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안양과 서포터스 ‘RED’가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엔 언제나 이들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연출자였던 선호빈 감독과 같은 작품의 촬영감독이었던 나바루 감독은 RED의 트레이드마크인 홍염 영상을 보고 서포터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선을 끌다 못해 두렵다 여길 정도로 강렬한 RED의 행보는 한국 축구와 축구 서포터스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스포츠와 문화, 개인의 관계를 긴밀하게 엮어낸 선호빈, 나바루 감독을 만났다.
- 스포츠를 원래 좋아했나.
선호빈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둘 다 야구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야구도 대단히 깊이 좋아한 건 아니었다. 스포츠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바루 나도 부모님을 따라 야구를 보곤 했다. 축구의 경우 직접 몸으로 하는 건 좋아하지만 경기를 보는 데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2019년에 안양 취재를 다니다 ‘왜 이렇게 시끄럽지? 경기 하나?’ 싶어 우연히 축구를 보게 됐다.
[인터뷰] 좋아하는 것에 미쳐 있는 시간이 우릴 구원할 거야,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선호빈, 나바루 감독
-
90분, 찰나의 집중력으로 승패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축구선수의 몸놀림을 쫓기 바쁜 카메라가 이번엔 골대 뒤편으로 향했다. K리그2 프로축구단 FC안양의 서포터스, ‘레드’(RED)에게로 말이다. RED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가 안양에 적을 두고 활동할 당시 창단됐다. 화약포가 만들어낸 홍염으로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이들 응원의 시그니처와 다름없었다. RED가 위기를 맞이한 건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돌연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다. 갑작스레 팀을 잃었음에도 RED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팀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9년의 사투 끝에 FC안양이 이들 품에 자리 잡았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고향 안양을 둘러보던 나바루 감독이 RED의 존재를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선호빈 감독과 함께 근 5년간 이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수카바티>의 저변엔 R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감독과 서포터즈 인터뷰
-
지난 2024년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극장에서의 작품별 격차는 전보다 훨씬 심화되는 추세다. 장르적 색채를 강조하고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안정성을 강화한 영화의 흥행이 두드러지는 한편, 준수한 작품성을 지녔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채 아쉽게 극장에서 내린 영화들도 존재했다. 극장가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용한 일임이 확실시된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신중해진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홍보·마케팅 파트의 관객 접근이 세분화되어가는 것처럼 작품의 소재, 타기팅 측면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지 않을지라도 팬덤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소재, 혹은 분야를 점유한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개봉 전후 입소문이 중요한 최근 극장가 상황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이하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는 다큐멘터리, 극장판 애
[특집]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 팬덤과 함께 나아가는 세 영화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
-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끌어안은 주인공을 내세워,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쓴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 조형은 독자에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쾌감을 선사하기도, 때론 슬픔과 연민을 안기며 이야기를 잊을 수 없게 한다. 살인 미스터리를 해결하며 사형제에 대해 질문하는 <13계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에게 쫓기는 주인공이 국제적 음모에 휘말려가는 <제노사이드>는 그의 대표작으로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고, 신작인 <건널목의 유령>도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되어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윤석 감독이 연출하고 재현, 박주현, 곽시양이 출연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다카노 가즈아키를 만났다. 영화학도였던 그의 소설 데뷔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해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었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6시간 후
[트랜스크로스] 내 주인공은 마이너스에서 출발한다, <13계단> <제노사이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
-
-
<써니>의 초반 수지(라시다 존스)와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가 함께하는 모든 신은 플래시백이다. 만료된 시간에 접속하는 내러티브의 공학 덕분에 부부는 몇번이고 다시 서로를 바라보지만, 각자가 사로잡힌 내면의 고립감이 결국 단절된 현재로 돌아오게 할 뿐이다. 세상 만물에 버겁도록 촘촘히 연결된 시대, 그래서 더 외로운 날들에 <써니>의 로봇공학은 넉넉한 시선으로 자신의 범위를 넓혀가는 인간적 소통의 매듭법을 되새긴다. 그러고 보니 두 주연배우를 화상으로 만나 대화한 시간 또한 작품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기회였다.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부드러운 배려와 시리즈의 공동 프로듀서이기도 한 라시다 존스의 밝은 카리스마는 <써니>에의 애정을 바다 건너 모니터 너머까지 온전히 건네주었다. <써니>는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7월10일(수) 2편의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9월4일(수)까지 매주 한편의 에피소드를 Apple TV+를 통해 공개할 예
