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에 들어와 처음 썼던 기획기사는 홍대 클럽데이 탐방 기사였다. 당시 제목이 ‘계급도 성별도 옷차림도 벗어버리고 그냥 그루브하라!’였던가. 심지어 ‘클럽문화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부제도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초년병 시절의 기사를 다시 음미할 배짱은 없다. 2004년. 스물아홉살이었다. 그런 기사. 쓸 수도 있는 거지 뭘.
저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오로지 하나, 클럽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갓 영국에서 돌아와 막내기자로 일을 시작하다보니 매일매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 정말로 정신을 탁 놓아버리는 것이다. 영국에 살던 시절엔 매주 금요일 정신을 놓고 작두를 탔다. 그 시절 그토록 열심히 작두를 타며 에너지를 쏟아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청계천2가 어딘가에서 박수무당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지금보다 돈은 더 잘 벌었겠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내가 아무 음악에나 작두질을 하는 건 아니다. 내 심장은 딱 하나의 박동에만 흔들린다. 사이트랜스(Psytrance)라 불리는 트랜스 음악의 한 장르다. 트랜스는 1980년대에 테크노와 하우스 사이에서 변종적으로 파생된 음악이다. 130~160 bpm의 심술궂을 만큼 빠른 속도. 반복적인 비트. 무아지경(Trance)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 음악에 사이키델릭의 사이(Psy)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사이트랜스가 어떤 장르인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거다. 이건 춤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 주술이다. 밤이 끝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주술이다.
밤은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이다. 몇년 전 런던에 갔다가 겨우겨우 찾아갔던 사이트랜스 클럽에서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사이키델릭한 나염 셔츠를 입은 50대 부부가 다가왔다. 물을 권하던 두 사람은 “90년대에는 이 동네도 진짜 죽였는데…”라는 말을 남기더니 다시 플로어로 달려갔다.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들을 따라 뛰었다. 사람이 평생 작두를 탈 수는 없는 일이다만, 이 나이가 되어서도 사이트랜스가 흐르는 순간 피가 요동을 친다. <블랙 스완>보다는 <분홍신>에 가까운 객기다. 왼쪽 사진은 2002년 브리스톨에서 찍었다. 저 친구는 저 자세로 10여 시간을 내리 춤만 췄다. 마시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다. 사이트랜스는 가끔 흑마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