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저작권 보호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이하 OSP)의 저작물 활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현행 저작권법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면책사항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면책”과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그리고 정보인권운동단체들은 “저작권보다 정보인권이 먼저다”라며 적극적으로 찬성 의사를 표명하였다.
물론 당연하게도 인권이 먼저다. 그러니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가려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컨대 삼진아웃제의 경우, 다양한 논란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인권의 수호와 한-EU FTA, 한-미 FTA의 합의사항 반영이라는 명분을 핑계로, 사회적 이익균형이라는 법률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OSP는 자신의 서비스 안에서 침해행위가 일어나는지를 모니터링하거나 그 침해행위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102조3항)고 되어 있음에도, “OSP가 제공서비스를 통해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는지 감시할 ‘일반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최재천 의원실 보도자료)며 “책임 제한”을 “면책”으로 바꾸어 명문화하고 있다. 더구나 면책을 넘어 “특수한 유형의 OSP의 의무”(104조)를 삭제하여 웹하드 같은 특수한 유형의 OSP에 대한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다.
포털에서 이용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프라이버시가 우선되어야 할 인권적 차원에 대한 감시는 여전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될 뿐이다. 필요하다면 그러한 제한적 범위를 명확히 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이라는 수사를 핑계로 한 전방위적인 면책은 인권을 빙자한 반인권적 행태일 뿐이다.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불법적 판매를 전제로 운영되는 웹하드 사업모델,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인터넷시대 봉이 김선달에 대한 면책이 인권적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인가!
면책은 권리와 의무의 균형 속에서 의미가 있다. 웹하드가 면책의 대상이라면 권리 속에 숨은 자본의 파렴치한 이윤추구를 면책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엔 권리도, 의무도, 인권도 없다. 저작권이 천지창조 이래 당연시 해야 할 권리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회적 이익균형은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인권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 창작자의 권리라는 방패나 산업의 붕괴라는 자본논리를 들지는 않겠다. 하지만 인권과 사회적 권리, 사회적 이익균형에 대한 구체적 범위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얘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본과 국가의 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를 논하다 정작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봉사하는 괴이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을 뿐인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의 저작권 법률안에 따르면,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저작권을 침해하여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이용자 및 게시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대 6개월 동안 이용자 계정 및 게시판의 운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이 아닌 행정부의 명령으로 인터넷 접속권을 제한하는 제도로, 해외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현재 없다. 삼진아웃제와 함께 인터넷 필터링 규제 때문에 국제정보인권단체는 한국을 대표적인 인터넷 검열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