤엉키며 조금씩 군사
[커버] 오직 두 남자가 있을 때, <탈주>의 이제훈과 구교환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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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에겐 상상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때마다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포스터를 보게 되는” 원주민 여성 실종·살해에 관한 충격적인 현실은 <플라워 킬링 문>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 미국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원주민으로 자라면서 느꼈던 공동체의식과 소속감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트렘블레이 감독은 4년 전 릴리 글래드스턴과 함께 만들었던 단편영화 <리틀 치프>(2020)를 장편 프로젝트로 넓게 펼쳐내며 <팬시댄스>를 완성했다. 감독 자신의 혈통인 세네카-카유가족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팬시댄스>에서 특징적으로 여성과 퀴어들에 헌정된다. 극 중 잭스(릴리 글래드스턴)의 섹슈얼리티는 그가 스트립 클럽에서 다른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장면으로 추론된다. 여성·퀴어 영화에서조차 흔치 않은 여성간 성매매 장면은 “어떻게
[인터뷰] 나를 키워낸 원주민-퀴어들에게, <팬시댄스>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