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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장으로 구성 된 <옥희의 영화>

<옥희의 영화>는 네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각 장에서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은 각각 (남)진구, (정)옥희, 송 교수(감독)로 반복 출연한다. 일단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스크린에 새파란 화면이 가득하다고 해서 영사실을 돌아보지 말자. <옥희의 영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주문을 외울 날’에서는 영화감독이자 시간강사인 남진구의 하루를 보여준다. 남진구는 송 교수에 대한 어떤 소문을 접하지만 자기도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키스왕’에서 영화과 학생 진구는 끈질긴 구애로 옥희의 마음을 얻어 서로 사귀게 된다. 그런데 옥희는 과거에 송 교수와도 사귀었던 것 같고 아직 잊지 못한 것 같다. ‘폭설 후’에서는 감독이자 시간강사인 송 교수의 수업 시간 풍경이다. 폭설 때문에 학생 중 진구와 옥희만 왔고 그들과 송 교수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에 배치된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만든 영화다. 송 교수와 진구, 이렇게 두 사람과 각각 아차산에 갔던 경험의 차이를 놓고 옥희가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다른 존재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과거인 것 같기도 하고 사건이나 사람에 대한 인상만 공유한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신기한 감흥을 일으키는데, 그건 저 유명한 홍상수식 구조와 우연성과 배우들의 빛나는 육체성이 신묘하게 어울려 빚어낸 결과인 것 같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해서 영화가 어렵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홍상수 영화 중엔 어려운 내용의 영화는 없고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만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무한한 감상의 결이 생겨나기 때문인데, <옥희의 영화> 역시 그렇다. <하하하>로 올해 여름을 난 5만 관객이라면 <옥희의 영화>가 더 반가울 듯하다. 영어제목은 ‘Oki’s Movie’(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오! 키스 무비’)이고,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이로써 홍상수 감독은 한해에 칸과 베니스를 동시에 가는 진기록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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