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디스크에 접속했다. 1~2년 전만 해도 보고 싶은 영화 제목만 쳐넣으면 수백개의 파일이 주르륵 떴지만, 이젠 검색어 제한에 걸려 평범한 단어조차 검색이 안된다. 어쩌다 걸려 나온 파일은 제휴콘텐츠로 묶여 있어 1500원을 내야 한다. 웹하드를 듬성듬성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돈을 지불하고 만다. 그러나 좀 아는 사람은 바로 ‘패치’를 다운받아 실행시킨다. 모든 검색어 제한이 풀리고 지하세계가 열린다. 웹하드 업체가 패치를 막겠다고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해도, 12시간 이내에 패치는 다시 뜬다. 패치된 브라우저로 검색을 하면 올해 개봉한 영화들과 개봉 대기 중인 최신영화 수백편이 날짜별로 인덱스돼 나타난다. 7월 개봉한 화제작들도 이미 상단에 다 떠 있다. 이제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받으면 된다. 테라급 하드를 연결하고 ‘모두 저장’을 클릭하면 올해 영화는 모두 내 것이 된다.
파일이 다운되는 와중에도 스트리밍처럼 바로 재생이 되기 때문에 느긋하게 영화만 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생이 안된다. 확인해보니 zip파일로 압축을 해놨다. 약간의 짜증이 일었지만, 블루레이급 파일도 5분이면 다운되는 초고속광통신망이 아니던가. 5분을 기다려 다운받고, 다시 압축파일을 푸는 데 10분이 소요됐다. 그래도 블루레이급이니까, 참기로 한다. 그런데 압축파일 안에는 encrypt라는 새로운 압축 프로그램과 이 프로그램으로 재압축된 영화파일이 들어 있다. 웹하드의 제휴콘텐츠 제한을 회피하는 방법이란다. encrypt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다시 압축을 푸는 데 15분이 소요됐다. 계속 다운되고 있는 저 영화들을 다 보려면 매번 30분을 반복해서 이 짓을 해야 한다. 결국 하드를 빼버리고 IPTV를 켰다.
올해 웹하드 등록제가 시작되고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강화됐다. 다운로드 유저들이 영화 1편을 보기 위해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블루레이급을 받으면 다운 비용만 1400원. 혹시라도 걸리면 합의금이 최소 300만원이다.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냥 IPTV로 보는 게 훨씬 속 편하다. 요즘은 포인트제도가 워낙 발달해 있어서 실제로 돈 낼 필요도 없으니 경제적인 부담도 덜하다.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기술적인 조치와 업로더에 대한 처벌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업로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강력한 조치를 취해도 실제 업로더의 숫자나 유통되는 불법 콘텐츠의 양은 변함이 없다. 그보다 현실적인 효과는 업로더에 대한 압박을 통해 불법 다운로더의 UX(User eXperience)에 불편함을 야기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들을 보다 편리한 플랫폼을 가진 합법시장으로 유인해오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이것이 향후 시장 창출의 핵심이라는 점을 알기에 자사 플랫폼의 UX 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기존의 웹하드 헤비업로더들이 이 부분에서 매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 친구 등록이 되어 있는 헤비업로더들은 주 1회 정기 쪽지를 보내주는데, 거기에는 자신이 엄선한 최신영화 5~6편의 온라인 주소와 해당 영화의 포스터, 스틸사진, 기사 정보, 네티즌 감상평이 함께 링크되어 있다. 또 이들에게 어떤 영화를 보고 싶다고 쪽지를 보내면 곧바로 내가 신청한 영화는 물론이고, ‘이런 영화도 좋아하실 것 같다’며 추천 영화 두세편을 함께 보내준다. 이토록 완벽한 인터랙티브가 가능한 개인 서비스라니!! IPTV나 온라인 VOD에 고이 담겨 클릭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와 내 성향을 감안해 엄선된, 날 좀 보라고 꼬드기는 콘텐츠 중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하게 될까? 홍콩 쇼브러더스 영화 전편을 담아 보내준 그 링크 페이지를 나는 솔직히 삭제할 자신이 없다.
저작권 침해, 음란물 유통, 악성코드 유포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 중이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6월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운영되는 250여개 웹하드 중 74개 사업자만 등록되어 있다. 불법 게시물의 수 역시 웹하드 등록제 시행 전후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다. 미등록 업체에 대한 제재 수위가 벌금 1억5천만원으로 낮고, 온라인 영화 서비스의 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영화진흥위원회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