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단란한 가정의 가장 잭(제레미 아이언스)은 아내와 아이들과 인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비행기를 탄다. 기체 결함으로 중도에 비상착륙한 비행기를 테러범들이 탈취한다. 테러범들은 몸값을 요구하지만 협상의지가 없는 세르비아 정부군은 특공대를 투입시키고, 이 와중에 잭의 아내와 딸이 살해된다. 잭은 테러범들이 무혐의 판결을 받고 풀려난 사실을 안 뒤 분노한다. 결국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겠다고 뛰어든 잭은 베일에 가려졌던 새로운 일들을 발견하게 된다. FBI요원 줄스(포레스트 휘태커)는 잭의 행동이 무모하다면서 그를 만류한다. 줄스와 잭은 처음엔 대립하다가 차츰 서로를 친구로 대하기에 이른다.
■ Review
<포스 엔젤>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 가지 사실은 인정하게 될 것 같다. 영화의 대사가 생동감 있고 근사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지. 서로 감정을 자제하는 일에 지나치게 능숙하다는 거야.”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쿨한 대사들이 영화를 감칠맛나게 한다. <포스 엔젤>에서 아내와 딸의 복수를 꿈꾸는 제레미 아이언스는 현실에서 도대체 만족감을 찾지 못한다. 그의 생각은 오로지 ‘과거’의 한 시점에 고착돼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사람이 가세한다. <고스트 독> 등에서 흑인배우로서 명료한 인상을 심어놓았던 포레스트 휘태커가 FBI요원으로 등장하는 것. 나폴레옹의 일화에 관한 잡담이라든가 남자로서, 혹은 감정적으로 상처입은 동료로서 주고받는 이들의 대사는 주옥같다. 드라마의 얼개를 문제삼아 수준 이하라고 할 정도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뜬금없는 액션장면이 간헐적으로 영화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테러리스트들이 인질을 상대로 무차별사격을 가하는 등 논리상 얼핏 이해되지않는 액션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햄버거 힐>(1987)과 <아일랜드의 연풍>(1994) 등 특정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다양한 작업들을 벌여왔던 존 어빈 감독은 <포스 엔젤>에서 미스터리 스릴러에 도전하고 있다. 단, 여러 장르의 관습을 겹겹이 쌓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그것이 영화 결말을 미지근하면서 평이하게 만들어버렸다.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는 <포스 엔젤>에서 자상한 가장과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 이 두 가지 상반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사실 제레미 아이언스, 하면 총을 들고서도 ‘과연 내가 이 총을 쏠 것인가, 말 것인가’라며 눈감고 고민할 것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포스 엔젤>은 제레미 아이언스와 포레스트 휘태커라는 좋은 배우들을 특정한 대목에선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포장했다가, 어느 순간에 단순한 액션배우로 만들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차라리 정공법으로 승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