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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내 맘대로 즐겁게 살기 10계명 & 3지침
이종도 2006-03-08

<스윙 걸즈> 가라사대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스윙을 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다. 스윙을 하는 사람은 누구고,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굴까. 재즈 용어 스윙엔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언니 오빠들이 주장하는 건 이거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즐기라는 것,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질이야말로 우리가 10대 때 꼭 갖추어야 할 첫째 덕목이라는 거다. 인생의 리듬에 맞춰 친구들과 함께 몸을 흔드는 ‘스윙’이 없으면 인생에서 무슨 재미를 찾을까. 왕따와 학교폭력과 대입 압박을 벗어나 세상을 다 가지는 ‘스윙’의 방법을 멋진 언니 오빠들에게서 한번 훔쳐보면 어떨까. 일단 10계명으로 맛 좀 봐라.

네 멋 대로 즐겨라 10계명 1. 동생 플레이스테이션을 팔아서라도 하고 싶은 걸 해라. <스윙 걸즈> 2. 완고한 아버지도 네가 하고 싶은 걸 결국 해낼 때는 속으로 좋아한다. <빌리 엘리어트> 3. 촌티 나도 너만의 취향을 가져라. ‘아바’도 괜찮다. <뮤리엘의 웨딩> 4. 너만이 잘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왕따생활도 이제는 끝이다. <포레스트 검프> 5. 너만의 사랑이 있으면 인생은 네 거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6. 저항의 록음악을 ‘살아라’. <스쿨 오브 락> 7. 주먹으로 해결하면 주먹으로 망한다. <친구> <품행제로> 8. 가족이 오히려 세상보다 나에게 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9. 우정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 <스탠 바이 미> 10. 세상에 복수하고 싶으면 그들보다 즐겁게 살아라. <69 식스티나인>

지침1. 왕따 넘어서기

왕따시키기를 왕따시키는 고단수 처방들

왕따에서 우정으로. 사실 이건 우리 모두 바라는 거지. 그런데 그게 쉽게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쉽게 진심을 내놓았다가 진심을 오해받고 상처를 입을 수 있어서일 수도 있고, 진심을 내놓을 용기가 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 그런데 결국 산다는 건 상처를 입히고 또 상처를 받는 일이지. 그걸 겁내서는 안 돼. 다만 희망이 있다면 이 상황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거지. 잘나면 잘나서 왕따당하고(<일렉션>), 못나면 못나서 왕따당하니까 말이지(<뮤리엘의 웨딩>). 다만 누가 더 의외의 황당한 사태 앞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지가 문제야.

<스탠 바이 미>

집단은 늘 폭력적이게 마련이야. 왜냐하면 서로 다들 생각과 취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 집단은 자기 자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속성이 있고, 그런 집단에 거스르는 개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구. 그리고 그런 개인에게는 벌을 내리지. 모든 이의 의사를 존중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하느니, 소수 개인을 핍박하는 편이 더 쉬우니까. 그리고 그런 ‘잘못된’ 소수에게 딱지를 붙이면 집단 내 다른 사람들이 더욱 단합을 잘 하게 되는 결과까지 나오니까 일석이조거든. 한국처럼 거의 모든 집단이 군대를 닮아 있는 사회, 그리고 이방인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인 정착민 사회에서는 그런 희생양을 만드는 구조가 더 엄격하게 마련이라구. 공부 잘해서 명문대 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냐. 왜냐하면 거기에도 집단이 있으니까. 그리고 집단이 소중하게 여기는 기준은 하늘에서 내려온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희생자는 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온단 말이지. 동성애자라서, 못생겨서, 공부를 못해서…. 이런 자의적인 기준의 목록은 끝도 없이 늘어나지.

그렇다면 그렇게 변덕스러운 집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니, 자신의 기준에 세상을 맞추는 게 더 낫다고 봐. 철학자 니체 아저씨가 말하는 대로 ‘군중도덕’의 변덕스러움보다, 자기 자신의 일관된 세계관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하는 편이 남는 장사라는 거야. <일렉션>의 버릇없는 우등생이 명문대에 들어가서는 엽기왕따가 되잖니? 차라리 <뮤리엘의 웨딩>의 주인공들처럼 아바 음악을 좋아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구.

