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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무거운 캐리어와 그보다 더 무거운 노구를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이름은 윌리 로먼. 일평생 한 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 복무했고 나이든 아내와 장성한 두 아들을 두었지만 여전히 가장으로서 가계를 책임져야 한다. 아서 밀러가 1949년에 출판한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미 고전이 됐다. 원전의 상징과 가치, 시대를 막론하고 무대에 다시 오르는 해마다 이 극이 가지는 동시대성에 관해선 수많은 평론가와 기자가 일찍이 정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리해야 하는 한 가지는 극의 제목에 명시된 ‘죽음’이다. 세일즈맨 윌리를 포함해 작중 모든 등장인물은 일종의 죽음을 겪는다. 이들이 겪는 죽음은 물리적인 사망을 포함해 과거로부터의 단절, 관계의 변화 등 수많은 폐쇄와 분리로 은유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죽게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작중 모든 인물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지만 이들은 변화의 해일을 못 본 척하며 좋다고 믿는 과거만 맹종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필멸한다
[culture stage] 세일즈맨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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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양육을 위해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한 ‘싱글 대디’ 유은호(이준혁)는 복귀 후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사에게 시달리다 해고 통보를 받는다. 헤드헌팅 회사 ‘피플즈’ CEO 강지윤(한지민)은 회사의 잘못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 관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희생양이 되어 불명예 퇴사를 한 과거가 있다. 이들이 당한 이런 상황은 현실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주로 여성) 양육자들은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부당한 해고를 통보받는 일이 많다. 조직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희생과 침묵을 강요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비록 로맨스의 외피를 둘렀지만 오피스물로 봐도 무방하다. 지윤은 겉으로는 “돈값”을 강조하지만 이력서에 담기지 않는 그 사람의 가치를 발견해주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의 이직을 돕는다. 드라마는 헤드헌터들의 세계를 중심으로 사회 초년생의 성장 과정, 직장 내 관계의 역동, 작은 선의의
[오수경의 TVIEW] 나의 완벽한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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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
tvN, 넷플릭스 / 16부작 / 연출 박신우, 김진성, 오승열 / 출연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 한지은 / 공개 1월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SF로서도 로맨스로서도 갸우뚱
한국은 국제적 위상이 커짐에 따라 우주정거장에 최첨단 실험 설비를 탑재한 생물학모듈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 이곳에서 우주인들은 치매, 난임, 난치병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보스 이브(공효진)는 700억원을 지불하고 우주에 온 공룡(이민호)의 존재를 성가셔하는데, 사실 지구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에게는 비밀스럽게 완수해야 할 미션이 있다. 난임으로 고생 중인 MZ그룹 며느리의 난자에 건설 현장에서 사망했던 회장 아들의 정자를 주입시킨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로 떠난 공룡은 자신이 회장에게 이용당했을 뿐 진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사람은 고은의 정략결혼 상대인 강수(오정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별들에게 물
[OTT 리뷰] <별들에게 물어봐> <모텔 캘리포니아> <배뱀배뱀뱀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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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감독은 <좋은 친구들>(2014)로 데뷔한 이후 몇몇 차기작이 무산되자 감독이 아닌 작가로 살기로 결심했다. 해외에서 새 삶을 채비하던 중 ‘좋은 친구’인 배우 주지훈으로부터 “이 웹툰 한번 읽어보라”는 연락을 받았고, 자신과 결이 다른 작품을 보며 의아해하던 중 하나의 키워드를 발견했다. “주인공 백강혁만큼은 누가 봐도 ‘주지훈’이더라. 캐릭터 하나를 믿고 세계를 개진해나간다면 여러모로 도전이 될 법한 작품을 잘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도윤 감독은 원작 웹툰과 웹소설을 독파하며 작품의 톤을 찾아냈다. 헬기에서 뇌압강하술을 벌이는 등 비의료적인 행위가 급박한 상황에서 납득 가능하게 펼쳐지려면 “이야기가 현실에 발을 딛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현실로부터 몇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도 이견과 피드백이 분분했다. 적어도 내가 가진 비전하에선 여러 장르를 혼합해 전개하는 방향이 맞았다. 배우의 연기, 카메라워크, 미술은 굉
[인터뷰] 과감한 승부수, <중증외상센터> 이도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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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며느라기>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를 연출했던 이광영 감독에게 <춘화연애담>은 가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춘화연애담>에는 화리 공주(고아라)가 부마를 직접 택하기 위해 자유롭게 연애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겼는데, 화리를 비롯한 인물들의 사랑과 진취적인 삶의 가치관이 솔직하게 묘사됐기 때문이다. 이광영 감독은 제작사 비욘드제이의 정아름 대표로부터 <춘화연애담>에 관해 전해 들었다. “대표님이 헌책방에서 우연히 춘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에 누가 어떻게 이런 춘화를 썼는지 궁금해졌다고 하셨다. 그 경험에서 <춘화연애담>이란 작품이 시작됐는데 듣다보니 흥미가 생겼다. 나중에 받아본 대본도 무척 재밌었다.” 이후 이광영 감독은 각본을 쓴 서은정 작가와 “사랑 이야기 외에 여성 서사도 잘 다뤄보자”고 작품의 방향성을 정했다고. “그래서 초반부, 후반부를 비교하면 화리, 화진(도연진), 지원
[인터뷰]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춘화연애담> 이광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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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수살인>에 이어 김태균 감독의 발길이 닿은 곳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마녀>다. 어렸을 때부터 미정(노정의)에게 호감을 표한 남자들에겐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미정은 결국 세상과 단절된 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동창생으로서 그런 미정을 오랫동안 바라봐온 동진(박진영)은 ‘마녀’라는 미정의 오명에 관해 확인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미정을 지키려는 동진의 여정을 통해 김태균 감독은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 <마녀>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원래 쇼박스와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잠시 작품을 중단해야 했다. 그 뒤로 <마녀>라는 드라마의 연출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내 전작들과 장르도 다르기에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 작품을 주지?’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대본을 보고 이해가 되더라. 내가 묘사해온 캐릭터와 동진의 목적이 유사했다. 예를
