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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를 ‘나이스 가이’라고 부르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멀게는 <스플래시>, 가깝게는 <포레스트 검프>부터 <그린 마일>까지 순수하고 선량하면서도 강직한 캐릭터를 그가 도맡아왔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남성 스타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영웅적인 행동 밑바닥에 자리한 두려움과 유약함을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가 연기한 <필라델피아>의 베케트, <포레스트 검프>의 검프, <아폴로13>의 로벨,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밀러 대위 등은 모두 외부적 환경이나 적과 맞서기 위해 이보다 훨씬 어려운 스스로와의 투쟁을 겪어야 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그의 ‘나이스 가이’ 이미지는 지적이진 않지만 사려깊어 보이는 인상과, 근육질은 아니지만 자신의 믿음을 관철시키는 행동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신작 <캐스트 어웨이>는 이같은 그
무인도에 불어온 ‘착한 남자’ 바람,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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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나영 | “저기요. 공룡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황스럽다. 이렇게 멀쩡히 예쁜 배우가, 그 큰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궁금하지 않으세요? 난 당연히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아요….” 집 한켠에 고등학교 지구과학, 생물책을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두고, 늘 엉뚱하고 괴상한 상상을 즐긴다는 이나영(22). 그러고보면 드라마 <카이스트>의 호기심 가득한 천재소녀 캐릭터도 영 뜬금없어 보이진 않는다. “이런 얌전한 옷은 답답해요.” 보기엔 예쁘기만 한 화사한 봄 드레스가 그에게는 영 불편한 듯싶다. 조금 뒤 매니시한 바지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맨발로 스튜디오를 헤집고 다닌다. “싫고 좋은 게 얼굴에서 티가 난대요. 안 내키면 같이 밥도 못먹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굳이 고치고 싶지도 않아요. 일 때문에 그렇게 맞춰살다보면 어느 순간, 참 서러워질것 같거든요.” 때론 세상 모든 게 다 궁금한 일곱살배기 소년의 호기심으로, 때론 당황스러울 만큼의 솔직함으로 인간 이나
7살 소년의 호기심, 전사 쇼쇼의 냉정 사이, <천사몽>의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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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 남자를 보자. 떡 벌어진 어깨, 숱검댕 눈썹, 자상한 미소, 게다가 멋지게 쪼개진 턱이라니…. <인어공주>의 다정한 왕자님인가? 아님 <미녀와 야수>의 터프한 왕자님? 그도 아니면 혹시…, 타잔인가? 그의 이름은 크롱크, <쿠스코? 쿠스코!>에서 마녀 이즈마의 충실한 심복으로 출연중이다. 이처럼 완벽한 외형조건을 가진 그가 입을 여는 순간…, 엥? 여자들이 다 쓰러진다고? 에이, 농담은. 사실 그는 ‘니가 뭘 하든 하지마’란 말이 튀어나올 만큼 말 한 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사고와 직결되는 사고뭉치인데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판단할 때까지 너무도 긴 시간이 요구되는 ‘느림보 뒷북맨’이다. 황제 쿠스코를 독살할 계획이 꼬여 그를 라마로 만들어놓고도 크롱크에겐 오로지 한 가지 걱정뿐. “이즈마님, 저녁 디저트는 어떻게 하죠?”
정교한 신기술의 영상미보다 4명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캐릭터 코미디에 공을 들인 <쿠스코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 <쿠스코? 쿠스코!>의 크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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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바는 비어 있었다. 바텐더도, 피아니스트도, 자욱한 담배연기도 없었다. 햇빛만이 스스럼없이 카펫을 적시고 있는 정오의 바. 누군가는 그랜드 피아노의 흑백 건반 몇개를 건드렸던 것 같고, 누군가는 둥근 유리잔에 핏빛 와인을 한잔 따랐던 것도 같다. 이따금 피아노 소리에 이끌린 한두명 지나는 이들이 문을 열 때면, ‘그’가 아님을 알게 된 ‘그’를 기다리던 마음은 몇번인가 급한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신하균, 그가 오자, 자신들도 함께 기다렸다는 듯 바 안의 사물들은 날렵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신한 쿠션은 소파에 기댄 그의 품으로, 와인 잔은 그가 팔을 내려놓은 피아노 위로, 그리고 의자 하나는 창을 바라볼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카메라 조명에 그의 검은 가죽재킷이 빛나기 시작한다.