물론 그러려면 지독스러울 정도로 자신에게 확신이 있어야 하지. 왜 사람들이 희생양을 만들고 줄기차게 왕따를 괴롭히는 줄 알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불안하거든. 자기가 왕따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말이지. 모두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알면 오히려 불안이 줄어드는 걸 알게 될 거야. 물론 생각만 그렇게 먹어서는 안 되고 사람들이 너를 함부로 못 여기게 ‘뭔가’ 보여줄 필요는 있지. 그건 바로 너만의 세계지. <스탠 바이 미>처럼 아주 독특한 경험(그건 친구들과 함께 시체를 보러 여행을 가는 거지)을 하거나, <스윙 걸즈>에서처럼 재즈를 배우거나 하는 거야. 돈이 없어? <스윙 걸즈>처럼 동생 물건이라도 팔아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하다 못해 멧돼지라도 잡아서 뭘 해야 해. 네가 ‘뭔가’ 있는 애라는 냄새가 풍기면 애들은 네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야. 은근히 뒤에서 존경심까지 보일 걸. 그래도 애들이 괴롭힌다구? 이건 조금 강도가 ‘쎈’ 처방인데, 어쩐다, 말해줄까? 아이들이 싫어하는 쪽으로 더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거야. 그러기 위해선 ‘쇼’를 한번 준비해야지.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처럼 말이야. 그런데 그건 최후의 방법이고 먼저 지원군을 확보해야 해. 네 취향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야지. 먼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거기에 혹하는 친구가 있으면 놓치지 말고 꽉 잡아. 우정만이 살 길이라구.

볼 영화들: <포레스트 검프> <판타스틱 소녀백서>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뮤리엘의 웨딩> <스탠 바이 미>

지침2. 폭력을 피해 줄행랑

아빠, 엄마, 친구, 학교와의 관계(주로 금지와 훈육)를 영화 속 언니 오빠들은 어떻게 헤쳐가나.

학교가 늘 답답하지? 어떤 학교 교훈이 ‘꿈과 사랑을 주는 학교’더라. 정말 ‘쿠오레’ 같은 학교나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 같은 분만 있는 학교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태생부터 학교는 군대를 닮았어. 학교는 사회의 지배적인 질서와 가치를 효율적으로 훈육하기 위해 군대를 벤치마킹하게 마련이야. 이건 푸코 아저씨 얘기야. 알튀세 아저씨는 학교나 군대, 교회 같은 곳을 통해 사람들이 ‘주체로 호명’된다고 말하는데, ‘공부 잘해야 사람 된다’는 등의 세뇌를 통해 사람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길러낸다고 봤어. 사람들은 ‘공부해야 사람 된다’는 가르침을 자기 생각인 줄 알고 있지. 그게 주체로 호명된다는 뜻이야.

<빌리 엘리어트>

하지만 너희들도 잘 알잖니? 정작 더 중요한 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빌리 엘리어트>의 눈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우정 같은 거잖아. 그건 영화만 봐도 척하고 해답이 나오는 거야. 왜 이런 더 중요한 걸 학교에선 정작 가르치지 않을까 궁금하지 않니? 왜냐하면 그런 걸 가르치자마자 너희들이 다니는 학교가 콩가루 학교가 되기 때문이지. 사회에서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을 길러내길 바라는데, 그렇게 너희를 일일이 배려하다간 어떻게 되겠니. 사회가 원하는 로보트 같은 인재들이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에 나오는 소시지 기계의 소시지처럼 쑥쑥 나올 수가 없겠지? 하지만 학교가 공부만 하란다고 공부만 하다간 너희는 바보가 되기 십상이야. 모두 서울대를 갈 수 없는 건 당연한 노릇이니, 차라리 네가 하고 싶은 것만 죽도록 하는 게 훨씬 이문이 남는 장사란다. 공부가 좋으면 하려무나. 하지만 학교와 사회는 네가 졸업한 뒤의 삶을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단다. 세금도 대신 내주는 일이 없단다.

이렇게 사회가 원하는 ‘주체’로 강제로 훈육하는 방식이 늘 폭력적이다보니 너희가 한창 감수성 예민할 무렵에 마음고생을 하는 거란다. 선생님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지. 왜냐하면 부모님들은 학교성적이 가장 중요한 줄로 아시니까.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품행제로>나 <400번의 구타>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처럼 늘 때리고 잔소리하고 협박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단다. 이렇게 맞다보니 상급생이나 동급생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처럼 똑같은 처지의 친구를 때리게 되지. 맞는 게 당연하다보니 당연히 군대에서는 맞는 건 일도 아니지. <세친구>나 <용서받지 못한 자>는 너희가 학교 졸업 뒤에 당장 마주치게 될 암울한 미래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훈육하고자 하는 방식대로 너희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 된단다. 너희를 가장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사람은 너희 자신이잖니. 빌리 엘리어트를 봐. 정말이지 고지식하고 폭력적인 아빠를 뒀지만,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서 아빠를 울리잖니. 사실 정말 알고보면 엄마 아빠나 선생님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거란다. 너희들이 정말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다 보면 어른들도 감동해서 네 편을 들게 마련이란다. 다만 그분들은 너무 바쁘고 자기 삶 말고는 관심이 없고 매사 피곤하니까 너희 일을 일일이 신경 쓰지 못할 뿐이야.

