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를 만드는 일은 발행 주기가 다른 매체보다 지구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다른 발행 주기의 매체들에 지구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간지와 월간지를 모두 경험한 나로선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주간지를 만드는 것은 마치 돌아서면 또 있고 돌아서면 또 있는 오묘한 매력(?), 아니 마력의 신기루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신기루처럼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 강제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마감에 임박해서 사진을 마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촬영한 사진을 미리 보면서 사진을 고르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몇 배수로 고른 사진 중에서 또 마지막 한컷을 골라야 하는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정된 사진의 색감이나 흠집 등을 수정하는 후반작업 시간이 또 필요하다. 이렇게 주간지를 만드는 일이 몸에 붙어 이름처럼 되는 날들이 이어지면 그 표지가 그 표지 같고 그 기사가 그 기사 같은, 감정이 메말라가는 날이 많아진다. 몸에선 그 상태들의 부스러기가 표시를 하며 아우성을 친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여건이 되는 게 아니다. 나에겐 피난처? 휴식처? 하여간 뭐 그런 비슷한 장소가 필요하다.
평소에 사람들에게 내가 하던 말대로 주위를 둘러본다. 문제가 있다면 답도 근처에 있다. 공덕동 시절엔 효창공원이 그랬다.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으면 찾아가던 곳이 효창공원이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비둘기들이 많았지만 그 작은 공원은 그래도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나의 쉼터였다. 공덕동을 떠나 충무로로 왔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것이 그런 장소였다. 그런데 효창공원과는 비교를 넘어서는 남산공원이 버티고 있었다. 올라가본 사람들은 안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장소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위의 회사원들이 간편한 복장으로 걷기에 열중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 한산해지면 본격적으로 운동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다. 친하지 않은 비둘기도 없었고 시끄러운 차들은 물론이고 바퀴가 달린 그 어떤 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이지만 그곳에서는 꿩도 보고 청설모도 볼 수 있다. 그렇게 무작정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남산공원의 지도를 구해서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닌 곳을 형광펜으로 표시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난 그 재미에 빠졌다. 그곳에는 야외헬스장이 있어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고 흙으로 만든 바닥의 배드민턴장이 있으며 그 옆에는 한식당도 있다. 중간에 절도 있지만 아직 들어가본 적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양궁에 익숙하겠지만 이곳에는 흔치 않은 국궁장이 시원하게 위치하고 있다. 숨을 죽이고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들과 나무로 만든 커다란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활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도 가보지 않은 다른 길이 많다. 문제가 해결되고 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해결과는 상관없이 이곳은 나만의 쉼터임이 확실하다. 형광펜이 그려진 나만의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