킬러와 용서
정우진에서 이정우로, 마치 말잇기를 하듯 신하균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맡은 새 역할은 장진 감독
삶에서 연기가 나온다, <킬러들의 수다>의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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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부르짖은 건 독일만이 아니다. 세계영화사에서 신진 영화인들은 늘 구세대를 극복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신구세대의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는 측면에선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신인감독들의 대거 등장과 자본환경의 변화는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영화인들에게 느닷없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프랑스나 독일과 달리 충무로에서 신구세대의 마찰은 미학적 차이에 기인한 게 아니었다. 젊은 영화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결정과 집행을 원했지만 사사건건 원로 영화인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스크린쿼터감시단, 등급외 전용관, 영화진흥위원회 구성 등이 그런 문제들이었다. 그결과 영화인을 포괄하는 단체는 영화인협회(이하 영협)와 영화인회의로 갈렸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포럼에서 폭언이 오가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리고 영협은 보수성향을 대변하는 단체로서 젊은 영화인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특히 지난 96년 <애니깽>에 대종상을 몰
“개혁은 조용히, 소리소문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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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피로 뒤범벅된 군복을 벗고, 잿빛 인사동의 좁은 골목을 빠져나와 여기 이병헌과 이은주가 있다. 기억의 회랑을 따라 뒷걸음쳐간 이들이 다다른 곳은 17년 전 따사로운 대학 캠퍼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첫사랑의 신열에 달뜬 연인의 모습으로 만난 이들은 때론 석양 아래 왈츠를 추던 인우와 태희처럼 다정했고, 짓궂게 서로 농담을 건네는 모습은 숟가락 장난을 쳐보이던 어린 연인들처럼 귀여웠다. “원래 없던 버릇인데 영화 끝내고 나니 정말 마법처럼 이러네요”라며 음료수를 마시는 이은주의 새끼손가락은 줄곧 곧게 펴져 있었고, “이렇게 눈을 덮는 앞머리를 해본 건 처음이라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라며 이병헌은 이따금 손가락을 펴서 흘러내린 머리칼을 가르마타듯 쓸어올리고 있었다.
#1 그, 그녀를 만나다
우리 언제 처음 만났지?” “<백야 3.98>할 때 아니었어요?” “맞아! 은주가 어린 심은하 역 할 때였구나. 은주는 뭐랄까, 보기도 전에 김종학 감독님이 칭찬을
그대와 함께 왈츠를, <번지점프를 하다>의 이병헌,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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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미쳐 있어. 최근까지 헬렌 헌트의 보폭을 돌아보면, 새삼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시트콤의 원제가 떠오른다. 국내에는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던 의 TV시리즈 . 92년 시리즈의 방영이 시작된 이래 헬렌 헌트의 이름에 수식어처럼 따라붙었던 제목이라 귀익은 탓이기도 하지만, 지난 몇년간 그녀에 대한 할리우드의 애정공세가 워낙 유난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오랫동안 개봉작의 대부분은 시나리오로 봤던 영화였다”고 할 만큼 집중포화를 받았다는 헬렌 헌트. 차기작을 고르는 데 2년을 보낸 헌트는, 2000년 가을과 겨울 사이 무려 4편의 영화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10월 중순 미국 극장가에 걸린 <닥터 T와 여인들>을 필두로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왓 위민 원트> <캐스트 어웨이>가 모두 그녀의 출연작들. 영화의 완성도나 흥행성적과는 별개로, 섬세하면
