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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빛을 찾아내려는 사람들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김성훈 2009-06-10

synopsis 우연히 들른 동생의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도르지의 장례식을 본 최(최민식). 그는 도르지의 유골을 고향 마을로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네팔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최는 히말라야 설산 아래에 있는 산꼭대기 마을인 자르코트로 향한다. 코피가 나고, 두통이 생기는 등 고산병을 겪으며 그는 힘겹게 도르지의 가족을 만난다. 하지만 최는 그들에게 도르지의 죽음을 차마 전하지 못한다. 그저 그가 남긴 돈만 건넬 뿐. 아무것도 모르는 도르지의 가족은 최를 각별히 대하지만, 최는 좀처럼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의외로 많은 것을 함축한다. 막 실직한 듯 엘리베이터 안에서 짐 상자를 든 ‘최’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보인다. 무기력 그 자체다. 아내, 자식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로서의 외로움도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외국인 노동자의 장례식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유골을 전해주러 기꺼이 네팔행을 결심하기까지가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얼굴은 아버지로서, 남자로서, 그리고 인간 ‘최’로서의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마치 이 영화가 중년 남성의 ‘자아찾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듯 말이다.

전작인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2006), <검은땅의 소녀와>(2007) 등에서 감독은 절망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내려는 사람들을 그려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도 전작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차이라면 무대가 ‘이 땅’ 밖인 히말라야라는 점. 이것은 ‘산 자(최)가 죽은 자(도르지)를 데리고 영토 밖으로 나간’다는, 아이러니한 설정과 맞물리면서 ‘최’의 고민들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이들 가족에게 도르지의 죽음을 말해야 할 텐데’와 같은 당장의 문제에서 ‘나는 여기에 왜 왔을까’와 같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고민까지. ‘최’는 이국땅에서 수없이 자신을 마주하고 또 마주한다.

영화는 흔히 존재론적인 질문이 자연과 만나 감상에 빠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광대한 자연 속에서도 인간의 팔딱거리는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는 촬영 덕분이다. 영화의 후반부.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걸어가는 ‘최’. 설원으로 뒤덮인 산과 그 아래 점처럼 보이는 인물로 구성된 이 그림이 단순한 풍경화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연 ‘최’는 마음의 응어리를 벗어던졌을까. 산을 내려가는 ‘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 예전처럼 무기력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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