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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첫사랑 <비상>
이주현 2009-12-09

synopsis 시범(김범)은 액션영화의 엑스트라와 피자배달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면서도 배우가 될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수경(김별)을 만나 첫사랑을 경험한다.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수경에게 끌리지만 수경은 시범을 밀어낸다. 사고를 당한 수경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돈을 훔치다 호스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시범은 한때 호스트계의 전설이었던 호수(배수빈)를 만난다. 시범과 호수는 재기를 꿈꾸지만 2인자 영호(김진우)가 그들의 앞길을 막는다.

<비상>은 겉은 화려하고 쿨하지만 속은 촌스럽고 뜨거운 영화다. ‘청담동 No.1 그들만의 세상’이란 홍보 문구는 현재 강남의 호스트 세계를 낱낱이 보여줄 것처럼 자극적이지만 포장을 풀어보면 화려한 호스트의 세계는 한낱 신기루이거나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 환상에 발을 들이는 시범은 첫사랑을 가슴에 품은 소년에서 첫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로 변해간다. 영화는 ‘남자의 첫사랑’을 위해 질주한다. 재밌는 건 촌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첫사랑’을 부르짖는다는 점이고, 궁금한 건 수경에 대한 시범의 일편단심이 왜 좀처럼 공감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2009년형 순애보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연출의도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물론 영화의 장면 장면만 놓고 보면 연출에 세세하게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흐름과 호흡을 빡빡하게 가져가 영화가 늘어지지 않게 신경을 쓴 것, 젊은 배우들에게서 최고의 에너지를 뽑아내려 했다는 것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장점이 무색하게 영화는 결정적 순간, 결정적 고리를 너무 허무하게 다룬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어야 하는데 잔뜩 힘을 실은 장면들이 전체를 잡아먹은 형국이 되고 만다.

언급했듯 배우들은 열연한다.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기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이다. <비상>에서 김범은 액션에서 음주가무까지 많은 것을 선보이며 영화배우로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이름을 각인시킨 배수빈은 어린 배우들 사이에서 카리스마를 맘껏 뽐내고, 시범과 동고동락하는 친구 구택을 연기한 연제욱은 <강철중: 공공의 적1-1>에서의 에너지가 일회성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제2의 장진영으로 주목받은 이채영과 뮤지컬 배우 출신 김진우도 관객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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