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성실한 간호사 섀넌(미니 드라이버)과 단짝친구인 연극배우 프랜시스(메리 매코맥)는 섀넌의 옛 애인 레이의 도청기를 통해 우연히 금고털이들의 범행을 엿듣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그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섀넌과 프랜시스는 계획을 바꿔 금고털이범들에게 경찰에 알릴 거라는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한다. 조직에서는 이들을 찾아내 없애려는 계획을 세우고 경찰에서도 범행의 단서인 두 여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다.■ Review 두 여인을 중심으로 내세운 거액의 한탕 작전. 그러나 여기서 <바운드>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여기 등장하는 조직은 그렇게 심각하고 비장하지도 않으며 두 여인 역시 매우 수다스럽고 일상적인 여자친구들이기 때문에 영화의 장르를 액션이나 버디무비라고 칭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평범하고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삶에 찾아든 우연한 기회를 매우 능동적으로 이용한 두 여인은 시나리오가 의도한 행운과 유머 덕에 운좋게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거머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탈출이나 삶의 반전이 아니다. 성실한 간호사 섀넌은 환자들을 위해 각종 고가 의료기기들을 병원에 구비해놓는 것이 꿈이고 삼류배우인 프랜시스는 자신의 인생을 좀더 즐기기 위한 새 차를 갖는 게 소원이다.
영화의 원제는 ‘high heels and low lifes’이다. 구두굽은 높지만 인생의 격은 낮다는 거다. 그러나 두 주인공의 인생의 격을 대변하는 코드는 생일인데도 무심하게 대하는 애인과, 삼류연극을 공연하고 만화에 등장하는 외계 토마토의 성우역할을 마지못해 해야 한다는 것 정도이다. 결국 처음부터 높지도 낮지도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은 현실의 반대쪽을 꿈꿔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에도 안전하게 일상의 테두리 내에 머무른다. 익명으로 병원에 의료기기를 전달하고, 원하던 멋진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그들의 목적지는 또다시 따분함의 연속인 도시 한복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허탈한 반전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로 탈출하는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톤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자 한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이는 적절한 설정이었을 것이다.
<미스터 빈>을 연출한 바 있는 멜 스미스는 이번엔 어처구니없는 웃음이 터져나올 만한 유머도, 여성캐릭터에 대한 좀더 세심한 이해를 보여주는 데에도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미녀 삼총사>의 숙련된 훈련이나 치밀한 계획 없이도 느슨하고 헐렁헐렁한 현재의 모습 그대로 요리조리 함정을 피해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다면 그건 꽤나 부러운 삶이 아닐 수 없겠다. 손원평/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