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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한국영화 [2] - 핫이슈 ②
권민성 2006-01-20

3. ‘억!’ 소리 나게 큰 킹 크랩 - 판타지 리얼리즘 대작

<괴물>

올해에는 100억원의 대작들이 세편이나 기다리고 있다. <괴물> <중천> <한반도>가 그것. 우리 사회의 현실에 판타지를 섞는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이다. 우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제목과 달리 할리우드풍 괴수영화는 아니다. <플란다스의 개>의 인물들이 그랬듯, 주인공은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빈둥빈둥 살아가는 소시민 박강두(송강호)와 그의 가족이다. 가족 중 유일한 대졸자라고 거들먹거리는 남일(박해일), 양궁을 할 때 외엔 나사 풀린 듯한 느낌의 남주(배두나), 그리고 이들을 모두 건사해야 하는 아버지 희봉(변희봉)까지. 그러던 어느 날, 강두의 딸 현서(고아성)가 괴물의 입속으로 통째로 들어가는 사건이 터지면서 괴물에 대항한 가족의 사투가 시작된다. <살인의 추억>에서 80년대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준 봉 감독식 시대정신이 110억원이란 자본력과 CG 기술을 만난다니… 오, 벌써 가슴이 벌렁벌렁해지지 않는가?

김태희-정우성 주연의 <중천>도 순제작비 90억원에 중국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판타지 무협 대작이다. ‘중천’은 육체가 죽은 뒤 영혼이 49일 동안 머물며 승천을 준비하는 공간. 통일신라 말기 왕실 퇴마(退魔)부대인 처용대 소속 병사 이곽(정우성)은 우연히 중천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오래전 죽은 연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 소화(김태희)를 만난다. 문제는 소화가 맞서 싸우는 중천의 반란군이 바로 관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처용대 동료들이란 것. 사랑과 의리 사이의 갈등이라는 고전적 테마가 비주얼에 묻히지 않고 얼마나 제대로 형상화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반도>

한편,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는 가상 미스터리 역사극이다. 근미래, 한반도가 통일을 눈앞에 둔 시점, 일본의 방해가 시작된다. 위기의 한반도를 구하기 위해선 조선 왕조의 몰락과 함께 무덤에 묻힌 채 100년 넘게 간직돼 온 역사적 비밀을 풀어야 한다. 조재현이 수수께끼를 풀려는 사학자, 안성기가 한국 대통령, 강신일이 조재현을 돕는 도굴꾼, 그리고 차인표가 국가정보원 요원 역을 맡았다. 그간 <실미도> <공공의 적> 등 사회적 사안에 직사포를 쐈던 강 감독. 100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다양한 특수효과 등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그의 포탄이 과연 이번엔 어떤 모양으로 한반도에 발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도 판타지적 대작이 될 전망이다. 박찬욱 감독의 고화질(HD) 프로젝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스스로를 전투용 사이보그라 착각하는 사춘기 소녀가 자신이 발명한 기계로 타인의 영혼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 인류와 기계가 전쟁 중이며 자신이 기계 세력을 대표하는 로봇이라는 망상증을 갖고 있는 소녀는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괴상한 병을 앓고 있는 여러 환자를 만나게 된다. 망상증 소녀 역은 박 감독 영화의 롤리타 강혜정이, 청년 역에는 아시아 스타 비가 캐스팅됐으며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4월경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관련 영화 보기 <괴물>, <중천>, <한반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4. 샌드위치만 끼어 있으란 법 있냐? - 외출 나온 작가들

올해는 유난히 작가 출신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우선 개봉 전부터 스토리, 의상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음란서생>.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썼던 김대우 작가의 데뷔작에 대한 기대는 확실히 이례적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발칙한 이야기를 담아냈던 <스캔들…>에 이어 그가 이번엔 음란소설에 빠진 사대부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윤서(한석규)는 <흑곡비사> 시리즈로 장안을 강타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윤서는 삽화를 넣어보자고 결심하고, 정적인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제안한다. 당파가 달랐던 두명의 사대부는 음란소설을 통해 차츰 친구가 되어간다.

<음란서생>

<음란서생>

음란소설은 아니지만 코미디영화를 통해 친구가 된 작가들도 있다. 바로 이해준-이해영 작가 겸 감독. ‘형제 아니냐?’, ‘둘이 사귀냐?’ 등 숱한 오해 속에서도 <신라의 달밤> <품행제로> <안녕! 유에프오>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시나리오 공동 작업에서 최고의 궁합을 보여줬던 두 사람이 드디어 자신들의 작품을 연출한다. 그들의 첫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제목에서부터 웃음이 삐져나오는 코미디영화. 키 170cm, 몸무게 120kg. 출렁이는 물살의 소유자 슈퍼돼지 오동구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고 있다. 언젠가 완벽한 여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한 뒤 마돈나의 춤과 노래를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성전환 수술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에게 수술비 500만원은 너무 큰 액수. 어느 날 ‘인천시배고등부씨름대회’ 우승자의 장학금이 500만원임을 알게 된 그는 ‘남자’처럼 웃통을 벗어젖히고 모래판에 서야 하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 앞에서 갈등한다. 올봄에 촬영에 들어갈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 류덕환, 재치있고 등발 좋은(?) 힙합가수 수파사이즈 등이 출연한다.

