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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에 두려움은 없다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1-11-18

<유미의 세포들> <마이 네임> 배우 안보현

“진짜 안보현 맞아?”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방영되기 전부터 구웅으로 분한 안보현을 본 모두가 놀랐다. 장발과 수염,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까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악역 장근원의 매서움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답답하다 여길 정도로 매사 느리고 여유 있는 구웅을 지나, 드라마 <마이 네임>에서 안보현은 날렵하게 움직이는 형사 전필도가 되었다. <마이 네임>과 <유미의 세포들>이 공개된 2021년은 앞으로 배우 안보현이 보여줄 변화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분기점이 됐다. 차기작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또 다른 변신을 시도 중인 그를 만났다. 배우 안보현의 인터뷰 영상은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인터뷰 전날 밤 SNS에 “필도가 그립다”라고 업로드를 했더라. <마이 네임>의 필도가 유독 애정이 많이 가는 인물인가.

<마이 네임>과 <유미의 세포들> 전부 그립긴 한데, 최근에 팬들이 필도 영상에 태그를 많이 걸어주셨다. 그걸 보고 생각이 나서 새벽 3시 감성으로 하나 올려봤다. (웃음)

- 필도가 실제 자신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다던데 특히 어떤 점이 그랬나.

필도는 형사로서 굉장히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면이 있다. 나도 어릴 때부터 복싱을 했는데 개인 운동이라 혼자 부딪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힘든 일과 상처를 남과 공유하는 대신 혼자 삭이며 이겨나가는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됐다.

- <그것이 알고 싶다>부터 누아르영화까지, <마이 네임>을 준비하며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다고.

마약 수사대를 직접 볼 일이 없지 않나.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형사의 외형이나 실제 날것의 느낌을 많이 참고했다. 영화도 <부당거래> <신세계> <사생결단> 등 여러 작품을 찾아 보며 형사의 움직임을 눈여겨봤다.

- 예전 한 인터뷰에서, 촬영 현장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걸 거의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액션 신이 많은 <마이 네임> 현장은 어땠나.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웃음) 액션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합을 잘 맞춰야 해서,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쉽지 않더라. 다만 5명 배우들의 합이 워낙 좋아서 함께 으쌰으쌰 하면서 잘 버텼다.

- 필도는 상체를 쓰는 액션이 유독 많았다. 어릴 때 권투를 해서인지 움직임이 날렵하더라.

확실히 권투를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원래 필도가 유도 선수였다는 전사가 있는데, 내가 필도를 맡으면서 무술감독님이 주먹을 많이 쓰는 것으로 바꿔주셨고 덕분에 능숙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폐차장 액션 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 좁은 공간에서 합을 맞춰야 해서 액션스쿨에서도 제일 처음 연습한 장면인데 실제로 재밌게 잘 마쳤다. 액션이 연습한 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반사 신경이 좋은 편이라 부상이나 부담 요소를 피할 수 있었다.

- <유미의 세포들>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자. 날카로운 이미지를 주로 연기해왔는데 구웅은 둥글고 유한 인물이다.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배우로서도 색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나한테 구웅의 이미지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감독님도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더라. 내가 주로 악역에 가까운 역할을 많이 해서 구웅 역에 잘 어울릴지 반신반의했다고. 그런데 미팅할 때 생각보다 조용하고 섬세해서 웅이의 모습이 보였다고 하시더라.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웃음)

- 드라마 공개 전부터 구웅과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이 많았다.

<이태원 클라쓰>도 원작이 웹툰이었다. 실제 캐릭터처럼 염색하고 올백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은 머리가 짧아도 된다고 하셨지만, 이번에도 <유미의 세포들> 원작 팬들을 위해 과감히 장발을 선택했다. 반은 내 머리고 반은 가발이었다. 또 웅이의 시그니처인 까만 피부를 위해 태닝도 하고 수염도 길렀다. 슬리퍼도 열심히 끌고 다녔고. (웃음)

- 헤어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크게 변하는 편이다.

배우로서 변신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그래서 도전을 많이 하는데 다행히 내가 머리발이 굉장히 심하다. (웃음) 해외 시청자 중에는 필도와 웅이가 같은 배우인지 모르는 분도 많다. 그런 면에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있다.

-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던데 어떤 장면인지 짚어준다면.

감독님이 웃음이 많으셔서 컷을 잘 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컷하지 않는 부분을 애드리브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이 가장 좋아하신 애드리브는 유미(김고은)의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 때 웅이가 배가 아파서 뒤꿈치로 엉덩이를 막듯이 꾹 누르는 장면이었다. 그 뒤로도 현장에 있는 스탭들이 웃으면 된 거 아닐까 생각하면서 했다.

- 필도와 달리 웅이와는 차이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구웅의 행동 중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여자 친구인 유미가 아니라 새이(박지현) 편을 드는 부분도 그랬고, 영화관에 늦거나 유자청에 관해 오해가 생겼을 때도 처음부터 말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고 화를 내는 나를 보면서 내가 웅이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웃음)

- “이 악물고 하면 오래 못 버틴다”는 필도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배우 안보현이 이 악물고 가장 열심히 해본 일은 무엇인가.

(잠시 고민한 뒤) 매 순간 그랬다. 승패가 중요한 복싱도 그렇고 군대나 모델 일, 배우 일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전부 이 악물고 해온 것 같다. 다만 버티기보다 즐기려는 마음이 컸다.

- 운동, 모델, 배우. 지금까지 걸어온 세 분야가 서로 어떻게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하나.

운동은 그보다 힘든 육체적인 고통은 없을 거란 생각으로 매번 마음을 다잡았다. 모델은, 활동을 하면서 배우가 하고 싶어진 거니까 배우 일의 좋은 발판이 돼줬다. 가끔 연기를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모델 했던 추억, 경력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복싱과 모델, 정말 상반되지만 나에게는 좋은 자양분이 됐다.

- 차기작은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이다.

액션이 가미된 드라마이고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풀어나가며 성장하는 검사 도배만 역을 맡았다. 군검사라는 직업을 생경하게들 느끼실 것 같다. 또 군 법정물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들었다. 나에게도 여러모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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