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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 보유량, 좋은 영화 구비 최우선
비디오를 즐겨보는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왜 영화 잡지에 소개된 좋은 비디오는 우리 동네 가게에서 찾아볼 수 없냐는 것과 TV 방영까지 된 고전을 왜 비디오로 볼 수 없냐는 것이다. 비디오 제작, 유통 전반을 짚지 않고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좋은 비디오를 많이 구비한 대여점을 선정해 알려주는 것으로 급한 갈증은 해소시켜 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갖고 심사에 참여했다.
서울지역 30개 숍 선정 경쟁률은 1/3 정도였다. 대여업계의 불황 운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많은 숍이 응모하리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적었다. 영화 잡지 사보는 대여점이 드물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고객 응모는 단 한 가게뿐이어서 어떤 대여점을 이용하며 불평해왔는지 짐작이 갔다.
심사의 우선 순위는 테이프 보유량과 좋은 영화 구비 비율이었다. 1만장 이상 소장해야 좋은 비디오 구비 상위권에 들 수 있었다. 다음으로 진열 방식, 인테리어, 청결, 교통 접근
2000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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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숍은 사양 산업이다.” 비디오숍을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의 푸념이다. 실제로 이번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에 참가한 대다수 비디오숍 점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디오숍의 최고 활황기로 꼽히는 94년 즈음 우리나라의 비디오숍은 3만7천개, 행정관청에 등록하지 않은 업소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4만5천개로 추산됐다. 하지만 비디오업계에서는 지난해 영업중인 비디오숍을 1만5천개 정도라고 추정한다. 게다가 상당수 비디오숍이 점포를 내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을 보면 사양산업이라는 푸념이 실감난다.
한편 점주들의 위기의식과는 달리 비디오업계에서는 우리나라 시장 크기라면 1만개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3천개 정도로 줄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사양산업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그간의 거품이 걷히면서 산업적인 꼴을 갖춰가고 있다는 얘기다. 꽤 오랫동안 2000원대를 유지하던 대여료가 1000원대로 떨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상당수 숍들이 ‘반찬 값이나 버는’
2000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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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편의 드라마가 있다. 그런데 시청자가 결말을 미리 알고 있고, 중간에 일어날 사건도, 그리고 이야기의 반전이나 사건을 뒤집을 뜻밖의 인물도 다 알고 있다면. 과연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냐’ 싶겠지만 실제로 그런 드라마가 현재 방송되고 있고 또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뻔한 결말, 단골 소재, 왜 시청자를 잡아 끄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에 방송되는 KBS1TV 대하사극 <왕과 비>. 조선 문종 때부터 연산군 때까지를 다룬 이 드라마는 앞에서 말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결말? 드라마의 복선? 반전? 온전히 고등학교까지 공부를 마친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설마 연산군이 나중에 어머니의 모성 결핍을 딛고 착한 성군이 되어 할머니 인수대비를 극진히 모셨다고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굳이 역사강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시대 이야기는 정말 신물나게 드라마로 여러 번 만들어졌다. 예
해석없는 뻔할 뻔자, KBS1TV 대하역사극 <왕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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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평가할 때, 1980년대가 영국영화의 르네상스였는지는 논쟁이 될 만한 이슈이지만, 여하튼 영국영화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식의 낙관론이 당시에 팽배해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리들리 스콧, <로컬 히어로>(1983)의 빌 포사이스, <불의 전차>(1981)의 휴 허드슨, <킬링 필드>(1984)의 롤랑 조페 등이 새로운 영국영화를 일구어나가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던 기린아들이었다. 한편 이들이 일으킨 ‘돌풍’의 근저에는 또다른 주역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제작자인 데이비드 퍼트냄이다. 그의 예민한 눈과 여타 감독들의 번득이는 재기가 온전하게 결합된 영화들은, 대체로 사회·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비평적으로 호평도 얻고 그 여파로 세계시장에서 실리도 챙기는, 중급(中級) 규모의 작품들이었다. 앨런 파커가 감독한 <벅시 말론>은 이런 식의 ‘퍼트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시발점쯤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
이것도 쇼 비즈니스인가, 앨런 파커의 <벅시 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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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라! 내 인생에서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아니면, 내 인생을 바꾼 영화? 그것도 아니면 내 인생과 영화에 대해? 그건 더 아닌 것 같은데.....