충무로의 ‘멀티플레이어’ 김해곤 작가도 <보고 싶은 얼굴>로 데뷔 감독 반열에 오른다. 그는 <파이란> <블루>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라이방> <굳세어라 금순아> <블루> <달콤한 인생>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 등에 출연한 단골 조연 배우이기도 하다. <달콤한 인생>에서 두꺼운 털옷을 입은 채 이병헌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치던 남자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의 데뷔작은 1998년 영화진흥공사(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 우수상을 받았던 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 동대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고 있는 영운(김승우)이 화끈한 룸살롱 아가씨 연아(장진영)와 사랑에 빠지지만 약혼녀 때문에 갈등한다는 이야기. 터프한 갱이 눈물이 솟구치는 멜로드라마의 메가폰을 잡는다는데, 갑자기 간지러운 웃음이 터지는 것은 왜일까?

관련 영화 보기 <음란서생>, <천하장사 마돈나>, <보고 싶은 얼굴>

5. 머시멜로처럼 달콤하다 - 멜로의 여왕은 누구?

<데이지>

2006년에 개봉할 영화들 중 가장 강세를 보이는 장르는 멜로다. 제작 편수만 해도 30여편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 멜로의 득세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짧은 기간 동안에 만들 수 있는데다, 위축된 경제 사정으로 위로받고 싶어하는 관객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그 영향으로 차기 멜로의 여왕 자리를 노리고 있는 여배우들도 줄을 잇는다.

우선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갈등을 그리는 <데이지>의 전지현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유위강 감독의 이 영화에서 그녀는 국제경찰 정우(이성재)와 킬러 박의(정우성) 사이에 선 거리의 화가로 등장한다. 어느 날 박의에게 다음 암살 타깃으로 정우의 사진이 도착하면서 세 인물의 사랑은 아픔으로 치닫는다.

‘지우 희메’의 새 영화 <연리지>도 기대를 모은다.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도 쓰이는 말. 사랑을 게임으로만 생각하고 가벼운 만남만 지속해온 남자 민수(조한선)는 우연히 만난 혜원(최지우)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시한부 전문 배우(?) 최지우는 <천국의 계단>에서 보여줬던 슬프지만 밝은 캐릭터를 또 한번 선보이며 다시 한번 눈물을 펑펑 쏟아낼 듯.

설경구-송윤아 주연의 <사랑을 놓치다>는 대학 시절 친구로 지내다 10여년 뒤 다시 만난 남녀의 이야기다. 연수(송윤아)는 자신을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우재(설경구)를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훗날 동물 병원의 수의사가 된 연수는 우연히 파출소에서 우재와 10년 만에 재회한다.

<사랑을 놓치다>

<가을로>

우연찮게도 10년의 긴 시간 동안 사랑 때문에 울었던 여자는 또 있다. <가을로>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희생자가 된 김지수다. 사고로 죽은 민주(김지수) 때문에 10년째 괴로움에 시달리는 현우(유지태) 앞에 어느 날, 한권의 노트가 배달된다.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트는 10년 전 민주가 현우를 위해 준비한 특별 선물. 노트를 보며 민주의 여행 여정을 따라 나선 현우는 그 길 위에서 새로운 여인 세진(엄지원)을 만나게 된다는 줄거리의 연애 로드무비다. 핵심 사건이 될 백화점 붕괴 사고 장면은 실제 건물의 1/5 크기로 세트를 지어 촬영한 뒤, 후반작업 때 주변 광경 등을 합성할 것이라고. 또 강력반 형사와 명망가 며느리의 벼랑 끝 사랑 이야기 <로망스>에서도 김지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남편의 과도한 집착과 광적인 사랑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한 슬픈 여자 윤희가 거친 형사 형준(조재현)의 사랑과 남편의 질투를 동시에 받는다는 내용. 지난해 <여자, 정혜>로 사랑받은 이후 두편의 멜로드라마를 연달아 선보이게 된 김지수는 올해 가장 강력한 멜로 여왕 후보다.

관련 영화 보기 <데이지>, <연리지>, <사랑을 놓치다>, <가을로>, <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