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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아카데미가 캐나다를 화나게 했다면, 그건 <사우스 파크>의 주제가 <블레임 캐나다>가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 아니다. 전세계에 중계 방송되는 시상식에서 ‘타도, 캐나다’가 울려 퍼진대도 여유롭게 웃어 넘기던 그들이 정작 참기 힘들었던 건, 그들의 ‘국민감독’ 노만 주이슨(Norman Jewison·73)이 홀대받았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의 영화 <허리케인 카터>는 남우주연상(덴젤 워싱턴) 후보 한 자리만 배당받았고, 그나마도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꼭 그 이상의 상복을 누려야 할 영화는 아니지만, 편견에 희생돼 살인자의 누명을 쓴 흑인 복서의 이야기가 전하는 진한 감동만큼은 ‘국보급’이라는 사실을 캐나다 밖에서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인 노만 주이슨 감독은 50년대에 영국 <BBC>, 미국 <CBS>, 캐나다 국영 방송사를 거치며, 방송 작가와 드라마 연출가로 활동했는데, 이때 해리 벨
캐나다 국민감독, <허리케인 카터>의 노만 주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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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아름에 끌어안기에는 언제나 넘치고, 한곳에 머무르기에는 너무 숨가쁘게 약동하는 무엇이다. 그 영화가 올 봄에는 부산, 부천에 이어 ‘온고을’ 전주에 또 하나의 축제 마당을 열고 우리를 청한다. 달포 앞으로 다가온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디쯤 서서 관객에게 어떤 첫 만남을 제안하고 있을까. 상영작 및 초청 인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3월21일 아침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실을 찾아 최민(56) 조직위원장으로부터 대안 영화제를 표방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자화상과 약속, 근심과 희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산과 부천에 이어 세 번째 국제적 영화제를 탄생시키면서 출발점에 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전주영화제의 타당성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았다. 큰 비용 들여 기존의 국제영화제들과 서로 잡아먹는 결과를 빚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열광적인 젊은 관객층이 있다. 영화 전문 주간지가 5년 넘게 건재한다는 사실도 그들
4월28일 개막하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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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우가 로버트 드 니로일 필요는 없다. 드 니로처럼 한 순간 눈빛에 삶의 깊이까지 녹여내지는 못하더라도, 딱 두시간 동안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그것이 배우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미덕일지 모른다. 가벼운 TV시트콤을 주로 거쳐왔지만, 매튜 페리(30)는 그 미덕에 충실한 배우다. 페리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마음속 가장 밑바닥의 기억까지 흔들어놓는 전율을 느끼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페리에겐 스쳐가는 일상의 세세한 감정을 포착해 웃음으로 내어놓는 능력이 있다. 17명을 살해한 마피아 조직원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이 옆집에 이사 오고, 돈만 아는 아내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을 없애려 하고, 그 와중에 지미 튤립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버린 치과의사 오즈. 그 난감한 상황에서도 페리는 처량한 표정으로 견딜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아담 샌들러처럼 한없이 불쌍해 보이다가도, 톰 행크스처럼 대책없이 느긋하기도 한, 페리는 입장료가 아깝지
“내 재능은 로맨틱 코미디인걸”, <프렌즈>의 매튜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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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 남자가 무엇인가 물었고 여자는 귓가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본다. <인터뷰>의 메인 이미지로 선택된 사진에서 배경이 되는 파리 센강의 풍경은 식별할 수 없을 만큼 희미하다. 마치 ‘여기가 파리라는 사실은 잊어도 된다. 이 아름다운 남녀에게 시선을 고정하라’고 주문하는 것 같다. 시선과 실루엣 만으로 이국의 풍광을 압도하는 그들은 심은하와 이정재다. 모름지기 배우라면 존재만으로 스펙터클이 되는 게 당연하지만 둘의 조화가 이루는 시각적 쾌감에는 남다른 데가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만남에서 더하거나 뺄 것 없는, 구질구질한 삶 저 너머에 있을 것 같은 낭만적 신화를 예감한다. 영화제목이나 내용을 몰라도 그런 이미지가 노크할 때 무의식의 문은 쉽사리 빗장을 연다. 영화의 성패는 두고볼 일지만 둘의 사진이 담긴 포스터에 눈길이 오래 머무는 건 당연하다.
