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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술가 미할 바신스키는 왜 어느 날 갑자기 자기 걸작이 영화가 아닌 인생이 되리라 판단했을까?”
미겔(마놀로 솔로)이 집필 중인 소설의 한 문장이다. 영화가 아니라 자기 인생이 하나의 걸작이 되어버린 예술가의 삶이라. 마치 31년 만의 귀환으로 세계영화계를 들썩이게 한 빅토르 에리세 본인의 처지를 비유한 듯하다. 말 그대로 자기 반영적인 이야기.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영화에 대한 영화, 이른바 메타 영화인 이유는 영화나 극장을 소재로 사용해서만은 아닌 셈이다. 빅토르 에리세 본인이 지닌, 혹은 본인에게 주어진 영화적 인식론이 서려 있기 때문에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메타 영화의 지위를 쥐게 됐다. ‘메타’란 뜻에 담긴 대로 감독의 자기 반영적 태도가 있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메타 영화가 완성되는 것이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엔 하나의 수식이 더 붙어야 한다. 빅토르 에리세가 &
진정한 종말을 향해서 - 20세기 메타 영화의 속죄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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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고루한 질문에 여전히도 명쾌한 답이 없는 지금, ‘영화에 대한 영화’, 이른바 메타 영화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일 역시 쉽진 않다. 그럼에도 지난 130년의 영화사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로 이름을 떨쳐온 몇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8편의 영화와 감독들을 차근차근 더듬다보면 메타 영화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상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버스터 키턴의 <셜록 주니어> <카메라맨>
메타 영화의 성질을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는 버스터 키턴일 것이다. 그가 1924년에 만든 <셜록 주니어>에서 버스터 키턴은 현실에선 비루한 영사기사로, 꿈과 같은 스크린 속 세계에선 걸출한 탐정 셜록 주니어가 된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 등 제4의 벽을 깨면서 영화와 현실의 질료를 뒤섞는 영화적 재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뒤 버스터 키턴은 <카메라맨>을 통해 한 사진기
카메라, 극장, 관객 - 영화의 존재론을 묻는 거장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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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도입부 20분은 올해 나온 다른 모든 영화보다 낫다”(제이콥 올러)라는 식의 평을 듣고 영화관에 들어간 이라면 누구나 다 영화를 보며 당황할 것이다. 호들갑스러운 상찬에 비해 눈앞에 펼쳐진 첫 장면이 너무나 평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칸영화제 프리미어 당시에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 도입부에 나오는 ‘영화 속 영화’인 <작별의 눈빛>이 실제 빅토르 에리세의 미완성 작품이란 얘기가 돌았다는데, 눈이 삐지 않고서야 <벌집의 정령>과 <남쪽>을 찍던 감독이 그런 장면을 진지하게 자기 장편영화의 도입부로 찍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문제의 도입부는 당연히 ‘영화 속 영화’일 수밖에 없을 수준으로 전화번호부처럼 기능적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숏이 야누스상이라는 것부터가 영화에 대한 도식화를 강요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중국에 간 딸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로 떠밀려가는, 이병현 평론가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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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느 한 남자가 기억을 잃었다. 그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을 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한곳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곳엔 용접공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도 용접을 해보겠다고 말한다. 그의 실력에 사람들은 감탄한다. 사장은 일을 하려면 통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통장을 만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2002)의 인상적인 대목이다. 노동자의 삶을 그렸던 카우리스마키답게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에게서 지울 수 없었던 단 하나는 노동의 흔적이다. 몸에 새겨진 기억들. 이른바 ‘근육 기억’(Muscle Memory)은 “반복을 통해 특정한 움직임의 수행력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의미한다. 과거를 잃어버린 남자, 훌리오(호세 코로나도)도 예외는 아니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기억과 존재에 관한 영화적 탐구의 여
영화라는 근육 기억, 오진우 평론가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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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다큐멘터리영화 <열 개의 우물>(2023)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인천 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던 여성 노동자와 빈민 지역에서 살며 아이들을 돌봤던 탁아운동 활동가들을 방문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빈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여러 유형의 사회운동을 초점으로 하지만 영화의 참된 주제는 일하는 여성들이 협력했던 탁아운동이라는 숨겨진 역사의 발굴에 있다. 주요 인물은 1970년대 말 동일방직 해고노동자 투쟁에 참여한 농민 안순애와 탁아운동에 헌신한 책방 주인 김현숙·류효순, 탁아운동에 동참했다가 정치인이 된 홍미영 등이다.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진실을 믿지 않는 다큐멘터리스트로서 김미례의 면모는 이 드러나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주목에서 확인된다.
김미례는 2003년부터 대략 3년에 한편 정도 장편다큐멘터리영화를 연출했다. 주로 현장에 살며 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조건, 일상에 초점을 둔 영화들이다. 그는 레미콘 운전
무명(無名)의 투지 – 김미례 감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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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김미례 감독이 1970~80년대 노동, 빈민, 탁아운동을 하던 지역 여성 활동가들의 삶에 진입했다. <열 개의 우물>은 인천 만석동과 십정동을 중심으로 빈곤과 파업 속에서 서로를 지켰던 여성들의 기억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의미의 강박을 내려놓은 자리에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와 감정의 조각들을 새겨넣은 이 작품을 통과하고 나면, 짐짓 무상한 수다체로 회고된 기억들이 저마다 진동하는 듯한 오랜 여진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때, 그곳에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여성들로부터 김미례 감독은 “자기 삶의 터전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 사회의 토대를 지탱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읽는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호기로운 구호가 아니라, 나뭇잎이 조용히 흔들리는 풍경의 일부처럼 유유히 스민다.
