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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무사> 오늘도 무사 '히'
[정훈이 만화] <무사> 오늘도 무사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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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어떤 인터뷰에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를 묻는 질문에 “권투와 마라톤”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시장과 전장>과 <토지>를 읽고나서 더할 수 없는 존경심을 품고 있던 내게 그 대답은 이상하게 심금을 울렸다.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극히 단순한 룰에다 몸의 가장 단순한 기능만으로 승부하는 그 원시적인 스포츠를, 특히 남자들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 무식한 권투를 좋아하시다니, 역시 남다르시군요,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다.오늘의 20대 독자들에겐 실감이 나지 않을 테지만, 우리의 스포츠 영웅은 안정환이나 허재가 아니라, 홍수환과 유제두였다. 홍수환의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는 근 10년간 유행어였고, 유제두가 일본의 세계챔피언 와지마 고이치에게서 타이틀을 빼앗았을 때, 한 신문은 두면에 걸쳐서 내가 본 가장 큰(미국 테러 때보다 두배쯤 큰) 글씨로 ‘와지마, 다운, 다운, 다운’이란 제목을 달았다. 중학교 때
권투, 챔피언,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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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툼 레이더> 남기남의 세 가지 소원
[정훈이 만화] <툼 레이더> 남기남의 세 가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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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들과 술 마시는 것보다 여자들과 수다 떠는 게 더 좋다.”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남자를 최근에 두번 봤다. 한 사람은 <고양이를 부탁해>를 제작한 오기민씨다. 이 사람은 여성의 성장에 관한 영화를 연달아 세편 만들었으며, 집에 예쁜 운동화를 서른 켤레쯤 갖고 있는 특이한 남자다. 또 한 사람은 이번호에 길게 소개된 작가 김영하씨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필자이기도 했던 김영하씨는 남성적인 것과 축구와 정치와 도박을 싫어하며 쇼핑이 취미라고 태연하게 말했다(그래서 그걸 제목으로 뽑았다). 그리고, 공언한 적은 없지만, <씨네21> 기자였으며 지금은 조우필름 대표인 조종국씨도 그렇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데, 밤새도록 수다 떨 수 있는 드문 남자다. 따지고보면 영화판엔 그런 사람들이 매우 많다.솔직히, 나는 이런 사람들이 반갑다(축구와 도박에 대한 의견은 좀 다르지만). 나를 포함한 남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해온 말 가운데 하나가 쩨쩨하다, 계집애 같
소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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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미이라2> 잠에서 깨어난 화장실의 미라
[정훈이 만화] <미이라2> 잠에서 깨어난 화장실의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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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차이밍량 감독에게 한 관객이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영화는 동시대성을 추구하는 영화다. 당신에게 동시대성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게 도대체 무슨 질문인가. 앞 뒤 문장이 연결이라도 되나. 뭘 묻자는 건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은근히 짜증이 나는데, 차이밍량은 의외로 아주 성심껏 꼼꼼하게 답했다.(차이밍량은 관객과의 대화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며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공동 인터뷰 자리에서 한 기자가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동석한 기자가 세명 밖에 없는터라 갑자기 등에서 식은 땀이 솟는데(성질 급한 감독들은 질문이 마음이 안들면 인터뷰 자리를 파해버린다), 타베르니에는 “영화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타베르니에도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늘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나는 이런 질문을 이해한다. 아니, 나도 불쑥 한 적이 있다. 너무 포괄적이며 누구에게나 던질 수
잡스러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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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행사가 무엇일까요, 라는 싱거운 퀴즈가 있다면, 정답은 국제영화제다. 우리의 오래된 꿈은 관객으로 영화제 구경 가는 것이다. 데일리 만드느라 새벽 두세시에 퇴근해, 아침에 눈비비며 헐레벌떡 인터뷰 장소로 가다보면, 깔깔거리며 극장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귀족계급처럼 보인다. 프레스카드라는 걸 차고 있지만 극장에 가는 건 귀한 경험이다. 올해 부산영화제 때는 누군가 여섯편을 봤다고 말하자, 와 그렇게 많이 봤어, 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짬을 내 지난 12월7일부터 열렸던 광주국제영상축제에 3일 동안 다녀왔다. 국내의 다른 국제영화제의 열기를 즐겁게 체험한 사람에게라면, 이건 영화제도 아니다. 예산이 다른 영화제의 10% 수준이고, 대학 시험기간과 겹친 일정도 불우하며, 그나마 홍보도 제대로 안 돼, 상영관들은 안쓰러울 정도로 썰렁했다. 몇편 안 되는 한국영화 상영관은 달랐다지만, 내가 간 상영관은 30명 이상 찬 적이 없었다(게다가
태도와 취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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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이야기가 옮아갔다.가장 가깝게는, 지난 추석연휴에 이미 새롭고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설 땅을 잃는 상황은 예견됐었다. ‘새롭고 다양한’이라는 아주 모호한 형용사를 사용한 것은 그 영화들을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영화라는 개념으로 묶어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은 보고 들으라고 정좌한 채, 관객에게 말걸기를 거부하는 실험실의 영화들도 거기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 영화들이 외면당한 것이냐를 많은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그것이 올 가을 한국영화가 거둔 수확인 성싶다. 배급의 문제가 새삼 재발견됐고, 이같은 영화를 옹호하는 ‘운동’이 발생했다. 인천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를 재개봉하고, 서울 센트럴6에서 네편의 영화를 다시 틀고, 스카라극장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재상영하는 일들. 이 낯선 일들을 반기는 이들에게 문화적 귀족주의의 혐의는 없는지 감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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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7일 폐막됐다. 출범 이듬해에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란 평가가 나라 밖에서 들여온 이 영화제는 이제 ‘세계 최대의 아시아 영화제’라는 호칭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은 우리들에겐 세계 영화의 오늘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외국의 영화전문가들에겐 아시아 영화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독파할 자리를 제공하는 명실공히 ‘아시아 영화의 창’이 되었다. PPP를 통해서 아시아 주요감독들의 새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으니, ‘미래’란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이 부산에서 한국영화가 모든 상을 휩쓸었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우리가 뛰어난 가작을 적잖이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국제영화제인데 주최국을 너무 배려한 건 혹시 아닌지 염려됐다. 그러나 “눈에 띄는 건 한국영화뿐이었다”는 어느 심사위원의 심사 후일담을 전해듣고 노파심을 조금 덜어냈다. 어쨌든, 이 일은 관객들이 외면한 올해의 저예산 수작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을 성 싶
부산국제영화제, 양지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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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비틀스를 꿈꾸었지만, 이제는 초라한 밴드조차 와해돼 주인공은 고향인 온천도시 단란주점에서 생계를 잇는다. 벌거벗고 ‘광란’하던 취객은 그에게 너도 옷을 벗으라 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이 체념하듯 벗은 알몸을 기타로 가리고 연주를 계속하는 장면은 이렇게 하면서도 음악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함께하던 친구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생활 속으로 들어간 이 친구의 질문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사니 “너 행복하냐”였다. 거기에는 어린 시절의 꿈에 대한 미련이 묻어 있기는 했다.임순례 감독은 그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는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신세대 웨이터에게 차라리 다른 기술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떠돌이 밴드 생활이 그 역시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함께하던 밴드의 동료들은 하나둘 떠나고, 어린 시절의 음악스승도 무너져 떠나고, 연주흉내만 겨우 배
“너 행복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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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스워드피쉬> 세계 제일의 해커, 남기남
[정훈이 만화] <스워드피쉬> 세계 제일의 해커, 남기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