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기자의 프런트 라인]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미래에 떨어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몸에서 떨어져나와 낯설게 겉도는 감각. 내 마음과 생각은 어린 시절 그대로인데 주변만 너무 빠르게 변해버렸다는 자각과 함께, 비로소 나이를 먹었다는 걸 실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간다는 의미다. 각자 주어진 사회적 위치에 따라 요구되는 규범들이 있다. 본래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외투가 한겹씩 더해질 때마다 마음도 함께 늙어간다. 당연하게 감당했던 무게에 짓눌려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 침대에 파묻혀 가라앉는 것이 축 처진 내 몸인지, 괜찮은 척하다 마비되어버린 내 마음인지 분간이 안될 즈음이면 마지막 발버둥으로 과거를 되돌아본다. 손끝만 스쳐도 두근거리던, 스치는 바람에도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던, 생기 넘쳤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외투를 한장씩 벗어본다. 미처 늙지 못한 원래 나의 모습, 어리석고 실수도 많았던 시절의 기억들을 복기해본다. 그게 잘 안되면 영화나 책, 드라마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이하 <2521>)를 보며 오랜만에 의지와 상관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았다. 그게 굳이 영화비평을 위해 마련된 지면에서 또 한번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의 전부다. 좀더 보태자면 왜 좋았는지 스스로 납득할 만한 변명을 하고 싶었다.

<2521>이 빼어난 예술적인 성취나 시도를 보여준 작품은 당연히 아니다. 인간 내면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형식적인 실험을 할 리도 없다. 그저 한없이 예쁘게, 익숙한 요소들을 잘 포장한 복고 트렌드의 청춘물이다. 적당히 기억에 남을 만한 명언을 날려주고, 간혹 감각적인 연출이나 화면을 통해 공감 갈 수 있도록 전달한다. 빤하고 식상한 공식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낯 간지러운 대사마저도 배우와 캐릭터의 힘으로 납득시키는 전형적인 기획 상품이다. 한데 이 빤한 공식들의 집합체가 왜 이리도 깊숙이 박혀 나를 뒤흔드는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간극을 좁혀보려 몇 가지 결정적 장면들을 더듬어봤다.

청춘이라는 필터, 복고라는 판타지

오프닝 장면부터 빵 터진다. 3:4 화면비에 비디오테이프의 질감을 재현한 오프닝 시퀀스는 <2521>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분명하게 과시한다. IMF 시절 몰락한 부잣집 도련님과 펜싱 국가대표를 꿈꾸는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2521>은 배경이 되는 시대 좌표에 맞춰 TV 혹은 비디오 화면의 복고 감성을 재현했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화면, 살짝 떨어지는 채도는 그 시절의 감성을 자극하는 필터를 카메라 앞에 하나 덧씌워 시청자의 마음을 열어젖힌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2521> 방식의 재현은 살짝(혹은 일부러) 어긋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보자마자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이 촌스러운 화면은 일종의 패러디, 그러니까 과거의 특정 요소를 가져와 스타일을 일부러 과장한 경우에 가깝다. 실은 거의 대부분의 복고 트렌드가 같은 맥락이다. 복고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과거를 정확히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에 있다. 사실 복고는 스타일에 대한 유희다. 실제로 추억을 자극하는 요소보다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질감을 바라본다는 행위가 중요하다.

이른바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절을 자꾸 되돌아보는 건 엄밀히 말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차라리 내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저랬어야 했다는 ‘만약에’를 향한 상상에 가깝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바랐던 것을 실현시켜주는 판타지라고 해도 무방하다.

<2521>은 전체적으로 플래시백의 서사 구조를 취한다. 주인공의 딸이 엄마의 일기를 통해서 엄마의 학창 시절을 들여다보는 형식인데, 직접 겪은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한편의 이야기처럼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이 중요하다. 요컨대 <2521>은 있었던 기억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외부에서의 재구성에 가깝다. 그리하여 IMF가 터진 90년대는 실제 현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스타일로 소비된다. 힘들지만 낭만이 있던 시절. 골목길이 동네 사람 모두의 마당이기도 했던 시절.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태도야말로 복고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복고는 판타지다. 대체로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과거는 ‘리얼’이 아닌 ‘리얼리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진짜 그랬다’는 진실을 대면하는 대신 껍데기를 흉내내면서 적당히 거리를 벌리는 걸 목적으로 한다. 90년대 말 TV의 질감을 기억하는 이들이 <2521>의 오프닝이나 디테일한 재현(이를테면 슈퍼 앞에서 먹는 슬러시나 만화대여점 등)을 보고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에 잠긴다면 그건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복고의 효과는 우리를 과거로(<2521>의 경우엔 90년대 말로) 데려가는 것에 있지 않다. 과거로 포장된 가상의 공간, 때때로 아픔까지 아름답게 포장되는 치유의 시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 “한달 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시대가 날 살렸다는 이야길 들었다”는 나희도(김태리). <2521>의 목적지는 IMF 시절이 아니라 그토록 엄혹했음에도 빛났던 우리의 청춘이다. 실패와 압박조차 달콤했던, 네가 있어서 빛날 수 있었던, 누구나 지나왔을 그 시절.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 미처 듣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해준다. 존재하지 않은 기억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좋겠다.