- 운동가로서의 대의보다는 개인의 삶, 그 안에서 의미화되기 어려운 감정과 경험이 수수한 대화들 속에 수렴되어 있다. <열 개의
[인터뷰] 여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열 개의 우물> 김미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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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장편영화는 199편이다. 한해에 만들어지는 국내 장편 독립영화의 수가 200편 내외라고 가늠할 수 있다. 이중 극히 일부만이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개봉지원을 받아 극장에 걸린다. 개봉지원을 받지 못한 대개의 독립영화는 유수의 영화제를 순회하며 호평받았더라도, 일부 관객의 큰 감응을 불렀더라도 더 많은 이들과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 극장뿐 아니라 언론매체를 통한 관객과의 만남도 적을 수밖에 없다. 영화가 만날 수 있는 관객이 제한적이다보니 영화에 대한 담론 역시 활발하게 형성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극장개봉이란 산업의 제도권 바깥에서 영화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이중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여러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고 수상한 손구용 감독의 <공원에서>(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등)와 최승우 감독의 <지난 여름>(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 등), 김이소 감독의 <나선의 연대기>(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등)
영화의 공간성을 고민하다, 미개봉, 미개봉 지원 독립영화의 힘 - <공원에서> <지난 여름> <나선의 연대기> <잠자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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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2~3만 관객을 이끌며 주목받은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 <장손>엔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그녀, 딸, 장손과 같은 포괄적 의미의 대명사를 제목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세 작품이 유사하게 취하려 하는 영화적 전략을 고스란히 예견하는 대목이다. 세 작품은 특수한 사건이나 인물, 혹은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것이 얼마나 우리 주변의 보편적 안건인지를 드러낸다. 더하여 누구나 그 보편적인 이야기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관객에게 부담 없이 주지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 관객수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적절히 소구할 수 있는 서사적 방법론으로 작용했다. 독립영화의 주제적 다양성을 개성 있게 펼치는 한편, 보편타당한 내러티브를 적용한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성과를 낸 것이다. 비교적 관객이 적게 든 <해야 할 일>도 위 세 작품의 논리를 비슷하게 적용하지만, 결말에서 다소간의
보편적인 (독립)영화가 되어 -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 <장손> <해야 할 일>, 서사구조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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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이후로도 극장은 좀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2024년엔 몇몇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지난 2월 개봉한 <파묘>, 4월 개봉한 <범죄도시4> 두편이 누적 관객수 1천만명을 넘어섰고 7월에 개봉한 <파일럿>이 471만명, 9월 개봉한 <베테랑2>가 751만 관객을 모객하며 흥행했다. 몇몇 작품에 주목도가 쏠린 상황 등에 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겠으나 앞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상업영화의 경우 화제성을 이끈 작품이 분기별로 존재했던 셈이다. 독립영화 진영은 어떨까. 올해 두드러지는 특징은 독립영화 개봉작 수, 그리고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의 장르 및 주제가 상하반기에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상반기부터 살펴보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독립예술영화 흥행 10위권에 든 한국영화는 총 3편으로 그중 1위에
‘스크린 확보라는 오랜 어려움에도’, 2024년 3분기 독립영화의 약진을 분석하다 - <장손>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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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수의 독립영화가 하반기에 집중돼 개봉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도 <한국이 싫어서> <딸에 대하여> <장손> <그녀에게>가 모두 2만 관객 고지를 넘어섰지만 이 네 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하반기 독립영화 개봉작들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관객을 불러모으지 못하고 있다. 한정된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 개봉작들이 3분기에 대거 밀집된 이유는 무엇인가. 편중된 관객의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24년 서울독립영화제의 개막을 앞두고 한국 독립영화계가 마주한 어려움과 그 속에서의 가능성을 분석해보았다. <장손>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를 중심으로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 사업의 변화가 미친 영향, 그리고 흥행작들의 서사구조를 확인했다. 또한 <공원에서> <지난 여름> <나선의 연대기> <잠자리 구하기>와 같은 미개봉, 미개봉 지원 독립영화들의 특징을
[특집] 움트는 독립영화, 징후와 가능성 - 2024년 3분기 독립영화 흥행의 재구성 <열 개의 우물> 김미례 감독론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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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운정 연 스튜디오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이 가능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자랑한다. 드라마, 영화 등 큰 규모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작품부터 뮤직비디오, 광고, 웹·유튜브 예능프로그램, 팬미팅, 쇼케이스, 온라인 라이브 같은 소규모 작업까지 전부 소화가 가능하다. 배우 송강의 온라인 팬미팅, 가수 세븐틴의 온라인 합주 공연도 운정 연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13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와 300평, 200평의 규모가 다른 2개의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성식 운정 연 스튜디오 대표는 “두 스튜디오의 크기가 달라 작품별로 촬영 규모와 목적에 맞춰 스튜디오를 대여할 수 있다. 특히 20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간단한 인서트숏이나 작은 규모의 촬영이 있을 때 편리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두 스튜디오가 인접한 거리에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해당 부지는 넓은 면적을 활용하여 50대
[기획] 현장 스태프를 위한 고급화, 작업 완성도를 위한 최적화, 운정 연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