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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필감성 감독, 피해자 황정민의 모습이 궁금했다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21-09-02

배우 황정민이 인질로 납치된 자신을 연기한다.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생생한 설정과 과감한 신인배우 기용 덕분에 영화 <인질>은 개봉 2주째 74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필감성 감독이 중국 배우 오약보가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구출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한 프로젝트다. <무사>(감독 김성수, 2001), <결혼은, 미친 짓이다>(감독 유하, 2002),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 2004)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고, 여러 영화의 연출을 준비하던 그가 <인질>로 감독 데뷔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년. 필감성 감독은 “오래 기다린 만큼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의 어떤 면에 흥미를 느꼈나.

=범죄 사건 실화를 다룬 해외 다큐멘터리를 통해 실제 사건을 접했는데, 배우가 납치된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너무 궁금했다. 오약보가 어떤 배우인지 잘 모르니까 여러 상상을 했는데 액션 배우라면 몸을 활용해 탈출을 시도했을 거고, 연기파 배우라면 연기력으로 범인을 속였을 것 같았다.

-유덕화가 출연한 중국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2015) 또한 그 사건을 재구성했다. <세이빙 미스터 우>가 경찰이 유덕화를 구출하는 서사라면 <인질>은 황정민이 직접 탈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실제 사건에 관심이 생겨 관련 자료를 검색해보니 이미 <세이빙 미스터 우>가 나왔더라. 그 영화를 포함해 중국의 <수사반장>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이 여러 차례 다뤄졌다. 그런데 <세이빙 미스터 우>도, 방송 프로그램도 경찰이 배우를 어떻게 구출했는지를 중심으로 다루더라. <인질>은 황정민이 직접 탈출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납치되는 스타가 왜 황정민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배우가 납치돼 온몸이 의자에 꽁꽁 묶인 채로 영화의 중반부까지 전개되다보니 카메라가 배우의 상반신 위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도 서사를 노련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공력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액션 신이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기 때문에 액션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관객 입장에선 배우가 어떻게 갑자기 싸움을 잘할 수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그간 황정민 배우가 많은 역할을 연기해왔지만 범죄 사건의 피해자였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피해자 역할을 맡은 황정민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황정민을 납치하는 범인은 신인배우들이 맡았다. 김재범, 류경수, 정재원, 이호정, 이규원 등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 덕분에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더라.

=납치범을 연기하는 배우는 무조건 신인이어야 했다. 장르영화지만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가 필요했다. 황정민 배우도, 제작사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특히 황정민 배우는 젊은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었다며 좋은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오디션을 통해 천명이 넘는 신인배우를 만났는데 그중에서 납치범 하면 흔히 떠올릴 법한 이미지는 배제했다. 어디로 튈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측하기 힘든 이미지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를 찾으려고 했다.

-폐쇄된 창고에서 벌어지는 영화의 초반부는 자칫 연출을 잘못하면 연극처럼 보일 수 있는 시퀀스인데.

=그게 관건이었다. 특히 신인배우로선 상대가 황정민이라 그와 함께 연기하는 것 자체가 긴장될 수 있으니 그들의 즉흥연기에 기대기보다는 촬영 전 주요 시퀀스를 완벽하게 연습했다. 외유내강 건물 지하의 빈 공간에 소품을 세팅해 주요 시퀀스를 실전처럼 리허설했다. 황정민 배우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덕분에 신인배우들과 친해졌고, 현장에서 수월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납치범 무리의 리더 격인 최기완을 연기한 배우 김재범은 머리카락을 위로 올렸을 뿐인데 인상이 완전히 달라져 강렬해 보였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최기완이 혼자 머리카락을 자르는 설정이었다. 김재범 배우가 캐스팅된 뒤 어떻게 연출할까 고민했는데,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올리니 완전히 다른 인상이 돼 깜짝 놀랐다. (웃음)

-극중 황정민이 납치범이 보는 앞에서 전화 연결된 박성웅에게 자신이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최철기(<부당거래>에서 황정민이 맡은 광역수사대 형사)와 서도철(<베테랑>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광역수사대 형사)을 암호처럼 얘기하는 장면은 재기가 넘치더라.

=납치범 앞에서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을까. 매니저만 알아차릴 수 있는 코드가 뭘까 생각했는데, 황정민 배우가 형사 역할을 많이 맡았으니 그 이름으로 설정하자 싶었다. <부당거래>와 <베테랑>에 오마주도 바치고 싶었고. 실제 황정민의 모습이 있고, 내가 생각하는 황정민에 대한 인상이 있으며, 대중이 바라보는 황정민에 대한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것들을 서사에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첫 장편영화를 내놓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린 나이에 입봉 제안을 받아서 좋았다. 수많은 작품을 준비했는데 촬영에 들어가려다가 멈추고. 캐스팅은 됐는데 투자가 안되고, 투자는 됐는데 캐스팅이 안되고. 그걸 반복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인질>도 크랭크인 날짜가 잡혔을 때 제작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영화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한번도 없었다. 했으면 좋았을 텐데. (웃음) 처음부터 엎어졌더라면 감독의 꿈을 일찌감치 접었을 텐데 계속 들어갈 것 같았으니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심지어 결혼하고 3개월 뒤에 슛이 들어가는 작품도 있었는데 그 또한 촬영 직전에 엎어졌다.

-다음 작품은 좀더 빨리 볼 수 있을까.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빨리 준비해야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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