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배우가 아니네~
<엑스맨> <맨 인 블랙> <에이리언>의 공통점은? 속편 성공의 둘째 기준, 즉 같은 배우가 출연했다는 것이다. 관객은 감독보다 배우에 더 민감하다. 키아누 리브스, 엘리야 우드,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빠진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를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키아누 리브스와 박중훈이 하차해 김 빠진 맥주나 다름없었던 <스피드2>와 <투캅스3>에 관객이 등을 돌린 이유다. 김 빠진 맥주는 만취한 손님에게나 팔아야 한다. 정신 멀쩡한데다가 여자친구 팔짱까지 끼고 스크린을 응시할 평균적인 관객이 바라보는 건 산드라가 아니라 키아누다(키아누와 결별한 산드라는 더더욱 아니다).
예외 <양들의 침묵>을 본 사람들은 렉터 박사(앤서니 홉킨스)만 기억하지 않는다. 스탈링 요원(조디 포스터)이 없었다면 렉터 박사의 존재도 그렇게 강하게 각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앤서니 홉킨스의 포스에만 기댄 <한니발>은 영화의 상업적 성공과 상관없이 리들리 스콧의 명백한 패배작이 되고 말았다. 줄리언 무어는 조디 포스터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졌음에도 렉터 박사와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영화 막판에 렉터 박사가 뇌를 꺼내 먹는 장면은 최악 중의 최악으로 평가된다. 같은 배우가 나와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는 또 있다.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샌드라 불럭이 직접 제작에 나선 <미스 에이전트2: 라스베가스 잠입사건>. 위장잠입의 묘미가 쏙 빠져버린 속편에서 총도 쏘고 춤도 추고 무척이나 바빴던 그녀, 혹평을 막기에도 바쁘지 않았을까? <아멜리에2>도 전작의 팬들에게 완벽히 배신 때린 대표적인 사례다. 깜찍발랄하고 행복 바이러스의 전파자였던 아멜리에는 <아멜리에2>에서 매우 우울한 상태를 보여준다. 거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우울해 보인다. 뒤늦게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이란 제목으로 바뀌긴 했지만, 아무도 우울한 아멜리에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한편, 1987년 전편이 개봉한 지 18년 만에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용수 출신인 실제 부인이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더티 댄싱2>를 보자. 이 영화에서 18년 전의 화려한 춤꾼은 온데간데없다. 쉰살 먹은 패트릭도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쯤 생각해봤어야 하지 않았을까? ‘마음은 서태지인데….’
4. 크레센도로 가라니까!
2편은 1편보다 강해야 한다. <옹박: 두번째 미션>처럼 관절까지 비틀어주든가, <오션스 일레븐>에서 <오션스 트웰브>로 늘어나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애들이 줄든, 아빠가 줄든, 아이가 커지든, 좌우지간 변화를 줘야 한다. <스피드2>가 실패한 것은 키아누 리브스가 빠진 탓도 있지만, 육상에서 수상으로 장소가 변하며 ‘스피드’가 확 줄어버린 탓이 크다. <쏘우> <데스티네이션> <쥬라기 공원> <아메리칸 파이>는 잔인함의 강도를 한층 높이면서 흥행에 성공한 예다. <쏘우>에서 인물은 다리가 잘리는데서 끝나지만, <쏘우2>에서는 얼굴이 박살난다. <데스티네이션>도 마찬가지. 비행기, 고속도로, 놀이공원으로 진화해가던 운명의 어두운 그림자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서 잔인함의 끝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온몸이 타 죽고, 머리가 박살나 죽고 떨어진 크레인에 캔처럼 납작하게 일그러져 죽는다.
예외 주로 <사탄의 인형> <13일의 금요일> <나이트메어> 등 공포영화들이 잔인함으로 승부하는데, 문제는 관객이 폭력에 쉽게 길드는 만큼 쉽게 질린다는 것이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과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는 <13일의 금요일11- 프레디 대 제이슨>에서 남북 정상의 만남보다 더 큰 기대 속에서 만났지만, 결과는 안구에 습기 찰 정도다. 물론 잔인함보다 성스러움으로 강도를 높인 영화들도 있다. 대한민국 중학생의 <아메리칸 파이>로 불렸던 <몽정기>는 속편에서 여고생들의 <색즉시공>으로 바뀌고 말았다. 제목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몽정기2>. 풋풋한 중학생들의 사춘기는 어디로 가고, 화장실 유머만 남은 이 저질 코미디는 혹평과 흥행 실패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한편 <단적비연수>는 잔인함이나 성스러움이 아닌 제작비로 강도를 높인 경우다. <은행나무 침대>의 주인공들의 전생을 다룬 <단적비연수>에는 45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대체 어디 쓰였는지 궁금해지는 세트와 진부한 이야기로 일관했다. 그러나 개봉 당시 최대 규모였던 145개의 스크린을 확보함으로써 이례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속편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한국영화들
1. <괴물> 괴물의 울음소리가 보이스오버된 엔딩. 그로 말미암아 <괴물>의 속편 제작에 많은 기대가 쏠렸다. 제작사의 말에 따르면 1, 2년 내로 <괴물2>가 나온다는데, 문제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지 않는다는 것. <괴물>의 괴물이 불에 타는 게 아니라, 잘 그을려지는 것만 같았던 어설픈 CG를 보완하고, 전작보다 더 큰 스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은 누구일까. 혹시 <디 워>의 심형래 감독?
2. <타짜> <타짜>의 흥행에는 <범죄의 재구성>의 승부사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의 영향도 있지만, 허영만의 동명 만화의 탄탄한 완성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부 ‘지리산 작두’만을 영화화한 전작에 이어 만화 <타짜>의 전 시리즈가 영화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연배우들은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 2편에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속편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는 거~.
3. <친구> 모 영화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속편으로 제작되면 좋을 것 같은 영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1위로 뽑혔다. 관건은 이미 죽은 주인공을 어떻게 살려내느냐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여성판 <친구>를 내놓자는 네티즌의 의견도 있다. ‘우리 친구 아이가?’란 부산 사투리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은 신이! 그렇다면 진지한 드라마가 코미디로 바뀌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