[인터뷰] 응축된 사랑의 감정, <마녀> 김태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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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벌써 올해의 짠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고등학생 윤가민(황민현)은 진실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친구다. 선생님 말씀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필기하고 공부할 체력을 기르다 보니 무림 고수까지 됐으나 그의 등수는 애석하게도 280등 중 279등이다.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모인 유성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해 등수 향상을 기대하지만 여기서도 꼴등 언저리에 머물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싸움에 휘말려 퇴학 위기에 처했을 때 가민을 구해준 건 스스로 결성한 스터디그룹이다. 새로 부임한 이한경 선생님(한지은)이 폭력적인 교내 분위기를 가민의 스터디그룹으로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후 가민은 팀원 모집에 열을 올리며 스터디그룹 운영에 열과 성을 다하나 본인만 모르게 ‘싸움 짱’으로 소문나는 바람에 스터디그룹엔 일진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만다. 인기리에 연재 중인 웹툰 <스터디그룹>이 1월23일, 10부작 시리즈로 공개된다. 연출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인터뷰] 성장하지 않아도 절망하지 않는 주인공, <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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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는 청춘물의 요람이었다. <논스톱> 연작과 <하이킥!> 시리즈 등 시트콤을 통해 수많은 청춘스타를 배출했고 <역도요정 김복주>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로맨스물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동안 장르물에 집중했던 MBC가 “새로운 얼굴이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지금, 공영방송이 다해야 할 의무”를 되새기며 청춘물을 선보인다. MBC 드라마국은 “이젠 색다른 걸 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내부적 수요가 있던 차에 캠퍼스 로맨스 웹툰인 <바니와 오빠들>의 IP를 가지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게 됐”고 “<펀치 드렁크 러브> <500일의 썸머> 등 2000년대 나온 멜로영화를 애정하는” 김지훈 감독에게 입봉의 기회를 주었다. 김지훈 감독이 원작에서 발견한 가장 큰 영상화의 가능성은 “순정 만화풍 그림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즐거움”이다. 그는 “이미 원작이 지닌 비주얼을 예쁜 그림체로 제대로 구현하는
[인터뷰] 순정 만화의 설렘과 즐거움, <바니와 오빠들> 김지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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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배우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찍는 남성 감독의 사랑 이야기. 2000년대에서 날아온 듯한 로그라인을 가진 SBS <우리 영화>는 2025년에 이르러 클래식과 재해석 중 어느 길을 갈까. JTBC <구경이> 이후 4년 만에 돌아오는 이정흠 감독에게 장르에 관해 묻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대본에 슬픈 신이 정말 많은 정통 멜로다. 그렇지만 두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빠른 템포의 호흡을 만들어내면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색깔을 만들어낸다. 슬픔과 경쾌함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멜로드라마를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소모포어징크스에 시달리는 영화감독 이제하(남궁민)는 거장 감독인 아버지의 작품을 리메이크하며 재기를 꿈꾼다. 시한부인 여배우가 주인공이기에 자문을 구하고자 희귀난치병에 걸린 단역배우 이다음(전여빈)을 만난다. 얼마 뒤 오디션장에서 재회한 다음에게서 뭔가를 느낀 재하는 다음에게 살 날이 얼마나 남았든 간에 그를 여주인공으로
[인터뷰] ‘제대로 울릴 정통 멜로’, <우리 영화> 이정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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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천재 의사라는 찬사 담긴 별명으로 불렸던 세옥(박은빈)은 과거 자신을 늪에 빠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한다. 갑작스러운 조우 끝에 오랫동안 유예되었던 두 사제간의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대립과 갈등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휴머니즘과 로맨스 혹은 경쟁사회. 크게 두 주축으로 전개됐던 메디컬 장르는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힐 준비를 마쳤다.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적인 관계는 어느새 의사 대 의사라는 대등한 구조로 전환되며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쟁쟁한 두뇌 싸움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광분의 싸움에 담긴 질주를 미리 느끼기 위해 김정현 감독을 만났다. <하이퍼나이프>는 디즈니+를 통해 3월19일 공개한다.
- 김선희 작가의 <하이퍼나이프> 대본을 받아보았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
1부부터 4부까지의 대본을 받았다. 평소라면 몇번을 거듭 읽고 신중하게 결정할 테지만 <하이퍼나이프
[인터뷰] 정형화된 틀을 깨트리는 즐거움, <하이퍼나이프> 김정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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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로그라인을 18살 희완(김민하)이 18살 람우(공명)에게 속삭인다. 고2 어느 만우절. 선생님을 속인다는 명분으로 희완은 람우와 단 하루 이름을 바꾸고 소동을 빚는다. 그로부터 6년. 이번엔 검은 옷을 입은 람우가 무기력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던 희완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하지만 람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희완은 1주일 뒤에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 서은채 작가의 웹소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오는 만우절쯤 영상화되어 시청자 곁을 찾는다. <멜로가 체질>의 공동 연출이자 시트콤 <유니콘>을 연출한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영화 <연애의 온도>, 시리즈 <글리치> 등을 연출하며 자신의 인장을 확실히 새긴 노덕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합류했다. 람우와 희완처럼 서로를 두텁게 신뢰하고 사랑하는 두 창작자에게 &l
[인터뷰] ‘이 이야기가 존재하게 되어 안심이 된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노덕 크리에이터, 김혜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