그래서 조금 비겁해질 필요가 있단다. 어차피 그분들은 피곤해 하시니까, 그냥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밴드도 만들고, 빌리 엘리어트처럼 쪽팔림도 무릅쓰고 발레도 하고,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에 더 신경을 써. 맞서싸워서 진을 다 빼지 말고 줄행랑을 치라구. 괜히 어설픈 반항하다가 <세친구>의 주인공처럼 크게 다치지 말고.

볼 영화들: <품행제로> <빌리 엘리어트>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와이키키 브라더스> <세친구>

지침3. 대입 압박감을 압박하기

하기 싫은 공부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 거니, 정녕?

<일렉션>

공부해서 남 주자. 사실 공부의 속뜻은 이런 건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공부를 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는데 학교에선 그럴 틈을 안 주잖니. 그리고 공부라는 게 국영수가 전부가 아니라 사랑, 우정, 돈 같은 과목이 더 중요한데 학교에선 그걸 아예 알려주지도 않는단다. 하지만 뭐 신경 쓰지 마. 네 생각이 학교 생각보다 100만배 더 중요하단다. 그리고 학교 생각과 달리 젊어서 놀지 않으면 늙어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놀지 못한단다. 파파 할아버지가 되어서 밴드를 하려면 무릎 관절이 너무 쑤신단다. 그러느니 팔팔할 때 밴드 만들어서 놀아봐. 그럼 음악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들 수 있잖니. 그리고 학교 생각과 달리 공부에는 때가 없단다. 학교는 자기가 원하는 거, 가령 등록금을 벌어 장사를 한다든지 명문대를 많이 보내 명예를 높인다든지 그런 걸 원하지 네 자아성장 같은 데는 관심도 없단다. 만약 이게 진실이 아니라면 <일렉션>의 우등생이 자아성장도 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텐데 걔는 사실 세상 모두에게 민폐만 끼치는 문제아잖니. 오히려 <스쿨 오브 락>의 친구들처럼 남들을 음악으로 기쁘게 하고,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처럼 공부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을 써보는 게 자신도 세상도 모두 해피해지는 일 아니겠니?

그러니까 세상 공부의 뜻을 무한하게 확장해봐. 수학을 좋아하면 출산율 저하와 범죄율 저하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따져보기도 하고, 음악을 좋아하면 트롯이 일본음악일까 한국음악일까도 생각해보는 거지. 그리고 가능하면 이런 ‘넓은 의미의 공부’는 친구들을 모아서 함께 해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사실 ‘때’가 있는 건 공부가 아니라 우정이란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서울대 가고, 삼성 들어가고 하다가 뒤늦게 실버타운에 들어가서 우정을 쌓으려면 무척 힘이 든단다.

이런 ‘넓은 의미의 공부’도 싫다구? 폭력적인 학교도 싫고, ‘재수’ 없는 애들은 혼내주고 싶다구? 깜빡했구나. 너희들의 피가 펄펄 끓고 있는 걸. 하지만 <품행제로>나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 주인공들의 선택은 보면 알겠지만 최악 중의 최악이란다. 애들 두들겨패면 맞은 애들은 너희에게 복수하게 되어 있어.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하나니, 차라리 속 좁은 세상을 즐겁게 사는 것으로 유쾌하게 복수해주는 게 더 낫단다. 이건 <69 식스티나인>의 원작소설을 쓰신 무라카미 류 아저씨의 충고인데 꽤 들을 만해.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볼링장이나 드나들고 오락에나 파묻히면서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즐겁게 사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서 <스윙 걸즈>의 멍청한 남자애들처럼 살지는 마.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귀 기울이면’ 답이 나올 거야. 크림빵만 좋아하지 말고 록그룹 크림 노래도 좋아해보고, 장미꽃 아래서 키스할 궁리만 하지 말고 장 뤽 고다르 영화도 보고, 타고르와 고다르의 차이점도 생각해보란 말이지. 그리고 그런 교과서 밖의 세상에 관해 보고 들은 게 있으면 친구들과 나눠보렴. 왜 꼭 대학 입시만이 전부인지, 왜 학교와 어른들은 폭력적이기만 한건지 얘기를 나누다보면 마음도 조금 덜 답답해질 거야.

그리고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대학교도 학교 공부만 잘 하는 답답한 아이들보다는 선거도 해보고 자원봉사도 해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밴드도 만들어보면서 두루 넓게 세상을 배운 아이들을 더 좋아한단다. 이제 그런 학생을 뽑는 게 더 남는 장사라는 걸 대학교들이 고백하기 시작했거든. 다행이야, 세상이 그래도 이만큼 바뀐 게. 그게 모두 다 놀고 사랑하고 즐기며 피 흘렸던 언니 오빠들 덕이란다. 너희도 그런 언니 오빠가 되어야겠지?

볼 영화들: <일렉션> <스쿨 오브 락> <귀를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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