유능한 여성, 야무진 여인, <왓 위민 원트>의 헬렌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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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여자의 시냇물 흐르듯 잔잔한 사랑 이야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별다른 사건도, 커다란 감정의 출렁임도 없는 이 영화는 일상의 자그마한 풍경을 짜임새 있게 늘어놓는 최근 멜로영화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여자가 자신이 품은 사랑의 감정을 남자에게 솜이 물에 젖듯이 자연스레 전달하는 것처럼, 관객의 마음을 구석에서부터 서서히 장악해나가는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까지 맡았던 박흥식 감독이 정성스레 파놓은 ‘함정’과 곳곳에 숨겨놓은 ‘덫’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멜로영화로 간주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갖게 됐다. 문제는 그 ‘특별한 것’을 이루는 각각의 성분이 무엇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 꽤나 영악한 영화인 듯하면서도 때론 너무나 순진한 구석이 엿보여 허술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작품을 해독하기 위해 <씨네21>은 조력자를 구해야 했다. 사실 이 만만치 않은 일을 도와줄 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설경구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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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은 1988년 직배 반대투쟁 시절부터 한국영화계의 투사였다. 지난 10여년 동안 새로운 영화세상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 영화인들에게 뚝심있고 사심없는 그는 든든한 맏형이었고, 그 때문에 돈 안되고 짐만 되는 이런 저런 감투를 써야 했다. 본업 생각이 꿀뚝 같았겠지만, 후배와 동료들의 간청을 매번 거절하지 못해, 촬영 현장 밖에서 많은 날들을 보내야 했다. 속으론 마지막 감투이기를 바라는 영화인회의 이사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면서, 정 감독은 "이제 나처럼 유연성이 없는 사람은 안돼"라며 웃었다. 그의 짐을 떠맡은 신임 이춘연 이사장(씨네2000 대표)도 따지고 보면 정 감독과 같은 종족이다. 96년 정지영 감독과 함께 스크린쿼터감시단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영화인회의 부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정 감독과 함께 궂은 일을 해온 사람이다. <손톱> <지독한 사랑> <여고괴담> <미술관 옆 동물원> <인터뷰&
`NGO 역할은 계속, 투쟁전술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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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진(36) 감독의 입봉작 <불후의 명작>은, 바라보고 있으면 만든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떠오르는 영화다.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화 안에서 인물들은 어떤 경우라도 타인을 다치지 않으며 미욱하게 그렇지만 꾸준히 살아간다. 그처럼 다소 어눌한 필치에 발신인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긴 편지를 이미 받아 읽은 탓인지 심 감독을 인터뷰하기 위해 걸은 눈쌓인 삼청동 길은, 초면의 상대를 만나러 가는 길목답지 않게 푸근했다. 영화 속 여경과 인기가 언제나 고집하던 창가 테이블을 택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개봉 뒤 훌쩍 떠난 여행길에 들른 변산 내소사의 대웅전 문살이 너무 예쁘더라고 감탄하는 그의 눈빛만큼은 짐작대로였다.<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꽃잎>의 연출부로,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 조감독으로 개봉을 겪어봤지만, 감독 데뷔작의 개봉은 기분이 완전히 달랐을 것 같다.사상 최고로 두려운 크리스마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의
“멜로보다는 휴먼드라마로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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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여자. 그 사랑을 다시 찾을 수만 있다면 남자는 뉴욕의 펜트하우스와 최고급 페라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첫사랑이었다가 13년 뒤 크리스마스, 마법처럼 그의 아내가 된 <패밀리맨>의 케이트, 테아 레오니(34). 그는 샤워부스 안에서의 코믹한 엉덩이 춤과 단발머리를 흔들며 케이지의 품으로 돌진하는 소년 같은 몸짓만으로, 가슴 팬 드레스로 유혹하는 뭇 여성들을 한방에 KO패시킬 만큼 충분히 귀엽고 섹시하다. “케이트가 단순히 바가지 긁는 마누라로 비쳐지지 않길 바랐어요. 잭에게 13년 전 그의 선택이 어리석었음을 느끼게 만들고, 지금 케이트와의 생활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 당위성은 오로지 내 연기에 달렸으니까.” 2001년에는 <쥬라기 공원3>, 2002년에는 코언형제가 시나리오를 쓴 <참을 수 없는 잔혹함>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에 휴 그랜트와 출연할 계획인 그녀에게 <패밀리맨>은 2년간의 긴 휴식 끝에
오, 나의 불멸의 여신님, <패밀리맨>의 테아 레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