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찬~.” 검은 앞치마가 눈부실 만큼 해맑은 웃음을 던지던 그 남자,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하림으로 김동욱을 추억하는 이들에겐 낯설 것이다. <동거, 동락>의 병석은 별거 중인 부모에 대한 반발심으로 집을 뛰쳐나와 호스트로 생활비를 버는 구겨진 청춘이다. “방송이 대중적인 이미지로 어필한다면, 영화는 캐릭터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잖아요. 남들이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어요.” 하긴 <커피프린스 1호점> 이전의 김동욱을 기억한다면, 놀랄 일도 아니다. <발레교습소>의 소년 가장, <아파트>의 틱장애자, <후회하지 않아>의 신참 호스트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사실 양지보다는 음지에 가까웠다. “하림이처럼 명랑하고 밝은 것도 재밌지만 저는 그 반대의 인물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뭐랄까… 그늘이 있는?” 고3 때 <킬리만자로>를 보고 “배우가 너무 멋져 보여서” 가출을 무릅쓰고 택한 연기였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한 김동욱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교수님이 연기 때려치우고 수능 봐서 대학 가라는 말도 하고, 심지어 의자를 집어던진 적도 있어요. (웃음)” 졸업장은 따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티면서” 학생 단편으로 내공을 쌓았고, “꽤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받을 즈음 <발레교습소>로 데뷔의 기회를 잡았다. 첫 방송 출연작인 <커피프린스 1호점>이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지만 “공중파의 힘을 실감하면서도 예전부터 노력했던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있다고. 소년처럼 앳된 얼굴이지만, 새벽 4시에 홀로 <도니 브래스코>를 보며 눈물을 펑펑 쏟을 만큼 누아르를 좋아하는 김동욱은 언젠가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것”이 욕심이란다. “배우 1~2년 하고 그만둘 건 아니니까요. 한 마흔 되면 시켜주려나?” 슬쩍 미소짓던 그의 시선이 스튜디오에 붙어 있던 김윤석과 하정우의 사진으로 향한다. “저 두분은 정말 배우 같지 않나요? 한 10년 뒤면 저도 저런 느낌이 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배우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