여하튼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영화와 내가 인연을 맺은 게 언제였던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곤 내 인생에 영화가 중요하게 개입하기 시작한 지난 6년, 즉 ‘시네마천국’과 함께 한 시간을 집중적으로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면 어떤 식이든 답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 세상엔 영화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들이란 실제로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가? 우리 사회에 오래 전부터 만연해 있는 문화적 편식, 그 중에서도 영화는 더욱 심하다. 어쩌면 오락적인 문화와는 체질적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미 때문에 더더욱 영화와는 일찍부터 인연을 맺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네마천국’과 함께 한 6년의 시간 동안 다소나마 영화의 편식을 해소할
[내 인생의 영화] 흔들리지 않게 우리 단결해, <명멸하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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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사람을 울리겠다는 데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럴 셈으로 <성원>은 가슴저미는 사연들을 퍽도 많이 들려준다. 우선 주인공 양파의 존재가 그렇다.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양파에겐 ‘그녀의 얼굴을 단 한번만 봤으면’ 하는 게 살아 생전의 소원이다. 하지만 죽음으로써 양파가 초란을 볼 수 있게 됐을 땐 초란이 양파를 알아보지 못한다. 죽음조차 두 사람의 사랑을 막지 못했지만, 어긋난 사랑의 운명은 죽음보다 더 가혹해서 이들의 재회를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홍콩에서 <첨밀밀> 이래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멜로드라마인 <성원>의 뜨락에는 온갖 슬픔의 수사들이 만발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사어의 대부분이 최루성 멜로드라마 장르의 ‘관용어’라는 데에 있다. 할리우드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릴 것도 없이 산 자와 유령의 사랑은 <천녀유혼> 시리즈에서 익히 본 것이다. 사랑의 갈피를 채운 작은 사연들에서 이 영화만의 감성을
홍콩산 멜로 영화,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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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카이틀, 로버트 드 니로, 실베스터 스탤론, 레이 리오타라는 화려한 배역진은 이 영화를 조금은 궁금하게 만들다. 어두운 뒷골목을 누비던, 아니 영웅, 반영웅을 자처하던 스타들이 경찰이 되어 모두 한 마을에 산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해비>라는 저예산 영화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탁월하게 묘사해 내는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캅 랜드>에서도 주요한 세 인물을 각각 다른 위치에 배치시킨다.
스탤론이 연기한 프레디는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사고로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바람에 그토록 갈망하던 뉴욕시경 시험에 낙방한 인물. 레이의 배려로 캅 랜드를 돌보는 보안관 일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쪽 귀를 희생하면서 살려낸 여자는 다른 경찰관의 아내가 되어 있는 상태. 그에게 경찰은 인생의 목표인 동시에 거부의 대상이다. 캅 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레이 역의 하비 카이틀은 자신의 조카를 숨기기는 했지만 마을의 신변을 보장하기 위해
‘캅’ 그들만의 세계를 바라보는 진지함, <캅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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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빵을 만드는 것은 좋은 사랑을 하는 것과 같다.” 영화 첫머리에 소개되는 주인공의 신조는 <주노명 베이커리>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빵 배달을 갔던 주노명이 몰래 집에 들어가 잠든 아내의 몸을 더듬는 장면에선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아내의 신음소리에 맞춰 수십겹의 페스츄리로 이뤄진 빵이 달콤하게 부풀어오른다. 점점 커지는 빵처럼 사랑은 만족감에 취한다. 그러나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싶은 순간 주노명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결혼한 지 10년된 부부, 매일 빵집 카운터에 앉아 아파트로 둘러싸인 풍경만 바라보는 여자에게 늘 빵처럼 부풀어오르기를 요구할 순 없을 것이다.