심은하
보통 빛은 어둠에서 돋보이지만 그녀의 환함은 맑고 투
그들, 삶 저 너머의 낭만적 신화, <인터뷰>의 심은하·이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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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라면, 그는 벌써 이 방에 와 있어야 했다. 지난 2월19일, 베를린 포시즌스 호텔 411호. 한국 기자 다섯이 덴젤 워싱턴(45)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에나비스타의 한 관계자 말이, 어젯밤 한 파티에서 누군가 그에게 “한국은 흑인이 주연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예외없이 흥행이 저조했다”는, 어쩌면 인터뷰에 치명적일 수 있는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그는 이틀 전에 열린 베를린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내 얼굴을 굳히고 앉아 있었다. 누군가 할리우드에서 흑인 스타로 살아가는 부담을 묻자, “부담? 이렇게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이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것이 바로 부담”이라고 답했던 것을 보면, 그는 천성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거나 말하길 즐기지 않는 것 같았다. 과연 이 인터뷰를 탈없이 마칠 수 있을지, 걱정스레 15분 정도를 기다렸나보다. 테이블 뒤편 출입구쪽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크고 단단해 뵈는 체격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흑인 하나가 걸어
spirit이 한국말로 뭐지? <허리케인 카터>의 덴젤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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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다섯살 난 꼬마가 있었다. 꼬마는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극장을 쥐방구리(?)처럼 들락거렸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꼬마는 하루에 3개의 개봉관을 전전하며 영화를 섭렵했고 일본어판 <스크린> <로드쇼>를 정기구독했다. 일본어는 읽을 줄 몰랐지만 영어로 쓰인 영화제목, 배우와 감독 이름, 스틸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고등학생이 된 꼬마는 연극반에 들어가 연기의 마력에 빠졌고 고2 때는 동랑청소년연극제에서 상도 받았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꼬마는 ‘연극’과 ‘연애’에 20대를 몽땅 던졌고,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에는 영화와 TV, 연극을 넘나들며 연기와 함께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 꼬마가 바로 배우 김상중(35)이다. “영화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영화에 좋았다. 요즘 아이들이 스타크래프트에 미치듯 난 영화에 미쳐 있었다.”
하지만 “…미쳤다”라는 표현은 왠지 김상중에게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줄담배를 피는 채 좀체로 목
모차르트? 살리에리! <산책>의 김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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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후예들이 재능을 겨루는 유서깊은 영국 연극무대는 때로 할리우드에 새로운 인재의 공급원이 되주곤 한다. 97년 아카데미 감독상의 앤서니 밍겔라(46)나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영국인 영화감독들 가운데서도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눈부신 볕을 쪼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영국 연극계 출신이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에게서 높은 점수를 따낸 밍겔라는, 곧바로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가 탐내는 감독이 됐다.