[인터뷰] 외롭더라도 괜찮을 수 있어야 한다, <써니> 라시다 존스, 니시지마 히데토시
-
2017년 월트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최종 인수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데드풀과 울버린이 합류했다.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에서의 첫 <데드풀> 영화다. 마블의 첫 R등급 영화이자 이미 <로건>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울버린의 합류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2일 30분간 진행된 <데드풀과 울버린> 푸티지 상영회에서 일부 확인한 바, 영화는 고유성을 잃지 않았다. 바뀐 판에서도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여전히 카메라 너머 관객에게 끈적한 농담을 뿌리고 수위 높은 액션을 구사한다. 영화는 중고차 딜러 웨이드 윌슨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데드풀이 시간변동관리국(TVA)에 끌려간 뒤 다시금 B급 슈퍼히어로로 부활하는 과정을 담았다. 울버린(휴 잭맨)의 도움을 받아야만 자기 세계를 지킬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데드풀은 멀티버스를 통해 울버린을 찾아 나선다. 7월24일
[인터뷰] 여전히 시끄럽게, 좀더 따뜻하게 - <데드풀과 울버린> 숀 레비 감독
-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받은 남궁민의 작품을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다른 문화권으로부터 홀연히 이식된 남자를 연기해왔다.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마루는 자진해 가난한 원가족을 등지고 우경그룹의 양자로 다시 태어나는 길을 택했다. <김과장>의 김성룡 과장은 지역 조직폭력단의 회계장부를 처리하던 재능으로 TQ그룹 경리부에 입사해 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사내 구성원들과 끝내 정의를 실현한다. 야구단 재송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 능군리에 불현듯 안착해 마을 사람들의 심기를 들쑤시는 <연인>의 이장현은 말할 것도 없다.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는 서서울교도소로 직접 향해 복수를 실현하고 <검은태양>의 한지혁은 스스로 1년치의 과거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사람이 돼 국정원에 들어간다. 흰 양 떼 사이의 검은 양처럼 보이던 남궁민의 남자들은 고여 있던 공동체와 마침내 융화하고, 그곳의 문화를 바꾸는 데 성공
[인터뷰]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배우 남궁민
-
이장현이 끝내 연인 유길채(안은진)의 손을 잡기 전까지, 그는 언제나 손에 부채와 칼을 쥐었다. 두 도구는 장현이 스스로의 매력을 과시하는 장신구처럼 보이지만 실상 위태로운 자신을 감추기 위한 위장 도구다. 하지만 이내 부채와 검은, 장현이 사랑하는 상대를 살리고자 자신의 전부를 내걸 수 있음을 확인하는 증표가 된다. 부채를 살랑이며 사람들을 애태웠던 장현처럼 <연인>은 2023년 하반기 흥행 바람을 일으켰고, 검을 들고 온 마음으로 민초와 연인 길채를 수호했던 이장현처럼 <연인>은 잔인한 이별과 애달픈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베어냈다. <연인>이 돌파한 기록적 흥행과 수많은 상찬에도 한동안 사람들은 남궁민으로부터 <연인>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종영 이후 반년, 이젠 <연인>을 떠나보내고 다른 작품과 열렬한 사랑에 빠질 채비 중인 남궁민에게 <연인>에 남겨둔 마지막 미련을 뒤늦게 물었다.
-
[인터뷰] 부채와 칼, 사랑, 배우 남궁민
-
“기다렸지 그대를. 여기서 아주 오래….” <연인>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장현의 대사는 남궁민을 만나길 고대한 <씨네21>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씨네21>은 지난해 <연인>의 남궁민을 ‘올해의 시리즈 남자배우’로 호명했고,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 <스토브리그> <검은태양> 등 지난 7년간 배우의 이름을 곧 장르명으로 동치해온 남궁민의 드라마 필모그래피를 독자들과 함께 전업 시청자로서 뒤쫓아왔다. 그리고 2024년 7월, 마침내 남궁민과 <씨네21>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남궁민은 긴 대화 내내 자신의 연기 비급을 감정과 감성이라 반복했다. 머릿속으로 다이얼을 끊임없이 돌리며 캐릭터가 마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건 그의 성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남궁민은 누구보다 이성적인 배우기도 하다. 남궁민이 선택한 재미있는 이야기의 일군을 보면, 촬영 현장에서 그
[커버] 나를 향한 믿음에 누적된 노력의 시간, 배우의 시선, 예술가의 깊이, 세 가지 챕터로 보는 배우 남궁민
-
매일이 복사 및 붙여넣기 같은 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고지)의 나날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출근, 화장실 청소, 퇴근, 목욕, 저녁 식사(가끔은 술 한잔도), 독서, 취침으로 끝나는 그에게 설렘이나 일탈은 관심 밖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의 정갈하고 단순한 하루에는 다채로운 감정이 있다. 출퇴근길마다 그의 기분을 대변하는 리드미컬한 팝송과 여러 이웃을 마주하는 따뜻한 말투, 갑작스레 찾아온 조카딸 니코(나카노 아리사)와의 소란스러워진 시간까지 그는 계절만큼이나 형형색색의 하루를 보낸다. 단순함이 지닌 명확한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퍼펙트 데이즈>는 히라야마의 삶의 가치를 누구보다 존중하고 이해한다. 그를 통해 흘러간 시간을 다시 보는 야쿠쇼 고지와 긴 편지를 나누었다.
- <퍼펙트 데이즈> 시나리오는 어떤 힘을 지니고 있었나. 영화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영화는 시부야의 ‘더 도쿄 토일
[인터뷰] 이 작은 행복들을 영영 기억하기를, <퍼펙트 데이즈> 야쿠쇼 고지
-
*영화 후반부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범죄자가 되어 사막을 달리는 두 여자의 자동차와 에드 해리스!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델마와 루이스>의 구도를 재현하되 종래의 고전적 낭만을 걷어내고 가차 없는 폭력을 가미한 1980년대 배경의 퀴어영화다. 지역 갱스터인 아버지(에드 해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젊은 여성 루(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보디빌더 대회의 우승을 꿈꾸는 재키(케이티 M. 오브라이언)의 사랑은 제어되지 않는 육체적 충돌들로 시험받는다. 험악한 누아르를 고수하며 부분적으로는 데이비드 크로넌버그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적 미장센을 구사하고, 마침내 걸리버 여행기 스타일의 판타지까지 나아가는 이 독특한 로맨스의 기둥은, 자세히 보면 삼각관계다. 팽창하는 근육과 부서지는 어금니의 세계에서 루와 재키는 잘 어울리는 한쌍일 테지만 애나 바리시니코프가 연기한 데이지는 안타까운 이종임에 틀림없다. 러플 장식이 달린 꽃무늬 상의를 입고 흰 우유를 들이켜는 데이지
[인터뷰] 위험한 것이 좋아, <러브 라이즈 블리딩> 배우 애나 바리시니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