<주노명 베이커리>는 주노명에게 닥친 위기에서 본격적인 드라마를 시작한다. 흔히 불륜이라고 또는 중년의 로맨스라고 말하는 그것을 주노명의 아내 역시 체험한다. 그 대상이 고릴라같은 남자 박무석이지만 이 남자는 보기보다 괜찮다. 아무도 몰라주는 주노명의 빵 만드는
불륜도 살짝 구으면 로맨스가 된다, <주노명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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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엔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신나간 마약중독자들, 임신한 창녀들, 칼과 총으로 구멍난 시체들, 참을 수 없는 악취를 풍기며 죽어가는 부랑자들이 구급요원 프랭크를 기다리고 있다. <비상근무>에 담겨진 90년대 초 뉴욕 뒷골목의 밤풍경은 단연코 아비규환이다. 영광의 도시 뉴욕은 지옥의 그늘을 감추고 있다가 밤이 되면 끔직하고 흉칙한 맨살을 이렇게 드러낸다. 프랭크도 이 악몽의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 자신의 미숙으로 죽은 한 소녀의 혼령이 그에게 치유불능의 불면증을 심은 뒤로 그의 얼굴은 말기 암환자처럼 변했다. 죽어가는 인간들의 호출에 몽유하듯 끌려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독백대로 “죽음에서 구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목격하는 것”뿐이다. 그럴수록 프랭크의 안색은 더욱 검게 변해간다.
뉴욕시의 병원에서 10년간 구급요원으로 일한 조 코넬리의 원작소설이 폴 슈레이더의 각색과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을 거쳐 다시 태어난 <비상근무>는 스콜세지적인
세속도시에서의 영적 구원, <비상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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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주부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난에 격주로 글을 쓰게 될 신현준입니다. “와, 신현준이다. 영화배우가 글도 쓰는구나” 하고 좋아하실 분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 면구스럽습니다. 변변한 직업도, 흔한 박사학위도, 소속된 운동단체도 없는 은둔형 인간이 이 난을 맡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달력 한장 넘어가는 것이 새삼스러운 요즈음 뉴페이스도 아닌 사람이 등장하는 점도 좋은 그림은 아닌 듯합니다.
겸손 떨지 말라구요? 그런 건 아닙니다. 학문적 깊이 있는 연구 업적이 있는 아카데미션도, 비수처럼 꽂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도, 그렇다고 아무 글이나 써도 되는 유명인사도 아닌 사람이 여기 글 쓰는 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을 가립니다. 오죽하면 10매짜리 원고 쓰는 데 사흘째 골머리를 앓고 있겠습니까. <씨네21> 기자들 중 알고 지내던 친구와 후배가 있다는 죄로 이 고생이라니(이때 속으로 드는 생각은 ‘위대한 대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새해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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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각색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씨가 결국 완성했다. 그는 쫓기는 사람처럼 부지런히 대학노트에 시나리오를 썼다. 어느 날 예고없이 돌연 염곡동에 있던 내 집에 나타나 훌쩍 그 대학노트를 던져놓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곧 그가 수사기관을 피해 도망다닌다는 소식이 간접적으로 들려왔다. 그는 각색에 자기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영화를 위해 유리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송기원뿐만 아니라 그가 좋아해 같이 술자리를 자주 했던 시인 고은 선생도 수사기관에서 쫓는 모양이었다. 80년 봄이었다. 시국이 다시 어수선하고 정국이 뒤숭숭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시사 감각이 둔한 나는 그저 오랜만의 영화 연출 작업에 신이 들려 신경을 다른 곳에 쓸 여유가 없었다. 즉흥 연출만 일삼던 내가 처음으로 콘티를 만들고 연출 계획을 사전에 준비했다. 눈을 감고 시나리오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떠올리는 일을 자주 했다.
그러나 캐스팅에서 나는 또 서툴게 아마추어의
이장호 [38] - 순자는 부르지 못한다, <바람 불어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