2화 말미 나희도는 방송반에서 고등학생 시절 백이진(남주혁)이 남긴 방송 테이프를 듣는다. 그 속의 백이진의 목소리는 자신만만하고 생기 넘친다. 잠시 뒤 나희도는 부도를 낸 아버지를 쫓아온 채권자들에게 시달리는 백이진의 모습을 마주한다. “해드릴 게 없어 죄송하지만 사죄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절대 행복해지지 않겠다”는 백이진에게 나희도는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 “난 니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덞의 나 같아.” “돌아가고 싶어?” “절실히.” “뭐가 제일 그리운데.” “그냥 그때의 걱정들이 그리워. 숙제가 너무 많고, 방송부 선배들이 너무 무섭고, 축제 때 무대에서 실수할까봐, 좋아하는 여자애가 나 안 좋아할까봐. 뭐 그런 걱정.” 생계와 미래가 막막해진 백이진이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정은 우리가 각자의 청춘을 바라보는 시점과 닮았다. 당시에는 세상 무엇보다 커다란 고민들이었을 테지만 이제 와서 보니 부스러기 같은, 시간의 빛을 받아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그 고민들이 예쁘다. 예쁜 만큼 오늘의 내 처지가 가엽다. 가여운 만큼 그 시절의 반짝이는 순간들에 더 아름답게 몰두한다. 그 시절의 어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지나온 자신을(우리를) 빛나게 해줄 더할 나위 없는 무대다. <2521>이 굳이 IMF를 고른 건 어둠의 골이 가장 짙은 시대라는 보편적인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제일 힘겨운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청춘의 판타지가 가능한 다채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 시절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 지금의 내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521>은 나희도가 애착하는 만화책 <풀하우스>처럼 판타지의 엑기스다. 그리고 판타지의 목적지는 대체로 대리만족이다. 구체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해도 좋겠다. 백이진 같은 훤칠하고 훈훈한 남학생과 나희도처럼 밝은 에너지로 똘똘 뭉친 귀여운 여학생은 (철저히 좁아터진 내 경험에 근거하여) 나의 이웃과 친구가 아니다. 내 기억 속 내 자리는 복도에서 보드 타고 지나가는 핵인싸 문지웅(최현욱)을 신기하게 보며 길을 터주던 학생 A였다. 하지만 <2521>은 나를 내가 한번도 속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이들의 옆자리로 데려다준다.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기억들은 청춘이라는 필터를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만약에’의 순간에 나(시청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사실 이건 특별할 것 없는, 대다수 복고 서사의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서 <2521>의 연출력과 연기가 빛을 발한다. <2521>은 디테일한 시대 고증과 상황들을 놓치지 않되, 그것을 가장 예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는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감각적인 그림엽서를 그린다고 해도 좋겠다. 작가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럴듯한 ‘if’의 상황들을 만들고, 감독은 색다른 시점으로 인물들을 하나의 풍경처럼 스케치한다. 물론 핵심은 여기에 생기를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다.

보통 대리만족, 가상체험은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일수록 효과적이다. 백이진과 나희도의 캐릭터, 남주혁과 김태리의 비주얼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너무 순정만화 같아서 그저 흐뭇한 시선의 자리에 머문다. 거기에 삽화풍의 카메라앵글이 들어가면 다시 한번 거리 조정이 이뤄진다. 2화에서 낡은 슈퍼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찍을 때 거대한 나무를 앞에 두고 한폭의 그림처럼 담아낸다. 학교 운동장에서 수도꼭지를 분수로 만들고 한참을 장난친 뒤 흠뻑 젖은 두 사람은 그야말로 싱그러운 초록빛에 감싸인다. 밝고 긴 터널 앞에 두 사람이 서 있고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 숲속처럼 푸른 수목이 사방에 휘감겨 있는 한장의 이미지. 이건 설사 물리적으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실재하는 풍경이라 보기 힘들다. 길지만 밝은 터널, 초여름 같은 생기, 어두운 밤이지만 싱그럽게 빛나는 초록의 색감, 그 앞에서 마주 보고 있는 청색과 흰색 옷의 두 남녀까지, 청춘이란 단어 안에 담긴 의미들을 상징화하여 고스란히 그림으로 옮겨 담은 쪽에 가깝다. 천천히 멀어지는 카메라와 함께 화면 위에 텍스트 이미지가 한줄씩 세로로 박힌다. “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한때 “여름이었다”라는 문장이 일종의 밈처럼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감성을 완전히 폭발시키진 않고 아슬아슬하게 잔이 넘칠까 말까 한 상태로 고여 있는 간질간질한 상태. 살짝 삐끗하면 유치한 중2병의 세계로 넘어가버릴 것 같은, 보는 사람이 살짝 부끄러운 순간들을 응축하고 있는 문장이다. <2521>이 청춘을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일상과 현실 속으로 가져오면 낯 부끄러울 정도로 살짝 감정이 과잉된, 유려한 문어체의 통찰 같은 명언들도 곳곳에 도배되어 있다. 전학이 가고 싶어 사고를 치려는 나희도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백이진은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왜 법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지 알아?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날 일이 네 상상의 범주 안에 있을 것 같아? 이런 데 오면 니 인생에 없어도 되는 일, 없어야 되는 일, 없는 게 훨씬 나은 일들이 생겨.” 나희도는 절박하지만 한발 떨어져 볼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겨우 4살 어른인, 아니 강제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백이진은 그런 나희도가 안타깝다. 물론 이건 일방적으로 훈계할 수 있는 우위의 문제는 아니다. 그 시절에는 그 시절만의 절박함이 있다. <2521>의 진짜 판타지는 그 순간 필요한 말들을 해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을 대신해준다.

