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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 촬영을 끝낸 릴리 글래드스턴을 1년 만에 오클라호마로 다시 불러들인 건 영화 <팬시댄스>였다. 지난 한해 여우주연상 후보로 시상식 레이스를 마치고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호명된 글래드스턴은 6월28일 Apple TV+를 통해 공개되는 차기작에서 언니가 실종된 후 조카 로키(이사벨 드로이 올슨)를 보호하게 된 원주민 여성 잭스를 연기했다. 존재 자체로 강인한 생명력과 공동체를 포용하는 지혜를 지녔던 <플라워 킬링 문>의 주인공 몰리와 달리 잭스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준거틀에서 반뼘 비켜나 있는 안티히어로이자 반성장 서사의 주축이다. 제대로 된 직업 없이 마약 소지 관련 전과가 있고 스트립 클럽을 드나들며 섹스산업의 구매자가 되기도 하는 그(녀)는 시스템과 적극적으로 불화하며 조카에 대한 임시적인 양육권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난 두 원주민 여성의 처지가 이렇게나 달라진 데
[인터뷰] 인류학자의 마음으로, <팬시댄스> 배우 릴리 글래드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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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전 프로그램으로 소마이 신지의 회고전이 열렸다. 소마이 신지의 회고전이 일본 바깥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전주영화제에서는 소마이 신지의 13편의 영화들 가운데 8편을 소개했다. 2012년에는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 크리스 후지와라가 소마이 신지의 회고전을 마련했다. 이후 국내에서 소마이 신지를 소개하는 자리가 몇 차례 더 있었다. 2018년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21년에는 영화의전당에서 대대적인 회고전이 이루어졌다. 이런 노력들의 결실로 지금 우리는 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편집자 주-소마이 신지 회고전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시점에 대하여 일부 사실 관계의 보충이 필요하여 추가, 수정을 하였습니다.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의 주도 아래 기획전과 110여 쪽 분량의 책자가 발간된 바 있습니다.) 오늘날 기획 영화가 추구하는 ‘합리성’과는 너무도 먼 <태풍클럽>의 활력과 동시대 영화 사이에 놓인 거
<태풍클럽>에 붙이는 사건 노트: 소마이 신지와 위장의 시간, 80년대 시네필에게 남은 소마이 신지의 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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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이 신지 감독의 13편의 필모그래피는 몇 단어로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실험과 예외성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논의의 범위를 소마이 감독의 1980년대 대표작들로 좁혀보자면 무시할 수 없는 공통분모를 여럿 발견한다. 특히 이러한 요소가 집대성된 <태풍클럽>을 시작으로 소마이의 작품 세계에 들어서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른바 ‘소마이 스타일’을 느슨히 규정할 아래 다섯 키워드가 80년대 그의 행로를 개괄하는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롱테이크
우아하게 절제된 카메라워크로 대표되는 미조구치 겐지의 롱테이크에 비해 소마이 신지의 롱테이크는 더욱 거칠고 도발적인 움직임을 자주 보인다. 이는 후술할 특유의 디렉팅과 결부되어, 촬영 현장의 열기를 포착하고 “자신도 컨트롤할 수 없는 순간을 이끌어내기 위해”(영화평론가 후지이 진시) 구사한 실용적 수단이기도 하다. 이 스타일은 7분가량 이어지는 정교한 플랑세캉스 오프닝, 강가의 추격전을 트래킹하는 숏 등 고난도의
영화와 소마이 신지 사이의 화학작용, 키워드로 읽는 1980년대의 소마이 신지 ‘소마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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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환상이다. 오늘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간다는 건 불안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하다. 어쩌면 엉망진창이라고 느껴지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단 한번 찾아올 완벽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라고, 설사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 고통들이 결국 나를 더 성장시킬 거라고 믿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일은 반드시 오기 때문이다. 뭐라도 나아질 거라 믿지 않고선 닥쳐올 내일을, 미지를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성장 자체가 거짓은 아니다. 어느 시기까지 모두 물리적으로 자라고 커진다. 하지만 영혼이, 내면이 자라 더 나은 무언가가 된다는 말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과 성숙은 다르다. 어쩌면 성숙이란 머무르기를 포기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더 나은 무언가로) 자라야 한다’는 성장의 강박은 때때로 저주의 주문처럼 들린다.