물론 그가 하루아침에 스타 감독 대열에 오른 것은 아니다. 그는 영화 이전에 영국 연극무대의 희곡 작가, 그리고 TV 드라마 작가로 활동해왔다. 91년 영화 <정말로 미친듯이 깊이>로 연출 데뷔해 <미스터 원더풀>로 이어지는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의 행진을 마치고, 안정된 구성의 원숙한 러브 스토리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관객의 감성 코드에
베를린에서 만난 <리플리>의 앤서니 밍겔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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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겁없이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도대체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일까? <구멍>은 안성기라는 A급 배우를 기용한 것 이외에 사실상 상업적 고려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영화다. 또 김국형(36) 감독은 현실적 한계를 예상하고 작정이라도 한 듯, 주류 시스템에서 한발짝 물러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게다가 앞으로도 계속 ‘제멋대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지금처럼 하면 몇년 안에 폐인 될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김국형 감독은 단호하다. “현실인식은 바뀔 수 있어도 가치관, 영화관은 변할 수 없다. 내 방식대로 해보고 싶다. 이런 영화 만들기가 내 몫이라면, 이대로 계속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구멍>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이래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해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3월4일에야 가까스로 서울 4개관, 지방 6개관에서 단출하게 개봉했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지 않아’ 관객 수를
게릴라 방식으로 만든 정통 문법의 영화 <구멍> 감독 김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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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코미디가 얽히면서 진행되는 <고>는 제목 그대로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영화다. 어른들은 지켜 보기에도 숨이 가쁠 정도지만, <고>의 아이들은 세상을 무시한채 가볍게 그 속도를 타고 넘는다. 젊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삶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도 좋으며, 지난 일을 아쉬워하는 청승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시간을 뚫고 뻗쳐나가는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이 혈기 왕성한 아이들, <고>의 감독 덕 라이먼의 말대로 “세트장을 젊음의 열기로 채운” 그 아이들 중에서도 케이티 홈스(21)는 유독 두드러진다. 천성처럼 품고 있는 편안함 탓이다. 가는 곳마다 사고에 부딪히는 사이먼(데스먼드 애스큐)이나 밀린 방세를 내지 않으면 내일 당장 거리에 나앉을 판인 친구 로나(사라 폴리)와 달리, 홈스가 연기하는 클레어에게는 어떤 절박한 문제도 없다. 로나가 단돈 몇십달러를 위해 연장근무까지 하는 슈퍼마켓 계산대. 그 앞에서 클레어는 나른한 눈길로 게이 커플을
케이티 고!고! <고>의 케이트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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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이 누구에게나 달콤한 판타지인 건 아니다. 미처 말 못한 비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신혼여행은 자신들의 순도를 확인받기 위한 필사적 의식이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말 못할 사연은 반드시 뭍에 묻어두어야 한다는 철칙을 모를 만큼 <신혼여행>의 7쌍이 어리숙하진 않다. 첫날을 무사히 보낸 이들, 둘째날 밤 안도감에 취하지만 누군가 호텔 앞 바닷가에 어물쩍 비밀을 토해놓고, 새벽 밀물은 그 자리에 한 남자의 시체를 뱉어놓는다. 영락없이 살인용의자로 몰리는 신혼부부들의 ‘끔찍한’ 신혼여행을 ‘코믹 설탕’과 ‘스릴러 크림’으로 발라놓은 영화 <신혼여행>. 여기서 모든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신비한 여인이 정선경이라면 믿어질까. <신혼여행>에서 정선경은 비로소 선머슴이나 뒷골목 여인의 거친 이미지를 벗고, 고요한 기품과 미스터리한 매력의 ‘귀족적’ 연기를 선사한다. “평범하지만 섬뜩한 사랑을 하는 여자예요. 집착도 사랑임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이고. 저에
비밀에 싸인 허니문 레이디, <신혼여행>의 정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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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얼굴에서 그가 살아온 흔적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성폭행의 경험을 지워버린 마릴린 먼로는 순진무구한 백치미로 최고의 섹스심벌이 되었으며,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톰 크루즈는 성공한 여피의 초상으로 미국 젊은이들에게 꿈의 대변자가 되었다. 현실보다는 환상에 가까워야 하는 직업. 그러므로 배우의 얼굴은 시간이나 기억에 침범당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조지 클루니(38)는 다르다. 나이보다 몇년을 앞서는 그의 얼굴에 팬 깊은 주름에는 삶의 고난이 묻어난다. 그 때문일까. TV시리즈 <ER>의 다정한 소아과 의사 로스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쓰리 킹즈>에 함께 출연한 배우 마크 월버그가 “내가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아요? 너무나 잘생겼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며 졸졸 따라다니는 이 미남배우는 영화 속에서 항상 고달픈 삶의 자취를 품고 다닌다. 그는 인생의 밑바닥에 좀더 가까운 사람이다.
<ER>에 처음 등장했던 94년, 클루니는 벌써 10
영화왕국 ‘그레이 킹’, <쓰리 킹즈>의 조지 클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