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인가 친구 놈의 끈질긴 구애로 자전거를 장만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친구 놈이 만날 때마다 자전거를 침 튀겨가며 자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강을 달려봤냐는 둥 한강을 달리다 허기질 때 어디 대교 가면 끓여주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는 둥 자전거 타다 보면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는 둥 한강을 보며 담배를 피워봐야 한다는 둥… 그야말로 칭찬 일색으로 미친 듯이 설득했다.
물론 처음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도 보고 차가 있는데 뭐 하러 자전거를 사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어디 차와 자전거를 비교하냐면서 진정한 신세계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사람을 혹하게 만들었다. 이놈의 특성이 일단 자기는 다 경험해보고 남을 꾄 다음 본인은 거기서 발을 쏙 뺀다는 것이다. 한번은 온라인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일명 와우)에 손을 댄 적이 있었다. 온라인 게임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와우라는 게임의 습성이 어떤지 알기에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의 마수에 걸려버렸다. 뭐 뒷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아픈 기억이…). 언제부턴가 난 아제로스로 모험을 떠나 있었으니까.
어쨌든 무료한 찰나에 자전거나 타볼까 하는 마음도 들고 같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했다. 대충 얼마나 타겠냐 하는 마음에 적당한 가격대의 자전거를 구입하려 했지만 친구 놈의 간섭이 또다시 시작됐다. 이왕 탈 거면 간지나게 타야 한다며 자기 것은 얼마짜리이니 비슷한 걸로 사라면서. MTB는 노티나서 안되고 사이클이 대세라며 미니벨로 스프린터로 사라고 권하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사이클을 사게 되었다(필자 또한 간지를 중요시한다). 하지만 나의 고통이 그때부터 시작되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자전거를 안 탄 지 20년도 넘었고 게다가 사이클은 처음으로 타본 거였다. 구부정한 자세와 남자들만 아는 안장에서 오는 이 아픔…. 허리는 아파오고 안장에서 오는 말 못할 아픔 또한 사람의 정신줄을 들었다 놨다하니 이건 뭐 내가 지금 자전거를 타는지 고문을 당하는지 분간이 안됐다. 친구 녀석은 타다 보면 적응된다며 자전거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서 더 아픈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었지만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첫 라이딩은 아픔으로 시작해 아픔으로 끝나버렸다. 바람을 가르며 폼나게 페달을 밟는 영화의 한 장면을 꿈꿨지만 현실은 쓰디쓴 아픔만을 안겨줬다. 간지라는 건 역시 인내와 고통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나의 자전거는 두번의 라이딩과 함께 겨울을 맞이하여 베란다에 고이 잠들어버렸다. 슬슬 날이 풀리고 있으니 이놈도 그만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지만 부디 올해는 이 아픔을 극복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