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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염혜란 - 우는 사람은 진주댁 하나였으면 했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7-10-06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 나옥분 할머니와 호형호제하는 슈퍼주인 진주댁은, 전반부 코믹과 후반부 감동을 책임진다. 정감 있는 슈퍼주인이라는 ‘짐작 가능한’ 캐릭터의 선입견을 깨고, 감동을 더한 것은 염혜란이라는 배우의 공이 크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은탁(김고은)을 몹시도 괴롭히는 못된 은탁 이모로 눈도장을 찍었다. “<씨네21>에 실리는 오디션 정보를 보고 오디션 엄청 보러 다녔다. 공연전단 나눠주려 이 건물(<씨네21> 스튜디오가 있는 <한겨레> 본사 건물)도 숱하게 왔는데, 여기서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라며 감회를 전한다.

-나옥분이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안 진주댁이 나옥분을 만나는 장면에서 눈물샘이 폭발한다.

=찍을 때도 그랬는데, 시사 때 보니 그 장면의 느낌이 더 커져 있더라. 정말 어려웠다. 증언집을 많이 봤는데, ‘오히려 나는 이걸 몰라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알고 있어야 연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담이 컸는데 믿기지 않게 두번 만에 오케이가 났다. 정말 오케이인가, 한번 더 찍자고 했다가 더 못하면 어쩌지 싶어 말은 못하고, 원없이 못 찍어서 아쉬움은 남고. 한달 동안 그랬다.

-위안부 소재를 코믹 장르로 풀어냈을 때 우려가 많은 프로젝트였다. 진주댁의 코믹 톤도 관건이었을 텐데.

=감독님이 주신 팁 하나가 있는데 할머니가 위안부라는 걸 알고 난 후에, 이 영화에서 우는 사람이 진주댁 하나였으면 좋겠다 하셨다. 그 안에 많은 말이 담겨 있더라. 진주댁이 나옥분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절이 어땠을까가 유추가 되고, 그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잡히더라. 그전까지 내가 뭔가 채워서 하는 코미디에 익숙해 있었다면 김현석 감독님은 좀 무심한 톤의 코미디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처음엔 어떻게 웃겨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강박을 놓게 되더라.

-나문희라는 대배우와 일대일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과정은 어땠나.

=연배가 비슷하면 어떻게 해보자 의논도 하는데, 워낙 범접할 수 없는 분이다. (웃음) 한번은 선생님이 ‘녹음한 걸 한번 들어볼래’ 하시더라. 선생님은 연습 때 항상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시면서 상대방 대사 읽으시고, 본인 대사 두번씩 읽으시고 그걸 녹음하신다. 그걸 ‘100번 넘게 연습하고 와도 이렇게 못한다. 안 외워진다’ 하시며 본인이 본인을 타박하시더라. 그 녹음한 걸 받아서 미리 연습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도깨비> 이후 비슷한 이미지로 캐스팅 제안은 없었나.

=캐스팅 제안이 전혀 없었다. 다들 좋다고 하면서 왜 뭐가 안 들어와, 이랬다. (웃음)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은 내 마스크가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다. 연극은 15년간 하면서 오히려 고정화된 내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거 같아서 재밌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왔는데, 연기를 시작한 계기로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원래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과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서 처음 무대를 경험했다. 신세계더라. 원래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라 엄마조차 ‘네가 무슨 꼬임에 빠져서 연극을 하냐’며 의아해하실 정도였다. 연우무대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생각보다 영화 출연작이 많더라. <살인의 추억>부터 <밀양>, 최근 <해무> <조선마술사> 등에 단역으로 출연해왔다. 그에 비하자면 늦게 빛을 본 셈이다.

=정말 끊임없이 했다. 그런데 연극이 우선이었고 시간되면 나머지를 하자였지 연극과 영화 중 저울질해서 선택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조금씩 영화를 하다보니 갈급함이 생겼다. 현장에서는 분위기 좋았는데, 막상 한두 신 찍었으니 화면에서는 보이지도 않는구나. 촬영하면서 점차 각 매체의 특성에 눈을 뜨기도 했다.

-주로 개성 강한 연륜이 있는 연기를 소화해낸다.

=바탕이 서민이라 그렇다. 여수 출신인데, 엄마가 시장에서 쌀장사를 하셨고, 할머니가 밭에서 수확해 장사를 하셨다. 늘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나한테는 그 환경에 대한 애정이 있다. 배워서 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내 연기에 묻어나는 것 같다.

-<아이 캔 스피크>는 여성들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여자배우들의 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정말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게 현 영화계의 현실이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연우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유일하게 못생긴 배우여서’라고 했다. (웃음)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도 가능할 정도로 들어 보이는 얼굴이라 점점 경쟁력이 있더라. 이번에 일반적으로 상투적이라고 말하는 ‘아주머니’ 역할도 생명력 있는 역할을 받았다는 게 너무 행운이다.

-차기작으로 신원호 PD가 연출하는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메인 캐릭터인 죄수 중 하나는 아니고, ‘감빵’ 외부인으로 출연한다. 작은 분량이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2017 <아이 캔 스피크> 2015 <조선마술사> 2014 <장수상회> 2014 <해무> 2011 <오직 그대만> 2010 <포화 속으로> 2007 <무방비 도시> 2007 <우리 동네> 2007 <밀양> 2006 <강적> 2004 <바람의 파이터> 2003 <살인의 추억> 연극 2017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2016 <사랑해 엄마> 2015 <맨 끝줄 소년> 2015 <잘자요 엄마> 2012 <쥐의 눈물> 2011 <에어로빅 보이즈> 2000 <최선생> 드라마 2017 <7일의 왕비> 2016~17 <도깨비> 2016 <THE K2> 2016 <디어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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