이야기 속 인물의 성장이 그리 달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시점 납득 가능한 유일한 진실은, 모든 것이 변한다
이것은 과거가 아니다, <태풍클럽>을 지금 다시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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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클럽>이 40여년 만에 국내 개봉한다. 1985년 제1회 도쿄국제영화제 초대 그랑프리 수상작인 <태풍클럽>은 2008년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올타임 일본영화 베스트 10위에 오른, 일본영화사의 걸작이다. (소마이 신지 감독이) “일본영화사의 마지막 거장일지도 모른다”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찬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80년대 일본 뉴웨이브 영화의 제일 앞자리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말처럼 “소마이 신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일본 감독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마이 신지의 대표작 한편을 뒤늦게나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뜻깊은 일이다. 무엇보다 그 작품이 <태풍클럽>이라는 점이 한층 특별함을 더한다. <태풍클럽>은 소마이 신지 감독의 정수가 녹아 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 한국영화계에 필요한 눈부신 에너지를 품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l
[커버] 파도는 돌아온다, 이상하고 아름답게, 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의 거장 소마이 신지 감독과 <태풍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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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문화콘텐츠공모전은 안전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공모전을 통해 이소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장기자랑>과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영화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한 장편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이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목화솜 피는 날>이 1만 관객을 막 돌파한 주말을 지나, 올해 4·16재단 비상임 이사 임기를 마친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박래군 4·16 재단 운영위원장, 그리고 <목화솜 피는 날>의 구두리 작가를 한자리에 초대했다. 세월호 영화로는 최초로 선체 내부에서 촬영한 <목화솜 피는 날>의 의의, 개봉 상영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는 연대의 풍경 등을 나누는 사이에도 ‘세월호 영화’는 조금씩 앞으로의 10년을 향해 나아갔다. 6월24일부터 7월12일까지 접수를 받는 올해 공모전 역시 생명·안전·약속의 가치를 전하는 장편 극영화
[인터뷰] 당신의 기억을 기다립니다, 1만 관객 돌파한 <목화솜 피는 날>과 4·16재단 문화콘텐츠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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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5일 만에 시청 기록 1110만뷰. 올해 디즈니+ 시리즈 가운데 최고 시청 수치를 기록한 <애콜라이트>는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마스터 솔(이정재)의 시선을 좇는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탄탄하게 전수받으면서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고유성을 지켜낸 안정적인 균형은 시리즈를 향한 궁금증을 극대화하기 충분하다. 어엿한 <스타워즈>의 일원이 되어, 새로운 세계관을 흡수 중인 배우 이정재를 만났다. 시리즈 공개를 막 앞둔 시점에서 그의 설레는 촬영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마스터 솔이 <애콜라이트>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 시리즈 초반까지 솔은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을 좇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특정 사건을 기점으로 그 안에 깊이 관여돼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8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동안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고양시키는 인물로서 솔을 아슬아슬하게 그리는 게 중요했다. <애콜라이트>의