나희도는 죄의식에 행복해지지 않겠다는 백이진에게 “나랑 있을 때는 행복해지기로 하자”고 상대를 위로하고, 백이진이 면접에 떨어져 술에 흠뻑 취했을 때 “그 회사가 잘못했네”라고 툴툴거리면서도 편들어준다. 서로의 실패를 마주 보며 “모든 비극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면서 “니 꿈은 우주였으니 우주에서 보는 것처럼 살자”고 한다(여기서 “난 그냥 옆에서 볼래, (너는) 옆에서 봐도 희극이거든”이라고 간질거리게 한발 더 나아가는 것, 그게 허용되는 훈훈함이 <2521>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건 꼭 주인공들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졸을 받을 수 없다는 방송국장에게 나희도의 어머니인 아나운서 신재경(서재희)은 IMF 시대이기에 고졸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다. 백이진이 방송국에 입사하기 위한 복선이긴 하지만 어른들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다. 시합에서 위기에 몰린 나희도에게 코치 양찬미(김혜은)는 “너를 못 믿겠으면 너를 뽑은 나를 믿으라”고 한다. 확신은 나이와 관계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일은 언제나 불확실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2521>은 다양한 상황을 빌려 그때 내가 들었어야 했던 말, 지금 우리가 필요한 말을 건넨다. 물론 대사는 닭살 돋고 진부할 수 있다. 문제는 전달 방식과 타이밍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빛나는 청춘의 순간들 속에서, 나는 지나온 과거 대신 오늘의 위로를 마주한다.

존재만으로 채워지는 그리움의 시청각화

16부작 드라마에서 겨우 6부까지 보고 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앞선 모든 설명은 사실 나희도 역의 김태리 배우의 존재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스테레오타입의 기획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할을 소화하는 스타의 캐릭터성이 절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리의 생기발랄함은 이 작품 전반의 톤을 결정 짓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천연덕스러운(혹은 의도된) 무지함이 있다. 나희도와 백이진은 누가 봐도 열렬히 연애 중인 상태의 말과 마음을 주고받고 있음에도 아무도 관계를 제대로 세팅하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는 나희도는 묻는다.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 백이진은 답한다. “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라고 말한다. “니가 노력하면 나도 노력하고 싶어져. 니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져. 너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을 잘하게 해. 내 응원은 그런 너에게 보내는 찬사야. 그러니까 마음껏 가져.” 달콤함과 유치함의 치사량을 넘는 이 직설적인 고백에도 두 사람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애매한 상태를 유지한다. 낯 간지러울 정도로 낭만적인 대사를 쏟아내면서도 모른 척하는, 이른바 갭 차이는 덕질에 불을 붙이는 필수 요소다. 본인의 매력을 본인이 모를수록(모르는 것처럼 보일수록)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이 붙는 법이다. <2521>은 당사자들 빼고 모두 아는 애매모호함, 썸의 의인화를 동력 삼아 그리움의 집을 짓는다.

그리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한 그리움이다. 향수병은 기본적으로 메워지지 않는 상실을 동반한다. 빈자리의 크기를 인식하고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리하여 괴로움마저 끌어안는 과정은 되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종류의 그리움이다. 다른 하나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 시절 내가 미처 하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결핍은 다양한 이야기 매체와 상상력을 통해 채워지곤 한다. <2521>이 자극하는 건 당연히 후자의 그리움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은 사실과 기억의 재현이 아닌 욕망과 판타지의 영역에 있다. <2521>은 청춘이라는 필터를 거쳐 그리움의 감각을 시청각화한다. 2화 엔딩에서 김윤아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5화 엔딩에서 원슈타인의 <존재만으로>와 함께 꾸려지는 뮤직비디오 시퀀스를 보는 순간 딱딱한 굳은살이 벗겨지고 마음이 말랑해진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지금,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려내는 것. 시나마 청춘의 감각을 만끽한다는 것.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말하는 유일한 이유. “그때는 아직 네가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김윤아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