[인터뷰] “감정의 스펙트럼을 최대한 보여주려 했다”, <애콜라이트> 배우 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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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7월20일 세기의 아이콘 이소룡이 34살로 사망한다. 남긴 영화는 단 4편뿐이나 그의 공백이란 실로 거대했다. 다큐멘터리 <이소룡-들>은 그 빈자리를 메우려 한 역동적이고 기이한 움직임에 관한 영화다. 이소룡과 외양, 무술 스타일이 유사한 액션배우들이 홍콩영화계의 부름을 받아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고 이는 선명한 하위 장르가 되었으며 나아가 1970년대 홍콩의 독특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잊힌 스타에 관한 미국 다큐멘터리를 국내에 들여온 이는 뜻밖에도 ‘예능 대부’ 이경규다(그가 제작부문 대표로 있는 에이디지컴퍼니가 <이소룡-들>의 수입·배급을 맡았다.-편집자). 어릴 적 안에는 쌍절곤, 밖에는 ‘이자룡’이란 닉네임이 적힌 책가방을 들고 다녔고 청년 시절엔 이소룡의 영향을 받아 <복수혈전>(1992)이란 액션영화를 만들어 출연까지 한 그는 “여전히 이소룡은 나의 꿈”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복수혈전>을
[인터뷰] ‘이소룡-들’ 수입한 이경규, 내겐 이소룡이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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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24년까지 배우 안소희의 궤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원더걸스로 데뷔해 단 한줄의 가사로 자신의 끼를 온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이재용, 김종관, 연상호, 윤가은 감독의 러브콜을 받으며 스크린이 미더워하는 배우로 안착했다. 최근 대학로 연극무대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탄탄대로와 우여곡절을 모두 통과한 30대 배우 안소희는 지금 <대치동 스캔들>의 주연배우로 관객을 만날 준비 중이다. 영화 속 안소희가 분한 윤임은 대치동 중학생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국어과 일타강사다. 그는 대학 시절 소설가를 꿈꿨지만 절친했던 학과 동기 기행(박상남)과 나은(조은유)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 꿈을 접고 고독한 학원강사로 살아간다.
윤임은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의 국어과 교사가 된 기행과 10년 만에 재회해 두 차례 문제 유출 스캔들에 휘말리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제 앞길을 홀로 돌파하려는 영화 속 윤임과 달리, 안소희가 인터뷰 중 가장 많
[커버] 수많은 도움으로 만든 낯선 사람, <대치동 스캔들>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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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질병, 자연재해로 부상을 입은 야생동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 생추어리(Sanctuary)는 자생하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치료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구조센터이자 보호기관이다. 국내 생추어리는 0개로 전무하다. 왕민철 감독은 야생동물의 삶과 죽음을 깊숙이 들여다보기 위해 생추어리를 꿈꾸는 이들을 기록했다. 10여종의 새가 날 수 있는 넓은 물새장, 직선 주행을 좋아하는 늑대를 고려한 긴 형태의 늑대사 등 인간의 관람 방식보다 동물의 본성을 먼저 고려한 청주랜드 동물원(이하 청주동물원)은 국내 1호 거점동물원으로서 생추어리의 희망으로 자리한다. 동물원을 없앨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는 양극단의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듯 보이지만 <생츄어리>는 무덤덤히 그 가운데를 가리킨다. 청주동물원을 둘러싼 고민은 또 어떤 챕터로 이어질까. <동물, 원> <봉명주공> 등 인간 중심적인 삶의 뒤편을 부지런히 추적해온 왕민철 감독과 안지환 편
[인터뷰] 동물원을 떠나 다시 동물원으로, <생츄어리> 왕민철 감독, 안지환 편집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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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이주승이 9년 만에 만난다고 전하자 이주승은 시간이 벌써 그만큼 흘렀냐며 놀라워했다. 이주승과 <씨네21>의 마지막 만남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 7기 작품이었던 <소셜포비아>였다. 9년 새 이주승은 브라운관과 스크린, 연극무대를 넘나들며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마침내 KAFA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인 영화 <다우렌의 결혼>으로 돌아왔다. 그가 분한 승주는 단독 연출작 입봉을 간절하게 꿈꾸는 다큐멘터리스트다. 승주는 입봉의 기회를 잡기 위해 촬영감독 영태(구성환)와 카자흐스탄으로 가지만, 모종의 사고로 카자흐스탄에서 찍기로 한 고려인 결혼식을 놓친다. 결국 이들은 카자흐스탄 시골 마을 사티의 미혼 여성 아디나(아디나 바잔)와 함께 가짜 결혼식을 만들어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자 한다. 오랜만에 <씨네21>을 찾은 이주승에게 <다우렌의 결혼>과 그와 만나지 못했던 지난 9년의 시간에 관해 물
[인터뷰] 꾸준함을 딛고 일어서는 힘, <다우렌의 결혼> 배우 이주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